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 벨트, 대니 그린
제랄드 그린은 압도적인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 = ESPN 동영상
[루키] 이승기 기자 = "그린 라이트를 켜 줘!"
NBA에는 수많은 선수들이 있다. 슈퍼스타, 올스타, 선발, 롤 플레이어, 벤치 멤버 등 계급도 다양하다. 그 중 자신에 역할에 충실하며 NBA 코트를 녹색지대로 물들이는 3인이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그린' 3인방을 소개한다.
그린 라이트, 제랄드 그린
2013-14시즌 평균 15.8점, 3.4리바운드, 3점슛 2.5개(39.8%)
피닉스 선즈의 스윙맨, 제랄드 그린(28, 203cm)은 강력한 기량발전상 후보 중 하나다. 자리를 못 잡고 헤매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완벽한 로테이션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피닉스 돌풍의 중심에 고란 드라기치와 에릭 블렛소가 있다면, 그린은 피닉스 농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크고, 빠르고, 높고, 강하다.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피닉스 특유의 농구에 최적화 된 선수다.
데뷔 초기의 그린은 별 볼 일 없었다. 2007 슬램덩크 컨테스트에서 '촛불 끄기' 덩크로 우승을 차지한 것 외에는 이렇다할 잔상을 남기지 못했다. 고졸 루키로서 NBA 적응에 실패한 그는 이후 러시아, 중국 등 타 프로리그를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
그린이 가능성을 보인 것은 지난 2011-12시즌, 뉴저지 네츠(現 브루클린 네츠)에서였다. 네츠와 10일 계약을 따내며 NBA에 재입성한 그린은 31경기에서 평균 12.9점을 올리며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는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 뛰었지만 팀 컬러와 맞지 않아 애를 먹었다.
피닉스로 둥지를 옮긴 이번 시즌에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고 있다. NBA 역사상 최고를 다투는 점프력을 바탕으로 매일 하이라이트 필름을 양산해 낸다. '그린 라이트(Green Light)'보다는 '그린 라이트닝(Green Lightning)'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린 랜턴, 제프 그린
2013-14시즌 평균 16.7점, 4.6리바운드, 3점슛 1.6개(34.2%)
누가 '그린(Green)' 아니랄까봐 녹색 유니폼을 입은 채 뛰고 있다. 다재다능한 포워드, 제프 그린(27, 206cm)은 보스턴을 지키는 '그린 랜턴(Green Lantern)'을 닮았다.
그린은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선수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그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기는 하지만 어느 포지션에서도 딱히 특별한 재능을 지니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커리어 내내 운이 따르지 않는 것도 안타깝다. 데뷔 초기,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는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트브룩, 제임스 하든의 뒤를 봐주다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다. 보스턴에 와서는 리빌딩 중인 팀 사정상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됐다.
기복이 대단히 심한 점도 아쉽다. 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지난 3월 중순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39점을 쏟아 붓다가도 다음날 댈러스 매버릭스를 상대로는 고작 5점에 그쳤다. 득점과 슛 시도 등에 일관성이 없다.
그린은 1옵션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조력자 역할로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득점, 수비, 외곽포 등 다양한 방면으로 팀에 공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훗날 강팀에서 롤 플레이어로 뛰며 우승을 노리는 그린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린 벨트, 대니 그린
2013-14시즌 평균 8.7점, 3.3리바운드, 3점슛 1.8개(41.4%)
기록만 놓고 봤을 때, 대니 그린(26, 198cm)은 매우 흔한 선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샌안토니오 스퍼스 소속의 선수들에게 평균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탁월한 3점슛 능력과 출중한 수비력을 갖춘 그린은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시스템 아래 전술적 활용가치가 높다. 팀 공격이 매끄럽지 못할 때면 어김없이 3점슛을 터뜨리며 공격의 물꼬를 트곤 한다.
그린의 활약은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빛난다. 2013 파이널 무대에서는 3차전에서 3점슛 9개를 시도해 7개를 넣는 등 7경기 동안 무려 27개의 3점포를 작렬시키며 역대 파이널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상대 포인트가드를 질식시키는 수비 능력 또한 돋보인다. 2012년 플레이오프에서는 크리스 폴이, 2013년 플레이오프에서는 스테픈 커리가 그린의 수비에 고전하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그야말로 상대를 꽁꽁 묶는 '그린 벨트(Green Belt)'가 따로 없었다.
이번 시즌 중반에는 손가락 부상 등으로 고생했지만 복귀 이후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린의 활약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밝게 빛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사진 캡처 = ESPN 동영상
루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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