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245"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백전노장, 데릭 피셔(39, 185cm)가 NBA 플레이오프 역사를 새로 썼다. 이제부터는 매 경기가 신기록의 향연이다.
피셔는 30일(한국시간) 체서피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시즌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5차전에 출전했다. 이는 피셔의 245번째 플레이오프 경기였다. 이로써 피셔는 로버트 오리(244경기)를 제치고 NBA 플레이오프 역대 최다 출장 신기록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역대 플레이오프 통산 최다 3점슛 부문 4위에도 올라 있다. 피셔는 지금까지 275개의 3점슛을 40.3%로 꽂아 넣었다. 플레이오프에서 180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시킨 선수 중 피셔보다 높은 성공률을 올린 선수는 아무도 없다. 새삼 피셔의 위엄을 알 수 있는 대목.
커리어의 절반 이상을 벤치에서 출전했던 피셔는 대표적인 롤 플레이어다. 플레이스타일 또한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3점슛 외에는 장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선수다. 올스타전은 꿈도 못 꿔봤다. 그렇다면 이런 피셔가 어떻게 플레이오프 최다 출장 기록을 세우게 되었을까?
우선 피셔는 1996-97시즌 데뷔 이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떨어진 적이 없다. LA 레이커스 소속으로 뛰며 우승반지도 다섯 개나 챙겼다. 게다가 NBA 파이널 경험은 무려 여덟 차례나 된다. 가히 승리의 사나이라 부를 만하다.
이 모든 것을 우연으로 치부한다면 피셔가 많이 섭섭해할 것이다. 물론 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피셔가 일조한 부분도 크다. 승부처에서만큼은 마이클 조던 안 부러운 집중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셔는 플레이오프 4쿼터만 되면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곤 했다.
다음은 기억에 남는 피셔의 플레이오프 활약을 정리한 것이다(괄호 안은 당시 소속 팀).
2000-01 플레이오프(LA 레이커스)
1999-2000시즌 생애 첫 챔피언십을 차지한 뒤, 피셔의 활약은 더 좋아졌다. 2000-01시즌 플레이오프에서 16경기에 출전, 평균 36.0분을 소화하며 13.4점, 3.8리바운드, 3.0어시스트, 1.3스틸, 3점슛 2.2개를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은 48.4%, 3점슛 성공률은 51.5%에 육박했다. 단순한 기록보다도 고비 때마다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렸다는데 의의가 있다.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4차전에서는 28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 레이커스의 파이널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13개의 야투 중 11개를 적중시키고, 6개의 3점슛(7개 시도)을 터뜨릴 정도로 슛 감각이 좋았다. 또, NBA 파이널 5차전에서도 3점슛 6방을 꽂아 넣으며 18점을 올렸다. 레이커스가 리그 2연패를 달성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2002-03 플레이오프(LA 레이커스)
레이커스는 비록 2라운드에서 떨어졌지만 피셔의 활약은 매서웠다. 플레이오프 내내 신들린 슛 감각으로 상대를 공포에 몰아 넣었다. 피셔는 12경기를 뛰며 12.8점, 3.0리바운드, 1.8어시스트, 1.5스틸, 야투 성공률 52.0%를 올렸다. 또, 2.4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는데 성공률이 무려 61.7%에 달했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1라운드 6경기 동안에는 15.5점, 3.3리바운드, 21개의 3점슛을 꽂았다.
2003-04 플레이오프(LA 레이커스)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은 대단한 화제를 낳았다. 그 유명한 '어부샷'이 나왔던 경기였기 때문이다. 지독한 수비전으로 치러졌던 이 경기 최후의 승자는 레이커스였다. 피셔는 0.4초밖에 남지 않았던 마지막 순간 위닝샷을 성공시키며 일약 영웅이 됐다. 레이커스는 74-73으로 5차전에서 살아남았고, 여세를 몰아 6차전까지 따내며 NBA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었다.
2006-07 플레이오프(유타 재즈)
그런가 하면 감동을 준 경기도 있었다. 2006-07시즌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유타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맞붙었다. 당시 피셔는 출전이 불투명했다. 당시 11개월 된 딸이 안암으로 인해 수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팀에 양해를 구한 피셔는 1차전을 결장했다.
그런데 피셔가 2차전 도중 코트에 들어섰다. 딸의 수술을 지켜본 뒤 경기장을 찾은 것이었다. 피셔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워리어스의 에이스, 배런 데이비스를 잘 막아냈다. 연장전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귀중한 득점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2008-09 파이널(LA 레이커스)
레이커스로 돌아온 피셔는 심각한 부진의 늪에서 허덕였다. 이미 노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해결사 기질은 어디 가지 않았다. 2009 파이널 4차전에서 보여준 피셔의 활약은 대단히 중요했다. 시리즈의 추를 레이커스로 급격하게 기울게 했기 때문이었다.
피셔는 4쿼터 종료 4.6초 전 천금같은 3점포를 터뜨려 승부를 연장으로 돌렸다. 연장 종료 31.3초 전에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패스를 받아 사실상 승부를 가르는 3점슛을 작렬시켰다. 피셔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승리를 확신했다. 레이커스는 이 경기를 이기며 3승 1패로 리드를 안았고, 5차전마저 잡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2009-10 파이널(LA 레이커스)
피셔는 시즌 내내 최악의 플레이를 일삼았다. 모두가 "피셔는 이제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발은 더 느려졌고, 외곽슛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NBA 파이널에서 다시 클러치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다.
보스턴 셀틱스와 맞붙었던 2010 파이널 4차전, 피셔는 4쿼터에만 11점을 쓸어 담았다. 심지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원맨 속공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7차전 4쿼터 승부처에서는 동점 3점슛까지 넣었다. 레이커스는 천신만고 끝에 셀틱스에 승리를 거두며 통산 16번째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진 캡처 = NBA 리그 패스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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