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NBA 드래프트 1순위. 모든 아마추어 농구선수가 꿈꾸는 일일 것이다. 미디어는 주목하고 팬들은 열광한다. 거대 신발 광고 계약이 들어오고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다. 하지만 ‘1순위’라는 자리는 달콤한 만큼 위험하다. 프로에 들어온 뒤에는 누구보다 냉혹한 잣대로 평가당한다. 혹여나 적응에 실패하면 ‘역대 최악’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평생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올해는 자이언 윌리엄슨이 그 시험대에 섰다. 그를 수사하는 표현은 무려 ‘넥스트 르브론’. 전 세계 농구 팬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육중한 하이 플라이어(high flyer): 130kg 그리고 45인치

자이언 윌리엄슨의 모습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를 법 하다. 바로 ‘육중하다’는 표현이다. 윌리엄슨의 공식 신장은 6피트 7인치. 센티미터 단위로 환산하면 201cm다. 체중은 285파운드(약 130kg)이다. NBA 선수임을 감안해도 신장 대비 체중이 많다. 요즘 NBA에서, 특히 드래프트를 앞둔 NBA 유망주에게서는 흔히 보기 힘든 신체 프로필이다.

신체조건만 보면 일단 우려가 먼저 생길 수 있다. 최근의 NBA는 1990년대처럼 몸이 필요 이상으로 두꺼운(혹은 뚱뚱한) 선수가 살아남을 여지가 있는 무대가 아니다. 경기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고, 그에 따라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활동량과 민첩함이 요구되고 있다. 신장 대비 체중이 과하게 높은 선수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스위치 수비를 하러 3점슛 라인 근처로 나갔다가 가드들에게 농락당하기 일쑤다. 느린 백코트 때문에 속공 수비 시에 공략 대상이 된다. 매년 여름 NBA 빅맨들이 체중을 감량했다는 뉴스가 들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스켓볼-레퍼런스>에 따르면 2018-2019시즌 NBA 선수들의 평균 체중은 218파운드(98.8kg)였다. 불과 8년 전인 2010-2011시즌에 비해 5파운드가 줄어들었다. 윌리엄슨은 NBA 평균에 비해 체중이 30kg 이상이 더 나간다. 이런 데도 윌리엄슨이 유력한 1순위 후보로 꼽힌다고? 사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윌리엄슨에겐 차원이 다른 무기가 하나 있다. 바로 엄청난 높이의 점프다. 듀크대 입학 후 진행된 운동능력 테스트에서 윌리엄슨은 45인치(114.3cm)에 달하는 제자리점프 기록을 남겼다. NBA 드래프트 컴바인 역사상 제자리점프 최고 기록은 2013년에 D.J. 스티븐스가 기록한 46인치(117cm)이다. 즉 윌리엄슨은 NBA 역사(정확하게는 드래프트 컴바인의 역사)를 뒤져도 손에 꼽을 수준의 점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윌리엄슨은 지난 5월 16일부터 진행된 2019 드래프트 컴바인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매년 진행되는 드래프트 컴바인에 1순위 후보들은 자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참가하지 않아도 가치가 충분히 높게 형성이 돼 있을 뿐더러, 굳이 참가해 자신의 가치를 깎아먹을 변수를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윌리엄슨은 45인치에 달하는 수직 점프에 130kg의 체중을 싣는다. 림을 향해 날아오르는 윌리엄슨은 수비수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높은 점프와 육중한 체구의 조화는 강력한 덩크와 림 마무리 능력으로 이어진다. ESPN에 따르면 올 시즌 윌리엄슨이 듀크대에서 기록한 림 근처(3피트 이내) 야투 성공률은 74.0%에 달했다. 림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높이 뛰는 데다 워낙 몸이 두터워 수비수와 신체 접촉이 있어도 공중에서 균형을 잃는 법이 없다. 일단 돌파하면 어떻게든 신체 밸런스를 유지하며 슛을 마무리한다. 윌리엄슨의 올 시즌 트루 슈팅 퍼센티지(True Shooting percentage)는 70.2%였는데 이는 ESPN 대학 유망주 랭킹 전체 100위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윌리엄슨이 고등학생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도 결국은 이런 ‘하이 플라이어’와 ‘림 피니셔’의 모습을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었다. 스파르탄버그 시절부터 윌리엄슨은 강력한 덩크로 팬들 사이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듀크대 입학 당시 윌리엄슨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무려 1백만 명에 달했고(지금은 330만 명이 넘는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는 지금도 고교생 윌리엄슨의 덩크 영상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점프력이 곧 NBA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괴물 같은 점프력을 가졌어도 이를 위력적으로 활용할 만한 다른 무기가 없으면 ‘1순위’다운 활약을 NBA에서 펼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현실적이 점프력을 앞세운 강력한 덩크만으로도 윌리엄슨은 이미 스타성을 보장받았다고 볼 수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는 물론 중국 신발업체까지 윌리엄슨과 신발 광고 계약을 맺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나이키 시절 마이클 조던의 생애 첫 농구화 계약을 이끌어낸 인물이며, 스포츠 마케팅 역사의 전설로 알려진 소니 바카로는 자이언 윌리엄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이언 윌리엄슨이 전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가 될 수 있을까? 나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다. 윌리엄슨은 신발을 엄청나게 팔아재낄 것이다”

재밌는 점은 드래프트를 한 달 남겨둔 시점에도 윌리엄슨은 어떤 신발 광고 계약도 맺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유망주들이 일찌감치 신발 광고 계약을 맺고 돈 방석에 앉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많은 이들이 적어도 드래프트 당일을 전후로는 윌리엄슨이 신발 계약을 맺을 것이라 믿는 상황이다. ‘괴물 덩커’ 윌리엄슨의 발에는 과연 어떤 신발이 신겨질 것인가.

 

오픈 코트: 위대한 트랜지션 플레이어의 잠재력

논의를 이어가보자. 201cm 130kg의 윌리엄슨은 NBA의 그 어떤 유망주보다도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하이 플라이어’이다.

하지만 운동능력에는 점프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윌리엄슨의 주력과 민첩성은 과연 어떨까? 놀랍게도 윌리엄슨은 130kg의 선수라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달리고 민첩하게 방향을 전환한다. 그것도 드리블을 하면서 말이다.

육중한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주력, 민첩성, 점프력 덕분에 윌리엄슨은 NBA에서 위력적인 트랜지션 게임을 펼치는 선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듀크대 시절부터 윌리엄슨은 수비 리바운드 이후 직접 볼을 몰고 트랜지션 공격을 펼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ESPN에 따르면 윌리엄슨의 ‘트랜지션 볼 핸들러(transition ball handler)’로서의 공격 빈도는 2018-2019시즌 NCAA 디비전Ⅰ 전체를 통틀어 상위 10%에 속했다. 듀크대에서 윌리엄슨이 빅맨으로 경기에 뛰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위가 무척 높은 셈이다. 이는 NBA 진출 후에도 윌리엄슨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NBA는 경기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바스켓볼-레퍼런스>에 따르면 2018-2019시즌 NBA의 경기 페이스 수치는 정확하게 100.0으로 1988-1989시즌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경기 속도를 끌어올려 보다 효율적인 트랜지션 공격을 펼치기 위해 대부분의 팀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리바운더가 직접 볼을 몰고 하프라인을 넘어와 트랜지션 공격 전개를 이끄는 그림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골든스테이트의 드레이먼드 그린이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가장 대표적인 선수다. 빅맨 트레버 부커는 브루클린에서 잠시 트랜지션 게임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한 바 있으며 올 시즌에는 토론토의 파스칼 시아캄, 밀워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리바운드 후 빠르게 프론트코트로 넘어와 트랜지션 게임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의 벤 시몬스가 슈팅력 논란에도 여전히 가치가 높은 유망주인 이유는 그 역시 수비 리바운드 이후의 트랜지션 게임의 볼 핸들러로 매우 위력적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윌리엄슨이 그 뒤를 이을 수 있다. 201cm의 신장은 분명 NBA에서 빅맨으로 뛰기엔 작다. 하지만 스몰라인업에서는 빅맨으로 전혀 작은 신장이 아니다. 스몰라인업의 빅맨으로 뛰며 직접 수비 리바운드를 잡고 곧바로 트랜지션 공격을 전개하는 윌리엄슨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신장 대비 좋은 주력과 민첩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트랜지션 게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 수비의 공격자 파울 유도에 걸려들지 않는 영리함이 있어야 하고 코트 전체를 관망하는 시야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직접 볼을 몰고 반대편 림으로 돌진하는 과정에서 볼을 흘리거나 패스 미스를 범하는 모습이 없어야 한다. 트랜지션 상황의 실책은 곧 실점으로 연결된다. 때문에 빅맨으로서 트랜지션 게임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윌리엄슨이 이 부분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은 그가 굉장히 안정적인 볼 핸들링 기술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슨의 볼 핸들링 기술은 절대 빅맨의 수준이 아니다. 스윙맨으로 뛰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며 화려하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와 양아버지의 코칭을 받아 ‘포인트가드 수업’을 받은 덕분이다. 볼을 핸들링하면서 좌우로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이 매우 자연스럽고 웬만한 가드 이상으로 민첩하다.

 

윌리엄슨의 이 같은 장점은 트랜지션 게임이 펼쳐지는 오픈 코트(open court) 상황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코트 중앙을 가로지르며 숄더 페이크로 눈앞의 수비수를 교란하며 좌우로 드리블한다. 수비수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면 재빠르게 홉 스텝(hop step)으로 림 앞으로 뛰어들어 덩크나 레이업슛으로 공격을 마무리한다. ESPN의 유망주 전문 기자 마이크 슈미츠는 ‘윌리엄슨이 드리블 시에 순간적으로 무게 중심을 바꿔가며 수비수를 흔드는 능력은 디애런 팍스, 러셀 웨스트브룩, 켐바 워커를 생각나게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패스 능력도 주목할 만하다. <바스켓볼-레퍼런스>에 따르면 윌리엄슨의 전체 어시스트 중 30% 이상이 오픈 코트 공격에서 나왔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직접 볼을 프런트코트로 몰고 온 후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면 킥아웃 패스를 하거나 골밑에 자리 잡은 동료에게 드랍-오프 패스(drop-off pass, 아래로 가볍게 떨궈주는 패스)를 해주는 시야와 패스 감각을 갖추고 있다. 리바운드 직후의 아웃렛 패스 능력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가다.

때문에 뉴올리언스가 로터리 추첨식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거머쥔 것은 윌리엄슨에게 상당한 행운일지도 모른다. NBA.com에 따르면 올 시즌 뉴올리언스의 트랜지션 공격 빈도는 17.9%로 리그 전체 8위였다. 뉴올리언스를 이끄는 엘빈 젠트리 감독은 속공과 스페이싱을 강조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뉴올리언스는 뉴욕과 비교할 수 없는 시장 크기를 가지고 있지만, 윌리엄슨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기에는 가장 적합한 행선지일지도 모른다.

 

하프 코트: 픽앤롤 볼 핸들링 그리고 슈팅

앞서 언급한 대로 윌리엄슨은 상당히 훌륭한 볼 핸들링 기술을 갖췄다. 숄더 페이크를 써가며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 트랜지션 상황에서 좋은 패스를 건넨다는 것은 볼을 핸들링하는 상황에서 수비의 움직임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같은 윌리엄슨의 장점은 하프 코트 공격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윌리엄슨의 신장은 201cm이고 그의 윙스팬은 6피트 11.5인치(212cm)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지만 NBA에서 스몰라인업의 빅맨으로 뛰기엔 결코 작은 신장이 아니고 윙스팬도 충분히 길다. 하지만 윌리엄슨이 코트를 누비는 모든 시간 동안 빅맨으로 뛰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스몰포워드로 뛰는 시간이 존재할 것이고, 이때 윌리엄슨은 볼 핸들러의 역할을 수행해낼 잠재력이 충분하다.

듀크대 시절 윌리엄슨은 종종 볼 핸들러로서 픽앤롤 공격을 전개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번뜩이는 움직임과 감각적인 공격 전개로 수비를 무너뜨리곤 했다. 기본적으로 드리블을 하며 방향을 전환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드랍백, 헷지, 쇼 등 어떠한 픽앤롤 수비 방식을 가지고 와도 당황하지 않고 민첩하게 림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만들어낸다. 자신의 본래 마크맨과 스크리너의 수비수 사이로 순간적으로 비집고 돌파하는 ‘스플릿 더 디펜스(split the defense)’ 기술을 구사하기도 하고, 스크린이 오는 반대 방향으로 기습적으로 돌파하는 플레이를 즐기기도 한다. 픽앤롤 볼 핸들러로서 직접 돌진해 공격을 풀어갈 때도 있지만 림으로 돌진하는 스크리너 혹은 외곽에 위치한 동료들을 패스로 살려주는 시야와 여유도 있다. 윌리엄슨이 NBA에서 스몰포워드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윌리엄슨에게 있다. 바로 불안한 점프슛이다. 윌리엄슨의 대학 시절 3점슛 성공률은 33.8%로 나쁜 편은 아니었다. 고교 시절에 비해 슛 터치가 좋아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점프슛 자체를 세트 슛 자세로 던지는 데다, 릴리즈 과정에서 슈팅 핸드인 왼손에서 볼이 불안하게 빠져나가는 경우가 잦아 슈터로서의 역량은 전혀 신뢰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NBA에서 평균 이하의 점프 슈터는 결국 새깅 수비(sagging defense)의 주요 공략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하프 코트 공격에서 윌리엄슨은 불안한 슈팅 때문에 장점인 볼 핸들링과 돌파 능력까지 죽어버리는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대학 시절 윌리엄슨이 풀업 점프슛(드리블 후에 던지는 슈팅) 시도 횟수가 시즌 내내 단 12차례에 불과했고, 그 중 림을 가른 것도 단 2개뿐이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윌리엄슨은 대학에서 전체 슈팅 중 단 16.4%만을 하프 코트 공격에서 던지기도 했는데, 이 역시 그가 세트 오펜스에서 불안한 점프슛 능력 때문에 슈팅을 던질 수 있는 상황 자체가 극히 제한됐기 때문이었다. 1순위 유망주로서 NBA에서 성공 가도를 걷고 싶다면 윌리엄슨은 평균 이하의 점프슛 능력을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수비: 양날의 검을 가진 수비수

그렇다면 수비수로서 윌리엄슨의 역량은 어떨까?

최근 NBA에 입성하는 포워드 혹은 빅맨에게 필요한 것은 단신 선수를 외곽에서 틀어막는 퍼리미터 수비 능력이다. 이 점에서 윌리엄슨은 이번 드래프트의 그 어떤 선수보다도 주목할 만하다. 공격 시에 발휘되는 탁월한 민첩성과 방향 전환 능력이 수비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단신 가드의 드리블에 반응하며 따라가고, 민첩한 사이드 스텝으로 돌파 경로를 틀어막는다. 기본적인 점프력이 워낙 좋다 보니 단신 가드의 기습적인 점프슛도 안정적으로 방해해낸다.

골밑에서의 수비력은 어떨까. 앞서 언급했다시피 윌리엄슨은 130kg의 육중한 몸을 가진 선수다. 특히 상체가 무척 두껍고 근력이 좋은 편인데, 이를 활용해 상대 빅맨을 오히려 밖으로 밀어내며 포스트업 공격을 막는 능력이 탁월하다.

기본적으로 패스 길을 읽는 감각이 좋고 순간적으로 패스 길로 손을 뻗으며 치고 나가는 민첩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디나이 수비(deny defense)에 이은 가로채기에도 능하다. 또한 높은 점프를 활용해 림 근처에서 블록슛을 생산하는 능력도 좋은 편이다. 대학 시절 40분 기준 윌리엄슨의 평균 블록슛 개수는 2.4개에 달했다.

다만 윌리엄슨의 좋은 스틸 능력과 블록슛 능력은 실제 경기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윌리엄슨은 수비에 대한 기본적인 의욕 자체가 넘치는 편인데, 이로 인해 무리하게 스틸이나 블록슛을 시도하다가 상대 수비에 손쉬운 득점 기회를 주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상대의 펌프페이크에 필요 이상으로 높이 점프해 허무하게 뚫리거나 스틸을 노리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왔다가 순식간에 아웃넘버 상황을 허용하는 모습도 많았다. 샷 클락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블록이나 스틸을 노리다가 득점을 내줘버리는 장면도 있었다.

ESPN의 마이크 슈미츠는 윌리엄슨의 이 같은 윌리엄슨의 문제점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수비에 대한 코칭을 꾸준히 받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분석했다. 결국 NBA에서 윌리엄슨이 수비수로서의 잠재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스틸과 블록슛을 노리며 위험한 수비를 하는 습관을 조금씩 고쳐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농구를 대하는 태도와 정신력: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제아무리 잠재력이 높은 유망주도 농구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면 NBA에서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 NBA 팀들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워크아웃을 진행하며 선수를 직접 만나고 그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이유다.

자이언 윌리엄슨은 농구에 대한 태도가 매우 훌륭한 선수다. 윌리엄슨은 5살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으며 농구선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후에는 피나는 노력을 해왔다. 9살 때부터 어머니와 양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훈련을 했고, 이때부터 쌓아온 성실한 자기 관리와 훈련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윌리엄슨은 10살이 되기 전부터 10대 선수들과 함께 야외 농구장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기도 했는데, 이는 어머니와 양아버지가 “미스매치를 많이 경험해볼수록 더욱 터프한 플레이어가 성장할 것”이라고 조언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린이가 아닌 것처럼 플레이해야 했다. 그때 상대한 선수들은 내 슛을 반대편 코트로 쳐내버리고는 ‘여기서 뛰려면 이것보다는 더 터프해져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제는 경기 중에 몸싸움을 할 때면 그때의 경험이 나를 더 강한 선수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 시절이 나를 더 좋은 선수로 만들었다” 윌리엄슨의 회상이다.

유명세를 탄 뒤 주변의 관심에 대처하는 모습도 훌륭했다. 대학 입학 후 윌리엄슨은 시즌 중에 방송국의 어떠한 1대1 인터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듀크대가 NCAA 토너먼트 8강에서 떨어진 뒤 ESPN이 윌리엄슨에게 4강 경기의 프리게임 토크쇼에 출연할 것을 제안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윌리엄슨의 거절을 택했다.

기본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성격이라고 보면 된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굳이 심어주고 싶지 않다. 농구선수로서 가능한 한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싶다” 윌리엄슨의 말이다. 많은 어린 유망주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자제심을 잃고 종종 실언을 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윌리엄슨의 진지하고 신중한 태도는 그에게 엄격하고 진지했던 부모의 양육 방식에서 비롯됐다. 어린 시절 윌리엄슨이 농구 선수가 되겠다고 얘기했을 때도 그의 어머니와 양아버지는 좋은 말을 해주며 격려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미리 조언해줬다는 후문이다. 이는 윌리엄슨이 어머니와 양아버지 모두 농구선수 혹은 지도자의 경험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엄격한 부모의 양육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윌리엄슨은 정신적으로도 이미 성숙한 NBA 유망주로 자랐다고 볼 수 있다.

자이언 윌리엄슨은 NBA에서 어떤 선수로 자리잡을까. 과연 윌리엄슨은 '넥스트 르브론'이라는 별명에 걸맞은 대형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오는 21일에 열릴 신인 드래프트와 이후 진행될 서머리그를 통해 윌리엄슨의 커리어 스타트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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