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원석연 기자] ①편에 이어...

쉽지 않은 한국 문화

지금은 힘든 훈련도 거뜬히 버텨내고, 언니들을 ‘Team Mate(동료)’가 아닌 ‘Family(가족)’라 말하는 김소니아지만, 입단 초기에는 여러 가지 말 못할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한국의 선후배 문화가 정말 낯설고 힘들었어요. 어려서 루마니아에서 농구를 할 때부터 엄마가 ‘만약 한국에서 농구를 했다면 이랬을 거야’라며 한국의 문화에 대해 어렴풋이 설명해 주셨거든요. 그렇게 한국 문화에 대해 조금 듣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나는 경기를 뛰러 왔는데 왜 청소를 하고 있지’라며 혼자 화를 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언니들과 친해지고,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그런 문화에 대해 이해하게 됐죠.”

언어 장벽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다. 김소니아는 기본적으로 한국어로 대화를 주고 받는 데 문제는 없다. 이 인터뷰 또한 통역 없이 유창한 한국어로 진행했을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기 중 위성우 감독의 지시를 100% 알아듣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작전시간’ 때 지도자들은 소리를 높일 때가 많고 말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 역시 마찬가지.

“대답은 꼬박꼬박 하지만 사실 알아듣는 것은 70% 정도(웃음)? 일단 대답은 하고 정말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돌아서서 코치님께 다시 물어봐요. 못 알아듣는다고 대답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더 화내실 것 같아서요. 앞에서는 잘 대답해야 해요”

김소니아에 비해 훨씬 한국어 능력이 출중한(?) 박다정도 한 마디 거들었다.

“저도 작전시간 때 혼난 적 있어요. 대답을 열심히 했더니 대답만 잘한다고 혼났어요.” 

 

한국 문화는 아니지만 김소니아는 독특한 식습관 탓에 위성우 감독과 승강이를 벌인 적도 있다. 코트 위에서는 성난 황소처럼 파워풀한 플레이를 펼치지만, 놀랍게도 그는 소는 쳐다도 안보는 채식주의자다. 

“동물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 고기를 먹으면 소화도 잘 안 된다. 식당에 고기가 반찬으로 나와도 안 먹는다”는 김소니아는 고기 때문에 위성우 감독과 실랑이를 벌였던 일화를 밝혔다.

올 시즌을 앞두고 팀에 복귀했던 김소니아는 지금처럼 확실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예전보다 몸이 작아졌다는 느낌마저 줬다. 적극적인 몸싸움을 펼치며 인사이드 플레이를 해줘야 하는 김소니아를 바라보던 위성우 감독은 불안감이 높아졌다. 연습경기를 시작하자 이는 현실이 됐다. 리바운드 과정에서 상대에게 밀리고,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위성우 감독의 사자후가 체육관을 흔들었다.

“부딪히기만 하면 픽픽 쓰러지냐! 고기를 안 먹어서 그런 거 아니냐? 농구 선수가 고기도 안 먹고 어떻게 버티냐? 소니아! 너 한국에 모델하러 왔어? 농구하러 왔잖아! 안 먹고 그럴거면 그냥 집에 가! Go Home!"

그렇게 위 감독의 부탁 아닌 부탁과 훈계와 호통은 물론, 채식만으로는 도저히 버티기 힘든 ‘우리은행’ 표 강훈련에 못 이겨 김소니아는 이제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아니더라도 닭고기는 먹고 있다고 한다. 물론 닭고기를 처음 먹을 때에도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든 채 눈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먹었다고. 참고로 고기를 싫어하는 김소니아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칼국수라고 한다. 

 

시작과 끝

코트 위에서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김소니아와 박다정의 케미스트리는 코트 바깥에서도 계속된다. 공교롭게도 둘 다 농구공을 처음 잡은 때가 11살 때였다고.

김소니아 : “원래는 초등학교 때 수영을 했어요. 그러다가 중학교때 농구를 시작했어요. 루마니아에서는 11살 때 중학교를 들어가는데, 학교에 수영부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키가 좀 크다 보니까 농구부에 스카우트돼서 그 때부터 농구를 시작하게 됐죠.” 

박다정 : “반에서 키를 재다가 키가 큰 애들을 농구부에서 뽑아갔어요. 그 때는 나름 반에서 키가 큰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농구부에 들어가 보니 큰 키가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몇 번 하다 보니까 슛 넣는 게 재밌어서 계속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농구,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어쨌든 이제는 리그 최강 팀의 핵심 식스맨으로 나서며 농구 인생의 황금기를 맞고 있는 그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농구공을 놓는 순간은 언제가 될까?

김소니아와 박다정 모두 농구를 그만두는 시기는 삼십 대 초반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선수들의 현역 생활이 길어지면서 은퇴시기도 많이 늦어지고 있는 추세를 생각하면 다소 이르다는 생각. 벌써 은퇴 후의 계획이 잡혀있는 것일까?

김소니아 : “저는 계획이 많아요. 우선 루마니아든 한국이든 어디든 제 농구 캠프를 차리고 싶어요. 그리고 조그만 가게도 하고 싶어요. 제가 관심이 많은 건강 제품을 파는 가게요. 평소에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고민하고 있어요.”

박다정 : “저는 아직 계획이 없어요. 시집을 가지 않을까요? 일단 적금은 들어 놓고 있는데…” 

박다정의 의문의 1패.

 

즐거운 상상

그렇다면 이런 상상은 어떨까. 올시즌 우리은행이 7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하고 선수들에게 보너스와 함께 한 달간 휴가를 선물한다면? 프로 선수이기 전에 아직 이십 대 중반의 청춘인 만큼 하고 싶은 일도 많을 터. 

질문을 들은 박다정은 조금 전 은퇴 계획을 말할 때와 달리 환하게 웃으며 이날 인터뷰 중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요. 일본도 가고 싶고, 휴양지도 한번 가보고 싶고 이곳저곳 가보고 싶은 곳이 많네요”라며 싱글벙글 답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소니아의 답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아직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기에는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잖아요. (임)영희 언니 말대로 일단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중요해요.” 

아... 박다정의 당혹스러운 표정. 의문의 2패.

70점 

앞서 언급했듯 박다정과 김소니아는 모두 커리어하이 시즌을 달리고 있다. 올시즌 23경기에서 총 126점을 득점한 김소니아는 이전 2시즌 동안 기록한 점수가 단 19점에 그친다. 박다정도 비슷한 처지. 프로에서 기록한 225점 중 121점이 올 시즌 기록한 점수다. 

자신의 전반기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이들은 나란히 “70점”을 외쳤다.

김소니아 : “저는 코트 위에 들어가면 일단 제가 가진 100%를 쏟고 나와요. 농구가 잘 안 된 날에도 에너지를 다 쏟고 나오면 후회가 없거든요. 그래서 70점을 주고 싶어요. 나머지 30점은 앞으로 노력해야 할 기술적인 부분들이에요. 슛도 더 노력해야 하고, 경기 중 마인드 컨트롤도 더 연습해야 해요.”

박다정 : “작년까지는 저는 0점짜리 선수였어요. 그런데 올해는 어쨌든 1군 경기에서 뛰고 있잖아요. 남은 후반기 경기도 팀에 보탬이 돼서 30점 더 채워 100점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끝으로 올 시즌 우리은행을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한마디 전했다.

김소니아 : “유럽에서 뛸 때도 SNS를 통해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 분들이 많이 있었어요. 지금도 경기장에 가면 선물이나 편지를 많이 주시거든요. 항상 감사해요. 더 열심히 뛰게 돼요.” 

박다정 : “올 시즌 게임을 많이 뛰게 되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그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남은 후반기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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