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어디 한 번 또 쫓아내 봐, 애송아!”

“케빈 듀란트가 있고 스테픈 커리가 없을 때, 골든스테이트는 61%의 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커리가 있고 듀란트가 없을 때, 골든스테이트의 승률은 무려 88%에 달했다. 듀란트, 그는 사치품(Luxury)이지, 필수품(Necessity)이 아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휴스턴 로케츠의 6차전을 앞두고 나온 ‘폭스스포츠’ 애널리스트 크리스 브루사드의 ‘사치품’ 발언은 현지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듀란트가 종아리 부상으로 시리즈 아웃이 확정된 가운데, 커리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이 필수품인지 사치품인지 혹은 단순한 부속품인지 증명하기 위해 적지 도요타센터의 터널을 통과했다.

플레이오프 득점 리더 듀란트가 없었고, 주전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도 없었다. 난적 휴스턴은 이번 플레이오프 홈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 지난 5년간 열렬히 골든스테이트를 응원하던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도박사들은 입을 모아 휴스턴의 승리를 점쳤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커리는 4차전을 하루 앞둔 6일 저녁 도요타센터에서 슈팅 연습을 원했다. 골든스테이트의 지원 팀장 에릭 하우젠은 도요타센터의 직원을 통해 저녁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 동안 코트를 예약했고, 커리는 시간에 맞춰 슈팅 훈련을 위해 체육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휴스턴의 크리스 폴은 경기 시간뿐만 아니라 경기 시간 외에도 자신의 홈코트에 상대 에이스의 3점슛을 용납하지 않았다. 구단을 통해 커리의 훈련 소식을 전해 들은 폴이 커리의 예약시간에 맞춰 체육관을 찾아 때아닌 슈팅 훈련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커리는 폴에게 한 쪽 코트만이라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폴은 단칼에 거절했다. 이 사건으로 지난 몇 년 전부터 이어온 양 팀의 골 깊은 감정은 절정으로 치닫았다.

 

그렇게 맞이한 운명의 6차전, 승자는 골든스테이트였다. 클레이 탐슨이 3점슛 7개를 포함 27점으로 활약했고, 안드레 이궈달라(17점)와 케본 루니(14점), 션 리빙스턴(11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역대 최초 만장일치 MVP와 백투백 MVP 그리고 3번의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또’ 증명이 필요했던 스테픈 '필수품' 커리는 이날 33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극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드라마틱한 경기였다. 커리는 이날 전반전까지 10점도, 5점도, 1점도 아닌 ‘무득점’에 그쳤다. 2차전에서 당한 왼쪽 중지 손가락 부상의 여파가 컸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에는 6차전만 되면 강해지는 사나이 클레이 탐슨이 있었다. 전반 18분 동안 3점슛 5개를 곁들여 21점을 올린 탐슨의 분전 덕에 골든스테이트는 전반을 57-57으로 버텨냈다.

그렇게 기묘했던 전반이 끝나고, 우리는 커리의 역사적인 후반전을 목격하게 된다.

전반, 무득점에 모자라 3개의 파울을 범하며 파울트러블까지 걸려있던 커리는 후반 21분 57초 동안 무려 33득점을 퍼부었다. 플레이오프 102경기를 뛰면서 커리가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으며, 후반에만 33득점을 기록한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승부처였던 마지막 5분, 커리는 휴스턴의 총 득점과 같은 16점을 혼자 기록했다. 아픈 손가락을 부여잡고 던진 터프슛은 뜨겁게 림을 갈랐고, 자비 없는 자유투는 도요타센터를 차갑게 만들었다.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전광판에는 113-118 원정팀의 리드가 새겨져 있었다. 골든스테이트는 5년 연속 컨퍼런스파이널에 진출에 성공했다. 손가락이 탈구된 선수의 한 시간 남짓한 슈팅 훈련마저 방해해야만 했을 정도로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그 컨퍼런스파이널’에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축하 인사를 받으며 라커룸으로 향하는 커리는 도요타센터 복도 한복판에서 이렇게 외쳤다.

“어디 한 번 또 쫓아내 봐, 애송아(Kick me off the court again, Boy).”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인포그래픽 = 원석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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