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핑계 없는 무덤 없다. 그래도 쉽게 납득이 안 되는 결정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억울하게(?) 직장을 잃은 NBA 감독들을 살펴보았다.

마크 잭슨
 
7일(한국시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구단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마크 잭슨 감독을 해고했음을 밝혔다. 잭슨은 2011-12시즌 처음 골든스테이트의 지휘봉을 잡은 후 세 시즌간 성적을 향상시켰으며, 도합 121승 109패를 거뒀다.
 
골든스테이트의 밥 마이어스 단장은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문을 연 뒤, "잭슨은 지난 3년간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봤을 때, 지금이 잭슨과 결별할 적기라고 느꼈다"고 해임 이유를 전했다.
 
워리어스 구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안드레 이궈달라를 영입하는 등 많은 투자를 했다. 당장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7차전 접전 끝에 LA 클리퍼스에게 패하며 짐을 쌌다. 매 경기가 명승부였지만 워리어스 프런트 오피스는 만족하지 못했다.
 
잭슨 감독으로서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잭슨 부임 이후 인기 구단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1라운드에서 덴버 너게츠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스테픈 커리는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성장하기도 했다.
 
또, 이번 시즌을 두고도 할 말이 많다. 워리어스는 이번 시즌 51승 31패를 기록, 지난 시즌에 비해 4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가장 큰 원인은 선수들의 줄부상이었다. 선발 로스터가 자주 바뀌는 통에 정상적인 전력을 가동할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 또한 마찬가지다. 수비의 핵심인 앤드류 보거트가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클리퍼스가 워리어스의 인사이드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든스테이트는 치열하게 싸우며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 갔다. 심지어 승패 또한 4쿼터 종료 직전에야 갈릴 정도였다. 결과론적이지만 워리어스가 7차전에서 이겼다면 잭슨의 수명은 조금 더 연장되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사안은 없지만, 이번 해임건은 잭슨과 프론트 오피스의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말, 잭슨이 어시스턴트 코치인 브라이언 스칼라브리니를 물러나게 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 구단은 스칼라브리니를 상당히 아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칼라브리니는 구단의 배려 하에 D-리그 산하 팀 산타크루즈에서 일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4월 초에는 어시스턴트 코치 대런 어먼 역시 해임됐다. 2주 사이에 두 명의 어시스턴트 코치가 옷을 벗게 된 것이었다. 이에 따라 코칭 스태프 간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단은 그런 잭슨을 곱게 보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잭슨의 해임이 시간문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잭슨은 물론 선수들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커리를 비롯한 워리어스 멤버들은 "우리의 코치가 될 자격이 있다"며 잭슨을 지지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잭슨은 비록 구단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과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한 감독이다. 워리어스 선수들은 한 동안 실의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감독이 과연 선수단 및 프론트 오피스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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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 홀린스
 
라이오넬 홀린스 또한 억울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럽다. 멤피스 그리즐리스가 서부의 강호로 자리 잡은데에는 홀린스의 공이 가장 컸다. 홀린스는 2008-09시즌 멤피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팀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수비 조직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멤피스의 성적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홀린스 감독과 함께 멤피스의 성적은 승승장구했다. 2008-09시즌을 기점으로 2012-13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승률이 상승했다. 2010-11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는 강력한 우승후보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잡아내며 '8번 시드의 기적'을 일궈내기도 했다.
 
2011-12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는 클리퍼스에게 탈락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2012-13시즌은 달랐다. 창단 이후 최다인 56승을 거두며 큰 화제를 모은 것. 게다가 플레이오프는 멤피스의 잔치나 다름없었다. 1라운드에서 클리퍼스를 무너뜨리며 전년도의 복수를 하더니, 2라운드에서 우승후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무너뜨리며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홀린스는 선수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다. 한 명, 한 명을 자식처럼 아꼈다. 그래서 구단이 루디 게이를 트레이드하려 했을 때 반대했다. 하지만 멤피스 구단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수익이 크지 않은 소도시 팀이기 때문에 지출을 줄이고 싶어했다. '저비용 고효율' 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게이를 트레이드하며 변화를 줬다.
 
멤피스 구단은 게이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마찰을 빚은 홀린스를 내쳤다. 재계약을 맺지 않기로 한 것. 누구보다 홀린스를 따랐던 애제자 마이크 콘리는 홀린스의 해임을 대단히 아쉬워한 바 있다. 멤피스 팬들 또한 리그 최약체 팀을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올린 홀린스 감독을 많이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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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밴 건디
 
이 남자 앞에서는 억울함을 논하지 말라. 스탠 밴 건디 감독은 두 번이나 억울하게 옷을 벗었다. 한 번은 마이애미 히트, 다른 경우는 올랜도 매직에서였다. 이쯤 되면 플로리다 주 쪽은 쳐다보기도 싫을지도 모르겠다.
 
2003-04시즌 마이애미는 리빌딩을 진행 중이었다. 히트는 스탠 밴 건디를 감독으로 앉히며 새로운 도약을 꿈꿨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라마 오덤과 에디 존스를 중심으로 뭉쳐 42승 40패를 거두며 4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또, 뉴올리언스 호네츠(현 펠리컨스)를 누르고 2라운드 진출까지 성공했다. 신인 드웨인 웨이드는 플레이오프 내내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향후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싹을 틔웠다.
 
히트는 2004-05시즌 리그 최고의 센터, 샤킬 오닐을 영입했다. 또, 데이먼 존스를 영입하며 웨이드의 포지션을 포인트가드에서 슈팅가드로 바꿨다. 웨이드는 오닐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성장했고, 데뷔 두 시즌만에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 잡았다.
 
마이애미는 59승 23패로 동부 컨퍼런스 승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 1, 2라운드를 모두 4전 전승으로 끝내며 8연승 연승가도를 달렸다. 기세가 꺾인 것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컨퍼런스 파이널이었다.
 
2대2로 팽팽하게 맞섰던 5차전, 웨이드가 갈비뼈 부상을 입고 쓰러졌다. 히트는 5차전을 잡으며 3승 2패로 앞섰지만 웨이드가 결장한 6차전에서 91-66으로 처참하게 패했다. 7차전에서는 웨이드가 돌아왔지만 이미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결국 디트로이트가 7차전을 따내며 2년 연속 NBA 파이널에 진출했다.
 
마이애미는 2005-06시즌 초반 오닐의 부상으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11승 10패로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승률을 내던 시점이었다. 마이애미의 팻 라일리 사장은 팀 성적의 책임을 물어 밴 건디를 해고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감독으로 복귀했다. 결과는? 우승이었다. 히트는 2005-06시즌 NBA 챔피언에 올랐다.
 
재미있는 것은 라일리의 행보다. 밴 건디가 부임하기 직전인 2002-03시즌 마이애미 감독은 바로 라일리였다. 당시 히트는 고작 25승 57패에 불과했다. 팀을 우승후보로 끌어올린 밴 건디로서는 다소 억울했겠지만, 라일리가 보란듯이 우승으로 증명하니 딱히 할 말이 없는 신세가 됐다.
 
밴 건디는 2006-07시즌 휴식기를 가진 뒤 2007-08시즌 올랜도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밴 건디는 드와이트 하워드의 성장을 빠르게 이끌어내며 올랜도를 동부의 강호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2008-09시즌에는 NBA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올랜도는 값진 경험을 했다.
 
2011-12시즌, 하워드는 거취 문제를 두고 엄청난 이슈를 몰고 다녔다. 일명 '하워드라마'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하워드가 올랜도 구단에 "밴 건디 감독을 해고하라"고 요청했다는 루머도 나왔다. 밴 건디는 "구단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었다"며 그 루머가 사실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워드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결국 올랜도는 밴 건디를 해고했다. 올랜도 구단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는 하워드의 마음을 잡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워드는 LA 레이커스로 이적하며 올랜도를 떠났다. 올랜도는 감독과 슈퍼스타 모두를 한 방에 잃었고, 아직까지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사진 캡처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홈페이지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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