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라호마시티의 숨은 주역, 서지 이바카
[루키] 이승기 기자 =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10일(한국시간)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 3차전에서 LA 클리퍼스를 118-112로 물리쳤다. 1차전 패배 뒤 2연승을 거둔 썬더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거두며 한 발 앞섰다. 또, 빼앗겼던 홈 코트 어드밴티지도 다시 찾았다.
팀 승리의 주역으로는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을 꼽을 수 있다. 듀란트는 이날 36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공격 전반을 이끌었다. 웨스트브룩은 23점, 8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올리며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모두가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을 칭송하지만, 진짜 눈여겨봐야 할 선수는 따로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수비형 빅맨, 서지 이바카(24, 208cm)다. 이바카는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온갖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썬더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배와 같은 존재다.
이바카의 활약은 플레이오프에서도 두드러진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7경기 동안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상대로 평균 13.0점, 8.9리바운드, 2.6블록을 올렸다. 세 차례 더블-더블도 곁들였다. 강력한 멤피스의 포스트진을 상대로 올린 기록이라 더욱 값지다. 게다가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이 야투 난조로 헤매고 있었지만 이바카의 야투 성공률은 60.0%에 달했다.
클리퍼스와의 2라운드 또한 마찬가지다. 3경기 평균 15.3점, 6.3리바운드, 1.3블록을 기록 중이다. 열악한 오클라호마시티의 골밑에서 홀로 고군분투 중인 것이다. 3차전에서는 10개의 야투 중 9개를 적중시키며 20점, 6리바운드를 기록, 팀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수비다. 수비는 공격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바카의 존재 덕에 클리퍼스 선수들은 페인트존 공략에 애를 먹고 있다. 4년 연속 총 블록 개수 1위에 빛나는 이바카의 높이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클리퍼스 공격의 첨병, 블레이크 그리핀은 2차전에서 15점, 6리바운드에 그쳤다. 특히 이바카와의 매치업에서는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바카 또한 그리핀 못지 않게 힘과 운동능력이 뛰어난 탓이었다.
그리핀은 2라운드 첫 두 경기에서 29개의 야투를 던져 12개를 넣는데 그쳤다. 이바카를 상대로 21개의 야투를 시도했으나 림을 가른 것은 6개에 불과했다. 3미터 안쪽 골밑에서 이바카와 맞붙었을 경우, 그리핀은 7개의 야투 중 단 한 개만을 성공시켰다.
반면, 이바카가 아닌 다른 수비수가 붙었을 때는 펄펄 날았다. 8개의 슛 중 6개를 적중시켰다. 3미터 안쪽에서는 7개 중 5개를 넣었다. 보다 쉽게 페인트존에 접근했고, 큰 방해를 받지 않아 가볍게 골을 넣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이바카와 그리핀은 리그를 대표하는 앙숙이다. 이바카는 몇 년 전부터 그리핀만 만나면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다. 예전에는 그리핀의 낭심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퇴장당한 사건도 있었다. 과격한 몸싸움과 신경전은 예사다. 이날 3차전 도중에서도 결국 그리핀의 코피를 터뜨리고 말았다. 이렇게 상대의 심기를 계속 자극하는 것 또한 이바카의 장기 중 하나다. 그리핀으로서는 앞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처럼 이바카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그리핀을 잘 괴롭히고 있다. 물론 3차전에서는 34점이나 내줬다. 하지만 본인 또한 이번 플레이오프 개인 최다인 20점을 넣어 어느 정도 상쇄했다. 이바카가 리그 최고의 파워포워드 그리핀을 상대로 잘 해주고 있어 팀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열세로 보이던 인사이드 매치업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것이다.
클리퍼스가 시리즈 승리를 따내기 위해서는 인사이드진의 분전이 필수다. 하지만 그리핀이 이바카에게 고전하고 있고, 디안드레 조던 또한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켄드릭 퍼킨스를 상대로 맥을 못추고 있다. 하지만 다른 포지션에서는 매치업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이바카가 시리즈 끝까지 그리핀을 잘 상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클리퍼스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듀란트와 웨스트브룩 못지 않게 이바카의 역할 또한 중요해 보인다.
사진 캡처 = 서지 이바카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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