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전력이 약한 하위 팀이 상위 팀을 무찌르고 이변을 일으키는 것을 소위 '업셋(Upset)'이라 일컫는다.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승리한다는 의미다.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역사상 가장 극적인 업셋은 다섯 번 나왔다. 8번 시드가 1번 시드를 잡아낸 '8번 시드의 기적'을 모아봤다.
※ 2002-03시즌 플레이오프를 기점으로 1라운드 시스템이 5전 3선승제에서 7전 4선승제로 변경되었다.
1994 비행기를 가로막은 무톰보 산
시애틀 슈퍼소닉스는 63승 19패로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를 차지했다. 덴버 너게츠는 42승 40패,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다. 시애틀은 시리즈 첫 두 경기를 따내며 순항했다. 하지만 마일하이 시티로 돌아간 덴버의 기세는 매서웠다. 리바운드를 쓸어담으며 3, 4차전을 내리 이겼다.
다시 시애틀로 돌아온 최종 5차전은 대혈투였다. 덴버는 무려 21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등 총 58개의 리바운드를 잡았다. 시애틀은 36리바운드에 그쳤다. 결국 덴버가 연장 접전 끝에 98-94로 승리하며 역사상 최초로 '8번 시드의 기적'을 일궈냈다.
시리즈 MVP - 디켐베 무톰보
무톰보는 시리즈 평균 12.6점, 12.2리바운드, 2.4어시스트, 6.2블록(!)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골밑을 초토화했던 것. 당대 최고의 스타 숀 켐프(14.8점)의 야투 성공률이 37.1%에 불과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무톰보의 압도적인 인사이드 장악력이 업셋을 만들어냈다.
1999 통통슛
직장폐쇄로 인해 단축시즌으로 열렸던 1998-99시즌. 마이애미 히트는 33승 17패로 동부 컨퍼런스 1위를 차지했다. 뉴욕 닉스는 27승 23패로 8번 시드를 받았다. 그러나 사실 시드 차이에 비해 양 팀의 전력차는 크지 않았다. 시리즈는 예상대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사이좋게 2승씩 나눠가진 두 팀은 결국 5차전까지 왔다. 승부는 경기 종료 0.8초를 남기고 갈렸다. 닉스의 슈터, 앨런 휴스턴이 던진 공이 림과 백보드를 맞고 들어간 것. 뉴욕은 78-77로 승리하며 시리즈 뒤집기에 성공했다. 승승장구한 뉴욕은 NBA 파이널 무대까지 올랐다.
시리즈 MVP - 뉴욕의 수비력
뉴욕은 시리즈 내내 미친 수비력을 과시하며 마이애미의 숨통을 조였다. 히트는 1차전 75점, 2차전 83점, 3차전 73점, 4차전 87점, 5차전 77점에 그치는 등 시리즈 평균 79.0점에 묶였다. 닉스의 수비 조직력 때문이었다.
2007 We Believe
댈러스 매버릭스는 67승 15패의 독보적인 성적을 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반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돈 넬슨 감독의 지도 하에 재미난 농구를 펼치는 팀이었다. 워리어스는 42승 40패로 서부 컨퍼런스 8위에 승선했다.
시리즈가 시작되자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결과가 나왔다. 골든스테이트의 파상공세에 댈러스가 정신을 못차렸다. 배런 데이비스와 스티븐 잭슨, 제이슨 리차드슨 등은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워리어스는 4승 2패로 댈러스를 무너뜨렸다.
시리즈 MVP - 돈 넬슨 감독
넬슨은 골든스테이트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댈러스의 감독이었다. 따라서 매버릭스의 공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댈러스의 약점을 공략했고, 결국 시리즈를 거머쥘 수 있었다. 정규리그 세 차례 맞대결에서도 모두 골든스테이트가 이겼다. 골든스테이트의 업셋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2011 곰돌이의 반란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61승 21패를 거두며 시카고 불스와 함께 정규리그 전체 승률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멤피스 그리즐리스는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경기하는 신흥세력이었다. 하지만 양 팀의 전력차는 뚜렷했다. 모두가 샌안토니오의 낙승을 예견했다.
그러나 역시 농구공은 둥근 법. 멤피스는 페인트존을 장악하며 시리즈를 쥐락펴락 했다. 샌안토니오는 멤피스의 그물망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멤피스는 첫 네 경기에서 3승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스퍼스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결국 멤피스가 4승 2패로 승리하며 2라운드 무대를 밟았다.
시리즈 MVP - 잭 랜돌프
랜돌프는 샌안토니오의 골밑을 유린하다시피 했다. 시리즈 평균 21.5점, 9.2리바운드, 3.3어시스트, 1.3스틸, 야투 성공률 50.0%를 올렸다. 1차전에서 25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하더니, 6차전에서는 홀로 31점, 11리바운드를 쓸어담으며 시리즈를 끝냈다.
2012 떨어진 장미꽃
다시 한 번 단축시즌에서 업셋이 나왔다. 2011-12시즌 역시 직장폐쇄의 여파로 66경기만 치러졌다. 시카고 불스는 무려 50승 16패를 기록하며 1번 시드를 배정 받았다. 필라델피아 76ers는 35승 31패를 기록, 8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시카고는 1차전을 잡았지만 데릭 로즈가 무릎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겪었다. 로즈의 전력 이탈 이후, 시카고는 거짓말처럼 내리 3경기를 패했다. 기세가 오른 필라델피아는 6차전마저 승리하며 역사상 다섯 번째 '8번 시드의 기적'을 완성했다.
시리즈 MVP - 즈루 할러데이
로즈의 공백으로 포인트가드 진영이 약해진 시카고는 할러데이를 감당하지 못했다. 할러데이는 시리즈 평균 18.2점, 5.2리바운드, 4.7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0.9%를 기록했다. 빈약한 필라델피아의 공격력에 있어서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사진 캡처 = NBA 리그 패스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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