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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석연의 더 멘트] 수프가 필요했던 케빈 듀란트

[루키=원석연 기자] “사람들은 네가 아플 때 수프를 챙겨주지 않는다. 그러나 네가 죽어 장례식을 치르면, 그들은 꽃을 들고 찾아온다.”

2013년 4월, 평범한 개인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코비 브라이언트의 어떤 경기 활약상. 코비는 이날 경기 34점을 올리며 LA 레이커스의 118-116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영상이 게시된 지 2,000일이 훌쩍 지난 2019년 5월의 어느 날. 찾는 이 없던 낡은 게시물에 새 댓글이 달렸다. 

“너도 케빈 듀란트 때문에 왔니? 얄궂기도 하지, 이날 코비의 상대는 워리어스였어(Whose here after KD??? Ironically he's facing the warriors).” 

이 경기는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코비가 자유투 2구를 모두 성공한 뒤 다리를 절뚝거리며 퇴장하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코비의 ‘아킬레스 게임’이었다. 

 

다시 시계를 돌려 2019년 6월. 골든스테이트가 4차전에서 패하며 1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리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4차전 패배 후 골든스테이트 선수단이 라커룸에서 듀란트의 결장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는 것. ‘디 애슬레틱’은 “복수의 골든스테이트 선수가 패배 후 ‘드마커스 커즌스와 케본 루니, 안드레 이궈달라도 부상을 안고 뛰고 있는데 왜 듀란트만 뛰지 않느냐’며 짜증을 부렸다”고 전했다. 아쉽게도(?) 이를 보도한 샘 아믹 기자는 현지에서 신뢰도가 상당히 높은 기자다. 

샘 아믹 기자가 터뜨린 라커룸 불화설이 듀란트의 심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골든스테이트 선수단은 파이널에서 예상치 못한 전개에 흔들리고 있었고, 듀란트는 결국 5차전에 출전했다. 

하지만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듀란트는 복귀 12분 만에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밥 마이어스 골든스테이트 단장은 경기를 마치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듀란트의 부상을 발표했다. 

“그가 오늘 입은 부상은 아킬레스건 부위로, 내일 MRI를 찍을 예정입니다.” 마이어스 단장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한편, 이날 경기서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한 스테픈 커리는 기자회견실로부터 몇 미터 떨어져 있는 원정팀 라커룸에 앉아 있었다. 공교롭게도 커리는 6년 전 코비의 그날에도 47점을 올리며 골든스테이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다.

“끔찍한 부상입니다. 달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커리가 입을 열었다. 듀란트가 필수품이냐 사치품이냐는 해묵은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커리는 듀란트가 누구보다도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당장 이날 5차전만 해도 커리는 듀란트와 함께 보낸 12분 동안 14점 야투율 83%(5/6)을 올린 반면 듀란트가 코트를 떠나고 29분 동안 17점 야투율 29%(5/17)에 그쳤다. 백투백 파이널 MVP 케빈 듀란트, 그는 절대적인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문장은 이제 과거형이 됐다. 아킬레스건 부상은 농구 선수에게 있어서 그 어떤 부상보다도 치명적이다. 지난해 아킬레스건을 다쳤던 팀 동료 커즌스는 27살에 수술을 해서 357일 만에 코트를 밟았다. 천시 빌럽스는 27살에 다쳐 296일 만에 복귀했고, 32살에 부상을 당한 도미니크 윌킨스는 283일이 걸렸다. 34살 나이에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던 코비는 단 240일 만에 돌아오긴 했지만, 복귀 후 코비는 더 이상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아니었다. 

 

문제는 과연 듀란트의 아킬레스건 부상이 정말 ‘우연한 사고’였냐는 것이다. 13일 수술을 마친 듀란트는 “5차전 출전은 내 의지였다”고 밝혔지만, 현지에서도 이날의 비극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평가가 많다. 

먼저 경기 전날까지 듀란트가 컨택트 훈련과 5대5 훈련을 소화하지 못 했다는 점, 훈련을 마치고 듀란트가 원래 부상 부위였던 종아리뿐만 아니라 아킬레스건 부위에도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경기 당일에도 수비 코트에서 어색한 사이드스텝을 밟고 있었다는 점 등 여러 복선이 있었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는 이러한 플래그들을 모두 무시했다. 의료진은 컨택트 훈련을 거치지 않은 그의 몸에 ‘이상 없음’ 진단을 내렸고, 선수단은 라커룸에서 듀란트를 압박했다. 스티브 커 감독은 한 달 가까이 쉬고 온 선수를 복귀전에서 경기 시간 14분 중 12분 동안 기용했다. 

과연 듀란트가 올 시즌 FA가 되지 않고 계약 기간이 3~4년 정도 남았더라도 골든스테이트는 그의 출전을 강행했을까?

물론 골든스테이트 역시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만약 듀란트가 올여름 플레이어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옵트 인(듀란트는 지난 시즌 1+1 계약을 체결했다)을 택한다면, 다음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3,100만 달러짜리 재활 선수를 떠안게 된다. 그러나 이 대가를 가혹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만약 토론토가 남은 경기에서 1승을 추가해 우승을 차지할 경우 파이널 MVP가 가장 유력한 선수는 다름 아닌 카와이 레너드다. 

지난 시즌 이 맘 때쯤, 레너드는 듀란트와 비슷한 처지에 있었다. 구단과 선수단은 부상 중인 그를 압박했고, 미디어 역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며 레너드를 흔들었다. 그러나 레너드는 듀란트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는 구단이 아닌 자신의 ‘그룹’을 믿었고, 결국 팀과 결별을 택했다. 그리고 1년 뒤, 보라. 그는 부와 명예를 모두 얻었다. 

듀란트의 비극은 리그에 경종을 울렸다. ESPN의 제일런 로즈는 자사 방송 ‘퍼스트 테이크’에서 한마디 멘트로 이번 사태를 정리했다.

“사람들은 네가 아플 때 수프를 챙겨주지 않는다. 그러나 네가 죽어 장례식을 치르면, 그들은 꽃을 들고 찾아온다.”

사진 = 로이터/뉴스1, 권경율 통신원 제공

원석연 기자  hiro393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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