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염용근 기자 = 워싱턴 위저즈의 올스타 포인트가드이자 NBA 2014 올스타전 덩크슛 콘테스트 ‘덩크왕’으로 유명한 존 월의 전격 한국 방문이 실현되었다.
월은 28일(목), 아디다스 코리아가 주최하는 ‘존 월 코리어 투어’ 일정에 따라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입국 후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 방문, 손대범&조현일 기자-신아영 SBS-ESPN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네이버 파울아웃 공개 방송, 팬 사인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 소화할 예정이다.
NBA 슈퍼스타의 한국 방문은 작년의 드와이트 하워드(휴스턴 로케츠) 이후 처음. 그만큼 국내 농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촉망받는 신인 시절을 거쳐 리그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로 성장한 존 월의 커리어를 살펴보자.
NBA 2010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우선 당시 드래프트 분위기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드래프트에서 그렉 오든이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의 1순위 지명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데릭 로즈(시카고 불스), 2009년 블레이크 그리핀(LA 클리퍼스) 등 이론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1순위 지명자들이 순차적으로 배출되던 시기였다.
특히 월은 2년 전 1순위 지명자였던 로즈에 비해 더욱 기대가 컸던 초특급 유망주. 로즈가 2008-09시즌 신인왕을 시작으로 데뷔 2년차에 평균 20득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정상급 포인트가드로 성장한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월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났다. 193cm 88kg의 당당한 신체 조건에 탁월한 운동능력과 스피드, 켄터키 대학 소속 시절 선보였던 돋보이는 활약 등은 리그 관계자들과 미디어, 팬들을 흥분시켰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주요 지명자들
1순위 ? 존 월(워싱턴 위저즈)
2순위 ? 에반 터너(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3순위 ? 데릭 페이버스(뉴저지 네츠)
5순위 ? 드마커스 커즌스(새크라멘토 킹스)
7순위 ? 그렉 먼로(디트로이트 피스톤스)
9순위 ? 고든 헤이워드(유타 재즈)
10순위 ? 폴 조지(인디애나 페이서스)
15순위 ? 래리 샌더스(밀워키 벅스)
쉽게 말하면 ‘존 월’ 드래프트였던 셈. 2009-10시즌 부진으로 인해 드래프트 로터리 지명권을 보유한 팀들은 당연히 월의 1순위 지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직전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새크라멘토(25승 57패), 미네소타 팀버울브스(15승 67패),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25승 57패), 뉴저지(12승 70패), 워싱턴(26승 56패), 필라델피아(27승 55패), 디트로이트(27승 55패) 등이 주요 후보군. 특히 차세대 포인트가드가 필요했던 골든스테이트, 뉴저지, 디트로이트 등의 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반면 워싱턴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꽤 흥미롭다. 00년대 중반 길버트 아레나스-안트완 제이미슨-래리 휴즈(캐론 버틀러) 삼각편대의 활약을 앞세워 동부 컨퍼런스를 주름잡았지만 2008~10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몰락, 리그 최약체 중 하나로 전락한 시점이었다. 또한 저조한 성적에도 불구, 간판스타였던 아레나스와 2008년 여름에 맺었던 6년 1억 1,100만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계약이 남아있었다.(나름 구단을 위해 디스카운트 해준 규모의 계약)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연봉 2,000만 달러 이상을 수령하는 올스타 포인트가드를 보유한 팀이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같은 포지션 선수를 지명할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로터리픽 추첨에서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후 별다른 고민 없이 월을 선택했다. 그만큼 월에 대한 평가가 뛰어났음을 의미한다. 아레나스가 2007년 치명적인 무릎 내측 측부 인대 손상(Medial Collateral Ligament)을 당한 후 고전하고 있었던 부문도 반영된 결과었다.(워싱턴은 아레나스가 해당 부위 부상으로 인해 직전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 결장했음에 불구, 거대 계약을 체결해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우해줬다)
당시 워싱턴이 월을 지명한 것을 두고 별다른 말은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는 압도적인 1순위 지명 후보자였으며 워싱턴 프런트도 아레나스와 월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인터뷰 인심이 후하기로 유명한 아레나스 역시 월과의 플레이가 기대된다면서 환영 의사를 밝혔다.
악몽 같았던 1~2년차 시즌
워싱턴 팬들은 아레나스가 2004-05시즌에 합류한 후 팀을 8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던 것처럼 월에게도 데뷔 시즌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원했다. 마침 아레나스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것도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존 월 입단 후 워싱턴 성적 변화
2009-10시즌(입단 전) - 26승 56패
2010-11시즌(신인 시즌) - 23승 59패
2011-12시즌(2년차 시즌) - 20승 46패
그러나 현실은 속된 표현으로 시궁창. 성적이 더욱 떨어졌다. 2010-11시즌 23승 59패 승률 28.0%는 미네소타(20.7%), 클리블랜드(23.2%), 토론토(26.8%)에 이어 리그 전체에서 네 번째로 형편없는 성적이었다.
월의 데뷔 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69경기 평균 16.4득점 4.6리바운드 8.3어시스트 1.8스틸 3.8실책
FG 40.9% 3P 29.6% FT 76.6% TS 49.4% eFG 42.7% OWS 0.3 WS 2.2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드래프트 후 참가한 라스베거스 서머 리그에서 평균 23.5득점 4.0리바운드 7.8어시스트 2.5스틸을 기록, MOP(Most Outstanding Player)에 선정되었으며 운동능력 하나만으로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을 압도했다.
정규리그 데뷔전이었던 올랜도전에서 14득점 9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으며 3일 후 홈 데뷔전에서는 프랜차이즈 신기록과 동률인 9개의 스틸을 만들어냈다. 특히 데뷔 후 3경기 연속 9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는 NBA 역사상 그가 두 번째였다.(데이몬 스타더마이어 1995-96시즌) 또한 데뷔 후 6번째 경기였던 휴스턴 로케츠전에서는 19득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 생애 최초 트리플 더블 대기록을 작성한다. 이는 리그 역사상 세 번째로 어린 선수가 기록한 것이었다.
NBA 최연속 트리플더블 기록 *해당 시점 기준
1위 르브론 제임스(20세, 20일/2004-05시즌)
2위 르브론 제임스(20세, 23일/2004-05시즌)
3위 라마 오덤(20세, 54일/1999-00시즌)
4위 존 월(20세, 65일/2010-11시즌)
매직 존슨(20세, 75일/1979-90시즌)
NBA 데뷔 후 최소 경기 트리플더블 기록 *해당 시점 기준
1위 오스카 로버트슨(1경기, 3경기, 4경기/1960-61시즌)
2위 아트 윌리엄스(4경기/1967-68시즌)
3위 매직 존슨(5경기/1979-80시즌)
3위 코니 호킨스(5경기/1969-70시즌)
5위 존 월(6경기/2010-11시즌)
문제는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제외하면 플레이 내용은 엉망이었다. 성급한 패스로 인한 많은 실책, 정교하지 못한 드리블과 돌파에 따른 실책 등 미숙한 플레이가 너무 자주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슈팅 메커니즘 자체가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와 어울리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그가 점프슛을 시도할 경우 리바운드 할 기회라도 발생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정도.(그만큼 림에도 닿지 못하는 에어 볼이 많았다)
데뷔 시즌 슈팅과 관련한 항목들을 살펴보면 참혹하다.
2010-11시즌 가드 포지션 슈팅 관련 순위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 기준
야투 성공률 *성적 역순으로 분류
제이슨 키드 ? 36.1%
브랜든 제닝스 ? 39.0%
모 윌리엄스 ? 39.9%
타이릭 에반스, 존 월 ? 40.9%
3점슛 성공률 *경기당 1개 이상 시도 선수 기준
로드니 스터키 ? 28.9%
타이릭 에반스 ? 29.1%
존 월 ? 29.6%
해당 시즌 TS%&eFG% 최저점을 찍은 3인방
존 월 ? TS 49.4% eFG 42.7% USG 23.8%
타이릭 에반스 ? TS 48.2% eFG 43.2% USG 25.3%
브랜든 제닝스 ? TS 49.3% eFG 44.3% USG 25.5%
*TS%&eFG%는 각각 자유투와 3점슛에 보정을 가한 개별 선수 슈팅 효율성
*USG%는 개별 선수의 볼 소유 점유율
위의 정리를 보면 알 수 있듯 데뷔 시즌 월은 슛을 시도하면 팀에 손해를 끼치는 선수였다. 특히 슈팅 효율성 측면에서 에반스, 제닝스와 더불어 삼대장을 형성했다.(에반스의 몰락이 더욱 미스테리이긴 했다) 특히 볼 점유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하는 포인트가드의 슈팅 효율성이 형편없는 것은 그만큼 팀에 큰 해악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현 시점에서도 가끔 그런 모습이 보이지만 당시 월은 거듭되는 슈팅 실패로 인해 자신감을 잃은 결과, 하프코트를 넘어와 동료에게 패스를 전달한 후 코트 구석에 가서 웅크리는 경우가 많았다. 5명이 수비하는 상대 팀에 맞서 4명만으로 공격하는 사태가 종종 벌어진 셈. 다행히 제닝스처럼 슛이 들어갈 때까지 오기로 시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월의 슈팅 능력 발전은 2부에서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자)
당연히 신인왕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리핀에게 돌아갔다. 월 입장에서는 부상으로 인해 한 시즌 늦게 데뷔한 그리핀이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단, 당시 팀 상황을 살펴보면 월에게 어느 정도 면죄부가 주어진다. 구단 프런트는 시즌 중반, 월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리더 아레나스를 올랜도로 트레이드시킨다. 반대급부로 합류한 라샤드 루이스는 리더 타입과 거리가 먼 선수. 시즌 중반부 이후 워싱턴은 베테랑 선수들(심지어 코칭 스태프까지)의 통제력을 상실한 고삐 풀린 망아지와도 같은 팀이었다.
해당 시즌 월과 함께 전설적인 주력 라인업을 형성했던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자바일 맥기(센터)
안드레이 블라체(포워드)
조단 크로포드(식스맨)
닉 영(슈팅가드/스몰포워드)
라샤드 루이스(포워드)
이 지엔리엔(포워드)
눈 씻고 찾아봐도 팀 친화적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당시 맥기는 코트에 나서면 뭔가 보여주기 위해 코미디를 연출하던 시절. 크로포드와 영은 일단 공을 잡으면 무조건 슛을 쏴야 했다. 의욕을 상실했던 루이스, 이 지엔리엔은 딱히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 사실 이런 상황에 편승해 월이 슛을 실패하더라도 딱히 티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선(先) 패스 마인드를 보유한 월이라도 패스를 공급해줬기 때문에 공격이 돌아갔을 뿐 만약 해당 시즌의 제닝스 또는 에반스가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다면 리그 역대 최저 승률을 갱신했을지도 모른다.(워싱턴은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6승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2년차 시즌에도 상황은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팀은 직전 시즌 대비 ?3승을 기록했으며 월 역시 성적이 더욱 후퇴했다. 비록 모든 경기에 출전하는 등 내구력을 과시했지만 외곽슛 능력이 없는 포인트가드를 후하게 평가하는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아울러 월 대신 러셀 웨스트브룩, 카일 라우리, 마이클 콘리, 카이리 어빙 등이 차세대 포인트가드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심지어 슈팅 능력이 부족한 리키 루비오보다 평가가 떨어졌을 정도.(루비오는 패스와 3점슛 부문에서 월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월의 1~2년차 시즌 비교
1년차 ? 평균 16.4득점 8.3어시스트 3.8실책 FG 40.9% 3P 29.6% TS 49.4%
2년차 ? 평균 16.3득점 8.0어시스트 3.9실책 FG 42.3% 3P 0.7% TS 50.2%
반면 워싱턴은 우울한 성적에도 불구, 차근차근 미래를 대비했다. 높은 드래프트 순위를 바탕으로 얀 베슬리, 크리스 싱글턴, 브래들리 빌 등을 차례로 지명한 것. 특히 빌의 지명을 통해 월과 함께하는 차세대 백코트 라인을 완성시켰다.
또한 월이 주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맥기, 크로포드, 영, 블라체 등을 차례로 정리했다. 해당 포지션은 빌을 비롯한 마텔 웹스터, 트레버 아리자, 트레버 부커, 네네, 마신 고탓 등 팀 친화적인 선수들이 차지하게 된다. 차근차근 2013-14시즌 대반격을 위한 준비를 했던 셈이다.
②부에서는 2013-14시즌 워싱턴의 성공, 월의 개인 기량 발전, 미래 전망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루키] = 염용근 기자(shemagic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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