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21일(한국시간) AT&T 센터에서 열린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를 맞아 90-85로 승리했다.
 
1번 시드와 8번 시드의 맞대결답지 않게 꽤나 치열한 경기였다. 양 팀은 10번의 역전을 주고 받았고, 열 두 차례나 동점을 허용했다. 후반전에는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펼쳤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샌안토니오가 잡았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토니 파커가 7점을 몰아 넣으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댈러스의 릭 칼라일 감독은 수비가 약한 호세 칼데론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데빈 해리스를 투입했다.
 
해리스는 191cm의 장신가드로 뛰어난 수비력이 강점이다. 들어오자마자 파커를 졸졸 따라다니며 파커로부터 나오는 공격을 차단했다. 그러자 스퍼스는 공격 패턴을 바꿨다. 마누 지노빌리가 픽-앤-롤 전술을 연거푸 시도하며 더욱 점수를 벌렸다. 샌안토니오는 점수를 21-9까지 벌렸다. 댈러스는 1쿼터 종료 직전 터진 해리스의 3점슛 덕분에 간신히 12점을 올리며 2쿼터에 돌입할 수 있었다.
 
2쿼터 초반은 해리스의 독무대였다. 쏜살 같은 돌파로 브랜든 라이트의 앨리-웁 덩크를 어시스트한데 이어 중거리 점프슛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빼앗았다. 이어 혼자 두 방의 3점포를 작렬시키며 순식간에 24-21,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당황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주전들을 전부 투입하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기세가 오른 댈러스의 공격을 막기란 쉽지 않았다. 양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해리스는 전반 종료 1.6초를 남기고 유로-스텝에 이은 어려운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댈러스가 44-43으로 전반을 앞선 채 마무리하는 순간이었다.
 
비슷한 흐름은 3쿼터 내내 이어졌다. 양 팀은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3쿼터를 65-65, 동점으로 마쳤다. 4쿼터 초반, 댈러스는 빈스 카터, 재 크라우더, 라이트 등 벤치 멤버들이 힘을 내면서 81-71로 달아났다.
 
샌안토니오가 2쿼터 이후 줄곧 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해리스 때문이었다. 해리스는 파커를 전담수비하며 끝까지 괴롭혔다. 실제로 파커는 전반에만 17점을 몰아넣었지만 후반 들어 첫 20여분 동안 무득점에 그쳤다.
 
또, 칼라일 감독이 수비 전법을 잠시 바꾼 것도 주효했다. 경기 초반에는 픽-앤-롤 상황에서 어중간한 거리를 지키는 수비를 펼치다 번번이 당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돌파 경로를 차단하는 수비로 스퍼스의 공격 리듬을 끊었다. 후반 들어서는 다시 원래대로 해리스와 라이트 등 운동능력 좋은 선수들이 볼 핸들러를 압박하며 스퍼스 특유의 픽-앤-롤을 무력화 했다.
 
물론 댈러스는 패했다. 4쿼터 중반 이후 페인트존을 사수한 샌안토니오의 수비를 깨지 못해 역전을 내준 탓이었다. 하지만 수확은 있었다. 스퍼스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스퍼스 모션 오펜스의 핵심은 스크린에 있다. 따라서 스크린에 걸리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고, 스크린 이후에는 볼 핸들러를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1-12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샌안토니오를 어떻게 잡아냈는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해리스다. 2000년대 중반부터 파커를 잘 막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파커에 비해 우월한 체격을 지녔음에도 스피드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전성기가 지난 지금도 파커를 잘 막을 수 있음을 이번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증명해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해리스가 이날 16개의 야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해리스의 시즌 평균 야투 시도는 6.4개에 불과하다. 출장시간도 평균보다 12분이나 많은 32분을 소화했다. 최종 기록은 19점, 5어시스트, 3점슛 3개. 이쯤 되면 칼라일 감독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칼라일이 해리스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시킨 이유는 간단하다. 매치업 상대인 파커의 체력을 빼놓기 위해서다. 해리스는 슛보다는 돌파에 강점이 있다. 해리스가 지속적으로 드라이브 인을 시도한다면 파커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공수 양면에서 해리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쩌면 이 시리즈의 성패를 쥐고 있는 선수가 해리스인지도 모르겠다. 몬테 엘리스와 칼데론의 수비력이 형편없기 때문에 해리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보인다. 칼라일 감독이 해리스의 출전시간을 어떻게 조절할지 주목해보자.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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