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 올스타 파워포워드 자크 랜돌프가 소속 팀 멤피스 그리즐리스와 재계약 합의에 성공했다.
미(美) 스포츠 전문 매체 야후 스포츠의 28일(이하 한국시간 기준) 보도에 따르면 랜돌프가 차기 시즌 멤피스와의 1,650만 달러 플레이어 옵션에 대한 옵트-인을 선택했다고 한다. 아울러 2015-16시즌부터 시작되는 2년 2,000만 달러 추가 장기 계약에 합의했다.
랜돌프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소속 팀과 재계약 협상을 펼쳐 왔다. 잔류 의지가 높았던 반면 금액과 기간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것이 사실. 옵트-인 선택과 추가 장기 계약을 통해 2016-17시즌까지 멤피스 유니폼을 입고 우승 도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지난 2009년 LA 클리퍼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멤피스에 합류했다. 멤피스가 2009-10시즌부터 본격적인 강팀으로 거듭났던 사실을 감안하면 마크 가솔, 마이클 콘리 등과 함께 팀 중흥기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음을 알 수 있다. 팀과 함께한 5년간 플레이오프 진출 4회(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1회) 업적을 달성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멤피스의 정규 시즌 누적 승률은 59.1%(233승 161패)였다.
본인에게도 멤피스로의 이적은 선수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반전이었다. 과거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 뉴욕 닉스 등 시절만 하더라도 탁월한 개인 능력에 비해 독단적인 플레이 성향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었다. 팀 승리와 개인 성적이 별개인 대표적인 선수였던 셈이다.
반면 멤피스 이적 후에는 흑인 선수들의 대부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라이오넬 홀린스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팀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동료들과의 호흡에 좀 더 신경 썼고, 리더 역할까지 맡았다. 특히 랜돌프-가솔의 인사이드 조합은 터프함, 공간 활용 능력, 수비 등 모든 부문에서 완벽한 시너지를 자랑했다. 또한 팀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는 우격다짐으로 득점을 성공시킬 수 있는 에이스 역할까지 전담했다.
2013-14시즌 어시스트가 없는 상황에서의 야투 성공률(포워드 기준)
1위 루디 게이(새크라멘토 킹스) - 65.9%
2위 카멜로 앤써니(뉴욕 닉스) - 61.4%
3위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 히트) - 58.4%
4위 자크 랜돌프(멤피스 그리즐리스) - 53.8%
그는 대단히 독특한 장점을 보유한 선수. 현재 리그는 스몰 라인업 트렌드 하에서 코트를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스트레치형 빅맨이 각광받고 있다. 랜돌프의 경우 내/외곽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음은 물론 무엇보다 페인트존에서 ‘싸울 줄 아는’ 존재. 매치업과의 치열한 자리다툼을 통해 본인의 득점뿐만 아니라 동료들의 활동 공간까지 확보해준다. 가솔의 패싱 능력이 빛날 수 있었던 것도 랜돌프가 인사이드 공간을 확보해줬기 때문이다. 가솔과 랜돌프의 하이-로우 플레이는 인디애나의 로이 히버트(?)-데이비드 웨스트와 조합과 더불어 리그의 대표적인 빅맨 전술로 자리 잡았다.
*스트레치형 빅맨은 슛 거리가 긴 4~5번 포지션 선수를 의미한다. 뉴올리언스 호네츠의 라이언 앤더슨, 피닉스 선즈의 채닝 플라이, 뉴욕 닉스의 안드레아 바그냐니(!!)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 단, 해당 선수들은 페인트존 득점력이 약하고, 수비에서 문제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랜돌프와 같은 고전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보유한 빅맨이 역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또한 그는 단순히 ‘싸울 줄만 아는’ 빅맨이 아니다. 리그에는 그와 같은 터프한 빅맨들이 늘 존재했다. 랜돌프의 경우 치열한 몸싸움을 하면서도 득점을 할 수 있으며 리바운드 능력 역시 대단히 뛰어나다. 여기에 멤피스에서 활약하면서 패싱 센스까지 개안(開眼)했다는 평가. 내구성 역시 준수한 편이다. 멤피스 합류 후 5시즌 중 4시즌에서 평균 더블-더블을 기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32세(현지 나이 기준) 이상 시즌에 평균 17득점-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최근 15년을 기준으로 잡았다.
샤킬 오닐(2004-05시즌) - 22.9득점 10.4리바운드
팀 던컨(2008-09시즌) - 19.3득점 10.7리바운드
팀 던컨(2009-10시즌) - 17.9득점 10.1리바운드
자크 랜돌프(2013-14시즌) - 17.4득점 10.1리바운드
단, 지난 2010-11시즌 당시 당한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페인트존 공략 능력은 상실한 상태다. 그래도 파워만큼은 여전하며 운동 능력에 기반을 둔 플레이 스타일이 아닌 관계로 노쇠화에 대한 걱정은 덜한 편이다. 자유투를 얻어내는 능력과 성공률 역시 준수한 부문 역시 그의 롱런 가능성을 높여준다.
한편, 멤피스는 차기 시즌을 끝으로 가솔, 콘리가 FA 자격을 획득한다. 2015-16시즌부터 랜돌프의 연봉이 감소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가솔 등과의 재계약 협상에 있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 탄탄한 수비와 팀플레이를 통해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그리즐리스 군단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보자.
염용근 기자(shemagic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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