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커리가 시험대에 섰다.

한국시간 10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흑백으로 처리된 보도자료가 게시됐다.

“휴스턴 로케츠와 경기에서 3쿼터 2분 5초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포워드 케빈 듀란트는 MRI 검사 결과, 종아리 염좌 부상이 확인됐으며 6차전 휴스턴 원정에 동행하지 않습니다. 듀란트는 베이 에어리어에 남아 치료를 받을 것이며, 다음 주 재검 예정입니다.” 

듀란트의 부상 소식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곳은 라스베이거스였다. ‘포브스’에 따르면, 플레이오프가 시작할 때 -225였던 골든스테이트의 우승 배당률은 듀란트의 부상 소식이 전해진 뒤 +125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탑독에서 언더독이 된 것이다.

소문난 독설가 찰스 바클리는 “케빈 듀란트 없는 골든스테이트는 휴스턴뿐만 아니라 덴버 너게츠,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등 어느 팀도 이길 수 없다”며 3승 2패로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는 골든스테이트의 탈락을 예측하기도 했다.

과연 2010년대를 수놓았던 골든스테이트 왕조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일까?

 

지난 5차전, 듀란트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터널을 빠져나갈 때 전광판의 점수는 68-65로 골든스테이트의 살얼음판 리드를 가리키고 있었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14분 5초. 

플레이오프 11경기서 평균 34.2득점을 51.3% 성공률로 기록하던 에이스의 이탈은 골든스테이트 선수단을 얼어붙게 했고 휴스턴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제임스 하든이 기어를 올리며 연속 4득점을 성공, 68-69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1쿼터 이후 휴스턴이 처음으로 리드를 잡는 순간이자 골든스테이트가 20점의 리드를 따라 잡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에는 또 다른 에이스가 있었다. 정규시즌 듀란트보다 더 높은 평균 득점을 기록했던 ‘2-time MVP’ 스테픈 커리가 모처럼 킬러 본능을 발휘했다.

68-69로 경기가 뒤집히자 커리는 엔드라인부터 직접 공을 몰고오더니 다섯 명의 수비수 사이로 절묘한 플로터를 성공하며 빼앗긴 리드를 되찾아왔다. 커리의 활약은 4쿼터에도 계속됐다. 자유투면 자유투, 점퍼면 점퍼, 3점슛이면 3점슛 커리의 손을 떠난 공은 족족 림을 통과했고 골든스테이트는 커리의 활약 속 승리를 챙겼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감독은 “듀란트가 부상으로 떠난 뒤, 커리가 마인드셋을 바꾼 것 같다. 오늘 커리는 4~5년 전의 그를 떠올리게 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커 감독의 말대로 커리는 듀란트가 부상으로 나가기 전 29분 35초 동안 7개의 3점슛(1/8)을 허공에 날리며 단 9점을 기록한 반면, 듀란트가 나간 뒤 14분 5초 동안 16득점을 몰아쳤다. 역대 최초 만장일치 MVP를 거머쥐던 그 시절의 지배력을 그대로 선보인 것이다.

‘폭스스포츠’의 애널리스트 크리스 브루사드는 “듀란트가 있고 커리가 없을 때, 골든스테이트는 61%의 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커리가 있고 듀란트가 없을 때, 골든스테이트의 승률은 무려 88%에 달했다”면서 “듀란트는 사치품(Luxury)이지, 필수품(Necessity)이 아니”라고 밝혔다.

과연 커리는 자신이 필수품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11일 열리는 6차전은 그의 커리어 아니 어쩌면 골든스테이트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인포그래픽 = 원석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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