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비시즌 훈련 체험을 거쳐 선수들과의 3X3까지 그동안 WKBL 5개 구단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해 보았다. 이제 남은 구단은 단 하나. 부천 KEB하나은행이었다.

기획 회의를 하던 도중 3X3이 아닌 5X5 얘기가 나왔다. 사실 5X5를 진행하기에는 현실상 어려움이 많다. 사람을 모으기도 어렵거니와 시즌 중반이기에 구단에 협조를 구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하지만 회사에는 포기를 모르는 불도저 같은 남자가 있다. 본지 편집장이다. 직접 뛰지 않기에 그랬을까. 5X5 기획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결국 구단의 허락을 받았고, 본격적인 5X5 대결 준비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5X5도 체험에 앞서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예기치 않았던 또 다른 부상

체험을 앞두고 다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첫 훈련 체험이었던 지난 삼성생명 편에서 STC에 가는 도중 허벅지에 쥐가 난 이후로 ‘훈련 체험’을 앞두고는 항상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물론 하나은행과의 일전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체험을 앞두고 설 연휴를 맞이해 컨디션 조절을 하러 고향 집에 내려갔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으며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물론 장을 보거나 명절 음식을 만드는 등 다양한 업무(?)를 했지만, 명절 증후군은 없었다. 즐겁고 편안한 마음속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가 있었다. 어머니가 집에 있는 동전을 입금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비닐봉지 3개가 필요할 만큼 많은 양이었다. 구석에 있는 동전 봉투를 들고 거실로 걸어갔다. 바로 그 순간 “악!”소리와 함께 발바닥에 큰 통증이 왔다. 아직 낫지 않은 ‘족저근막염’의 통증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통스러웠다.

시선이 자연스레 아래로 향했다. 방바닥과 발바닥에는 붉은색 자국이 있었다. 유리 조각을 맨발로 밟은 것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유리 조각. 심지어 고향 집에서 밟았다! 급하게 소독을 했고,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변에서는 이번에도(?) 핀잔을 줬다. 특히 체험을 앞두고 청주체육관에서 만난 김은혜 해설위원은 “또 핑계를 대느냐”고 나무랐다. 사람이 다쳤다는데 핑계라니....

선수단을 구성하라! 원칙은 갈락티코!

이번 체험을 앞두고는 선수단 손실(?)도 있었다. 지난 우리은행과의 3X3 대결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유리 기자가 이번 하나은행과의 5X5 경기 체험에 함께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나 여행 등 개인적인 일정이 아니었다. 나라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입대였다.

이 기자는 현재 숙명여대에서 ROTC 과정을 밟고 있다. 아쉽게도 겨울 기초 군사 훈련 일정과 겹쳐 이번 체험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 기자의 입대 역시 체험 일부분이었던 듯하다. 에이스가 군 복무를 하러 팀을 떠날 때 사령탑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승현을 상무로 보냈던 오리온 추일승 감독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원. 에이스까지 자리를 비웠다.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우리의 원래 인원은 4명. 하지만 에이스의 입대로 남은 사람은 3명이 됐다. 결국 우리는 다시 영입리스트를 작성해야만 했다. 비밀 병기였던 김기웅 아나운서를 영입할 때보다 더욱 신중하게 작업했다. 현역 선수들과의 5X5였기에 더욱 신경을 썼다.

가장 먼저 레이더에 포착된 인물은 김기웅 아나운서와 절친한 사이인 강성철 아나운서였다. 그동안 여자농구 중계를 담당해 온 그는 다년간의 중계 경험으로 선수들의 장단점을 이미 파악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체대 출신이기에 운동과 친숙해 팀 전력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물론 영입이 쉽지는 않았다. 일정이 문제였다. 야구 전지훈련 취재로 인해 미국 출장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는 도착과 동시에 시차 적응도 미뤄두고 한걸음에 달려와 주었다. 

하지만 선수도, 전력도 여전히 부족했다. 팀 전력을 한 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고 싶었다. 방법은 단 하나. 유명한 은퇴 선수들을 섭외하는 것이었다. 성사면 된다면, 팀의 가치를 올리기에도 충분했다. 마치 농구판 FM(풋볼 매니저) 게임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선 그동안 <루키 더 바스켓>과 인연을 맺었던 은퇴선수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팔은 역시 안으로 굽는다. 가장 먼저 영입 리스트 1번에 오른 사람은 본지 칼럼니스트이자 KBSN 스포츠 여자농구 해설을 담당하는 김은혜 위원이었다. 그가 영입리스트 1번이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그가 평소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해설위원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선수단의 전술과 선수 개개인의 특성 등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그가 ‘미녀 슈터’ 혹은 ‘농구하는 이효리’로 이름을 날릴 정도로 현역 시절 정확한 슛을 자랑했다는 점이었다. 주득점원인 이유리 기자의 공백을 채우고도 충분히 남을만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또 다른 빅 네임을 영입해 팀을 단숨에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다. 우리를 상대하는 하나은행에도 무언가 자극이 필요했다. 

영입 레이더에 포착된 인물은 바로 박정은 WKBL 경기운영부장이었다. 한국 여자농구 레전드이며 전설의 슈터로 꼽히는 그다. 이름 석 자만으로 후배들을 주눅 들게 할 수 있는 사람. 실력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인물이다. 또한 올 시즌 경기운영부장으로 WKBL 경기 대부분을 현장에서 관람했다. 다행히 박 부장 역시 ‘여자농구를 알린다’는 취지에 흔쾌히 동의하며 농구화를 신었다. 

또한 <루키 더 바스켓>에 있는 동료 기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하나은행 선수단에 맞설 수 있는 스쿼드 구성이 완료됐다. 마치 ‘갈락티코’ 정책을 내세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고민이 있었다. 팀에 센터가 없었다. 김은혜 해설위원과 박정은 부장의 현역 시절 포지션이 모두 슈터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우리 팀에서 키가 가장 큰 장신자들이었다. 고민이 거듭됐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지방에 계신 어머니가 일침을 날리셨다. 

“야! 네가 어디서 그런 대단한 분들하고 함께 농구를 해보겠니? 이상한 고민 따위 집어치우고, 민폐가 되지 않도록 네가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 댕겨라!!”

“속공 참여도가 좋았다”에 관한 진실 고백

약속 당일이 다가왔다. 경기 시작 시간보다 미리 도착해 몸을 풀었다. 전날 외박을 받았던 선수들도 숙소로 돌아와 우리와의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하나은행 선수들은 실제 경기를 소화하듯 스트레칭 이후 트레이너와 함께 워밍업을 했다.

반면 우리는 달랐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몸을 풀었다. 사실 레전드 두 분이 앞장서 워밍업을 지도해주길 바랐지만, 차마 그 부분까지 부탁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문득 ‘이것도 체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기웅 아나운서와 함께 하나은행 선수단과 함께 몸을 풀었다. 그러나 저질 체력은 이번에도 오래가지 못했다. 사이드 스텝 훈련을 하는 도중 배터리가 방전됐다. “이것 가지고 벌써 숨을 헐떡거리느냐?”는 하나은행 선수단의 핀잔을 들었다. 심지어 한 선수는 “태백에 다시 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선수님(?)이나 다시 태백에 가세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숨을 헐떡거리느라 보디랭귀지 이외에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공포의 몸풀기 체험을 마치고,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됐다. 사실 경기 내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선발 출장한 뒤 얼마 가지 않아 헐떡거렸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경기를 마친 뒤 한참 뒤에야 박정은 부장이 “속공 참여가 좋았다”고 칭찬했지만, 사실 백코트를 하지 못해 서성였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선수들이 경기 도중 억울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이날 경기 심판은 고참급 선수들이 담당했다. 고아라와 강이슬이 직접 휘슬을 불었다. 양 팀 선수들은 심판을 본 이들과 경기 전 악수하며 여느 때처럼 “공정한 판정을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이 부분 역시 체험이 됐다. 경기를 보면, 간혹 선수들이 심판 판정으로 인해 억울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파울을 당했는데도 불지 않거나 반대로 정상적인 플레이임에도 파울이나 바이얼레이션 선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하게 파울을 당했는데도 불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박찬양과의 거친 몸싸움 도중 명치를 맞았다. 그가 미안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고아라 주심은 해당 장면을 정상적인 몸싸움으로 판단했다. 오히려 플라핑 경고를 받을 뻔했다. 

반대로 몸이 닿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의 슈팅 파울이 인정 돼 자유투를 얻은 경우도 있었다. 박정은 부장이 레이업을 하는 도중 점프 이후 넘어진 일이 있었다. 수비자 중 아무도 닿지 않았다. 하지만 슛 동작 파울로 인정 돼 자유투를 얻었다. 하나은행 선수들이 억울하다며 항의했지만, 강이슬 부심은 냉정하게 파울로 선언했다. 박 부장은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또한 경기 막판에는 골밑에서 속임 동작을 위해 점프를 하지 않았음에도 심판의 바이얼레이션 지적으로 공격권을 넘겨줘야 했다. 경기 막판 승패를 좌우(?)한 치명적인 오심이었다. 

이날 두 심판의 판정 덕분에 선수들이 왜 판정 때문에 억울해하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해당 장면이 실점과 연결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맞은 것도 억울한데 파울도 아니네’라는 생각과 함께 울컥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 도중 이날 주·부심에게 이런 소감을 건넸다. 그러자 고아라는 “우리가 왜 장면마다 판정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했다니 다행”이라며 다시 휘슬을 들고 반대쪽 코트로 총총총 넘어갔다. 

5X5에서 확인한 부정방지 교육의 효과

사실 이날 경기 중에는 기자들끼리 자존심이 달린 내기도 있었다. 이동환 기자, 유희정 기자와 함께 3명 중 가장 적은 득점을 올린 사람이 다음 태백 전지훈련에 가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단 2점을 기록한 내가 다시 영광의 주인공에 당첨됐다. 다시 지옥 같은 태백에 가야 한다.

사실 경기 도중 장유영에게 한 골만 넣을 수 있게 비켜달라고 했다. 그러나 장유영은 이 제안을 간단히 무시했다. 김지영과 박찬양에게도 똑같이 빌었지만, 돌아온 것은 거친 몸싸움이었다. 말 그대로 ‘핵무시’ 당했다. 

생각해보니 WKBL 선수들은 매 시즌 ‘부정방지교육’을 듣는다. 도박이나 승부 조작 등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결국 WKBL 부정방지 교육의 효과를 몸소 느끼게 된 셈이었다.  

이날 경기 결과는 80-85. 루키 더 바스켓의 아쉬운(?) 패배였다. 선수단과의 마지막 하이파이브와 악수를 끝으로 WKBL 6개 구단 체험이 종료됐다. 그런데 얼마나 힘들고, 정신이 없었는지 신지현과는 인사를 두 번이나 했다. 물론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그가 왜 인사를 두 번이나 했냐고 웃으면서 물어봤을 때 그 사실을 겨우 알아차렸다. 어쨌든 5X5는 3X3보다 힘들다!

유희정 기자는 “웃으면서 시작했다. 첫 골 넣었을 때 박정은 부장님이 웃으면서 하이파이브를 해주셨다. 아직도 그 순간이 설렌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전지훈련 취재 이후 곧장 경기장으로 달려와 준 강성철 아나운서는 “KEB하나은행 선수들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다. 미국 출장을 갔었는데, 이날 경기의 설렘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잤다. 프로선수들과의 경기는 잊을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날 경기를 함께 뛰어준 선수들과 우리 팀의 두 레전드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훈련하는지, 또 얼마나 잘 뛰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온몸에 근육통이 왔다. 일주일째 걷는데 지장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 경기는 또 언제 할 수 있을지 지금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웅 아나운서는 “하나은행 선수들의 스피드와 에너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이 얼마나 경기에 집중했는지는 김두나랑의 긴장된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 OK저축은행처럼 웃음기를 뺀 농구를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가 하나둘 경기장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조성남 단장이 등장하자 선수들의 승부욕이 뭔가 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또한 “국가대표 출신 김은혜 해설위원과 체대 출신 강성철 아나운서의 특유의 승부욕이 경기를 진지하게 만들었다”며 아쉬움을 표시한 뒤 “5X5는 확실히 체력이 없으면 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화려한 페이크도 체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후 “하나은행 선수들이 우리들에 대한 존중을 해줘서 즐거운 경기를 했다. 나도 2쿼터에 들어가 뭔가 선수들을 웃게 만드는 플레이와 제스처를 했다. 다행히 선수들의 반응이 괜찮았다”며 웃었다. 

5X5라는 무모한 시도였지만, 진지한 모습으로 성심성의껏 도와준 하나은행 농구단과 선수단에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또한 이번 5X5 체험을 적극적으로 도와준 KBSN 스포츠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을 함께 전한다. 물론 흔쾌히 체험을 도와준 박정은, 김은혜 두 레전드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로써 WKBL 6개 구단과 함께 한 훈련 체험 혹은 경기 체험이 모두 끝났다. 그러나 체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앞으로도 농구계의 다양한 체험 거리를 찾아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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