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염용근 기자 = 스포츠 선수가 긴 커리어를 가져감에 있어 언제나 꾸준한 기량을 선보이기는 쉽지 않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팀 전술로 인해 고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상과 새로운 시도의 실패, 동료들과의 마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세계 최고 농구 선수들의 집합소인 NBA 리그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올스타급 기량을 가진 선수라 할지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일시적인 부진을 겪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물론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크리스 폴 등 데뷔 이래 늘 꾸준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시대를 지배하는 ‘레전드급’ 반열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케이스다. 모든 선수가 빌 러셀, 카림 압둘-자바, 매직 존슨, 마이클 조던처럼 시대의 ‘아이콘’(Icon)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2013-14시즌 반등에 성공한 인간적인(?) 선수들을 살펴보자.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선수들을 기준으로 잡았으며 아직 정상궤도에 진입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신인급 선수들은 제외했다.
케빈 러브(미네소타 팀버울브스/6년차)
2012-13시즌 평균 34.3분 출전 18.3득점 14.0리바운드 2.3어시스트 FG 35.2% 3P 21.7%
2013-14시즌 평균 36.5분 출전 26.5득점 12.7리바운드 4.3어시스트 FG 46.1% 3P 38.1%
러브는 지난 시즌 어깨와 손 등 다양한 부위의 부상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0-11시즌 무려 53경기 연속 더블 더블을 작성하며 정상급 빅맨으로 거듭났었지만 이후 많은 부상에 시달리며 지난 2시즌동안 불과 73경기 출전(75경기 결장)에 그쳤다. 특히 지난 시즌의 경우 슈팅에서 끔찍한 부진을 겪은 끝에 야투 성공률이 35.2%까지 추락했다. 더블 더블 머신에서 ‘인저리 프론’(Injury-Prone)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번 시즌의 경우 발목 부상 등으로 단 3경기에만 결장했다.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에서 회복되면서 슈팅 감각 역시 회복되었다. 여전히 빅맨치고는 다소 낮은 46.1%의 야투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커리어 평균(45.2%)보다 높다. 여기에 38.1%의 성공률로 경기당 2.5개씩 성공시키고 있는 3점슛을 감안할 경우 결코 그의 슈팅 능력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 경기당 평균 26.5득점(리그 전체 4위), 12.7리바운드(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26득점-12리바운드 이상으로 시즌을 마친 선수는 샤킬 오닐(2000-01시즌/28.7득점-12/7리바운드)이었다.
*정확하게는 러브 자신이다. 그는 2011-12시즌 평균 26.0득점 1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앤드류 보것(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9년차)
2012-13시즌 평균 24.6분 출전 5.8득점 7.7리바운드 1.7블록슛 FG 45.1%
2013-14시즌 평균 26.8분 출전 7.7득점 10.2리바운드 1.9블록슛 FG 62.9%
보것은 과거 밀워키 벅스 소속 시절만 하더라도 드와이트 하워드(現 휴스턴 로케츠)에 이어 동부 컨퍼런스 no.2 센터로 평가받았다. 탄탄한 보드 장악력과 블록슛, 매치업 봉쇄를 통해 팀 수비의 중심 역할을 맡았고, 다양한 공격 스킬을 활용한 득점력 역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 이적 후에는 인저리 프론으로 전락하며 팬들로부터 ‘먹튀’ 취급을 받아야 했다. 지난 2시즌동안 불과 44경기 출전(104경기 결장)에 그쳤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번 시즌에는 확실히 건강을 회복했다. 62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며 수비의 중심으로 다시 복귀한 것이다. 덕분에 팀 수비력 역시 몰라보게 개선되었다. 이번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평균 실점 8위(98.9점), 상대 야투 성공률 3위(43.4%)를 기록하고 있으며 리바운드 마진 역시 +2.0(9위)으로 준수하다. 보것이 코트를 지킬 경우 실점이 1.7점 감소했고, 리바운드 역시 상대보다 3개 이상 많이 잡았다. 특히 48분 기준 개인 리바운드 순위를 살펴보면 18.3개로 리그 전체 3위다. ‘잘못된 만남‘으로 평가받았던 골든스테이트와 보것의 동거는 이번 시즌 활약을 통해 ’좋은 만남’이 되었다.
드와이트 하워드(휴스턴 로케츠/10년차)
2012-13시즌 평균 35.8분 출전 17.1득점 12.4리바운드 2.4블록슛 FG 57.8%
2013-14시즌 평균 34.1분 출전 18.5득점 12.3리바운드 1.8블록슛 FG 58.7%
지난 시즌 하워드와 LA 레이커스의 만남은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애초에 런&건 중심의 빠른 농구를 구사하는 마이크 댄토니 감독과 커리어 내내 수비 중심의 정적인 전술에 익숙해져 있던 하워드의 궁합이 좋을 리가 없었다. 파우 가솔의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서 센터 포지션을 맡아야 하는 빅맨 2명의 동선이 겹치는 것도 큰 문제였다. 결국 그는 소속팀의 간곡한 재계약 제의를 뿌리치고 한 시즌 만에 휴스턴으로 이적을 단행했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는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개인 기록은 큰 차이가 없지만 수비에서의 존재감과 보드 장악력 부문에서 커리어 평균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휴스턴은 지난 시즌까지 공격 일변도 성향이 강했던 반면 이번 시즌의 경우 공수 밸런스를 잡았다. 팀 평균 101.8실점(17위), 상대 야투 성공률 43.9%(5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하워드가 없었다면 도달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덕분에 야오 밍-트레이시 맥그레디 시대였던 2008-09시즌 이후 첫 6할대 승률(현재 48승 22패 승률 68.6%) 역시 가시권에 들어왔다. 팀과 선수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몬타 엘리스(댈러스 매버릭스/9년차)
2012-13시즌 평균 37.5분 출전 19.2득점 6.0어시스트 2.1스틸 FG 41.6% 3P 28.7%
2013-14시즌 평균 36.6분 출전 19.0득점 5.7어시스트 1.8스틸 FG 45.6% 3P 32.2%
엘리스는 데뷔 팀이었던 골든스테이트 시절만 하더라도 효율이 나쁘지 않은 백코트 자원이었다. 특히 돌파 위주의 공격 루트를 통해 높은 야투 성공률을 기록했고, 속공에서는 거의 막을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밀워키 벅스 이적 후 형편없는 팀 공격 전술, 그리고 전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는 브랜든 제닝스(現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백코트 파트너로 둔 탓에 선수 가치가 곤두박질쳤다. 오죽했으면 엘리스&제닝스의 백코트를 두고 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난사 듀오’로 손가락질 했을 정도다.
다행히 댈러스 이적 후에는 과거 전성기 시절의 생산력을 다시 회복했다. 야투 성공률이 41.6%에서 45.6%까지 개선되었으며 자유투에 보정을 가한 TS% 역시 49.3%에서 53.8%로 크게 좋아졌다. 3점슛에 보정을 가한 eFG%(44.8%->48.2%) 부문도 마찬가지다. 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슈팅 능력을 보유한 덕 노비츠키와 함께 뛰면서 무리한 슛을 시도해야 하는 부담감이 사라졌고, 릭 칼라일 감독은 선수 본인에게 적합한 다양한 공격 전술을 마련해줬다. 하워드와 마찬가지로 팀과 선수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염용근 기자(shemagic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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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캡쳐 = 케빈 러브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evinLove42)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