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애틀랜타 호크스에 반격하며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인디애나는 23일(한국시간) 뱅커스 라이프 필드하우스에서 열린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1라운드 2차전에서 애틀랜타 호크스를 상대로 101-85로 이겼다.
 
인디애나는 1차전에서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애틀랜타의 스페이싱 농구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애틀랜타는 모두 3점슛이 가능한 주전 라인업을 꾸렸다. 인디애나의 빅맨들을 바깥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었다.
 
이는 적중했다. 페로 안티치, 폴 밀샙을 막기 위해 인디애나의 로이 히버트, 데이비드 웨스트가 골밑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인디애나의 최고 강점인 인사이드 수비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었다. 골밑이 약해지자 인디애나 팀 수비 조직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애틀랜타의 돌격대장, 제프 티그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알렌 아이버슨이 빙의한 듯한 미친듯한 돌파 퍼포먼스로 페이서스의 수비진을 유린했다. 애틀랜타는 3쿼터 후반 이미 18점차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의 의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인디애나의 사령탑, 프랭크 보겔 감독의 시름이 깊어졌다. 티그를 어떻게 수비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1차전에서는 같은 포인트가드인 조지 힐이 티그를 맡았다. 하지만 힐은 사실 알려진 것에 비해 좋은 수비수는 아니다. 스크린에 대한 대처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힐을 붙이는 매치업으로는 티그의 돌파를 저지할 수 없다.
 
이때, 페이서스의 에이스로 성장한 폴 조지가 나섰다. 조지는 보겔을 찾아가 직접 "티그를 막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조지는 팀내 최고의 외곽 수비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는 사실 위험 부담이 있는 방법이다. 자신보다 작고 빠른 티그를 수비하다가는 자칫 팀 공격을 책임져야 할 조지의 체력이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비에 대한 조지의 열정은 대단하다. 정규리그에서도 상대 스윙맨 에이스, 포인트가드 등을 전담마크하곤 했다. 본인 스스로도 수비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선수다. 자신이 직접 티그를 수비하며 봉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보겔 감독은 조지의 의견을 믿고 2차전에서 티그를 수비하도록 시켰다. 이에 따라 매치업을 수정했다. 조지가 티그에게 붙고, 원래 티그를 맡았던 힐은 카일 코버를 막는다. 코버는 힐에 비해 키는 크지만 스스로 만드는 득점 능력은 떨어진다. 따라서 힐이 잘 따라다니면서 스팟업 슈팅만 견제하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랜스 스티븐슨 역시 공격력이 부족한 더마 캐롤을 수비하게 됐다.
 
그런데 2차전 전반 내내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애틀랜타의 외곽포가 불을 뿜었기 때문이었다. 인디애나는 전반에만 8방의 3점슛을 얻어 맞았다. 이는 이번 시즌 통틀어 인디애나가 전반에 허용한 최다 3점슛이었다. 게다가 티그는 12점, 3어시스트를 올리며 제 몫을 했다.
 
보겔의 전략은 이대로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힐이 살아난 것이다. 티그 수비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난 힐은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공격을 많이 시도하지 않은 코버를 맡은 탓에 체력이 남아 돌았던 것이었다. 힐은 팔팔한 체력을 앞세워 3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었다.
 
힐이 숨통을 터주자 동료들도 살아났다. 조지는 3쿼터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3점슛을 터뜨리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스티븐슨은 으레 그렇듯 화려한 플레이를 성공시켰다. 데이비드 웨스트 또한 공수에서 균형을 잘 잡아줬다.
 
공격이 잘 풀리자 인디애나 특유의 수비 로테이션까지 살아났다. 이에 따라 애틀랜타의 외곽슛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전반에 8개의 3점슛을 터뜨린 애틀랜타는 3, 4쿼터에는 각각 1개의 3점슛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호크스는 전반에 3점슛 성공률 5할을 기록했으나 후반에는 15.4%에 불과했다. 외곽슛이 안 터지자 인디애나는 골밑을 더욱 단단하게 걸어 잠그며 점수를 벌렸다.
 
3쿼터 후반, 보겔 감독은 스티븐슨을 벤치로 불러 들이고 CJ 왓슨을 투입했다. 힐과 왓슨을 동시에 기용하는 스몰 라인업을 가동한 것.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두 선수는 앞선을 빠르게 압박하며 애틀랜타의 혼을 뺐다. 인디애나는 왓슨 투입 이후 4분여간 호크스를 상대로 13-2를 기록했다.
 
그 결과, 전반을 52-48로 뒤졌던 인디애나는 79-65로 앞서며 4쿼터를 맞이했다. 기세가 오른 인디애나는 정규리그 초반 같은 경기력을 보였다. 4쿼터 첫 5분 30여초 간 14점을 몰아치며 호크스를 2점에 묶었다.
 
보겔은 "스몰 라인업 작전이 잘 된 것이 오늘 승리 요인"이라며 평했다. 또, 티그를 잘 막아낸 조지를 칭찬하며 "시즌 초반 MVP 후보로 거론된 이유다. 조지는 가장 완성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매치업 상대를 조지에게 빼앗긴(?) 힐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힐은 "보겔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며 감독의 결정을 지지했다. 힐은 코버를 완벽하게 막아내기도 했다. 1차전에서 12점을 올린 코버는 2차전 힐의 수비에 고전하며 고작 3점에 그쳤다. 동료 웨스트 역시 "힐은 언제나 공격적으로 임한다"며 힐의 활약을 높이 샀다.
 
이처럼 인디애나는 매치업을 바꾸며 해결책을 찾아냈다. 또, 보겔 감독의 선수교체 타이밍도 좋았다. 승리 후 팀 분위기도 한결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인디애나는 애틀랜타 원정에서 3, 4차전을 치른다. 호크스 부덴홀저 감독이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을까? 양 팀 감독의 두뇌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사진 캡처 = 인디애나 페이서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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