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포커스
[루키] 이승기 기자 = 2013-14시즌 NBA 정규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플레이오프 프리뷰는 각 언론에서 해마다 관습적으로 해온 진부한 예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지적 유희이기도 하다. 『루키』가 1라운드를 미리 내다보았다.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샌안토니오 스퍼스(1번 시드) vs 댈러스 매버릭스(8번 시드)
 
 
샌안토니오 스퍼스(62승 20패)
*( )안은 전체 리그 순위
 
105.4점(6위) 
97.6실점(6위) 
득실점 마진 +7.8점(1위)
리바운드 43.3개(12위) 
어시스트 25.2개(1위)
FG 48.6%(2위) 
3P 39.7%(1위) 
FT 78.5%(4위)
 
NBA 입문자에게 단 한 팀의 농구를 보여줘야 한다면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기를 추천한다. 유럽축구를 연상시키는 '티키타카'부터 각종 스크린을 앞세운 모션 오펜스까지, 농구의 참맛을 보여주는 팀이기 때문이다.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전체 승률 1위를 차지하며 '영원한 우승후보'의 면모를 과시했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1999, 2003, 2005, 2007년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연속 우승이 없다는 이유로 왕조가 아니라는 폄하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논쟁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샌안토니오는 지난 17년 동안 7할이 넘는 승률을 올리며 우승후보로 군림했기 때문이다. 스퍼스는 팀 던컨이 입단했던 지난 1997-98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17시즌을 치르며 950승 396패, 무려 70.6%의 승률을 올렸다.
 
이는 미국 4대 메이저 스포츠를 통틀어도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제 샌안토니오의 행보 자체가 역사고 농구다. 실제로 많은 팀들이 스퍼스의 구단 경영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샌안토니오 출신의 역량있는 구단 프론트진, 감독, 코치 등이 리그 전체로 퍼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7년간 실질적으로 농구계를 지배해온 팀은 샌안토니오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 스퍼스가 이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우승에 도전한다.
 

댈러스 매버릭스(49승 33패)
 
104.8점(8위) 
102.4실점(20위)
득실점 마진 +2.4점(12위)
리바운드 40.9개(26위) 
어시스트 23.6개(6위)
FG 47.4%(4위) 
3P 38.4%(2위) 
FT 79.5%(3위)
 
2012-13시즌 댈러스 매버릭스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노쇠화로 인해 큰 위기를 겪었다. 41승 41패로 5할 승률은 유지했으나 13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노비츠키가 올스타급 선수로 성장한 이후 초유의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댈러스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호세 칼데론 영입을 시작으로 사무엘 달렘베어에 몬테 엘리스, 데빈 해리스까지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백코트진의 스피드와 수비력을 보강할 수 있었고, 이는 댈러스가 다시 플레이오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릭 칼라일 감독도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짚었다. 댈러스는 최근 몇 시즌을 거치며 팀 수비력이 많이 떨어져 왔다. 칼라일은 더 많은 득점을 노리며 실점을 만회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적중했다. 댈러스는 이번 시즌 공격 관련 각종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랐다.
 

정규 시즌 맞대결 전적
 
샌안토니오 스퍼스(4승) vs 댈러스 매버릭스(4패)
 
1차전  스퍼스 116-107 매버릭스(홈)
2차전  스퍼스(홈) 112-90 매버릭스
3차전  스퍼스(홈) 112-106 매버릭스
4차전  스퍼스 109-100 매버릭스(홈)
 
정규리그 맞대결 주요 선수 기록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 던컨 18.5점, 12.5리바운드, 2.0어시스트, 1.8블록, FG 51.1%
토니 파커 23.3점, 2.3리바운드, 5.7어시스트, FG 54.2%
마누 지노빌리 11.0점, 3.3리바운드, 5.7어시스트, 1.3스틸, FG 36.4%

댈러스 매버릭스
덕 노비츠키 18.5점, 5.8리바운드, 1.3어시스트, FG 48.4%
몬테 엘리스 21.3점, 3.3리바운드, 5.5어시스트, 1.5스틸, FG 48.6%
빈스 카터 15.3점, 2.8리바운드, 3.3어시스트, 3PT 42.9%

최근 몇 년 간 샌안토니오는 댈러스의 천적이라 부를 만하다. 2011-12시즌부터 지금까지 정규리그 10번의 맞대결을 모두 승리, 10연승을 달리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네 차례 맞대결에서 평균 112.3점을 몰아넣으며 댈러스 수비벽을 허물었다.
 
또, 스퍼스는 네 차례 맞대결 4쿼터에서 평균 30.5점을 몰아쳤다. 댈러스의 승부처 집중력이 아쉬운 대목.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4쿼터에 평균 27.2점을 몰아넣어 NBA 전체 1위에 오른 팀이다. 댈러스로서는 스퍼스의 막판 대량 득점을 조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댈러스의 외곽 수비가 점점 무너지는 것도 눈에 띈다. 스퍼스는 1차전부터 차례대로 7, 9, 10, 16개의 3점포를 작렬시켰다. 샌안토니오의 정규리그 평균 3점슛 기록은 8.5개(12위)로 중위권 수준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댈러스는 반드시 외곽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어야 한다.
 
 
시리즈 포커스

① 텍사스 라이벌
 
또 만났다. 텍사스 지역의 철천지원수, 샌안토니오와 댈러스가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2000년대 들어 벌써 여섯 번째 만남이다. 2008-09, 2009-10시즌에는 2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지난 다섯 번의 시리즈에서는 샌안토니오가 3승 2패로 근소하게 앞섰다.
 
게다가 재미있는 매치업도 많다. 던컨과 덕 노비츠키는 벌써 십 년이 넘게 라이벌리를 형성해오고 있다. 토니 파커와 엘리스의 돌격대장 매치업도 흥미를 자아낸다. 샌안토니오에 마누 지노빌리가 있다면 댈러스에는 빈스 카터가 있다. 카터는 이번 시즌 최고의 식스맨 중 한 명으로 맹활약했다.
 
한편,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숀 메리언의 경기력이다. 메리언은 유독 샌안토니오 앞에서 극도로 부진하다. 스퍼스와의 지난 7경기 맞대결에서 고작 평균 6.0점, 4.7리바운드에 그쳤다. 댈러스는 이 7경기에서 전패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댈러스가 샌안토니오의 포워드 라인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② 야투 성공률
 
양 팀은 리그에서 가장 슈팅력이 뛰어난 팀들이다. 이들은 야투와 3점슛 성공률에서 모두 4위 안에 포진해 있다. 그런데 분명 차이는 있다. 샌안토니오는 모션 오펜스를 중심으로 오픈 찬스를 만들어 내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반면 댈러스는 터프샷을 즐기는 선수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야투율을 보인다.
 
노비츠키, 엘리스, 카터는 상대 수비보다는 본인의 슛 감각에 따라 활약이 결정되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댈러스는 점프슛에 의존하는 팀이다. 따라서 이들의 손끝에 의해 경기가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 댈러스의 야투는 샌안토니오보다 안정감은 떨어지지만 대신 그만큼 폭발력에서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양 팀 모두에게 야투 성공률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샌안토니오는 이번 시즌 상대보다 높은 야투 성공률을 기록한 경기에서 53승 3패(승률 94.6%)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올렸다. 댈러스는 같은 조건에서 40승 9패, 역시 8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 야투율은 상대 수비와 관련이 있는 만큼 감독들의 수비 전술도 눈여겨 보도록 하자.
 

③ 백코트 수비
 
댈러스가 칼데론과 엘리스를 영입했으면서도 또 해리스를 영입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출중한 수비력 때문이다. 해리스는 191cm의 포인트가드로, 슈팅가드까지 막을 수 있는 선수다. 칼데론과 엘리스는 공격에서 본분을 다하고 해리스가 이들의 수비 허점을 메운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는 사실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해리스가 발가락 부상 등으로 인해 무려 42경기나 결장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해리스는 건강을 찾았다. 칼라일 감독은 이번 샌안토니오와의 시리즈에서 해리스를 여러모로 요긴하게 기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 해리스는 파커의 천적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파커는 아직 전성기가 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해리스의 수비력에 고전하기 일쑤였다. 최대장점인 스피드에서도 해리스가 밀리지 않자 파커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해리스가 스퍼스 공격의 시발점인 파커와 패티 밀스를 얼마나 제어해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줄 예상
 
지지 않는 태양과 지는 해의 차이. 노비츠키가 폭발하는 것 외에는 변수가 안 보인다.
 
스퍼스 in 6
 
 
사진 캡처 = 샌안토니오 홈페이지 메인화면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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