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18경기 출전. 평균 31.2점 8.8리바운드 3.8어시스트 야투율 50.7%. 

카와이 레너드(토론토 랩터스)가 이번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치르며 낸 기록이다. 평균 득점은 이번 플레이오프에 참여한 선수들 중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케츠)에 이은 3위. 이미 탈락한 하든을 제외하면 남은 선수들 중에서는 듀란트에 이은 2위다.

그가 소속된 토론토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올랜도(4-1), 필라델피아(4-3), 밀워키(4-2)를 차례로 꺾고 창단 첫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 레너드의 활약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플레이오프의 사나이임을 또 다시 증명하며 팀을 파이널 무대까지 이끈 레너드. 그의 눈은 이제 팀의 창단 첫 우승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카와이 레너드, 동부의 왕이 되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 동부 컨퍼런스는 ‘르브론 제임스 천하’였다. 2003-04시즌 데뷔 후 클리블랜드, 마이애미를 거치며 2017-18시즌까지 동부에서만 활약한 르브론에게 대적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그 결과 르브론은 지난 시즌까지 1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및 8년 연속 파이널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르브론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레이커스와 4년 계약을 맺으며 정들었던 동부를 떠났다. 그가 떠남으로 인해 공석이 된 ‘동부의 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것은 당연지사. 

왕좌를 두고 펼쳐진 경쟁 끝 최후의 승자가 된 선수는 카와이 레너드였다. 불과 1년 전, 데뷔 때부터 몸담았던 샌안토니오와 불화를 겪으며 ‘악동’ 이미지가 덧씌워졌던 그는 새로운 팀에서 자신을 향한 비난 여론을 실력으로 완전히 잠재웠다. 정규시즌 22경기에 결장하며 철저한 관리 속에 뛴 그는 그 효과를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제대로 선보이고 있다. 

1라운드 무대에서부터 그의 특별한 활약은 펼쳐지기 시작했다. 5차전 만에 끝난 올랜도와의 시리즈 동안 그는 평균 27.8점 6.6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무려 55.6%의 야투율, 53.8%의 3점슛 성공률과 함께. 엄청난 효율을 뽐낸 레너드를 앞세운 토론토는 올랜도를 4승 1패로 가볍게 제압하고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 토론토는 필라델피아와 조우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레너드의 진가는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6차전까지 토론토는 필라델피아와 3승 3패로 팽팽히 맞섰다. 마지막 7차전의 향방에 따라 두 팀의 운명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 심지어 두 팀은 7차전 종료 직전까지 90-9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그 순간 레너드의 ‘해결사 본능’이 빛났다. 종료 4.2초를 남기고 펼쳐진 토론토의 공격. 마크 가솔의 인바운드 패스를 건네받은 레너드는 그대로 오른쪽 코너로 공을 몰고 간 후 불안정한 자세로 슛을 던졌다. 종료 버저가 울리기 직전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림을 3-4차례 맞춘 후 거짓말처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그는 NBA 역사 상 최초로 플레이오프 7차전을 버저비터로 끝낸 사나이로 이름을 올렸다. 

 

 

비단 7차전의 활약만이 빛났던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그는 평균 34.7점 9.9리바운드 야투율 53.0% 3점슛 성공률 33.3%를 기록하며 시리즈 내내 특별한 활약을 이어갔다. 7경기 중 5경기에서 30득점 이상을 해냈으며 버저비터로 승부를 끝낸 7차전에서는 41점 8리바운드의 활약을 펼쳐보였다. 

극적으로 컨퍼런스 파이널 티켓을 거머쥔 토론토의 새로운 상대는 정규시즌 NBA 30개 팀 중 유일하게 60승 이상을 따낸 밀워키였다. 2라운드 무대까지 홈 코트 어드벤티지를 가진 채 나섰던 토론토가 처음으로 ‘도전자’의 입장으로 임해야 했던 시리즈.

그러나 토론토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1차전과 2차전을 연달아 내주며 불리한 입장에 놓였던 토론토는 3차전부터 내리 4경기를 연속해서 따내며 밀워키를 침몰시켰다. 이 시리즈에서 레너드는 야투율이 44.2%로 다소 하락했지만 평균 29.8점 9.5리바운드 4.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여전히 특출한 활약을 선보였다. 

 

 

플레이오프의 사나이
1995년 창단한 토론토는 24년의 역사 동안 이번 시즌을 포함해 총 11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 중 1라운드 무대에서만 6번 고배를 마셨으며 2라운드에서 3번 탈락했다. 이번 시즌에 앞서 유일하게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았던 2015-16시즌에는 르브론의 클리블랜드를 상대로 2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토론토는 최근 6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섰을 정도로 최근 동부의 강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무대에서의 성적은 늘 신통치 않았다. 정규시즌 59승을 따내며 팀 역대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던 지난 시즌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클리블랜드에게 스윕을 당하는 굴욕을 겪으며 2라운드 만에 짐을 싸야 했다. 

그러자 토론토는 시즌을 마친 후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했다. 팀을 5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끈 드웨인 케이시 감독과 과감하게 이별한 그들은 팀의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고 있던 닉 널스를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했다. 

토론토의 변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샌안토니오와 옥신각신하며 9경기 출전에 그친 레너드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2009-10시즌 데뷔 후 토론토에서만 9시즌을 뛰며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더마 드로잔을 떠나보냈다. 

당시 토론토의 선택은 ‘도박’에 가까웠다. 애초에 토론토는 레너드가 원하던 행선지로 언급되던 팀이 전혀 아니었다. 2019-20시즌 플레이어 옵션을 보유한 레너드이기에 토론토 입장에서는 자칫 1시즌 만에 다시 그를 떠나보내야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거기다 샌안토니오와 불화를 겪으며 사실상 태업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던 레너드가 새로운 행선지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이 같은 행동을 또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토론토가 이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영입한 이유가 있었다. 앞서 설명했듯 토론토는 뛰어난 정규시즌을 보내고도 그 기세를 플레이오프까지 이어가지 못했던 팀. 이를 단숨에 해결해줄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레너드였다. 2013-2014시즌 파이널 MVP를 수상하는 등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로 명성이 자자했던 레너드의 영입은 토론토에게 해볼 만한 도전이었다. 

결과적으로 토론토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정규시즌 철저한 관리 속 팀을 동부 컨퍼런스 2위(58승 24패)로 이끈 레너드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자신의 명성을 증명해내며 토론토가 가지고 있던 플레이오프 공포증을 날려버렸다. 그 결과 토론토는 창단 첫 파이널 진출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최고의 경쟁자가 사라졌다?
토론토가 파이널 무대에서 조우하게 된 팀은 골든스테이트다. 5년 연속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으며 지난 4번의 파이널 중 3차례 우승을 따낸 팀. 이번 시즌에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다면 3년 연속 우승을 의미하는 ‘쓰리핏’을 달성할 수 있다. 홈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토론토 입장에서는 또 다시 도전자의 입장으로 임해야 하는 시리즈다. 

그러나 이번 파이널에는 변수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레너드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인 케빈 듀란트의 출전 여부.

듀란트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레너드보다 수치상으로 더욱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아니, 선보이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11경기 동안 그는 평균 34.2점을 퍼부었으며 5.2개의 리바운드와 4.9개의 어시스트를 곁들였다. 매 경기 30점이 넘는 활약을 선보이면서도 야투율 51.3%, 3점슛 성공률 41.6%를 기록하며 효율성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듀란트가 이번 파이널 무대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 휴스턴과의 5차전 도중 종아리 부상을 당한 듀란트는 이후 남은 시리즈와 컨퍼런스 파이널 전체를 결장했다. 거기다 그는 아직까지도 코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미 파이널 1차전에도 결장하는 것이 확정된 가운데 이후에도 그가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거기다 듀란트는 최근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다리를 절뚝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대로라면 사실상 듀란트의 이번 파이널 출전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레너드 입장에서는 최고의 경쟁자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골든스테이트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그들은 아직까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듀란트가 결장한 이후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은 채 파이널 무대까지 안착했다.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등 아직도 그들에게는 ‘우승 DNA’가 심어진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동부를 제패하며 새로운 ‘동부의 왕’으로 등극한 카와이 레너드. 과연 그는 파이널 무대까지 삼키며 토론토에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을까. 토론토와 레너드의 위대한 도전은 오는 31일(한국시간) 1차전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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