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이승기 기자 = "너네 되게 낯설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토니 알렌(32, 193cm)과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러셀 웨스트브룩(25, 191cm)이 서로 질세라 경기를 들었다 놨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5일(이하 한국시간) 멤피스 페덱스 포럼에서 열린 2013-14시즌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3차전에서 멤피스는 연장 접전 끝에 오클라호마시티를 98-95로 간신히 눌렀다. 이로써 7번 시드 멤피스는 2번 시드 오클라호마시티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가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날 양 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명승부를 펼쳤다. 특히 놀라운 것은 오클라호마시티의 뒷심이었다. 썬더는 4쿼터 종료 7분 44초를 남기고 81-64, 17점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이후 멤피스를 4점에 묶고 21점을 몰아쳐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기염을 토했다.
3차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알렌이었다. 알렌은 이날 벤치에서 출전해 31분간 코트를 누비며 16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더구나 이날 기록한 16점은 지난 3월 2일 이후 최다 득점이었다.
알렌은 15개의 야투를 시도해 8개나 넣었다. 이는 작년 12월 19일 17개의 슛을 던진 이후 가장 많은 야투를 시도한 것이었다. 알렌이 이토록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알렌은 득점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선수다. 따라서 썬더는 알렌 대신 다른 선수들의 득점을 막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알렌을 너무 풀어준 것은 독이 됐다. 몇 차례 득점에 성공한 알렌은 자신감이 붙자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까지 해내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제 오클라호마시가 맹추격을 펼쳤던 4쿼터 후반을 보자. 썬더는 웨스트브룩의 3점슛으로 17점차를 따라잡고 81-81,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멤피스를 구해낸 것은 알렌이었다. 알렌은 잭 랜돌프의 스크린을 타고 잽싸게 골밑으로 돌진, 원핸드 덩크슛을 작렬시켰다. 멤피스가 7분여의 긴 침묵을 깨고 첫 득점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알렌의 활약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어진 공격에서 웨스트브룩은 케빈 듀란트에게 패스를 건넸다. 알렌은 순식간에 공을 가로채 원맨 속공을 성공시켰다. 덕분에 멤피스는 경기 종료 33.1초를 남기고 85-81로 앞섰다.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의 집념 또한 대단했다. 켄드릭 퍼킨스의 스크린을 받아 3점슛을 시도했다. 알렌은 웨스트브룩을 막다 반칙을 범하고 말았다. 공은 림을 갈랐다. 웨스트브룩은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키며 4점 플레이를 완성했다. 85-85 동점. 멤피스 홈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4점차였기 때문에 반칙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렌은 수비 의욕에 불탄 나머지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었다. 이후 양 팀은 한 차례씩 공격을 실패하며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전은 멤피스의 분위기였다. 그리즐리스는 마이크 콘리와 마르크 가솔의 분전으로 연장 종료 1분여를 남기고 95-90, 5점차 리드를 안았다. 이후 혼전이 펼쳐졌고, 종료 1.7초전 멤피스는 98-94로 앞섰다.
웨스트브룩은 하프라인 뒤에서 3점슛을 노렸다. 들어갈리 만무했고, 들어가더라도 그대로 멤피스의 1점차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알렌은 이번에도 웨스트브룩에게 반칙을 했다. 발을 거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
남은 시간 0.9초. 웨스트브룩은 자유투 3개를 얻었다. 우선 첫 2구를 성공시킨 뒤 3구를 고의실패한 후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풋백 득점을 성공시킬 경우 동점이었다. 알렌이 썬더에게 2차 연장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었다.
하지만 웨스트브룩은 1구를 넣고 2구를 실패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3구를 성공시키면 그대로 패배, 실패 후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낸 뒤에는 3점슛을 넣어야 2차 연장에 갈 수 있게 됐다. 웨스트브룩은 3구를 일부러 림에 맞춘 뒤 리바운드를 노렸으나 경기는 그대로 종료되고 말았다.
듀란트(30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5블록), 웨스트브룩(30점, 13리바운드, 2어시스트)은 멤피스의 수비에 고전하며 각각 37.0%(10/27), 34.7%(9/26)의 야투 성공률에 그쳤다. 알렌이 듀란트와 웨스트브룩을 번갈아 수비하며 역대급 수비 퍼포먼스를 펼친 탓이었다.
이처럼 양 팀 팬들은 알렌과 웨스트브룩의 희망고문 덕분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해야 했다.
한편, 양 팀의 4차전은 27일 오전 10시 반 페덱스 포럼에서 열린다. 멤피스가 홈 2연전을 모두 따낼 수 있을지, 오클라호마시티가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균형을 맞출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캡처 = 멤피스 그리즐리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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