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바클리 코드]는 가설과 이론을 검증하는 기사일 뿐, 예언서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일단 한 번 던져보고, 아님 말고!
 
 
평행이론이란?
 
'평행이론'이란 지난 2001년 고고학자 프랭크 조셉에 의해 발표된 이론으로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동일한 삶을 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링컨과 케네디의 평행이론'이 있다. 두 대통령은 거의 동일인물로 여겨질 만큼 같은 운명을 살았다. 이 이론은 2003년 5월 4일, 『신비한TV 서프라이즈』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어 관련 서적이 품절되는 등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게스트 소개>
 
데릭 로즈
 
 
본명! 데릭 마텔 로즈! 애칭은 D-Rose! 등번호 1번! 1988년 10월 4일 출생! 191cm에 86.2kg의 탄탄한 몸매! 2008 NBA 드래프트에서 당당히 1순위로 지명되며 시카고 불스에 입단! 매직 존슨과 알렌 아이버슨에 이어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된 역대 세 번째 포인트가드!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될성부른 떡잎!
 
루키 시절 평균 16.8점, 3.9리바운드, 6.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왕 수상! 소포모어 시즌부터 올스타전 출전! 2010-11시즌, 평균 25.0점, 4.1리바운드, 7.7어시스트를 기록! 시카고 62승 20패 리그 전체 1위! 리그 입문 3년 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NBA 역대 최연소 MVP 수상! 데뷔 이후 동부 컨퍼런스 '이달의 선수'에만 벌써 다섯 번 선정!
 
스티브 프랜시스 이후 최고의 운동능력을 지닌 포인트가드! 경기 중에 머리를 백보드에 부딪히는 등 미친 점프력을 주체 못하는 남자! 새로운 스타일의 경기 지배자! 듀얼가드의 끝판왕! 지고는 못사는 남자! 코트 위의 흑장미, 데릭 로즈가 왔다!
파란 유니폼
김선형
 
 
1988년 7월 1일 출생! 186.7cm, 78.1kg의 모델 뺨치는 몸매! 가드 명문 송도고가 배출한 또 한명의 특급 가드! 오세근과 함께 중앙대 52연승 신화의 주역! 3학년 때부터 사실상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다재다능 슈팅가드!
 
2011 KBL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서울 SK 나이츠 입단! 시즌 초반 스틸에 이은 호쾌한 슬램덩크를 터뜨리며 슈퍼루키의 등장을 만천하에 알린 물건 중의 물건! 그동안 KBL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타일! 덩크를 펑펑 꽂아대며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단신 가드! 리그 최고의 스피드를 무기로 한 막강한 돌파 실력! 강력한 수비와 스틸! 경기 최후의 순간을 즐기는 타고난 승부사!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과 환한 미소로 여심을 사로잡은 신세대 슈퍼스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올스타전에 선발로 출전! 올스타전 '슈퍼스타 KBL' 행사에 참가, 노래와 춤 공연으로 숨겨진 매력을 발산! 뛰어난 기량과 인기, 성실함과 꾸준함까지 모두 갖춘 준비된 슈퍼스타! 한국판 데릭 로즈! 김선형, 그가 왔다!
 
 
로즈는 파란색을 입는다
 
로즈와 김선형은 ‘파란 유니폼 평행이론’으로 이어져 있다.
 
로즈는 시미언 고교 시절부터 이미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유망주였다. 당시 그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필름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농구 팬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시미언 고교의 유니폼은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로즈는 고등학교 4학년 때 2년 연속 팀을 주 챔피언으로 이끌며 평균 25.2점, 9.1리바운드, 8.8어시스트, 3.4스틸을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은 무려 59.0%에 달할 정도였다. 맥도날드 올-아메리칸 올스타전에 초청받은 것은 당연지사였다.
 
많은 이슈가 되었던 경기는 오크힐 아카데미와의 경기였다. 당시 ESPN을 통해 전국중계 된 이 경기에서 로즈는 28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활약하며 78-75로 승리, 전미 1위 팀을 초토화했다. 로즈는 원맨 속공, 크로스오버 등 온갖 묘기를 선보이며 전국에 본인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맞상대였던 브랜든 제닝스는 3쿼터까지 무득점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다. 제닝스는 4쿼터에만 17점을 퍼부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분한 마음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팀을 승리로 이끈 로즈와 대조되는 순간이었다.
 
로즈는 존 칼리파리 감독이 이끄는 멤피스 대학에 입학했다. 멤피스의 유니폼 역시 파란색이었다. 로즈는 다시 한 번 파란 유니폼을 입고 종횡무진 활약하기 시작했다. 로즈는 칼리파리의 ‘드리블 드라이브 모션 오펜스’ 전술과 함께 날아다녔다. 막강한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자랑하는 로즈를 살리기에는 최적의 전술이었다. 그야말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
 
로즈는 시즌 개막 직후 멤피스를 26연승으로 이끌었다. 테네시 대학에 66-62로 패한 뒤, 다시 연승을 이어간 멤피스는 시즌을 33승 1패로 마무리, NCAA 토너먼트 1번 시드를 배정 받았다.
 
로즈는 토너먼트에서 그야말로 대활약을 했다. 진지하게 2008 드래프트 1순위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로즈는 멤피스를 NCAA 토너먼트 결승전까지 올려놓았다.
 
옥의 티는 결승전 4쿼터 막판 자유투를 실패하며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캔자스 대학의 마리오 찰머스는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3점슛을 성공시켰다. 분위기를 탄 캔자스는 연장에서 75-68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로즈의 성공 가능성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란 유니폼의 에이스
 
김선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앙대 시절 파란 유니폼을 입고 대학농구를 평정했던 최고의 스타였다.
 
2008년 오세근, 함누리 등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중앙대의 52연승을 이끌었다. 이 연승기록은 국내농구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김선형은 2010 대학농구리그에서 중앙대에 우승을 안겼다. 그것도 25전 전승 우승이었다. 당시 김선형은 "대학리그 도입 원년에 우승했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장기 레이스였기 때문에 팀마다 몸 관리에 애를 먹었다. 중앙대는 부상자가 거의 없었다는 게 고무적이다. 초대 대회를 전승 우승으로 장식했다는 기록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또, 팀 동료 오세근을 제치고 2010 MBC 전국대학농구대회 MVP에 선정된 바 있다. 김선형은 "세근이 형한테 'MVP는 형이 타고, 나는 수비상을 받고 싶다'고 했다"며 "솔직히 수비상은 정말 받고 싶어요. 그 외에는 욕심이 없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그가 수비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말해준다. 실제로 그는 대학농구에서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가드로 평가받았다. SK에 입단한 후에도 뛰어난 수비력으로 팬들과 전문가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김선형의 성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앙대 4학년 시절에는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오세근이 잦은 국가대표 차출로 팀을 비웠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대학농구리그에서도 중앙대를 우승으로 이끌어 대회 초대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소름 돋는 평행이론을 소개한다. 로즈와 김선형은 올스타전에서조차 파란 유니폼을 입었다. 로즈는 2009년부터 동부 컨퍼런스 올스타로 꾸준히 선정되고 있다. 김선형은 2012 올스타전에서 매직 팀 소속으로 출전했다. 동부 컨퍼런스와 매직 팀은 모두 파란 유니폼을 입었다. 파란 유니폼 평행이론이 성립하는 순간이다.
 
 
빨간 유니폼
 
빨간 유니폼 평행이론
 
 
이들이 파란 유니폼만으로 연결 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빨간 유니폼 평행이론’으로도 이어져있다.
 
로즈는 2008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시카고 불스의 부름을 받았다. 불스는 이미 가드 포화 상태였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드래프트의 유명한 격언이 있다. "포지션 상관없이 남아있는 선수 중 최고의 선수를 뽑으라"는 것. 시카고 역시 이에 충실했고 로즈는 빨간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로즈는 데뷔 첫 시즌 팬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받았다. “프로젝트형 신인이다”, “잘 커봐야 올스타 급이다” 등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었다. 하지만 로즈는 팀을 동부 컨퍼런스 7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컨퍼런스 2위였던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펼친 1라운드는 역대 최고의 대혈투 시리즈로 평가 받는다.
 
로즈는 플레이오프 데뷔 첫 경기부터 36점, 11어시스트로 팀 승리를 이끌며 대형스타로서의 자질을 드러냈다. 36점은 1970년 카림 압둘-자바와 함께 역대 플레이오프 데뷔전 최다득점 타이 기록이었다. 또, NBA 역사상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35점, 10어시스트를 넘긴 두 번째 선수가 됐다. 다른 한 명은 2008년의 크리스 폴(35점, 10어시스트)였다. 로즈가 얼마나 큰 임팩트를 남겼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
 
로즈는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2009-10 플레이오프에서는 비록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패했지만 평균 26.4점, 7.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2010-11시즌은 여러분이 더 잘 기억할 것이다. 전미, 아니 전 세계에 '데릭 로즈 열풍'을 일으키며 역대 최연소 MVP로 우뚝 섰다. 불스는 부임 첫해였던 탐 티보도 감독과 함께 62승 20패를 기록,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빨간 유니폼
그와 동갑내기인 김선형 역시 빨간 유니폼을 착용하고 코트를 누비고 있다. 2011 KBL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권을 획득한 SK는 김선형과 최진수 중 누구를 선택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SK는 결국 김선형을 지명했다. 즉시 전력감이라는 점을 높이 샀다. 또, 팀에 최진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김민수가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을 앞세우는 SK로서는 스타성이 돋보이는 김선형이 탐스러웠을 것이다. 김선형은 그렇게 SK의 붉은 유니폼을 입게 되었다.
 
 
김선형은 프로 데뷔와 동시에 팀내 최고 스타로 올라섰다. 2012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뽑힌 것이 그 증거다. “김선형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하는 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여성 팬들은 김선형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 블로그에 업데이트하기 바쁘다.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과 준수한 외모,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밝게 인터뷰하며 환한 미소를 잊지 않는 선수다.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데뷔 첫 해 평균 14.9점, 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2년차였던 2012-13시즌에는 SK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며 MVP를 수상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때 SK 문경은 감독 역시 초짜였다는 것이다. 로즈와 김선형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는 점, MVP를 수상했다는 점까지 똑같다. 이렇게 소름 끼치는 ‘MVP 평행이론’마저 성립한다.
 
 
감독 평행이론
 
로즈와 김선형의 대학 시절 감독 역시 평행이론으로 이어져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로즈가 뛰었던 멤피스 대학의 감독은 존 칼리파리였다. 그는 대학농구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로즈 외에도 마커스 캠비, 드후안 와그너, 타이릭 에반스, 존 월, 드마커스 커즌스, 에릭 블렛소, 브랜든 나이트, 앤써니 데이비스, 줄리어스 랜들 등 수많은 NBA 스타들을 길러냈다.
 
하지만 NBA에 도전했다가 크게 망신을 당한 바 있다. 1996년 뉴저지 네츠의 감독직을 수락한 그는 첫 시즌부터 26승 56패를 기록, 체면을 구겼다. 이듬해에는 43승 39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 불스에게 0승 3패로 박살났다. 1998-99시즌에는 3승 17패로 망신을 당하는 도중 해고되며 짐을 쌌다. 현재는? 대학농구로 돌아와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김선형의 중앙대 감독이던 김상준 역시 칼리파리와 비슷하다. 그는 대학 무대에서 모든 것을 이루었다. 중앙대의 52연승을 비롯, 수십여 개의 대회를 제패하며 명실상부 최고의 감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냉혹했다. 2011-12시즌 삼성의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삼성 창단 이후 최다인 14연패를 당했으며 한 경기에서 41점차로 완패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삼성은 2011-12시즌 13승 41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리그 꼴찌를 차지했다. 김상준 감독은 "첫 시범 경기였던 동부와의 경기에서 1쿼터를 32-9로 졌을 때 정말 죽고 싶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그런 망신살은 처음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덩크하는 가드
 
 
두 선수는 비교적 신장이 작은 가드임에도 불구하고 호쾌한 슬램덩크를 펑펑 터뜨리며 절정의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로즈는 스티브 프랜시스 이후 최고의 운동능력을 지닌 포인트가드로 평가 받는다. 드래프트 직전 신체검사에서 무려 101.6cm에 달하는 점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 도중 덩크를 시도하다 백보드에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높이 뛴다.
 
원맨 속공 시에는 로즈를 따라갈 선수가 없다. 번개 같은 스피드로 내달려 하늘 높이 날아올라 꽂는 투 드 덩크는 전매특허. 유명 농구 전문지 『다임 매거진』에서는 "반드시 덩크 대회에 출전해야하는 선수"라는 주제에서 로즈를 거론하기도 했다.
 
 
김선형은 대학 시절부터 이미 '덩크하는 가드'로 명성을 떨쳤다. 제자리 점프는 60cm로 평범하지만 탁월한 스피드를 활용한 도움닫기 점프에서 엄청난 높이를 자랑한다. 또, 무려 다섯 가지 덩크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팔이 긴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김선형의 윙스팬은 무려 196cm에 달한다.
 
 
2013 아시아 선수권 조별리그 중국전에서는 한국농구사를 통틀어 역대급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도 했다. 시원하게 원맨 속공을 질주하더니 이지앤리앤의 블록슛 시도를 넘어 호쾌한 원 핸드 덩크를 작렬시킨 것. 이 동영상은 국내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의 주간 동영상 공유 2위에 오를 정도였다.
 
 
강심장 평행이론
 
 
로즈와 김선형은 클러치 타임이 되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친다는 점이 닮았다. 이들은 ‘위닝샷 평행이론’으로도 이어져있다.
 
한때 로즈의 클러치 능력은 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 받았다. 크리스마스에 열렸던 2011-12시즌 개막전에서도 일을 냈다. LA 레이커스는 경기 종료 54.6초 전, 코비 브라이언트의 점프슛으로 87-81로 앞섰다. 하지만 불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카고는 루올 뎅이 연속 5점을 몰아치며 1점차까지 추격했다. 뎅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뎅은 뛰어난 수비로 레이커스의 공을 가로챘다.
 
남은 시간은 16초. 로즈가 공을 잡았다. 그는 3점 라인 밖에서 시간을 흘려보낸 뒤,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데릭 피셔를 제치고 페인트 존에 침투했다. 로즈는 망설이지 않고 플로터를 던졌다. 레이커스의 빅맨들이 블록을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공은 깨끗이 림을 갈랐다. 시카고가 88-87로 레이커스를 무너뜨리며 스테이플스 센터의 2만여 관중을 아연실색케 하는 순간이었다.
 
 
김선형은 대학 시절 결승전 경기 막판에 실전 첫 덩크를 시도할 만큼 대단한 강심장이었다. 원맨 속공 상황에서 덩크에 실패했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바로 다음 공격에서 다시 한 번 덩크를 시도해 기어이 성공시키고 말았다. 일반적인 경우 자신의 실수에 긴장하거나 주눅이 들어 플레이가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선형은 그런 게 없었다.
 
 
김선형의 루키 시즌 도중 나왔던 재미있는 보도 자료가 있다. 당시 김선형은 평균 15.23점을 기록 중이었다. 그런데 6,000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6경기에서는 평균 19.3점을 득점했다고 한다. 김선형은 "위기 상황일수록, 팬들이 많을수록, 팬들이 소리를 많이 지를수록 훨씬 재미있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 말은 허세가 아니라 진짜였던 것이다.
 
2012년 2월 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나왔다. 김선형은 74-74 동점이던 경기 종료 22.8초 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받았다. 그는 몸 주위로 공을 빙빙 돌리며 여유를 부렸다.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신호였다. 관중들은 이를 알아채고 그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김선형은 ‘씨익’ 웃더니 공을 더 빨리 돌렸다. 그리고는 동료의 스크린을 받아 번개처럼 골밑으로 침투했다. 수비수가 막아섰지만 순간적인 방향 전환으로 제치고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76-74로 SK의 승리.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김선형의 프로 첫 위닝샷이었다. 그는 신인 때부터 클러치 타임을 즐겼다. 그동안 KBL에 이런 배짱을 지닌 선수는 없었다. 새로운 슈퍼스타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의미 있는 위닝샷이었다.
 
문경은 감독은 SK의 사령탑이 된 직후, "김선형은 공격과 수비에서 자신의 스피드를 100% 활용하는 선수다. 강약조절에만 눈을 뜨면 최고의 듀얼가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바클리 코드 마무리
 
두 선수는 드래프트 동기들과 함께 2012 올스타전에 출전했다는 점까지 흡사하다.
 
로즈는 드래프트 동기인 케빈 러브, 러셀 웨스트브룩과 함께 2012 올스타전 무대를 밟은 바 있다. 김선형 역시 드래프트 동기 오세근, 최진수와 함께 2012 올스타전 무대에 함께 섰다.
 
하지만 이후 커리어는 극명하게 갈린다. 로즈는 2012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며 쓰러졌다. 2012-13시즌은 재활에 전념하느라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3-14시즌 복귀했지만 10경기 만에 다시 한 번 무릎 부상을 입고 시즌-아웃 됐다.
 
반면 김선형은 승승장구했다. KBL 최고 인기스타로서 입지를 굳혔을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도 발탁되어 코트를 누볐다. 현재는 진천에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로즈와 김선형의 앞날에 서광이 비추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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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사진 제공 = 아디다스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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