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토니 알렌이 케빈 듀란트를 수비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사람 낚는 어부', 데릭 피셔는 '플레이오프의 사나이'답게 위기 상황에서 힘을 냈다(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루키] 이승기 기자 = 양 팀 베테랑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20일(한국시간)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100-86으로 물리쳤다.
 
케빈 듀란트는 33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명불허전 활약을 펼쳤다. 특히 4쿼터에만 13점을 몰아치며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러셀 웨스트브룩 역시 23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작성하며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하지만 이날 승리는 썬더의 베테랑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먼저, 스캇 브룩스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베테랑, 데릭 피셔의 활약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피셔는 이날 12분 3초를 뛰며 4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에 그쳤다. 하지만 모두 중요한 상황에서 나온 영양가 높은 기록이었다. 피셔의 득실 마진이 +15로 경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이유다.
 
피셔의 활약은 멤피스의 맹추격을 받았던 4쿼터 초반 시작됐다. 피셔는 마이크 콘리의 패스를 가로챈 뒤 상대 골밑까지 직접 쇄도, 레이업슛을 시도했다. NBA 최악의 레이업 성공률을 지닌 선수답게 레이업슛은 당연히(?) 실패했다. 하지만 반칙으로 자유투를 얻어내며 두 개 모두 성공시켰다.
 
뿐만 아니라 다음 공격에서도 피셔의 기지가 빛났다. 와이드 오픈 찬스를 맞은 듀란트를 매의 눈(?)으로 포착한 것. 피셔의 패스를 받은 듀란트는 깨끗하게 3점슛을 성공시켰다. 점수는 순식간에 83-73, 10점차로 벌어졌다. 썬더가 다시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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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칼리슨이 잭 랜돌프를 잘 견제한다면 이번 시리즈는 상당히 빨리 끝날지도 모른다(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썬더의 프랜차이즈 플레이어, 닉 칼리슨 또한 칭찬 받아 마땅하다. 이날 19분 8초를 소화하며 3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2블록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게다가 4쿼터 초반에는 경기 흐름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멤피스의 기세가 한껏 달아올랐던 4쿼터 초반, 칼리슨은 잭 랜돌프에게 15초만에 연속 두 개의 반칙을 이끌어 냈다. 순식간에 다섯 번째 반칙을 범한 랜돌프는 잔뜩 미간을 지푸리며 벤치로 물러났다. 경기 흐름이 다시 오클라호마시티로 넘어오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
 
칼리슨의 수비력은 정평이 나있다. 실제로 지난 2011 플레이오프에서 그의 수비력이 재조명 받은 바 있다. 1라운드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업셋하고 올라온 멤피스였지만 썬더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랜돌프가 칼리슨의 수비에 고전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1차전 역시 마찬가지다. 랜돌프는 21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지만 내용은 썩 좋지 못했다. 21개의 야투 중 7만 성공시켰을 뿐만 아니라 4쿼터 초반 파울 트러블에 빠진 것도 문제였다. 이를 야기한 선수가 바로 칼리슨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칼리슨은 블록슛 능력은 부족하지만 대인 방어와 도움 수비 능력이 탁월하다. 최대 장점은 전술 이해도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리그에서 공격자 반칙 유도를 가장 잘 해내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번 시리즈 역시 칼리슨의 역할이 중요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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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토니 알렌이 케빈 듀란트를 수비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멤피스 선수들 중에서는 토니 알렌이 가장 돋보였다. 벌써 10번째 시즌을 맞이한 알렌은 1차전 3쿼터를 지배하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오클라호마시티는 3쿼터에 16개의 야투를 시도했지만 고작 3개밖에 넣지 못했다. 알렌이 이끄는 멤피스 수비에 막혔기 때문이었다.
 
알렌의 프로필 신장은 193cm. 그러나 3쿼터 내내 자신보다 13cm 이상 큰 듀란트를 완벽에 가깝게 막아냈다. 바짝 달라붙어 듀란트의 슛 공간을 빼앗았으며, 재빠른 사이드 스텝으로 돌파 경로를 철저히 차단하기도 했다.
 
듀란트는 알렌의 수비를 상대로 14개의 야투를 시도해 5개(약 36%)를 넣는데 그쳤다. 반면 다른 선수들이 자신을 수비할 경우에는 11개의 슛 중 8개(약 73%)나 적중시켰다. 알렌이 시리즈 내내 듀란트를 괴롭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반 막판 25점차까지 뒤졌던 멤피스였다. 그런데 추격을 시작한 시점이 알렌의 출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멤피스의 데이비드 예거 감독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벤치 멤버였던 알렌을 선발로 투입했다. 알렌은 팀 수비를 진두지휘하며 추격전의 선봉에 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알렌이 공격에서까지 큰 활약을 펼쳤다는 점이다. 3쿼터 초반 세 차례의 레이업슛과 추가 자유투로 7점을 몰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오클라호마시티는 외곽슛 능력이 떨어지는 알렌을 새깅 디펜스로 수비했다. 알렌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두 번의 점프슛을 터뜨리며 썬더의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알렌은 이날 32분 45초간 코트를 누비며 13점, 6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했다. 온 코트 득실 마진은 +9로, 멤피스 선수들 중에서 압도적 1위였다. 이에 따라 2차전부터는 알렌이 조금 더 중용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베테랑들은 플레이오프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큰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팀에 위기가 닥쳤을 때 잘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린 선수들이 서두를 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우리가 베테랑들의 활약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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