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뜻밖의 결과였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는 우리 시간으로 10일, 올 시즌 4연패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뉴욕 리버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78:88로 패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우승후보라는 수식어가 부끄러울 만큼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빌 레임비어(Bill Laimbeer) 감독은 리즈 캠베이지(Liz Cambage), 아이자 윌슨(A'ja Wilson), 켈시 플럼(Kelsey Plum), 카일라 맥브라이드(Kayla McBride), 재키 영(Jackie Young)으로 선발 라인업을 확정 짓고, 1쿼터 기선제압에는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2쿼터부터는 턴오버가 많아지고, 이와 함께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며 상대에게 맥을 못 추는 모습도 보인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가드 라인이다. 

켈시 플럼과 재키 영은 물론, 원래 포지션은 포워드이지만 종종 백업 역할을 하는 타메라 영(Tamera Young)도 다른 팀 가드들에 비해 이른 바, 상대를 가지고 노는(혹은 속이는) 기술이 부족해 수비를 흔들어 주지 못한다. 

자기 앞의 한 명을 제치지 못하면, 뒷선 수비수들이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쉬운 찬스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WNBA처럼 높은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리그에서는 비슷한 사이즈의 선수들이 만났을 때, 상대보다 스피드나 힘이 월등하거나, 타이밍을 이용할 줄 아는, 즉 탁월한 농구 센스에 의한 부분처럼, 한 가지라도 확실히 앞서는 부분이 있어야 승산이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주득점원인 윌슨은 뛰어난 운동 능력으로 농구를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피닉스의 드와나 바너(DeWanna Bonner)처럼 센스 있게 하는 스타일이나, 뉴욕의 티나 찰스(Tina Charles)처럼 본인보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만나면 기를 펴지 못한다. 

오늘 경기에서 윌슨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데뷔 후 전 경기 두 자리 수 득점에 실패했고, 리바운드도 한 자리 수에 머물렀다.(5점 6리바운드)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갖췄지만 센스 있는 플레이나 농구 지능 자체는 크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윌슨이 어떤 턴오버를 범하는 지를 보면 유추가 가능하다. 수비의 상태를 전혀 읽지 못하고, ‘줘야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패스를 해버린다. 이런 윌슨의 턴오버는 상대의 원맨 속공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캠베이지가 볼을 잡으면 기본 2점이 올라간다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역시 수비가 몰려들면 턴오버나 슛 미스 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맥브라이드가 리드해 주고 있지만, 그가 슈터임을 감안하면 체력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보완점을 만들지 못하면 앞으로의 경기는 더 힘들어 질 수 있다. 

소위 ‘타짜’들이 없다는 것은 물론 수비에서도 많은 문제를 보인다. 오늘 경기를 돌아보자. 

티나 찰스에게 어쩔 수 없이 더블팀을 들어가야 하는데, 주로 1번 수비수가 들어갔고, 1번이 원 카운트 쪽에 있을 때는 X2, 즉 투 카운트 쪽 가드가 트랩을 들어갔다. 

이 경우 뒷선 수비수들의 로테이션은 정말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 로테이션 수비는 아주 완벽하게 연습이 되어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던가, 아니면 선수들이 갖고 있는 센스 혹은 눈치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트랩 디펜스는 공격적으로 하는 수비를 펼쳐, 수비가 원하는 대로 공격자들을 가두고 그로 인한 턴오버를 유발 시키는 것이 목적인데, 오늘 라스베이거스의 수비는 공격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거나, 오히려 상대에게 속아서 쉬운 찬스를 많이 만들어 주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수비 문제는 캠베이지가 전력에 가세한 시즌 두 번 째 경기부터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라스베이거스의 선수 특성을 보면 연습이 더 충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박지수는 오늘 4분 39초를 출장 했다. 출장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팀이 지난 애틀랜타와의 경기처럼 큰 점수 차로 이기는 상황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지난 시즌 WKBL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만큼, WNBA 두 번째 시즌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박지수의 현재 기록과 출전 시간은 분명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박지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이런 출전 시간으로는 본인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2분에서 3분 정도를 짧게 뛰다가 들어가는 것은 코트에서 몸이 풀릴 만하면 다시 나오게 된다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뛰는 타이밍이 쿼터 후반인 경우, 또 1쿼터부터 3쿼터까지 한참 벤치에 앉아 있다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코트 감각을 빠르게 찾기도 힘들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들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은 분명히 아니다.

그래도 수비나 리바운드 부분에서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공격에서는 종종 오픈 찬스가 나기도 하는데, 국내와 다르게 오픈이 되었을 때도 빠르고 강한 제 2의 수비수들이 달려와서 슛을 막아버린다. 스위치가 되어도 피지컬이나 운동능력에서 떨어지는 상대 선수가 없다.

국내에서는 본인 수비수, 혹은 외국인 선수만 피해도 박지수를 막아 낼 적수가 없다. 하지만 WNBA 에서는 미스매치도 무의미 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오픈 상태에서 던지는 슛 타이밍도 국내보다 빨라질 수밖에 없는데, 아직은 이 밸런스를 잡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게다가 라스베이거스는 이번 시즌, 현재 경기에 나서고 있는 주력 선수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캠베이지는 개막 직전에 이적이 성사된 후, 프리 시즌 경기를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고, 켈시 플럼은 유럽에서 뛴 리그를 마치고 역시 개막 직전에 팀에 합류했다. 주전 한 자리를 꿰찬 재키 영은 올 시즌 루키다.

레임비어 감독의 실험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시즌 초반의 라스베이거스는 분명 조직력을 맞추는 과도기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지수가 있기에 라스베이거스의 경기력에 큰 관심이 가는데, 그 동안의 기복을 떠나 뉴욕과의 경기는 보는 내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경기였다.

주전들의 조직력과 팀워크가 잘 맞추는 것이 현재로서는 라스베이거스의 당면 과제다. 하지만 분명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Las Vegas Ace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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