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 크리스 보쉬(前 마이애미 히트)에 이어 오프시즌 빅맨 FA ‘티어 2’(tier 2) 그룹으로 분류되는 파우 가솔(前 LA 레이커스)을 둘러싼 영입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ESPN’ 등 복수의 미(美) 스포츠 전문 매체들이 9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가솔이 서부 컨퍼런스 강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스캇 브룩스 감독과 영입 관련해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오클라호마시티 뿐만 아니라 원(原) 소속 팀 레이커스, 시카고 불스, 샌안토니오 스퍼스, 뉴욕 닉스 등도 그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 구단들이다.

우선 가솔의 상황은 복잡하다. 그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2개의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으며 여전히 최고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 소속으로 뛰길 원한다. 단, 자신의 가치에 어울리는 대접을 원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연봉 디스카운트는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난 시즌 연봉(약 1,900만 달러)보다는 훨씬 적은 금액이겠지만 연 평균 1,000만 달러 수준에 2년 이상의 기간이 보장된 계약서가 필요할 전망. 이는 페이롤 상황이 좋지 않은 우승권 팀들 입장에서 1980년생 노장 빅맨에게 덜컥 투자하기 망설여지는 계약 규모다. 

영입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팀들의 상황을 살펴보자.

오클라호마시티는 케빈 듀란트-러셀 웨스트브룩-서지 이바카로 구성된 삼각 편대의 차기 시즌 연봉 총합이 약 4,700만 달러다. 여기에 래지 잭슨과의 재계약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관계로 가솔에게 많은 금액을 베팅하기 힘들다. 켄드릭 퍼킨스를 사면할 경우 여유가 생긴다. 반면 샘 프레스티 단장과 브룩스 감독이 로스터의 안정감을 강조하는 스타일임을 고려하면 모험수를 둘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샌안토니오는 보리스 디아우, 패티 밀스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실상 현상 유지를 선택했다. 가솔이 팀 시스템과 잘 어울리는 빅맨임은 분명하지만 던컨-티아고 스필리터-디아우의 빅맨 라인업이면 굳이 추가 전력 보강 없이도 최고 수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차기 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토니 파커, 카와이 레너드 등과의 재계약을 생각해야 하는 처지다.

시카고는 이미 조아킴 노아-타지 깁슨으로 연결되는 탄탄한 빅맨 라인업을 보유 중이다. 카를로스 부저의 사면에 따른 페이롤 여유가 생겼지만 이는 카멜로 앤써니 등 ‘티어 1’ FA 그룹 선수들을 위한 것. 가솔과의 계약에 섣불리 사용할 수 없다. 수비가 약화된 가솔이 탐 티보두 감독의 수비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뉴욕은 빅 마켓답게 수준급 FA들을 모두 찔러보는 정도의 수준. 무엇보다 가솔은 우승권 전력 팀을 원하며 뉴욕은 해당 기준에 부합되지 못한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처분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레이커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익숙한 팀에서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그가 원하는 계약 기간과 금액을 맞춰줄 수 있다. 또한 친정 팀과 계약할 경우 우승권 팀을 원한다는 대의명분까지 접을 수 있다. 모양새까지 좋은 셈. 물론 팀이 가솔 외에 새로운 대형 FA를 영입할 경우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문은 가솔이 과연 새롭게 체결하게 될 계약 기간 동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는 나이를 먹어가며 활동량이 줄어든 탓에 파워포워드보다는 센터 포지션에 정착한 상태다.

레이커스에서 우승했던 시기와 최근 두 시즌 성적 변화를 살펴보자.

가솔의 성적 변화 ①일반 기록
2009-10시즌  평균 37.0분 출전 18.8득점 10.2리바운드 3.3어시스트 1.6블록슛 FG 52.9%
2012-13시즌  평균 33.8분 출전 13.7득점 8.6리바운드 4.1어시스트 1.2블록슛 FG 46.6%
2013-14시즌  평균 31.4분 출전 17.4득점 9.7리바운드 3.4어시스트 1.5블록슛 FG 48.0%

우승 당시보다는 개인 기록이 다소 감소한 반면 부상에 시달렸던 지난 시즌과 비교할 경우 확실히 반등했다. 1980년 노장 빅맨 임을 감안한다면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의 출전 시간도 준수한 편이다.

가솔의 성적 변화 ②효율성 측면
2009-10시즌  PER 22.9 TS 59.3% TRB% 17.1% USG% 21.4% ORtg 120 DRtg 102
2012-13시즌  PER 16.7 TS 51.2% TRB% 14.0% USG% 20.5% ORtg 107 DRtg 106
2013-14시즌  PER 19.3 TS 52.2% TRB% 16.4% USG% 26.4% ORtg 102 DRtg 108

자유투에 보정을 가한 슈팅 효율성 지표인 TS%가 크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자유투를 얻어 내는 횟수가 감소했으며 기본적인 야투 성공률 역시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좋지 않다. 이는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한 센터 포지션 중 최악의 수치다.

개별 선수의 볼 점유율을 측정한 USG%가 크게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공격할 선수가 없었던 지난 시즌 팀 상황을 고려해야겠지만 활동 영역 축소로 인해 오픈 공간을 점유하는 움직임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센터 포지션에서 위치 싸움을 통해 슛을 시도하는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당연히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7%대로 떨어진 ORB%(공격 리바운드 점유율)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전성기 시절의 가솔은 10%이상의 ORB%를 기록했다. 물론 수비 리바운드를 확실하게 단속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공격에서 상대 빅맨들에게 주는 위압감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TS%와 동일한 기준으로 지난 시즌 가솔보다 낮은 ORB%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주로 외곽에 서식하는 스펜서 허즈(LA 클리퍼스), 동료 자크 랜돌프에게 리바운드를 양보하는 동생 마크 가솔(멤피스 그리즐리스) 밖에 없다. 현 시점의 가솔은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효율성을 내야 하는 선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가솔의 성적 변화 ③슛 거리별 야투 성공률
2009-10시즌  림 근처 58.5%  중거리 점프슛 43.1%  장거리 점프슛 48.4%
2012-13시즌  림 근처 54.8%  중거리 점프슛 39.2%  장거리 점프슛 39.4%
2013-14시즌  림 근처 55.4%  중거리 점프슛 43.6%  장거리 점프슛 36.6%

역시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성공률이 감소했지만 2012-13 시즌보다는 개선되었다. 워낙 볼 터치가 좋고, 타점이 높기 때문에 여전히 상대 수비수들은 그의 슈팅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기 힘들다. 간결한 드리블에 이은 다양한 슈팅 스킬 역시 유효하다. TS%와 관련해 상대 파울을 유도하는 적극성은 다소 떨어졌을지 몰라도 기본적인 슈팅 능력만큼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단, 확실히 장거리 점프슛 성공률은 떨어졌다. 이는 그의 활동 범위가 점점 림 근처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가지 변수는 지난 시즌 레이커스가 수비를 등한시하고 오직 공격만 했다는 사실이다. 개별 선수의 기록이 과장되었다는 의미다. 레이커스의 시즌 평균 득점은 103.0점(전체 11위)으로 준수한 반면 ORtg(100번의 공격 기회에서의 득점 기대치)의 경우 104.2로 전체 22위에 불과하다. 워낙 슛을 많이 시도한 결과, 평균 득점은 높지만 정작 효율성은 좋지 못했다.

가솔을 원하는 팀은 많지만 실제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팀은 한정되어 있다. 또한 그가 원하는 가치와 구단들이 측정한 가치에서 괴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과연 그가 차기 시즌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지 궁금하다.

[루키] = 염용근 기자(shemagic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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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쳐 = 파우 가솔 페이스북(https://ko-kr.facebook.com/paugasol)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NIKE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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