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지난달 우리은행과의 3X3 대결 이후 자신감이 조금 상승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프로선수를 상대로 많은 득점을 올렸기 때문. 뭐, 우리은행 선수들이 수비를 열심히 안했다고 하지만, 우리도 뭔가를 안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다시 패기 있게 도전해봤다. 이번 상대는 유망주가 즐비한 OK저축은행! 그런데 우리는 정상일 감독의 지략에 말려 훈련 교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이번에도 제 컨디션은 아니었다
OK저축은행과의 맞대결을 약 1주 정도 남은 시점. 기승을 부리던 동장군이 잠시 퇴각했을 때였다. 가장 친한 친구가 ‘축구를 하자’며 불러냈다. 프로 선수들과의 맞대결을 앞둔 상황이었기에 축구를 통한 몸싸움 연습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에 응했다.

두 시간 동안 격렬한 운동을 했다. 격렬한 몸싸움으로 몸을 단련시켰고, 운동 후 고기로 단백질 보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든 것이 시나리오대로 완벽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침대에서 벗어나 발을 땅에 딛자마자 원인 모를 발바닥이 찌릿했다. 일요일이기도 했고,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루 정도 참아봤다. 그런데 다음날 더욱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진단명은 무려 ‘족저근막염’. 덕분에 삼성생명 훈련 당시 관찰만 하고 사용해보지 못했던 한 의료기기를 직접 병원에서 체험했다. ‘비급여항목’이어서 가격도 비쌌다. 덕분에 통장은 ‘텅장’이 됐다. 

약 1주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속도 모르는 동료 기자들이 “프로팀 체험을 앞두고 또 핑계를 대느냐”고 핀잔을 줬지만, 이번에도 정말 아팠다. 왜 훈련 체험하기 전엔 항상 무슨 일이 이렇게나 생기는지 모르겠다. 의사 선생님께는 ‘훈련 체험’을 비밀로 했다. 선생님이 “절대 뛰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곧 부상투혼이라는 말이다! 제발 좀 인정 좀 해줘라!

통증이 있었지만, 고통을 참은 이유가 있다. 지난 여름 강제 훈련 체험을 시작한 뒤 벌써 약 6개월이 지났다. 매달 기사와 동영상을 통해 프로팀 훈련과 선수들을 소개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농구장에서 “훈련 체험하신 기자님이냐”며 “기사와 동영상을 잘 봤다. 정말 재밌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혹은 “여자 선수들 훈련도 그렇게 힘든가요”라고 묻는 농구 유망주들도 있었다. 심지어 사진 촬영을 해줄 수 있겠냐고 묻는 분도 생겨났다. 이분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농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회사와 농구 발전을 위해 내가 이렇게 애쓴다!!

“구슬 밑으로 다 집합해”
OK저축은행 취재를 확정 짓고 난 시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정상일 감독이 대뜸 “선수는 누가 필요한 거냐”고 물었다. 사실 굉장히 난감한 질문이다. 취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금 더 유명한 선수들이 맞대결에 나오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1군에서 활약한다. 시즌 중이기에 이들과 경기를 펼치기는 쉽지 않다. 팀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1군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도 아주 조금 나왔으면 좋겠다. 일반인과의 실력 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2분 정도면 된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했다. 정 감독은 미소와 함께 “알겠다.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도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D-Day 하루 전이었다. OK저축은행이 하나은행과의 경기를 치른 바로 그날이다.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코트에 나오는 선수가 누구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놀랄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감독님이 구슬 밑으로 다 나오라고 했어요.”

아뿔싸!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결국 우리는 이날 무려 7명의 선수를 만날 수 있었다. 1군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안혜지와 진안을 비롯해 김희진과 차지현, 김지은이 참여했다. 올 시즌 신인으로 입단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중인 이소희도 있었다. 심지어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홍소리도 코트에 나왔다. 물론 많은 선수들과 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기쁘기만 했다. 

“단 1점도 주지 마라!”
취재 당일. 우리는 4시 반에 OK저축은행이 연습 코트로 사용하는 수원보훈재활체육센터에 도착했다. 경기는 5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선수들과 함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간단한 대화와 장난으로 긴장감을 풀려고도 했다.

사실 선수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했다. 이들은 전날 외박을 받았다. 원래 OK저축은행의 외박 복귀 시간은 9시~10시. 그런데 이날 취재가 잡혔고, ‘구슬보다 후배’인 7명의 선수들은 당초 시간보다 조금 빨리 팀에 복귀해야 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외박이 무려 5시간이나 줄어든 것이다. 

일부 선수들이 웃으면서 “기자님 덕분에 복귀 시간이 빨라졌다. 가만두지 않겠다. 경기할 때 몸조심 하라”는 선전포고를 했다. 이때까지도 괜찮았다. 지난주 축구로 단련한 몸싸움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후 정상일 감독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지시가 내려왔다. 그는 선수들을 향해 “단 1점도 주지 마라”라고 얘기했다. 사람은 미련해서 직접 경험해봐야 깨닫는다고 했다. 심지어 이때까지도 우리의 가혹한 운명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첫 득점 후 세리머니한 이유는?
정상일 감독이 직접 심판을 보기로 했다. 경기는 우리의 선공으로 시작했다. 감독님이 직접 관찰하기 때문이었을까? 선수들의 눈빛이 경기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선수들은 우리에게 조그마한 공간도 내주지 않았다. 코트에서 봤던 타이트한 수비와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다. 경기 도중 누군가에게 분명 등을 맞았는데, 뒤를 돌아보면 범인은 금세 사라졌다.

수비를 빠져나오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들었다. 드리블 실수는 스틸로 연결됐고, 공 없는 움직임도 원활하지 않았다. 흔히 말해 선수들이 팔 안으로 우리를 가두면, 온 힘을 다해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축구는 괜히 했다.

매치업이 됐던 안혜지에게 “우리 진짜 선수 아니”라고 말해봤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냉정했다. “감독님이 보고 계셔서요. 타이트하게 붙으래요!”

반면, OK저축은행 선수들은 너무나 쉽게 공격했다.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 안혜지와 진안은 2대2 플레이로 우리를 유린했다. 정확한 외곽슛을 앞세워 쉽게 득점했다. ‘2대2 플레이는 알고도 못 막는다’는 말을 책으로만 배웠는데, 아주 이해하기 쉬웠다.

다만 OK저축은행은 목표였던 ‘무실점’을 달성하지 못했다. 오른쪽 베이스라인에서 터닝슛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너무 기뻐 코트를 뛰어다니며 세리머니를 했다. 마치 결승 득점을 넣은 느낌이었다.

그러자 멀리서 우리 팀을 지도하던 박대남 감독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세리머니 하지 마세요! 수비해! 수비!!”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실점을 하고 말았다. 그래도 팀 첫 득점을 달성했다는 기쁨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야 할 말이 생긴 듯하다. 

“이거 왜 이래! 나 첫 득점 기록한 남자야!”

선수들의 장점을 눈앞에서 관찰하다
이날 경기에는 OK저축은행 선수들의 다양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코앞에서 관찰하기도 했고, 몸을 부딪치며 직접 느끼기도 했다. 

이날 이후 이미지가 가장 크게 바뀐 선수는 안혜지다. 우선 슛이 무척이나 정확했다. “이럴 때만 슛이 들어간다. 실제 경기에서는 잘 안 들어간다. 기사 나가면, 또 욕먹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던 안혜지는 이날 무척이나 정확한 외곽슛을 선보였다. 리바운드에 가담할 때 점프력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가장 놀란 것은 그의 파워였다. 6개 구단 감독들은 안혜지를 공략하는 방법으로 ‘포스트 업’을 제시한다. 신장 차이가 있기에 미스매치를 활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에게 포스트 업을 시도해봤다. 

그러나 굴욕뿐이었다. 버티는 힘이 생각보다 강했다. 오히려 포스트업을 하면, 후진이 아닌 전진을 하고는 했다. 그동안 그가 얼마나 많은 웨이트 훈련을 소화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신인 이소희도 놀라웠다. 프로에 막 입단한 탓에 힘은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도 남을 만한 빠른 스피드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순간 스피드를 활용해 돌파할 때면, 입이 떡 벌어지고는 했다. 

슈터 김희진도 마찬가지였다. 장점인 정확한 외곽슛은 물론 힘도 정말 셌다. 어지간한 몸싸움에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강력한 바디체크에 이리저리 밀려다니기 일쑤였다. 

김희진은 멘탈도 강했다. 현재 용인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그의 친동생 김수진을 활용해 괴롭혀봤다. “동생이랑 똑같이 생겼다”고 멘탈 흔들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웃음과 함께 되돌아온 것은 실점이었다. 

이번 시즌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는 진안의 장점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운동 능력이 뛰어났다. 이 때문에 리바운드를 여러 차례 빼앗기며 대량 실점했다. 지난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나름 ‘리바운드 기계’로 활약했다고 자부했지만, 진안 앞에서는 그저 ‘종이 인형’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유망주 김지은과 차지현도 빠른 외박 복귀에 관한 시위라도 하듯 외곽슛과 레이업으로 여러 차례 득점에 성공했다. 수비할 때는 다부진 모습으로 우리를 괴롭혔다. 쉬운 상대가 없었다.

다만 아쉽게도 지난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맹활약한 우리 팀 에이스 이유리 기자는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전날 과음한 탓이다. 여러 차례 오픈 찬스를 만들었지만, 그의 슛은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제갈량급 지략가 정상일 감독
힘들었던 두 쿼터가 겨우 끝났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정상일 감독이 다가왔다. 정 감독은 “한 경기를 더 해보자”고 제안했다. 나름 주장인 나는 고민하지 않고 제안을 덥석 물었다. 물론 체력 문제로 인해 약간의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팀 동료들을 설득해 한 경기를 더했다. 후진은 없었다. 

물론 조건을 달리하기로 했다. 이대로는 처참한 패배가 예상되기에 3X3가 아닌 2X4로 하자고 합의했다. 앞선 두 쿼터의 경기력을 보았을 때 두 명 더 뛰는 것은 충분히 큰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유리·유희정 기자가 외곽에서 슛을, 김기웅 아나운서를 포함한 성인 남자 두 명은 페인트 존에서 리바운드 다툼에 가담하기로 작전을 짰다.

정상일 감독도 급하게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실제 작전 타임처럼 다양한 작전을 지시했다. 이때까지도 그의 생각을 전혀 간파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 감독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느낌이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외곽수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 명은 외곽에서 슛을 저지해야 했지만, 이들은 줄곧 페인트 존에서만 플레이했다. 오히려 앞선 쿼터보다 더 치열한 몸싸움이 전개됐다. 

순간 ‘당했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우리가 OK저축은행 선수들의 리바운드 훈련 상대로 전락한 것이다. 2X4로 농구를 하면, 성인 남자 두 명이 페인트 존에서 리바운드 다툼에 가담할 것이라는 정 감독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게다가 이날 우리는 에이스의 숙취로 인해 슛 정확도도 극히 떨어진 상태였다. 3쿼터는 경기라기보다 OK저축은행의 리바운드 훈련이었다. 

정상일 감독에게 항의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는 얄미운 큰 웃음으로 화답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약 2분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출전했다. 경기를 진행한 8분 동안 6명의 선수와 번갈아 가며 몸싸움을 치열하게 해야 했다. 경기 전 매니저에게 10분이 아닌 8분만 하자고 말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그렇게 몸싸움만 하는 시간이 흘렀다. 숨 쉴 힘조차 없었다. 정 감독은 “샤워를 할 거냐”고 물었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씻을 힘도 없었고, 샤워를 할 수 있는 경기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코트를 빠져나왔다. 

경기를 마친 뒤 김기웅 아나운서는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우선 “상대 중심을 밀고 당기며 공략하는 '진안'의 수비력을 철저히 느꼈다. 안혜지의 낮은 중심과 통뼈의 강건함은 운동 부족 일반 회사원의 의지를 잠재웠다”고 돌아봤다. 

또한 “감독님이 지켜보는 모든 순간, 선수들은 예능을 포기하고 농구선수를 선택했다. 그들의 선택을 100% 이해한다”며 “부상 없이 경기를 마친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유리 기자는 “OK저축은행 선수들의 타이트한 수비에 너무 놀랐다. 예상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했다. 프로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프로 선수들이 농구하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수비를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지만,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반성도 했다. 이 기자는 “2X4는 이길 줄 알았는데 오랜만에 농구공을 잡아 슛이 들어가지 않아 민폐를 끼쳤다”며 “슛 연습을 조금 더 해서 준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유희정 기자 역시 느낀 점이 있었다. 그는 “게임을 시작하고 ‘정말 많이 뛰었다. 언제쯤 교체가 될까’하고 시간을 봤다. 그런데 정확히 2분밖에 안 지났더라. 선수들이 많이 봐주셨음에도 스피드랑 힘을 막을 수가 없었다. 토할 뻔했다”고 떠올렸다.

유 기자는 특히 안혜지와 이소희를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그는 “안혜지 선수가 눈 한번 깜빡하면 계속 스틸을 해서 우리 팀에게 너무 죄송했다. 이소희 선수도 숨 한번 쉬면 어디론가 달려가서 골을 넣고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마지막 2X4도 패배했는데 정말 ‘선수는 선수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언급한 뒤 “그래도 저번과는 달리 고른 득점으로 점수를 쌓았다. 팀워크도 좋아진 느낌”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체험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시즌 중에 진행한 탓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외박을 일부 반납한 선수들의 적극적이 도움 덕분에 뜻 깊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흔쾌히 취재를 허락해준 정상일 감독을 비롯한 OK저축은행 선수단에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또한 OK저축은행 유망주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남은 경기에서 유감없이 발휘해 다음 시즌에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코트에서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꼭 새로운 주인을 찾아 이 선수들과 함께 다음 비시즌 훈련을 웃으면서 체험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 루키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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