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코치 K의 남자?"
카이리 어빙(22, 191cm)이 2014 농구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의 선발 포인트가드로 낙점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부터 미국을 지도하고 있는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26일(이하 한국시간) ESPN과의 인터뷰에서 어빙을 주전으로 기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슈셉스키는 "어빙이 선발 포인트가드로 나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옵션일 뿐"이라며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토너먼트 도중 데릭 로즈와 주전 자리를 바꿀 수도 있다. 둘 모두 선발로 출전시키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두 선수를 중용할 계획임을 전했다.
미국은 27일 오전 3시 스페인 그란 카나리아에서 슬로베니아와 최종 평가전을 갖는다. 어빙은 이 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할 예정. 그렇다면 어빙은 과연 붙박이 주전 1번이 될 수 있을까?
지역방어는 3점슛으로 깨야 맛이지~
먼저 어빙이 로즈보다 나은 점을 보자. 첫째, 어빙은 로즈보다 더 국제대회에 적합한 선수다. 지역방어가 전면허용되는 FIBA룰 아래에서는 어빙의 활용가치가 더 높다. 로즈는 돌파에 강점을 보이지만 3점슛 능력이 떨어진다. 반면 어빙은 돌파는 물론이고 뛰어난 외곽슛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농구 월드컵 당시 미국의 선발 포인트가드는 데릭 로즈였다. 로즈는 대회 평균 7.2점, 2.1리바운드, 3.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3점슛은 18개를 시도해 5개(27.8%)밖에 넣지 못했다.
로즈보다는 천시 빌럽스(9.8점, 1.9리바운드, 3.1어시스트), 러셀 웨스트브룩(9.1점, 2.8리바운드, 2.6어시스트), 에릭 고든(8.6점)의 활약이 더 좋았다. 빌럽스와 고든은 각각 14, 19개의 3점슛을 터뜨리며 외곽에서 활로를 뚫었다. 또, 빌럽스는 38개(대표팀 최다), 웨스트브룩은 25개의 자유투를 얻어내며 로즈(12개)를 두 배 이상 앞섰다.
이는 로즈의 부족한 3점슛 능력이 가져온 결과였다. 로즈는 외곽에서 자신감이 없다보니 제한적인 공격옵션만을 수행해야 했다. 당시 대표팀 12명 중에서 대니 그레인저(23.1%)를 제외하면 로즈보다 3점슛 성공률이 낮은 선수는 없었다.
반면 어빙은 화끈한 외곽포를 자랑한다. NBA 무대에서 이미 3점슛으로 수 차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구원해낸 바 있다. 어빙은 세 시즌을 뛰며 총 305개의 3점슛을 37.8%로 적중시켰다. 반면 로즈는 6년 동안 230개를 넣으며 31.2%에 그쳤다. 같은 맥락으로, 만약 존 월이 폭발적인 3점슛 능력을 갖췄다면 대표팀에서 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어빙의 공격력은 이미 세계 최정상급으로 인정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평균 20.8점을 기록, 스테픈 커리(24.0점)에 이어 포인트가드 중 2위에 올랐다. 2012-13시즌에는 22.5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로즈가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어빙의 득점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어빙은 이번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 단계 스텝업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달라진 집중력
그렇다면 왜 어빙일까? 득점력과 3점슛이 더 뛰어난 커리가 선발로 나서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번에는 수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어빙과 커리는 NBA에서 가장 수비를 못하기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이번에 치른 몇 차례의 평가전을 보면 대충 납득이 갈 것이다.
어빙의 수비 집중력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 미국 대표팀은 앞서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어빙은 클리블랜드에서와는 달리 수비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클럽 팀에서는 공격 부담이 너무 커 수비까지 신경쓸 체력이 없었으나 국가대표에서는 다르다. 대신 공격해줄 사람이 많다. 아낀 체력을 수비에 쏟아부을 수 있다.
반면 커리의 수비는 이에 미치지 못했다. 또, 일단 들이대고 보는 육체파(?) 선수들과의 몸싸움은 여전히 힘들어 한다. 리그에서라면 몰라도, 대표팀만 놓고 본다면 어빙의 수비가 커리보다 낫다.
무엇보다 커리는 선발 슈팅가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세 차례 연습경기에서 모두 선발 슈팅가드로 출전하기도 했다. 슈셉스키 감독은 2010 농구 월드컵 당시 천시 빌럽스를 선발 슈팅가드로 내보낸 바 있다. 빌럽스는 케빈 듀란트를 도와 미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압도적인 커리의 3점슛을 살리려면 슈팅가드로 출전하는 것이 더 낫다.
뿐만 아니라 어빙은 총 15개의 어시스트를 배달, 팀내 1위에 올랐다. 물론 연습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세 경기 평균 19.0분만을 소화하며 올린 기록이라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어빙은 이번 대표팀에서 다른 구성원들을 활용하는 법을 배울 것으로 예상된다. 클리블랜드에서 케빈 러브,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뛰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로즈의 몸 상태는 아직 확신하기에 이르다
로즈의 몸 상태
로즈의 컨디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로즈는 무릎 부상 때문에 지난 2년간 단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2-13시즌에는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이번 평가전 기간 동안 예의 훌륭한 운동능력을 보여줬지만 아직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많은 관계자들이 "로즈의 몸 상태는 최상"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슈셉스키 감독 역시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나보다. 슈셉스키는 "오늘 상태를 물었더니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며 "로즈는 연습 도중 모든 것을 다 했다. 마치 '나 이제 진짜 괜찮으니까 그만 좀 물어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로즈를 위해서라도 벤치에서 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로즈는 아직 관리가 필요하다. 예전처럼 뛰어다니다가는 언제 부상이 재발할지 모른다. 실제로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평가전에서 "통증을 느꼈다"는 이유로 결장하기도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로즈는 예전과 같이 방방 뛰어다녔다. 그러나 이래서는 위험해 보인다. 무릎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플레이스타일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조금 더 안정적으로 뛸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벤치에서 출전하는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리해서 많이 뛰기보다는 적절히 출장시간을 관리 받으면서 컨디션을 점검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시카고 불스로 돌아가 예전의 기량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인연이라고 하죠~ ♬
슈셉스키와 어빙의 커넥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듀크대에서의 인연이 있다. 고교시절 전미 최고의 유망주였던 어빙은 듀크대로 진학했다. 슈셉스키 감독은 어빙을 중심으로 전술을 짰다. 어빙은 평균 17.4점, 3.4리바운드, 4.3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53.2%, 3점슛 46.2%, 자유투 90.1%, 1.5스틸을 기록하며 대학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어빙은 고작 11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정규리그 9경기, 토너먼트 2경기가 전부였다. 하지만 잠재력은 충분했다. 어빙은 2011 NBA 드래프트에 참가, 전체 1순위로 클리블랜드에 지명되며 슈셉스키 감독의 품을 떠났다.
그런 그들이 다시 뭉쳤다. 슈셉스키로서는 옛 제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어빙과 함께 못다이룬 토너먼트 우승의 한을 풀기에 이번 월드컵은 더 없이 좋은 기회다.
기록 비교
마지막으로 어빙, 로즈, 커리가 이번 평가전에서 올린 기록을 첨부한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평균 19.0분을 소화했다. 누가 선발 포인트가드로 적합한가?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카이리 어빙
3경기 19.0분, 9.7점, 2.7리바운드, 5.0어시스트, FG 64.7%, 3점슛 75.0%(3/4), 자유투 80.0%
데릭 로즈
2경기 19.0분, 6.5점, 3.0리바운드, 3.0어시스트, FG 50.0%, 3점슛 33.3%(1/3), 자유투 66.6%
스테픈 커리
3경기 19.0분, 12.3점, 1.7리바운드, 2.7어시스트, FG 59.1%, 3점슛 58.3%(7/12), 자유투 1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