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을 수 있다. 하지만 카와이 레너드 없이는 승리도 없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스몰포워드, 카와이 레너드(22, 201cm)가 샌안토니오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레너드는 이번 시즌 내내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스퍼스는 15일(한국시간) AT&T 센터에서 열린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2라운드 5차전에서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104-82로 완승했다. 레너드는 35분간 22점, 7리바운드, 5스틸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또, 3개의 3점슛을 터뜨렸으며 실책은 하나도 범하지 않았다.
 
멋진 하이라이트도 만들어 냈다. 레너드는 3쿼터 초반 니콜라스 바툼의 패스를 가로챈 뒤 쏜살같이 상대 진영으로 달려나갔다. 데미안 릴라드와 웨슬리 매튜스가 달라붙었으나 그 사이를 가르고 돌파한 뒤, 원핸드 더블 펌프 덩크를 작렬시켰다. 과거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1987년 슬램덩크 대회에서 선보인 자유투라인 에어덩크가 생각나는 동작이었다.
 
약 3분여 뒤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레너드는 드리블하는 릴라드의 공을 가로채 달아난 뒤 원핸드 슬램덩크를 터뜨렸다. 샌안토니오는 이 덩크로 17점차 리드를 안았다. 샌안토니오는 끝까지 리드를 지켰고, 4승 1패로 시리즈에서 승리하며 3년 연속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스퍼스는 레너드의 활약에 힘입어 이날 33점의 속공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7년 팀 던컨이 데뷔한 이래 플레이오프 구단 최고기록이었다. 동시에 지난 15년을 통틀어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최다 속공 점수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레너드는 이날 +23의 온 코트 득실마진을 기록했다. 이는 이날 뛴 24명의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 뿐만 아니라 바툼, 릴라드 등 닥치는 대로 상대를 수비하며 꽁꽁 묶었다. 공수 양면에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이었다.
 
레너드는 지난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15순위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지명됐다. 드래프트 직후 샌안토니오의 조지 힐과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스퍼스 구단에 합류했다. 리그폐쇄 여파로 단축시즌으로 열렸던 2011-12시즌, 레너드는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적응기를 거쳤다.
 
2012-13시즌부터는 붙박이 주전이 됐다. 또, NBA 파이널에서 평균 14.6점, 11.1리바운드, 2.0스틸을 기록하며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르브론 제임스를 상대로 빼어난 수비력을 과시하는 등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더욱 발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장기인 수비는 말할 것도 없고, 3점슛은 더 날카로워졌다. 레너드는 어느새 리그를 대표하는 '3 & D(최근 각광받는 유형으로, 코너 3점슛 능력이 뛰어난 수비 스페셜리스트를 일컫는다)' 선수로 떠올랐다.
 
정규리그 후반기 샌안토니오의 19연승의 중심에도 레너드가 있었다. 스퍼스는 레너드가 부상으로 빠진 14경기에서 6번을 패하는 등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레너드가 복귀하자마자 공수가 몰라보게 달라지며 19연승을 내달렸다.
 
레너드는 연승 기간 동안 평균 14.0점, 6.6리바운드, 2.1어시스트, 1.9스틸, 1.5블록으로 전천후 활약을 했다. 야투 성공률은 51.6%에 달했고, 3점슛 성공률 또한 45.8%에 육박했다. 자유투 성공률 또한 87.5%였다. 게다가 평균 1.4개의 실책만을 저지르며 안정적인 경기를 했다.
 
샌안토니오는 레너드가 복귀해서 뛰었던 마지막 26경기에서 22승 4패를 거뒀다. 무려 84.6%에 달하는 높은 승률이었다. 덕분에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제치고 서부 컨퍼런스 1위이자 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번 플레이오프 또한 마찬가지다. 레너드는 포틀랜드와의 다섯 경기에서 평균 17.0점, 7.6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56.1%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은 무려 52.9%. 그야말로 던지면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수비 또한 완벽 그 자체였다. 레너드는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1라운드 시리즈에서 매치업 상대를 평균 11.9점, 야투 성공률 42.7%로 막았다. 2라운드 포틀랜드에게는 더욱 가혹한 수비를 펼쳤다. 포틀랜드 선수들은 레너드 앞에서 고작 평균 5.0점밖에 넣지 못했다. 레너드는 매치업 상대의 야투 성공률을 30.0%까지 떨어뜨렸으며, 동시에 3.2개의 실책을 유발했다.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도 별 탈 없이 승리하곤 했다. 마누 지노빌리가 빠져도 이겼고, 토니 파커 없이도 문제 없었다. 심지어 팀 던컨이 결장해도 승리했다. 하지만 레너드 없이는 아니었다. 레너드가 빠지면 외곽수비가 크게 흔들려 경기력 기복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과거에 이미 브루스 보웬의 성공을 이끈 바 있다. 보웬 또한 3점슛과 수비에 특화된 선수로, 레너드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레너드는 훨씬 더 그릇이 크다. 어쩌면 레너드는 스퍼스의 성공을 이끌 선수로 성장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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