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기린이 드넓은 초원으로 돌아갈까.
[루키] 이승기 기자 = "유지냐, 해체냐?"
2년 연속 NBA 챔피언 마이애미 히트가 자랑하는 '빅 3'의 거취 문제가 새삼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빅 3'는 마이애미를 이끄는 3인방,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를 통칭하는 별명이다.
이들의 결성은 지난 2010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03년 드래프트 출신 슈퍼스타들이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며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웨이드는 원 소속팀 마이애미와 재계약하며 김보성급 의리를 지켰다. 보쉬는 토론토 랩터스를 떠나 마이애미에 둥지를 틀었다.
웨이드와 보쉬의 만남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 수 있는 슈퍼스타들의 만남이었기 때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더욱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몇 년 전부터 거취 문제로 떠들썩했던 르브론이 그 주인공이었다.
르브론은 『더 디시전(The Decision)』이라는 제목의 TV 쇼를 통해 "나의 재능을 사우스 비치로 가져가겠다"고 선언, 마이애미로 이적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리그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빅 3'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결성 첫 시즌, 마이애미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0-11시즌 파이널 무대에 진출하는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노련한 댈러스 매버릭스에게 일격을 당하며 우승 트로피를 빼앗겼다. 이 과정에서 르브론과 웨이드는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다음부터는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다. 2011-12시즌과 2012-13시즌, 백-투-백 챔피언에 등극하며 왕조를 세웠다. 르브론은 2년 연속 MVP와 파이널 MVP를 동시에 들어올리며 지상 최고의 농구병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빅 3'의 역할 분담 또한 명확하게 나뉘어졌다. 르브론이 전지전능한 배트맨이라면 웨이드는 그를 보좌하는 로빈이었다. 보쉬는 이들을 보듬는 알프레드 집사에 가까웠다. 이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마이애미가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들의 향후 거취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빅 3의 계약은 2015-16시즌까지 체결되어 있지만, 2014년부터 매해 여름, 자신들이 원하면 자유계약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웨이드는 이와 관련해 "아직 별 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입을 연 뒤 "11년을 한 팀에서 뛰면서 우승도 여러 번 경험했다. 아직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에 대해)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저 즐기면서 NBA 3연패를 이루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우리는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르브론, 보쉬와 함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와 가족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빅 3 결성 당시 세 선수는 각자 나름대로 희생을 했다. 우선 셋 모두 연봉 삭감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전성기에 놓인 슈퍼스타 세 명이 한 팀에서 뛰기 위해서는 샐러리 캡 상 반드시 연봉을 낮춰야 했다.
각종 기록의 손해 또한 감수했다. 에이스 세 명을 묶어 놓았기 때문에 기록의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웨이드와 보쉬는 물론이고 르브론조차 이전보다 숫자 생산력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보쉬는 빅 3 중에서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선수다. 르브론, 웨이드에 밀려 3옵션으로 밀려났지만 역할을 두고 불만을 내비친 적은 한 번도 없다. 또, 다른 선수들의 동선 확보를 위해 스트레치 빅맨으로 역할까지 바꿨다.
이에 따라 보쉬 이적설이 대두되고 있다. 어차피 이들은 그토록 원하던 우승을 이뤘기 때문에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없다. 더 이상의 목표의식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보쉬가 그간 억눌려 있던 욕망을 분출하기 위해 거처를 옮길 수도 있다. 사육되는 기린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초원을 갈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처음 빅 3 결성 콘서트(?)에서 "(우승 목표는) 4번, 5번, 6번, 7번도 아니다"라고 말했던 르브론의 말처럼 더 많은 우승을 위해 모두 잔류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어쨌든 2014년은 역대급 드래프트와 빅 3의 거취 문제로 인해 또 다시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전망이다.
일러스트 제공 = 루키 홍기훈 일러스트(incob@naver.com)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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