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이승기 기자 = 이 시리즈는 결국 템포 싸움이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20일(한국시간)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시즌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1라운드 1차전에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100-86으로 물리쳤다.
 
홈에서 먼저 1승을 따낸 오클라호마시티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2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멤피스는 비록 패했지만 나름대로 수확이 있었던 경기다.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경기 초반부터 멤피스를 강하게 몰아쳤다. 러셀 웨스트브룩은 특유의 속도를 앞세워 얼리 오펜스를 주도했다. 썬더의 작전은 멤피스의 수비진이 갖춰지기 전에 득점을 올리는 것이었다.
 
이는 주효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1쿼터를 29-16으로 마친데 이어 2쿼터에서도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멤피스는 상대의 공격 페이스에 휘말린 나머지 극심한 야투 난조를 보였다. 썬더는 전반을 56-34로 크게 앞선 채 끝냈다.
 
멤피스는 전반 내내 슛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특히 페인트존 바깥에서는 19개 중 단 한 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유일한 한 골 마저도 2쿼터 종료 직전에 터졌다. 즉, 페인트존 밖에서 18개 연속으로 슛을 실패할 정도로 부진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멤피스는 본인들의 경기 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 전반 내내 썬더의 페인트존을 공략하던 멤피스는 후반에서도 같은 전략을 들고 나왔다. 또, 강력한 압박 수비로 오클라호마시티의 2대2 공격을 막아냈다.
 
계속해서 인사이드 득점을 허용하던 오클라호마시티 선수들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게다가 멤피스의 견고한 수비에 고전하며 3쿼터 들어 순식간에 5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경기 흐름이 멤피스로 넘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멤피스는 신들린 추격전을 펼쳤다. 수비가 잘 되자, 공격은 저절로 풀렸다. 멤피스가 지속적으로 페인트존 득점을 노리자 썬더의 바깥 수비가 조금씩 허물어졌다. 마치 복싱과 같았다. 바디 블로를 계속 허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가드가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멤피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중장거리포를 꽂아 넣었다.
 
한때 25점차로 끌려갔던 멤피스는 점수를 4점차까지 좁힌 채 3쿼터를 마무리했다. 4쿼터 초반에는 마이크 밀러의 3점슛이 터지며 74-72, 2점차까지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경기는 이대로 뒤집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오클라호마시티가 다시 속공을 노리기 시작한 것. 케빈 듀란트, 서지 이바카, 레지 잭슨, 데릭 피셔가 힘을 냈고, 점수는 순식간에 10점차로 벌어졌다. 멤피스는 한껏 늦춰놓았던 경기 페이스를 놓치며 휘둘리기 시작했다.
 
스캇 브룩스 감독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휴식 중이던 웨스트브룩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웨스트브룩은 등장과 동시에 속공 상황에서 자유투를 얻어냈고, 듀란트의 득점을 어시스트하는 등 공격 템포를 빠르게 올려 놓았다. 썬더는 이후 리드를 잘 지키며 승리를 지켜냈다.
 
1차전의 키워드는 '템포'였다. 양 팀의 팀 컬러는 극명하게 갈린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 멤피스는 수비에 집중하며 최대한 느린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최대 장점을 잘 살려야 시리즈를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날 속공 득점에서 멤피스를 32-13으로 크게 앞섰다. 반면 멤피스는 페인트존 득점에서 50-34로 우위를 보였다. 양 팀의 경기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수치다. 뛰느냐, 걷느냐, 두 팀의 템포 싸움을 지켜보도록 하자.
 
 
사진 제공 = 나이키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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