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 필라델피아는 2010-11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이듬해 2라운드에 진출하며 차근차근 정상을 향해 진군했다. 이에 고무된 프런트는 2012년 여름,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센터 앤드류 바이넘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대권 도전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012-13시즌은 가혹했다. 바이넘이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탓에 팀 성적이 곤두박질친 것. 여기에 대형 트레이드 당시 팀을 떠났던 리더 안드레 이궈달라의 공백이 너무 컸다. 결국 플레이오프 무대 진출에 실패했으며 프런트는 리셋 버튼을 누르게 된다.
그들이 지난 2013년 여름에 취한 일련의 행동은 ‘탱킹의 정석’이나 다름없었다. 마침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 ‘특별한’ 신인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거침없는 리빌딩을 결심하게 된 주요 계기. 최소한의 경기력 유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팔 수 있는 매물은 모조리 처분하겠다는 의지를 선보였다. 그들의 성적은 2013-14시즌 개막 전에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밑에 한 팀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탱킹 시술에 동반된 부작용
NBA 역대 최다 연패 기록
1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 26연패(2013-14시즌)
1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 26연패(2010-11시즌)
3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 24연패(1981-82시즌~1982-83시즌)
프랜차이즈 최악의 날 vs LA 클리퍼스(2014.2.10)
LA 클리퍼스 123-78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1~2쿼터 야투 성공률 15.4% - 2010-11시즌 이후 NBA 최악 기록
1쿼터 46-15 ? 2000-01시즌 이후 NBA 1쿼터 최다 득점 차이
연속 경기(vs 클리퍼스&골든스테이트) 득실점 마진 ?88점 ? NBA 역대 3번째 기록
최근 5시즌 성적 *표시는 플레이오프 진출
2009-10시즌 ? 27승 55패(동부 컨퍼런스 12위/리그 전체 24위)
*2010-11시즌 ? 41승 41패(동부 컨퍼런스 7위/리그 전체 16위)
*2011-12시즌 ? 35승 31패(동부 컨퍼런스 8위/리그 전체 16위)
2012-13시즌 ? 34승 48패(동부 컨퍼런스 9위/리그 전체 19위)
2013-14시즌 ? 19승 63패(동부 컨퍼런스 14위/리그 전체 29위)
2012-13시즌에 성적이 크게 하락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전년 대비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이 덜한 동부 컨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 도전을 포기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단,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 프랜차이즈를 바꿀 수 있는 특급 선수들이 풍부한 점, 그리고 당시 라인업 구성으로는 우승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의견에 따라 팀을 해체하기에 이른다. 1996년 드래프트에서 ‘특별한 선수’ 앨런 아이버슨을 지명한 후 우승 목전까지 도달했던 추억 역시 한몫 했다.
2013년 오프시즌 활동 총정리
감독 교체
덕 콜린스 사퇴, 브렛 브라운 신임 감독 선임
드래프트
마이클 카터-윌리엄스(1라운드 11순위)
선수 방출
앤드류 바이넘, 제레미 파고, 대미언 윌킨스, 도렐 라이트
닉 영, 로얄 아이비, 저스틴 홀리데이, 콰미 브라운
FA 영입
제임스 앤더스(웨이버 클래임), 홀리스 톰슨
트레이드
너렌스 노엘, 미래 드래프트 1,2 라운드 지명권 <-> 즈루 홀리데이
로이스 화이트 <->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토니 로튼 주니어 <->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시즌 진행 과정에서의 선수 이동
바이런 멀린스,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대니 그래인져,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 에반 터너, 라보이 알렌
에릭 메이너,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얼 클락, 헨리 심스, 미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 스펜서 허즈
파이어 세일의 교과서. 특히 올스타 포인트가드로 성장한 홀리데이를 매물로 ACL 부상으로 인해 2013-14시즌 뛸 수 없는 신인 너렌스 노엘을 데려온 것은 노골적인 시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탱킹 확률을 높이기 위해 추가로 얻은 2014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의 경우 아쉽게도 대박을 치지 못했다.(다리오 사리치 트레이드로 사용)
노장 감독인 덕 콜린스는 팀과 합의하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후임 브렛 브라운은 ‘샌안토니오 패밀리’로 호주 리그와 샌안토니오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하지만 그가 너덜너덜해진 라인업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2013-14시즌 19승 63패 성적가지고 폄하할 수 없는 이유. 옥에 티라면 더 많은 패배를 하지 못해 리그 전체 29순위에 그친 부문이다. 밀워키 벅스 래리 드류 감독의 위엄이다.
시즌 출발은 산뜻했다. 개막전에서 디팬딩 챔피언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멋진 4쿼터 역전승을 선보인 것.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는 해당 경기 맹활약을 통해 일약 가장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또한 시즌 첫 10경기에서 5할 승률을 기록, 브라운 감독과 선수들이 프런트의 탱킹 의지를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왔다. 이후 자신들의 본분을 깨달은 팀은 거침없이 연패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2월과 3월에는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려 26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다행히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게 승리를 거두며 역대 최다 연패 신기록의 불명예는 피했다.
시즌 중반에도 선수 판매는 계속되었다.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 수집에 열중한 끝에 수많은 지명권을 손에 넣었다. 해당 과정에서 바이런 멀린스, 대니 그래인져, 에릭 메이너, 얼 클락 등 플레이오프 도전 팀들의 샐러리 덤프 역할까지 해주며 바쁜 시간을 보냈다.
2013-14시즌 ( )안은 리그 전체 순위
공격 부문
평균 99.5득점(19위) 득실점 마진 ?10.4점(30위) 야투 성공률 43.5%(29위)
3점슛 성공률 31.2%(30위) 자유투 성공률 71.0%(29위) 실책 16.4개(30위)
공격 리바운드 11.6개(9위) 어시스트 21.8개(15위) 어시스트/실책 비율 1.33(28위)
페인트존 득점 39.0점(17위) 벤치 득점 29.4점(22위)
수비 부문
평균 109.9실점(30위) 상대 야투 성공률 47.1%(28위) 상대 3점슛 성공률 37.0%(25위)
상대 실책 유도 16.2개(1위) 리바운드 42.7개(15위) 리바운드 마진 ?4.2개(28위)
스틸 9.3개(1위) 블록슛 4.0개(25위) 페인트존 실점 45.0점(30위) 벤치 실점 35.6점(30위)
기타 부문
평균 속공 17.4점(4위) 상대 속공 16.6점(29위) 경기 페이스 94.28(24위)
4쿼터 득점 24.3점(20위) 4쿼터 실점 25.1점(16위) AST% 57.6%(18위)
ORtg 96.8(30위) DRtg 107.5(27위) TS% 51.0%(30위) eFG% 47.5%(29위)
필라델피아는 코트 위에서 눈에 띄는 농구 철학이 없었다. 1쿼터 초반에는 그럭저럭 팀플레이를 했지만 점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나 한 번, 너 한 번 식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그나마 전술적인 활용 가치가 높은 스펜서 허즈가 있었을 당시에는 종종 멋진 경기를 하곤 했지만 그가 떠난 후에는 정말 팀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카터-윌리엄스, 토니 로튼, 테디어스 영, 에반 터너 등의 눈에 보이는 성적은 좋았다.(물론 효율성은 측정한 2차 기록은 형편없었다) 이는 워낙 가비지 타임이 자주 발생하다보니 상대 벤치 선수들과 싸워서 적립한 기록들. 실제로 카터-윌리엄스 등은 이미 승부가 기운 4쿼터에도 계속 출전했다. NBA 판타지리그(개별 선수의 기록만으로 순위를 정하는 게임)에서나 사랑받는 선수들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비. 공격은 개인 능력을 풀어 나갈 수 있었지만 조직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는 수비 영역의 경우 손을 놓았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압도적인(부정적인 의미로) 페인트존 실점, 상대 야투 성공률, 실점 등이 이를 증명한다. 공격 역시 효율성을 측정한 TS%, ORtg, eFG% 부문에서 리그 최하위권 이었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의 2013-14시즌 홈 평균 관중은 13,869명으로 밀워키(13,487명)만 앞서는 29위에 불과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경기력이었던 셈이다.
팀 에너지 레벨 ( )안은 리그 전체 순위
총 운동량 1438.8마일(2위) 팀 평균 스피드 4.3마일(2위)
평균 볼 터치 횟수 429.5회(8위) 림 근처 평균 터치 횟수 19.1회(7위)
평균 패스 횟수 305.1회(11위) 어시스트로 인한 평균 득점 창출 51.2점(14위)
상대 림 근처 평균 야투 성공 횟수 12.1회(22위) 상대 림 근처 야투 성공률 55.0%(28위)
평균 캐치&슛 득점 22.0점(27위) 캐치&슛 성공률 35.0%(29위) 캐치&3점슛 33.4%%(29위)
평균 드라이브인 득점 19.8득점(2위) 드라이브인 성공률 42.2%(24위)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답게 운동량은 리그 수위권이었다. 또한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상대 림을 공략했다. 단, 경기당 평균 볼 터치와 패스 횟수가 많았던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속된 표현으로 죽은 패스가 주를 이렀다. 이래저래 공을 돌리다 시간에 쫓겨 슛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팀플레이 영역인 캐치&슛 부문에서 하위권에 그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필라델피아의 2013-14시즌 성적은 가비지 타임에서 쌓은 것이 많은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슛 거리별 팀 야투 성공률 *림 기준 거리
2.44미터 이내 야투 성공률 52.4%(27위) 상대 야투 성공률 58.9%(29위)
2.5미터~4.8미터 구간 야투 성공률 37.3%(25위) 상대 야투 성공률 39.7%(12위)
4.9미터~7.3미터 구간 야투 성공률 37.2%(24위) 상대 야투 성공률 40.7%(25위)
*3점슛 구간 야투 성공률 31.5%(30위) 상대 야투 성공률 37.2%(25위)
*하프 라인 밖에서 시도한 슛은 포함되지 않았다.
코트 어디에서도 상대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실점하는 팀의 전형. 리그에 상대 허점을 공략하는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필라델피아와의 같은 수비 철학이 없는 팀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필라델피아는 불과 2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름 수준급 수비 팀이었다. 그러나 백코트 수비의 중심이었던 이궈달라, 홀리데이가 차례로 팀을 떠나며 수비 로테이션 자체가 붕괴되고 말았다. 노엘, 조엠 엠비드가 합류하는 차기 시즌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여부가 궁금하다.
팀 MVP
마이클 카터-윌리엄스
70경기 평균 34.5분 출전 16.7득점 6.2리바운드 6.3어시스트 1.9스틸
FG 40.5% 3P 26.4% FT 70.3% TS% 48.0% eFG% 43.1% WS 1.3
실제 코트에서의 활약상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영이 더욱 우수했다. 반면 탱킹 시즌을 버텨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측면에서 카터-윌리엄스의 가치는 특별했다. NBA 루키 시즌 역사상 경기당 평균 16득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1.9스틸 이상 기록한 선수는 그를 포함해 단 12명밖에 없었다.(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앤퍼니 하더웨이, 스테판 커리, 크리스 폴, 아이버슨 등) 단, 효율성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개별 선수의 팀 승리 기여도를 측정한 WS 부문에서 영이 3.5, 허즈가 2.6을 기록한 반면 카터 윌리엄스는 1.3에 그쳤다. 이는 팀 내 6위에 불과하며 제임스 앤더슨, 홀리스 톰슨보다 못한 수치였다.
NBA 2013-14시즌 TS% 49%, eFG% 44% 이하를 기록한 선수들
마이클 카터-윌리엄스 ? TS% 48.0% eFG% 43.1%
데릭 로즈 ? TS% 44.6% eFG% 40.2%
라존 론도 ? TS% 46.1% eFG% 44.0%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 선수 기준
*론도와 로즈에게는 부상 면죄부가 있다. 사실상 카터-윌리엄스는 리그 최악의 슈터였다.
워스트 플레이어
토니 로튼
72경기 평균 24.5분 출전 13.0득점 3.2리바운드 3.0어시스트 1.1스틸
FG 42.7% 3P 21.3% FT 64.1% TS% 49.3% eFG 45.2% WS ?0.9
출전 시간 대비 개인 성적은 우수한 편. 그러나 탱킹 팀에서나 가능한 개인플레이를 통한 숫자 적립에 불과했다. 어시스트 수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부분 자신이 공격하다 막히면 어쩔 수 없이 패스를 전달한 경우였다. 그가 제대로 시스템이 갖춰진 팀에서 뛸 수 없는 이유. 벤치에서 출전해 득점 물꼬를 터주는 것도 어느 정도 팀플레이를 해줘야만 가치가 있다. 그가 공격에서 기록한 OWS(오펜시브 윈 쉐어)가 무려 ?1.8. 얼마나 팀에 해악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프시즌&차기 시즌 전망
필라델피아는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서 엠비드를 지명, 한 시즌 더 탱킹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엠비드 역시 노엘과 마찬가지로 부상 전력으로 인해 시즌 초반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는 수준급 FA 영입이 없다는 의미. 오히려 아직 남은 매물들인 영, 제이슨 리차드슨 등 베테랑 선수들을 활용해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 사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승부를 거는 시점은 엠비드, 노엘, 카터-윌리엄스의 기량이 성숙해질 2015-16시즌에나 가능할 전망. 어쨌든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포인트가드, 센터 포지션에 유망주를 확보한 것은 든든한 자산이다. 단, 2014-15시즌은 유망주들의 기록이나 확인하는 선에서 필라델피아 농구를 지켜보자. 팀 성적을 확인하는 것은 혈압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염용근 기자(shemagic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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