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_ 반갑습니다. 샌안토니오에 오니까 좀 어떠세요? 답답한 사무실보다는 낫죠?
강성복 PD(이하 복PD)_ 아니, 뭐 본 게 있어야...(웃음). 샌안토니오 와서 뭐 본 게 없어요, 워낙 시골이라! 그래도 스튜디오 촬영보다는 직접 와서 경기 취재도 하고 훨씬 즐겁네요.
루키_ 아무튼 대단히 수고 많으셨어요. 스포티비에서 한 시즌 동안 'NBA'라는 빅리그 컨텐츠를 맡아 방송을 하셨는데요.
복PD_ 운이 좋았죠. 스포티비에서 NBA를 담당하게 되어 영광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농구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더 열정을 갖고 일했습니다.
루키_ 혹시 부담감은 없으셨나요?
복PD_ 사실은 제가 예전에 타 방송국에서 일할 때부터 농구는 많이 다뤘었거든요. 저만큼 현장을 많이 뛴 PD도 많지 않을 걸요(웃음). 거의 농구장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요. 그때의 경험을 발판삼아 열심히 했습니다. 대표님께서도 저를 믿고 맡겨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했었죠. 대표님이 또 엄청난 농구 광이시거든요.
루키_ 플레이오프 기간 중에는 치어리더 화면을 띄워놓고 "PD도 남자랍니다"와 같은 위트 있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하셨죠.
복PD_ 하하하. 저도 남자거든요. NBA가 사실 남자들의 스포츠 아니겠습니까? 주 시청층이 남성들이잖아요. 그래서 치어리딩 장면을 내보면 대부분 좋아하실 것 같았어요(웃음). 역시나 온라인 상에서 반응이 '핫'하더군요.

복PD_ 자막은 항상 제가 직접 쓰는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난 이슈를 중계 중에 녹여내려고 이런 저런 시도를 많이 하기도 했어요. "박세운 기자 등판시 맷 보너가 등장할 확률"이라던가(웃음).
제 모토가 "재미있는 방송"이거든요. 미국 TNT 중계를 보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패널들이 서로 농담 주고 받으면서 즐겁게 방송하잖아요. 그런 중계를 만들고 싶어요. 시청자분들께 조금이라도 더 즐거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파이널 기간 동안 기자님께 연락을 드린 것도 기자님 특유의 위트를 높이 샀기 때문이에요.
루키_ 최대한 많은 분들이 보시고 즐기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국내에서 NBA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게 아쉬워요.
복PD_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스포티비는 유튜브 채널로도 중계를 내보내는데요. 언젠가 동시접속자가 거의 만 명 정도에 육박한 거예요! NBA 제작진 쪽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죠. 물개박수 치고 좋아하면서 야구 팀 동시접속자를 확인했는데...300,000만 명이 넘더라고요. 아, 농구는 진짜 '찻잔 속의 태풍'이구나...싶었죠(웃음).
루키_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니까요. 그렇다면 국내 농구인기 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게 제일 빠를까요?
복PD_ 한국판 제레미 린이 나와야죠. 메이저리그 보세요. 류현진 선수 덕분에 지금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파이가 엄청나게 커졌어요. 한국인 NBA 선수가 등장해야 됩니다. 저는 이게 동반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봐요. NBA 인기는 물론이고 국내농구까지 함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
압도적인 농구 유전자를 가진 선수가 아니라면, 제레미 린처럼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라야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그러면 미국농구를 비롯해 낯선 환경에 따로 적응할 필요가 없잖아요.

복PD_ 우리는 여기서 외계인 다음으로 인기가 없어서 안 돼요(웃음).
루키_ '우리'라뇨! 부인하지는 못하겠네요. 그렇다면 중계방송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복PD_ 바로 이번 파이널 5차전이었죠. 멀리서 모니터 화면으로만 받아보다가 직접 현장에 와보니 이런 신세계가 없더군요. 2만여 관중이 끊임없이 내지르는 함성 때문에 경기 내내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얻었어요.
루키_ 마침 홈에서 열린 5차전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우승을 확정 지었잖아요.
복PD_ 맞아요, 그래서 취재가 정말 아비규환이었어요. 카와이 레너드의 '파이널 MVP' 수상이 발표되자마자 스퍼스 라커룸으로 갔거든요. 이미 샴페인을 터뜨리고 난리가 났더군요. 게다가 전 세계의 기자들이 한데 엉켜서 진짜 정신을 못차리겠더라고요.
루키_ 샴페인 맛은 달달했나요?
복PD_ 음미할 틈도 없이 또 다음 장소로 이동했어요. 기자회견장이었는데요. 도착했을 때는 이미 르브론 제임스와 드웨인 웨이드의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이었죠. 파이널에서 패했기 때문인지 표정이 정말 어두웠어요.
루키_ 반면 샌안토니오 선수들은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더군요.
복PD_ 레너드는 말할 것도 없고,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 또한 입이 귀에 걸렸더라고요. 무엇보다 아들, 딸을 데리고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던컨이 인상적이었어요. 사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잖아요. 작년 파이널 준우승에 이어 이혼 문제도 있었고요.
루키_ 그래서였을까요. 인터뷰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것 같더라고요.
복PD_ 하하하. 바로 이승기 기자님이 질문하셨을 때였죠. "첫 번째 우승했던 15년 전에는 막내였는데 지금은 최고참으로서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날에 대한 감회를 들려달라"고요. 계속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인터뷰하던 던컨이 별안간 말을 잇지 못하더군요. 감상에 젖었나봐요.
그리고 이 뭉클한 장면이 ESPN을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됐잖아요. 덕분에 저는 NBA 해외 마케팅 담당자 피오나로부터 직접 연락까지 받았어요. "그 장면 너무 좋았다"고 "수고 많았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만든 그림이 팬들에게 감동을 전해준 거잖아요. 방송 PD로서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루키_ 경기 도중 보니 샌안토니오가 우승하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시던데요. 그렉 포포비치 감독보다 더 간절해 보였어요.
복PD_ (웃음) 당연하죠. 6차전 가면 제 일거리가 또 늘어나잖아요! 5차전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죠. 대표님께서는 6차전이 열리는 마이애미까지 다녀오라고 하셨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PD로서는 뭔가 '내용'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마이애미가 너무 일방적으로 밀린 것이 참 아쉬웠어요. 경기력이 서로 비슷하게 나와줘야 시청자 입장에서 더 재미있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잖아요. 승패가 뻔한 경기는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거든요.
루키_ 그거 직업병 코스프레 아닌가요.
복PD_ 티 났나요(웃음). 사실 이 역사적인 경기, 위대한 순간을 현장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는 자체로 감사해요. 샌안토니오가 홈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목격했으니까요. 이거보다 큰 경험이 어딨겠어요!
루키_ 사실 여러 가지 실시간 영상을 더 준비하셨잖아요.
복PD_ 그랬죠. 그런데 몇몇 사정이 생겨서 5차전 중계에 모두 사용하지 못했어요. 경기장 내의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을 이승기 기자님과 함께 많이 촬영했는데 아쉽게 됐어요. 인터넷 상황도 좋지 않았고요.
그래도 한 가지는 방송에 탔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100데시벨이 넘는 소음 속에서 촬영했던 오프닝 매치포커스요! 현장음 때문에 말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통행이 많았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촬영해서 간신히 방송에 냈잖아요. 방송 탄 것을 확인하고 피디로서 진짜 보람을 느꼈다니까요.
루키_ 파이널도 끝났는데 이제 일을 내려놓으셔야죠.
복PD_ 저는 이제 당분간 MLB 팀으로 가서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방송가에서 휴식이란 있을 수가 없죠.
루키_ 그럼 평소에 쉴 때는 무엇을 하시나요? 역시나 흥청망청 술을 드실 것 같은데요.
복PD_ 술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게 좋더라고요. 친구들 안 만나면 그냥 집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사색을 즐겨요. 제가 혼자 자취를 하거든요.
루키_ 여자가 아니라 아쉽네요.
복PD_ (웃음)무슨 말씀이세요! 아, 그리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참 좋아했거든요. 저기 저 고양이 보이시죠? 저는 동물과의 교감을 즐겨요.

고양이는 복PD가 말을 걸자, 학을 떼고 도망갔다.
루키_ 교감에 실패하셨군요. 이참에 공개구혼이라도 한 번 하시는 건 어떨까요?
복PD_ 말씀 드렸잖아요. 여기서는 외계인 다음으로 인기가 없어서 안 된다니까요(웃음)!
루키_ 한 시즌을 책임진 조현일, 박세운 해설위원에 대해 시원하게 뒷담화 좀 부탁드려요.
복PD_ 하하하. 시원하게 한 번? 농담이고요. 제가 시즌 내내 의지하고 간 분들이예요. 조현일 편집장님 같은 경우 방송 경력이 워낙 오래 되셨잖아요. 그래서 방송 흐름을 잘 아시거든요. 김명정 캐스터를 비롯해 어떤 캐스터와 붙여 놓아도 전반적으로 호흡이 잘 맞아요. 재미와 실력을 겸비한 해설이라 최고죠.
박세운 위원님은 상세한 해설이 매력이죠. 세세한 부분까지 잘 짚어주셔서 팬들의 궁금증을 잘 해소해주세요. 배경지식 쪽에 강점을 지니고 계세요.
루키_ 판에 박힌 정치적 멘트군요! 그럼 못다한 이야기라도 해주세요.
복PD_ 국내 NBA 중계 형편이 아직까지는 좀 열악한 편이지요. 하지만 그만큼 앞으로 발전의 폭이 넓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NBA 클래식 경기들을 시작으로 재미있는 컨텐츠 많이 준비하고 있거든요.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아! 마지막에 "복PD는 만나보니까 프로 의식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좀 써주세요(진지).
필자가 만나 본 복PD는 대단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에 대한 자긍심이 엿보였다. 복PD는 프로의식과 책임감이 대단히 강한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었다.
사진 = 이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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