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포커스
[루키] 이승기 기자 = 전례 없는 치열함을 보였던 2013-14시즌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일정이 모두 종료됐다. 서부 컨퍼런스 2라운드에서는 2번 시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3번 시드 LA 클리퍼스가 맞붙게 됐다.

서부 컨퍼런스 2라운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2번 시드) vs LA 클리퍼스(3번 시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1라운드 4승 3패) *(괄호 안은 플레이오프 팀 순위)
득점 102.1(6위)
실점 96.7(7위)
득실 마진 +5.4(2위)
리바운드 48.1(2위)
어시스트 18.6(11위)
FG 43.5%(13위)
3PT 32.4%(12위)
FT 84.5%(1위)

천신만고 끝에 거둔 승리였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1라운드 대결에서 4승 3패로 간신히 이겼다. 7번 시드 멤피스는 보기 보다 훨씬 강했다.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먼저 3승을 따내며 오클라호마시티를 탈락 직전까지 몰고 가기도 했다.
 
에이스 케빈 듀란트는 시리즈 내내 토니 알렌의 수비에 막혀 고생했다. 알렌은 신기에 가까운 디나이 수비로 듀란트를 괴롭혔다. 러셀 웨스트브룩 또한 마이크 콘리를 앞세운 멤피스 수비에 고전했다. 원투 펀치의 동반 부진은 팀 공격의 정체를 가져왔다.
 
7차전에서는 변수가 생겼다. 6차전에서 스티브 아담스의 얼굴을 가격한 잭 랜돌프가 출장정지징계로 결장했던 것. 멤피스는 팀내 최고 득점원을 잃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스몰 라인업을 내세웠으나 이는 결국 수비 조직력의 붕괴를 초래했다.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이를 놓치지 않고 맹활약, 썬더의 7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LA 클리퍼스(1라운드 4승 3패)
 
득점 110.9(3위)
실점 106.4(13위)
득실 마진 +4.5(4위)
리바운드 41.1(11위)
어시스트 23.7(2위)
FG 47.0%(3위)
3PT 36.2%(8위)
FT 74.6%(9위)
 
57승을 거둔 LA 클리퍼스는 창단 이후 최다승을 달성하며 3번 시드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1라운드 맞대결 상대는 6번 시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당초 이 시리즈는 클리퍼스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처럼 보였다. 골든스테이트 수비의 핵, 센터 앤드류 보거트가 부상으로 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리즈는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됐다. 골든스테이트가 드레이먼드 그린을 중심으로 내세워 스몰 라인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워리어스는 극단적인 스페이싱 농구를 통해 경기를 풀어갔다. 클리퍼스는 결국 7차전 마지막 순간에서야 2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내부의 적도 있었다. 도널드 스털링 구단주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클리퍼스 선수들은 보이콧 논란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시리즈를 치러야 했다. 단체로 웜업 셔츠를 벗어 코트 중앙에 놓거나, 팀 로고가 보이지 않게 옷을 뒤집어 입는 등 자체 항의를 하기도 했다.
 

정규리그 맞대결 성적
 
오클라호마시티(2승 2패) vs 클리퍼스(2승 2패)
1차전 클리퍼스(홈) 111-103 썬더
2차전 썬더(홈) 105-91 클리퍼스
3차전 클리퍼스 125-117 썬더(홈)
4차전 썬더 107-101 클리퍼스(홈)

맞대결 주요 선수 기록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케빈 듀란트 32.5점, 4.5리바운드, 8.0어시스트, 1.8스틸
러셀 웨스트브룩 18.5점, 6.5리바운드, 6.8어시스트, 1.5스틸
서지 이바카 16.3점, 5.0리바운드, 2.3블록, FG 65.9%

LA 클리퍼스
블레이크 그리핀 24.8점, 10.3리바운드, 4.8어시스트
크리스 폴 18.5점, 6.3리바운드, 12.0어시스트
디안드레 조던 11.8점, 11.3리바운드, 1.8블록

공격적인 색깔을 지닌 양 팀의 맞대결은 늘 고득점 경기로 진행됐다. 홈과 원정에서 한 차례씩 승리를 주고 받았다. 3, 4차전에 주목해보자. 3차전에서는 듀란트가 무려 42점, 10어시스트를 올렸으나 저말 크로포드가 36점을 퍼부은 클리퍼스가 이겼다. 4차전에서는 크로포드가 부상으로 결장했고, 웨스트브룩이 30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네 경기의 기록만 놓고 보면, 대부분의 선수가 제 몫을 한 가운데 웨스트브룩이 다소 부진했음을 알 수 있다. 클리퍼스와의 네 차례 맞대결에서 39.7%의 야투 성공률과 23.5%의 3점슛 성공률에 그쳤다. 폴의 영리한 수비에 많이 당황한 결과다. 하지만 반등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웨스트브룩은 시즌 내내 부상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전혀 후유증 없이 잘 뛰고 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는 클리퍼스가 앞선다. 2차전을 제외하면 모두 클리퍼스가 더 많은 리바운드를 따냈다. 승부처 긴박한 순간에는 리바운드 하나에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썬더는 리바운드 단속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클리퍼스보다 평균 7.0개나 많은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두 팀의 리바운드 쟁탈전 역시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시리즈 포커스

1. 페인트존을 잡아라
 
LA 클리퍼스는 NBA에서 가장 페인트존을 잘 활용하는 팀이다. 이번 시즌 덩크 1위(245개) 조던과 페인트존 득점 1위 그리핀은 상대 인사이드를 초토화한다. 1라운드에서도 보거트가 부상으로 결장했던 골든스테이트의 약점을 철저히 파고 들어 승리를 따냈다.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7차전 4쿼터 막판, 클리퍼스는 지속적으로 인사이드 득점을 노렸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골밑 득점을 올릴 수가 없었다. 조던의 높이를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리핀은 힘으로 데이비드 리를 페인트존 밖으로 몰아냈다. 골든스테이트는 외곽슛 위주의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패했다.
 
썬더의 1라운드를 보자. 멤피스는 3점슛을 지양하고 골밑 득점을 지향하는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클라호마시티는 인사이드 수비에 애를 먹었다. 조던과 그리핀은 활동량이 훨씬 대단한 선수들이다. 현재 켄드릭 퍼킨스는 발이 느려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태. 썬더는 기동력을 갖춘 스티브 아담스를 중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 사이드 킥의 활약
 
오클라호마시티는 1라운드 격전을 치르며 한 가지 수확을 얻었다. 벤치 자원의 활약이었다. 썬더는 우승을 노리는 팀치고 주전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4차전에서 레지 잭슨이 폭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이 아닌 누군가가 팀 승리를 이끈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은 지나치게 긴 출전시간을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공격 부담을 지고 있다. 따라서 잭슨의 활약은 필수적이 될 것이다. 캐런 버틀러가 베테랑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버틀러는 1라운드 5, 7차전에서 15점씩을 넣으며 공격에 보탬이 되고 있다.
 
클리퍼스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식스맨' 크로포드의 분전이 필요하다. 크로포드가 외곽에서 폭발적인 득점을 가동해줘야 페인트존을 공략하기 더 수월해진다. 이는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잘 드러났다. 주축 선수들의 활약을 상수라고 봤을 때, 벤치 멤버의 분전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3. 지략 대결
 
클리퍼스는 지난 시즌 비니 델 니그로 감독과 작별을 고했다. 새로 사령탑에 앉은 닥 리버스는 부임하자마자 팀 체질을 빠르게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리버스 체제 하에 클리퍼스는 뛰어난 수비력은 유지하면서 리그 제일의 공격력을 갖춘 팀으로 탈바꿈했다. 뿐만 아니라 조던과 그리핀 등 유망주들의 성장을 촉진했다.
 
반면, 오클라호마시티 스캇 브룩스 감독의 행보는 상당히 아쉽다. 그가 덕장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마냥 사람만 좋아서는 안 된다.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필요도 있다. 썬더의 공수 전술은 지난 서너 시즌 동안 변한 것이 없다. 그저 선수들의 재능에 기댈 뿐이다. 승부처에서 이렇다할 전술을 내놓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오클라호마시티가 멤피스를 상대로 벼랑 끝까지 몰렸지만 브룩스 감독이 변화를 준 부분은 하나도 없었다. 여전히 선수들을 혹사시켰고, 수비 안 되는 베테랑 선수들에 의존했다. 리버스는 대단히 뛰어난 지략가다. 플레이오프 경험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감독 싸움에서는 이미 클리퍼스가 이겼다고 볼 수 있다.
 
 
한 줄 예상
 
양 팀의 전력은 백중세다. 결국 홈 코트 어드밴티지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오클라호마시티 in 7.
 
사진 제공 = 나이키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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