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정진경 칼럼니스트] 한 달간의 트레이닝 캠프를 마친 WNBA가 개막했다. 박지수의 소속팀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도 한국 시간으로 27일, 홈인 만델레이 베이이벤트 센터에서 LA스팍스를 맞아 오프닝 게임에서 큰 점수 차로 승리(83-70)를 챙기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번 시즌 새로 부임한 LA의 데릭 피셔(Derek Fisher) 감독은 부임 후 팀 리빌딩이라는 목적을 갖고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팀의 에이스인 캔디스 파커(Candace Parker)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이 불가피 해 시즌 초반은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라스베이거스의 빌 레임비어((Bill Laimbeer)감독은 이번 오프닝 게임에서 확실한 본인의 색깔을 보여 줬다. 

시즌 시작 전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준 라스베이거스는 리그 최고의 센터로 꼽히는 리즈 캠베이지(Elizabeth Cambage)를 모리아 제퍼슨(Moriah Jefferson), 이자벨 해리슨(Isabelle Harrison), 그리고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 픽 2장을 넘기고 4:1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또 3년 연속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얼리로 참여한 노트르 담 대학교의 가드 재키 영(Jackie Young)을 선택했다. 

라스베이거스는 지난 시즌 신인상 수상자인 아이자 윌슨(A’ja Wilson)이 있기에 캠베이지와의 조합은 큰 기대를 모았다. 앞선에는 2:2 해결 능력과 슈팅 마무리가 좋고 센터들에게 엔트리 패스도 할 줄 포인트 가드 켈시 플럼(Kelsey Plum), 확실한 슈터 카일라 맥브라이드(Kayla McBride)가 외곽에서 잘 받쳐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는 시즌 개막 전 각 팀의 단장들이 뽑은 우승 후보 1순위로 뽑히기도 했다. 

가장 큰 관심은 캠베이지가 새 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 줄 지였는데, 레임비어 감독은 게임 전 인터뷰에서 그녀의 결장을 예고했고, 역시 캠베이지는 아주 멋지게 드레스 업을 한 채로 벤치에서 팀 동료들을 응원했다. 

개막전에서 라스베이거스는 경기 내내 빠른 트랜지션과, 철저한 패턴 플레이에 의한 2:2플레이, 정확한 스크린를 보여줬다. 상당히 빠른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급하지 않은 농구를 보여 줬다. 레임비어 감독은 이미 트레이닝 캠프에서부터 ‘빠른 농구’, ‘달리는 농구’를 추구한다며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한다. 

수비 부분에서의 조직력도 좋았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LA는 상대의 수비에 질식이라도 당한 듯, 별 다른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패하고 말았다. 

레임비어 감독은 오프 시즌 중 캠베이지를 괴롭히던 아킬레스 건염에 대한 치료가 아직 필요하고, 상대도 부상 선수 등의 여파가 있는 만큼 굳이 합류한지 얼마 안 된 그를 무리해서 출장 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공격에서는 패턴 플레이, 스크린 플레이에 의한 정확한 공격을 추구하고, 수비에서는 상당히 조직적인 팀 디펜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아직 캠베이지가 팀플레이를 하기에는 조금 더 팀 동료들과 함께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 한 것 일 수도 있다. 

사실 내게는 박지수가 이 팀에서 살아남아 두 번째 개막전을 맞이한 것이 가장 큰 관심이었고, 캠베이지가 벤치에 있기에 조금 더 많은 출장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박지수는 1쿼터 종료 2분 2초를 남기고 투입되어 데리카 햄비(Dearica Hamby)와의 호흡을 맞췄고, 2쿼터 선발로 나서 3분간 윌슨과의 조합을 이웠고, 마지막 4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투입 되었다. 

레임비어 감독은 센터 라인에서 여러 조합을 시도 했고, 캠베이지가 없는 시스템에서 가장 중용된 것은 윌슨과 햄비의 조합이었다. 윌슨(31분 19초, 21점 11리바운드)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햄비(27분 13초, 12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도 더블 더블로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쳤다. 공격적인 부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수비에서의 활약이 아주 뛰어났다.

결국 캠베이지가 합류 한다면 베스트 라인은 윌슨과의 조합 일 것이고, 햄비가 첫 번째 백업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다. 

박지수가 경기를 뛰기 위해 경쟁을 펼쳐야 할 실질적인 대상은 햄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에서 선발로 게임을 시작했던 또 다른 장신 센터 캐롤린 스워즈(Carolyn Swords)가 있지만 약간 다른 스타일의 장신 선수이다.

따라서 박지수의 경쟁 상대는 햄비가 될 가능성이 높고, 냉정하게 현실적으로는 햄비보다 많은 출장 시간을 가지기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개막전에서 박지수는 큰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짧게 코트를 밟으며(7분 32초), 3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 했다. 슛을 2개 시도했지만 득점은 없었다. 기록만 놓고봤을 때 확실히 햄비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나타났다.

하지만 기록과 관계없이 박지수의 플레이는 충분히 훌륭했고, 개인적으로는 놀라웠다. 왜 레임비어 감독이 박지수를 아끼는지, 또 어떻게 박지수가 이번 대형 트레이드에서 살아남았는지를 확실히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영리한 선수다. 본인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게임을 뛰고 있었다. 특히 수비 부분에서 박지수의 헬프 디펜스와 공헌도는 상당했다. 정확한 위치 선정과 핼프 타이밍을 잡는 능력은 확실한 장점이다. 

공격에서 라스베이거스가 보여주는 하이-로우 플레이나, 혼 플레이(Horn Play : 세 명의 선수, 주로 가드와 4-5번 센터나, 3번, 5번의 조합으로 탑과 양쪽 엘보우에서 트라이앵글 모양으로 시작하는 플레이), 슈터가 플라이 컷(Fly cut : 슈터가 한 쪽 윙에서 반대쪽 윙으로 가로질러 달려가는 컷)으로 시작하는 여러 가지 패턴 방법은 박지수가 국내에서도 많이 경험해 본 것들이기에 스크린 타이밍을 잡거나 포스트에서 자리를 잡는 타이밍이 괜찮았다. 

레임비어 감독은 “현재 박지수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다른 것 없이 “나이를 먹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는 감독이 박지수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박지수가 WNBA에서 경험을 충분히 쌓을 때까지 기다리고 믿는다는 이야기도 된다. 

라스베이거스는 경기 전 오프닝 팁으로 ‘Young but Talent’라는 자막을 재키 영을 비추며 보여 주었는데, 이는 박지수에게도 해당되는 중요한 이야기다.

비록 개막전 한 경기를 치렀고, 출전시간과 기록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흔들림 없이, 매 경기 짧은 시간을 뛰더라도 꾸준히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아주 큰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사진 = 이현수 stephen_hsl@naver.com, Las Vegas Aces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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