[루키=이동환 기자] 휴스턴이 과감한 도박을 했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로케츠는 크리스 폴과 2장의 미래 1라운드 지명권, 2장의 1라운드 지명권 교환 권리를 오클라호마시티에 넘기고 러셀 웨스트브룩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크리스 폴과 휴스턴이 불과 2년 만에 갈라서게 됐다. 휴스턴이 폴을 영입했던 것은 2017년 6월. 당시  7명의 선수와 1장의 미래 1라운드 지명권을 LA 클리퍼스에 넘기고 폴을 데려오는 8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바 있다. 그리고 폴을 떠나보내고 웨스트브룩을 영입함으로써 휴스턴은 러셀 웨스트브룩-제임스 하든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백코트 콤비를 구축했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의 만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둘 모두 볼 소유 시간이 긴 선수들이기 때문. 휴스턴이 웨스트브룩을 영입한 직후 ESPN은 지난 5년 간 공격 점유율(Usage Percentage) 기록에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한 선수는 웨스트브룩이고 2위는 하든이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둘의 공존을 우려했다.

과연 러셀 웨스트브룩은 휴스턴 로케츠에 알맞은 조각이 될 수 있을까? 지금부터 웨스트브룩이 휴스턴에 성공적으로 녹아들기 위해 이행해야 할 미션 2가지를 구체적인 기록들과 함께 살펴보자.

 

Mission A: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줄여라

휴스턴이 추구하는 농구는 ‘모리 볼(Morey Ball)’이다.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대릴 모리 단장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모리 볼’의 핵심은 효율이 높은 종류의 슈팅을 가능한 한 많이 던지는 것이다. 득점 기댓값과 슈팅 성공률이 모두 높지 않은 미드레인지 점프슛 시도는 최소화하고 득점 기댓값이 높은 3점슛, 슈팅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골밑 슛과 자유투는 많이 던지는 것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득점 창출 효과를 최대화하는 것이 모리 볼이 추구하는 그림이다.

실제로 2018-2019시즌도 휴스턴은 효율이 낮은 미드레인지 점프슛은 최대한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NBA.com에 따르면 지난 시즌 82경기에서 휴스턴이 던진 총 7,163개의 슈팅 중 미드레인지 점프슛은 396개에 불과했다. 경기당 평균치로 계산하면 4.83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적게 던졌던 애틀랜타(7.8개)보다도 3개 가까이 적었다. 휴스턴의 미드레인지 점프슛 시도를 얼마나 노골적으로 피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러셀 웨스트브룩이 미드레인지 점프슛 시도를 매우 즐기는 선수라는 점이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은 73경기에서 총 355개의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4.86개. 미드레인지 점프슛 총 시도 개수와 평균 시도 개수 모두 웨스트브룩과 휴스턴 팀 전체의 기록이 거의 비슷했다. 즉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은 혼자서 휴스턴 팀 전체가 던진 만큼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던졌던 선수라는 얘기다.

 

휴스턴에 온 이상 웨스트브룩도 슈팅 시도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 즐길 정도로 많이 던졌던 미드레인지 점프슛은 시도를 줄이고, 페인트존 안쪽 혹은 3점슛 라인 바깥에서 슈팅을 던지는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2017년 휴스턴 이적 당시 크리스 폴이 웨스트브룩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던 바 있다. 휴스턴 이적 직전 시즌이었던 2016-2017시즌에 크리스 폴(당시 LA 클리퍼스 소속)은 경기당 5.3개의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던지는 선수였다. 미드레인지 점프슛 성공률이 50.9%로 무척 높기도 했다. 사실 당시 폴은 미드레인지 점프슛이 주무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풀업 점프슛을 던져 득점을 생산하는 데 도가 튼 선수였다.

하지만 휴스턴 유니폼을 입은 후 폴은 ‘모리 볼’에 맞게 슈팅 시도 패턴을 바꿨다. 2017-2018시즌에 3.1개, 2018-2019시즌에 2.5개의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던졌다. 대신 페인트존 이내 야투 시도와 3점슛 시도가 늘어났다. 폴은 2017-2018시즌에 평균 6.5개, 2018-2019시즌에 평균 평균 6.1개의 3점슛을 던졌다. 2005년 데뷔한 폴이 시즌 평균 6개 이상의 3점슛을 던진 시즌은 이 두 시즌뿐이다.

 

그렇다면 웨스트브룩은 휴스턴에서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줄일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이 하프코트 공격에서 가장 많이 시도한 종류의 공격 방식은 픽앤롤 드리블러(24.7%), 아이솔레이션(18.0%)이었다.

픽앤롤 드리블러로 공격을 시도한 상황을 살펴보자. 웨스트브룩은 지난 시즌은 픽앤롤 드리블러로 펼친 총 1094회의 공격 중 44.3%인 485회를 패스가 아닌 본인의 직접 공격으로 시도했다. 이 중 더블 팀을 당하지 않은 공격은 392회. 이런 상황에서 웨스트브룩은 절반이 넘는 218회를 점프슛으로 던졌다.

 

특히 183회를 동료의 스크린을 받아 드리블하다가 점프슛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런 방식의 공격은 일반적으로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풀업 점프슛을 던지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이솔레이션 공격 상황에서는 돌파 없이 기습적으로 점프슛을 던져버리거나(여기에는 수비수 앞에서 짧게 드리블을 툭툭 치다가 던지는 점프슛이 당연히 포함된다) 돌파를 시도하다가 풀업 점프슛을 던지는 빈도가 64.2%에 육박했다.(총 333회 중 214회) 또한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맞이한 페이스업 공격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점프슛을 던지는 빈도도 47.2%에 달했다.

웨스트브룩이 휴스턴의 ‘모리 볼’에 성공적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는 위에서 열거한 방식의 슈팅을 줄일 필요가 있다. 픽앤롤 혹은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펼치면서 시간을 끌다가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던지는 것은 ‘모리 볼’이 가장 지양하는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림으로 향하는 직접 돌파 혹은 풀업 3점슛 시도 빈도가 좀 더 높아져야 하고, 이것이 높은 효율의 결과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혹은 드리블 후 킥아웃 패스 빈도를 높이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다.

실제로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은 픽앤롤 드리블러 후 킥아웃 패스 공격에서 시도당 1.056점의 득점을 생산했는데, 이는 리그 상위 33%에 해당하는 효율이었다. 기록적으로 상당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셈. 웨스트브룩의 킥아웃 패스를 받은 오클라호마시티 슈터들의 야투 성공률이 38.8%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웨스트브룩의 킥아웃 패스를 통한 득점 생산은 좋은 슈터들이 많은 휴스턴에서 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Mission B: 하든과 스팟-업 공격을 분담하라

웨스트브룩이 휴스턴에서 뛴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볼 소유 문제다. 웨스트브룩과 제임스 하든 모두 볼을 만지는 것을 무척 선호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휴스턴 코칭스태프가 할 수 있는 가장 무난한 선택은 둘이 함께 코트에 서는 시간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크리스 폴이 있을 때도 휴스턴은 폴과 하든 중 한 명은 벤치에서 휴식을 가지게 하고 이때 코트에 남은 나머지 한 명이 주도적으로 공격을 이끌 수 있도록 라인업을 운용했었다.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동시에 코트에 서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작업이 휴스턴엔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라인업 운용으로 둘의 볼 소유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둘 모두 거대 계약에 묶여 있는 고액 연봉자들이기 때문이다. MVP 출신의 가드 두 명을 함께 코트에 세우지 않는 것 자체가 사실은 로스터의 재능을 낭비하는 행위다. 결국은 웨스트브룩과 하든이 같이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적을 수가 없고, 이때 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존시킬지가 휴스턴이 오는 시즌 마주할 최대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 하나 있다. 웨스트브룩과 하든 중 한 명은 드리블러로 공격을 이끌고, 한 명은 스팟-업 슈터가 되는 것이다.

휴스턴은 스팟-업 공격이 매우 중요한 팀이기도 하다. 휴스턴은 2017-2018시즌과 2018-2019시즌에 연이어 스팟-업 공격 빈도 19.9%를 기록했는데 이는 해당 시즌의 전체 공격 중 빈도 1위와 2위에 각각 해당하는 수치였다. 제임스 하든을 비롯한 볼을 쥐고 있는 드리블러가 픽앤롤 혹은 아이솔레이션 공격으로 수비에 균열을 만들고, 코너 혹은 45도로 이어지는 킥아웃 패스와 연계 패스로 3점슛을 터트리거나 페인트존 득점을 생산하는 것이 휴스턴 공격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일단 하든은 스팟-업 공격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가져볼 수 있는 선수다.

지난 시즌 하든은 스팟-업 슈터로 공격을 펼치는 상황에서 공격 시도당 1.188점의 득점을 생산했다. 리그 상위 9%에 해당하는 효율이었다. 패스를 받은 뒤 드리블 없이 곧바로 점프슛을 던지는 상황(시도당 1.286점)과 자신에게 달려오는 수비수를 드리블로 제친 뒤 점프슛을 던지는 상황(시도당 1.222점) 모두 득점 생산 효율이 매우 높았다. 림 아래까지 길게 돌파하는 상황에서는 시도당 1.857점의 놀라운 득점 생산력을 보이기도 했다.(여기에 해당하는 포제션이 총 13회로 매우 적었다는 점은 감안하자.)

실제로 하든은 오프 더 캐치(off the catch, 패스를 받은 후의 플레이) 동작이 매우 자연스럽고 유연한 편이다. 볼을 잡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때도 있으나, 어색한 플레이로 자신에게 향한 패스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장면은 만들지 않는 편이다. 다만 지난 시즌 3.2%에 불과했던 스팟-업 공격 빈도가 웨스트브룩의 합류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효율이 어느 정도로 유지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반면 웨스트브룩은 조금 걱정이 된다. 사실 웨스트브룩은 지난 시즌 하든보다 훨씬 많은 스팟-업 공격을 펼친 선수였다. 전체 공격의 9.8%를 스팟-업 공격으로 전개했다. 이는 지난 시즌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데니스 슈로더와 폴 조지가 웨스트브룩 못지않은 픽앤롤 드리블러 공격 횟수를 가져감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슈로더 963회, 폴 조지 783회) 즉 슈로더 혹은 폴 조지와 함께 코트에 있을 때 웨스트브룩은 스팟-업 공격을 시도하는 쪽으로 공존을 노렸던 것이다.

문제는 웨스트브룩의 스팟-업 공격 효율이 그리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의 스팟-업 공격 시도당 득점 생산은 0.948점으로 생산성이 리그 하위 42%에 머물렀다. 스팟-업 공격을 펼칠 때 야투 성공률은 35.4%에 불과했다. 스팟-업 공격 상황에서 던지는 캐치앤슛(catch and shoot, 볼을 받자마자 바로 던지는 슛)과 풀업 점프슛의 성공률도 각각 34.4%와 31.3%에 머물렀다.

실제로 웨스트브룩은 다른 선수가 드리블을 통해 먼저 수비를 교란한 뒤 빼준 볼을 스팟-업 공격수로 처리하는 능력이 서툰 편에 속한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양 발 스탠스가 불안하고, 오프 더 캐치 상황에서 돌파를 시도하거나 점프슛을 던질 때의 자세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팟-업 공격 재능을 갖추고 있고 스팟-업 공격에서 던지는 점프슛을 잘 마무리하는 하든이 웨스트브룩에게 볼을 조금 더 양보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든이 먼저 휴스턴의 웨스트브룩 영입을 원했다는 ESPN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하든 본인부터 이 부분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돼 있을지도 모른다.

 

ONE MORE: 웨스트브룩의 합류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들

웨스트브룩의 휴스턴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사실 걱정하는 시선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볼을 만져야 공격 전개가 수월해지는 웨스트브룩의 플레이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의 합류로 휴스턴이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도 명백하게 존재한다.

첫 번째는 경기 템포 증가다. 웨스트브룩은 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로 꼽힌다. 특히 수비 리바운드를 직접 잡은 후(물론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존재한다. 웨스트브룩의 적극적인 수비 리바운드 가담은 수비에서 장단점이 있다.) 곧바로 볼을 운반하며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가는 움직임은 지난 시즌 27위에 머문 휴스턴의 경기 템포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실 휴스턴 자체가 5명의 전원이 하프라인을 넘어와 있는 상황에서 드리블러의 직접 득점 생산 혹은 돌파 후 킥아웃 패스 후 득점 생산을 주무기로 삼는 팀이기는 하다. 때문에 트랜지션 공격도 2명 혹은 3명의 매우 빠른 속공보다는 5명 전체가 하프라인을 같이 넘어온 상황에서 전개하는 것을 선호한다. 심지어 휴스턴은 트랜지션 공격이 이미 좋은 팀이기도 하다. 휴스턴은 지난 시즌 트랜지션 공격 효율이 리그 30개 팀 중 3번째 높은 팀이었다.

(속공과 트랜지션 공격은 구분돼야 함을 명심하자. 속공은 말 그대로 매우 빠른 공격이고, 트랜지션 공격은 공수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빠른 템포의 공격을 통칭한다. 트랜지션 공격이 속공보다 보다 넓은 개념이며, 속공을 아우른다. 예를 들어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의 속공 득점은 경기당 20.9점이었고 트랜지션 공격 득점은 27.4점이었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이 합류함으로써 트랜지션 공격의 옵션 자체가 늘어난 것은 분명 기대되는 부분이다. 웨스트브룩이 직접 볼을 몰고 림으로 돌진해 득점을 올리거나, 다른 휴스턴 슈터 1명 혹은 2명과 짝을 이뤄 빠르게 3점슛 생산을 돕는 그림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것은 포스트업 공격이다. 지난 시즌 휴스턴은 포스트업 공격 빈도가 전체의 1.7%에 불과한 팀이었다. 시즌 중 포스트업 공격을 153번 시도하는 데 그쳤는데 이 수치는 웨스트브룩의 합류 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웨스트브룩이 포스트업을 즐기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웨스트브룩의 포스트업 후 킥아웃 패스 능력이다. 지난 시즌 웨스트브룩은 포스트업 공격 후 스팟-업 슈터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플레이로 시도당 1.218점의 득점을 생산했는데, 이는 리그 상위 24%에 해당하는 효율이었다. 앞서 우리는 휴스턴이 스팟-업 공격을 매우 중요시하는 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웨스트브룩의 포스트업 공격과 기존 휴스턴 선수들의 스팟-업 공격력이 잘 연계된다면 휴스턴은 위력적인 공격 옵션을 하나 더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제공
표 제작 = 이동환 기자
기록 참고 = Synergy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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