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 올랜도는 지난 1989-90시즌에 창단한 이래 크게 두 번의 전성기를 누렸다. 첫 번째는 샤킬 오닐의 시대, 두 번째는 드와이트 하워드의 시대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압도적인 센터를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부문이 이채롭다. 구단 프런트 역시 오닐과 하워드를 보조할 수 있는 선수들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축했었다.

트레이시 맥그레디&그랜트 힐의 스윙맨들을 중심축으로 삼았던 00년대 초반에 실패를 맛본 후의 상황을 살펴보자.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워드를 지명한 후 그를 중심으로 리빌딩을 착실하게 진행했다. 라샤드 루이스, 히도 터클루, 자미어 넬슨, 퀸튼 리차드슨 등이 하워드의 시대를 함께 했던 선수들이다. 그러나 우승 도전 과정에서 ‘Win Now’ 모드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선수단 페이롤이 감당 수준을 초과하고 말았다.(루이스를 길버트 아레나스를 바꾼 선택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하워드는 2011-12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고, 그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팀 역시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었다.

올랜도는 ‘하워드 드라마’가 종료된 후 감독(자크 본), 단장(롭 헤니건)을 모두 교체했다. 리빌딩 깃발을 올린 셈. 지난 시즌은 2년 전부터 시작된 리빌딩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를 노린 ‘의도적인 탱킹’보다는 리빌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탱킹’ 시즌을 보낸 것이다. 이처럼 그들의 지난 시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왜 리빌딩을 선택해야 했는지 이유를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올랜도, 압도적인 센터와 함께했던 시대
샤킬 오닐 시대(1992~96시즌)
파이널 진출 1회,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2회
드와이트 하워드 시대(2004~12시즌)
파이널 진출 1회,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2회, 컨퍼런스 세미-파이널 진출 3회

다시 보는 2012년 ‘하워드 드라마’ 최종 결과
필라델피아 get ? 앤드류 바이넘, 제이슨 리차드슨
레이커스 get ? 드와이트 하워드, 얼 클락, 크리스 듀혼
덴버 get ? 안드레 이궈달라, 2014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올랜도 get ? 모리스 하클리스, 애런 아프랄로, 알 헤링턴, 크리스티안 아엔가, 조쉬 맥로버츠, 다수의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

최근 5시즌 성적 *표시는 플레이오프 진출
*2009-10시즌 ? 59승 23패(동부 컨퍼런스 2위/리그 전체 2위)
*2010-11시즌 ? 52승 30패(동부 컨퍼런스 4위/리그 전체 8위)
*2011-12시즌 ? 37승 29패(동부 컨퍼런스 6위/리그 전체 12위)
2012-13시즌 ? 20승 62패(동부 컨퍼런스 15위/리그 전체 30위)
2013-14시즌 ? 23승 59패(동부 컨퍼런스 13위/리그 전체 28위)

리빌딩 원년이었던 2012-13시즌, 리그 전체 꼴찌에 그쳤다. 그 결과,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었지만 하필 해당 년도 드래프트 자원들의 수준이 낮았다. 그나마 빅터 올라디포를 지명해 중박은 쳤다.(1순위가 앤써니 베넷이었다) 드래프트와 별개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은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더블-더블 센터로 성장한 니콜라 뷰세비치, 가능성을 선보인 토바이어스 해리스 등 각 포지션별로 유망주들이 득실거렸다. 하지만 오닐, 하워드처럼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없는 부문이 아쉬웠다. 앤드류 위긴스, 자바리 파커, 조엘 엠비드 등을 노리기 위한 탱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2013년 오프시즌 활동 총정리
드래프트
빅터 올라디포(1라운드 2순위)
선수 방출
베노 우드리히, 알 헤링턴
FA 영입
제이슨 맥시월(2년 500만 달러), 로니 프라이스(1년 126만 달러)
시즌 진행 과정에서의 선수 이동
히도 터클루 방출, 글렌 데이비스 방출

2012년 오프시즌을 하워드 드라마를 통해 떠들썩하게 보낸 반면 2013년 오프시즌은 올라디포를 드래프트로 선발한 것은 제외하면 조용하게 보냈다. 트레이드가 단 한 건도 없었으며 눈에 띄는 FA 계약 역시 어린 빅맨들의 멘토 역할을 해줄 제이슨 맥시월 영입밖에 없었다. 로스터에 넘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유망주 옥석 가리기를 시도했던 셈이다.

문제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정체된 부문. 뷰세비치, 해리스 등이 장기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결장해야 했다. 결국 베테랑 선수들인 애런 아프랄로, 넬슨 등이 코트 운영을 책임지는 경기가 늘어났고, 유망주 옥석 가리기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즌 말미에는 넬슨, 올라디포, 아프랄로가 동시에 코트에 출전하는 진풍경기 펼쳐지기도 했다.

자크 본 감독의 지도력이 갈팡질팡 했던 것도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는 현역 생활 은퇴 후 그렉 포포비치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했던 ‘샌안토니오 사단’ 출신. 2012-13시즌에는 나름 어린 선수들에게 고르게 출전 시간을 분배하며 호평을 받았던 반면 지난 시즌의 경우 자신만의 농구 철학을 선보이지 못했다. 샌안토니오 ‘시스템 농구’를 올랜도에 이식하려했던 시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그 결과,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서 딱히 효율성 없는 라인업 운영으로 일관한 끝에 어영부영 2013-14 시즌이 마무리되고 말았다. 그나마 수비 부문에서 최소한의 조직력을 갖춘 것은 눈에 띄는 소득이었다.

2013-14시즌  ( )안은 리그 전체 순위
공격 부문
평균 96.5득점(25위) 득실점 마진 ?5.5점(26위) 야투 성공률 44.5%(21위)
3점슛 성공률 35.3%(19위) 자유투 성공률 76.3%(12위) 실책 14.2개(17위)
공격 리바운드 9.7개(24위) 어시스트 21.0개(22위) 어시스트/실책 비율 1.48(21위)
페인트존 득점 38.3점(22위) 벤치 득점 30.6점(16위)
수비 부문
평균 102.0실점(17위) 상대 야투 성공률 45.6%(13위) 상대 3점슛 성공률 37.1%(26위)
상대 실책 유도 13.5개(21위) 리바운드 42.0개(21위) 리바운드 마진 ?2.0개(23위)
스틸 7.7개(14위) 블록슛 4.3개(21위) 페인트존 실점 40.5점(19위) 벤치 실점 31.7점(14위)
기타 부문
평균 속공 11.3점(21위) 상대 속공 13.2점(15위) 경기 페이스 95.87(16위)
4쿼터 득점 24.0점(21위) 4쿼터 실점 24.3점(10위) AST% 57.1%(21위)
ORtg 99.3(29위) DRtg 104.8(14위) TS% 52.5%(22위) eFG% 48.7%(20위)

올랜도는 기본적으로 백코트 중심으로 공격이 진행되었다. 베테랑 아프랄로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넬슨, 올라디포 등이 정말 거침없이 슛을 시도했다. 단, 인사이드 공격 옵션의 부재, 점프슛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인해 효율성은 썩 좋지 않았다. 100번의 공격 기회에서 득점 기대치를 수치화시킨 ORtg(오펜시브 레이팅)에서 리그 전체 29위에 그친 부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평균 득점(25위), 야투 성공률(21위) 등과 간극이 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많았던 반면 의외로 운동 능력에 기반을 둔 플레이가 적은 편이었다. 부상 선수가 많았던 사실도 한 몫 했지만 접전 상황에서 개인 전술을 활용한 득점 빈도가 너무 낮았다. 정규 시즌 연장전 2승 5패, 3점차 이내 접전 승부 5승 7패 등 클러치 플레이어 부재로 인한 손해가 꽤 많이 발생했다.

3번 포지션이 부실했던 것도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쳤다. 해리스가 3번과 4번 포지션 사이에서 방황했으며 모 하클레스의 경우 공/수 양쪽 모두에서 평균 이하의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프랄로가 3번 포지션까지 맡아야 했던 이유. 여기에 빅맨들의 하이 스크린 능력이 부족했다. 결국 가드 중심의 농구를 전개하면서도 코트를 좁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수비 영역의 경우 기대치에 비해 선전했다. 터프한 빅맨들이 인사이드를 사수해준 덕분. 실책을 유도하는 공격적인 수비보다는 최대한 슛 컨테스트를 하는 방식으로 상대 야투 성공률을 떨어뜨렸다. 실제로 2012-13시즌과 비교해 상대 야투 성공률, DRtg(디펜시브 레이팅) 부문 등 수비 지표가 소폭 개선되었다.

팀 에너지 레벨  ( )안은 리그 전체 순위
총 운동량 1374.6마일(11위) 팀 평균 스피드 4.1마일(14위)
평균 볼 터치 횟수 404.0회(21위) 림 근처 평균 터치 횟수 13.9회(26위)
평균 패스 횟수 286.4회(22위) 어시스트로 인한 평균 득점 창출 48.8점(24위)
상대 림 근처 평균 야투 성공 횟수 10.7회(8위) 상대 림 근처 야투 성공률 53.1%(17위)
평균 캐치&슛 득점 26.0점(14위) 캐치&슛 성공률 39.2%(17위) 캐치&3점슛 35.9%%(25위)
평균 드라이브인 득점 11.2득점(15위) 드라이브인 성공률 42.2%(24위)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리빌딩 팀치고 에너지 레벨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엇보다 빅맨들의 기동력이 떨어지다 보니 경기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힘들었다. 또한 빅맨을 활용한 공격 옵션이 부족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수비에서는 빅맨들의 활용 가치가 상승했다. 반쪽짜리 빅맨 로테이션 운영을 했던 셈이다. 팀 공격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확실한 인사이드 득점원 또는 올라디포와 함께 적극적인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슛 거리별 팀 야투 성공률 *림 기준 거리
2.44미터 이내 야투 성공률 53.7%(24위)  상대 야투 성공률 57.3%(21위)
2.5미터~4.8미터 구간 야투 성공률 42.3%(4위)  상대 야투 성공률 38.1%(6위)
4.9미터~7.3미터 구간 야투 성공률 39.9%(16위)  상대 야투 성공률 40.2%(21위)
*3점슛 구간 야투 성공률 35.6%(20위)  상대 야투 성공률 37.2%(24위)
*하프 라인 밖에서 시도한 슛은 포함되지 않았다.

림 근처에서 슛을 성공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3점슛 라인 밖에서도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공격 효율성이 나쁠 수밖에 없는 구조. 2.5~4.8미터 구간에서 선전했지만 해당 지역은 슛 찬스가 적게 발생하는 편이다. 점프슛 위주의 팀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는 3점슛 성공률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겠다.

팀 MVP
애런 아프랄로
73경기 평균 35.0분 출전  18.2득점  3.6리바운드  3.4어시스트  0.5스틸
FG 45.9%  3P 42.7%  FT 81.5%  TS% 57.4%  eFG% 52.2%  WS 5.3

2012년 오프 시즌 올랜도로 이적한 후 2시즌 동안 리더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했다. 지난 시즌의 경우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 등 대부분의 공격 카테고리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안정적인 점프슛 능력과 경기 템포를 조절할 수 있는 침착함, 준수한 공/수 밸런스 등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백코트 자원 중 하나. 클러치 상황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했다. 팀 내 백코트 자원들 중 WS(윈 쉐어) 2위인 넬슨이 2.8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그가 얼마나 많은 역할을 담당했는지 알 수 있다. 단, 2013-14시즌 종료 후 친정 팀 덴버 너게츠로 다시 트레이드되었다.

NBA 2013-14시즌 평균 18득점/야투 성공률 45%/WS 5 이상을 기록한 가드들
스테판 커리, 제임스 하든, 크리스 폴, 고란 드라기치
아이재이아 토마스, 드웨인 웨이드, 애런 아프랄로

워스트 플레이어
글렌 데이비스
45경기 평균 30.1분 출전  12.1득점  6.3리바운드  1.6어시스트  1.0스틸 
FG 45.3%  FT 67.5%  TS% 48.5%  WS 1.5

브랜드 배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올랜도에 합류한 후 첫 시즌에는 나름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 지난 시즌의 경우 개막 후 9경기를 부상으로 날렸다. 부상 복귀 후에도 심한 기복과 독단적인 플레이로 인해 동료들과의 시너지가 전무했다. 결국 트레이드 마감 기간에 LA 클리퍼스로 트레이드되었다. 꾸준한 활약을 해줬다면 팀 미래에 포함될 수 있었지만 현실은 정반대. 클리퍼스 소속으로도 딱히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다.

오프시즌&차기 시즌 전망
아프랄로 트레이드, 넬슨과의 결별(팀 옵션 거부)로 인해 베테랑 선수가 사라졌다. 가장 나이 많은 선수가 현지 기준으로 31살인 맥시웰. 특히 주력 선수들의 연령이 모두 25세 이하다. FA 시장에서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베테랑 선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드래프트에서는 팀에 필요한 운동능력 좋은 애런 고든, 엘프리드 페이튼을 보강했다. 또한 페이튼 영입을 통해 올라디포가 원(原) 포지션인 슈팅가드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뷰세비치가 건강한 시즌을 보낸다는 가정 하에 뷰세비치-해리스-고든-올라디포-페이튼으로 연결되는 젊고 운동능력 좋은 주축 라인업이 완성된 것이다. 특히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2014년 드래프트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요리 재료는 모두 수집했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리빌딩을 진행하는 일만 남았다.

염용근 기자(shemagic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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