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KB와 우리은행의 맞대결에서 KB가 또 한 번 웃었다. 상대전적 4승 2패를 만들며 맞대결 성적 우위를 확정한 KB가 우승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남아있는 8경기에서 KB보다 3승을 더 해야 하는 우리은행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통합 6연패를 달린 우리은행은 WKBL의 절대강자였다. 특히 존쿠엘 존스가 함께했던 시절에는 33승보다도 2번의 패배가 더 인상적일만큼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막강함을 자랑했다.

현재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KB는 그 정도의 압도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13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이기는 농구를 할 줄 아는 '진정한 강팀'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KB 전력의 핵심인 단연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이다. 기복은 있지만 여기에 강아정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 이는 시즌 초반이나 지금이나 같은 부분이다. KB는 올스타전 휴식기를 전후해, 여기에 몇가지 요소를 더하며 13연승을 달렸다. 염윤아의 존재감과 선수들의 자신감, 그리고 효과적인 수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수비 안정감에 공격 역할도 더한 염윤아
염윤아는 올 시즌 27경기에서 평균 35분 33초를 뛰면서 8.7점 5.0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FA대박을 통해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임을 감안할 때, 기록 자체가 엄청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염윤아는 출전시간과 득점, 리바운드 면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또한 염윤아의 가치는 기록 이상이다. 

염윤아가 갖고 있는 수비에서의 강점과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적극성은 KB에게 큰 힘이다. 앞선에서 상대의 주득점원을 막는 것도 염윤아의 몫이다. 177cm의 신장은 앞선에서는 확실한 강점이고, 원래 포워드 출신이기 때문에 스위치 디펜스로 상대 빅맨과 매치가 되더라도 버텨주는 수비를 할 수 있다. 

KB는 박지수가 수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여기에 앞선 염윤아까지 더해지면서 KB의 수비는 상대에게 더 큰 부담을 준다. 수비가 장점인 선수 한 명을 찾기가 힘든 WKBL에서 주전 중 두 명이 수비 스페셜리스트라는 것은 KB에게 큰 행운이다.

염윤아와 박지수가 버텨주면서 KB는 심성영과 쏜튼이 수비에서의 약점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장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게다가 염윤아는 최근,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전, 염윤아의 영입은 KB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김보미가 삼성생명으로 떠난 것이 큰 아쉬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공격에서 염윤아와 김보미는 비슷한 기록을 가져가지만, 슛 거리는 김보미가 더 길다.

박지수가 버티고 있는 골밑의 부담을 줄이고 쏜튼이 파고들 수 있는 안쪽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슛 거리가 긴 김보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즌 초반에는 분명 이런 모습이 나타났다.

하지만 지금은 염윤아가 공격에서도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3점슛 성공률은 40.0%로 팀 내 1위다. 27경기에서 45개 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데뷔 후 올 시즌이 3점슛을 가장 많이 시도하고 있는 시즌이다. 

3점슛 뿐 아니라 2점슛도 마찬가지.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던 지난 시즌, 염윤아는 경기 당 6.4개의 슛을 던졌다. 올 시즌은 현재까지 7.2개의 슛을 시도 중이다. 공격 적극성이 매 시즌 늘고 있다. 지난 시즌 54.0%로 시즌 기록상까지 수상했던 2점슛 야투율은 49.0%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국내 선수 중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득점을 올린다는 점에서 염윤아는 이전과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승부처에서 직접 득점을 올리는 모습이 거의 없었던 예년과 달리, 올 시즌에는 팽팽한 승부처에서 자신이 해결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심성영과 함께 리딩 가드 역할을 수행하며, 심성영이 어려움을 겪을 때 1번 자리에서 확실한 대안을 찾지 못했던 KB의 가려운 부분도 해소했다.

올 시즌 최종 성적 여부를 떠나, 염윤아 영입은 분명 올 시즌 KB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

'우리들은 강하다'
KB의 연승은 3연패 직후 시작됐다.

개막 후 우리은행에게 두 번 다 패했던 KB는 12월 9일 3라운드 맞대결에서 60-59, 1점차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3연승을 달린 KB는 우리은행을 연패에 빠뜨림과 동시에 9승 2패로 동률을 이뤘다. 확실한 상승세를 가져갈 수 있던 시점이었지만 KB는 여기서 뜻밖의 3연패를 당했다.

KB에게 패한 후 우리은행은 오히려 연승을 시작했고, 공동 1위였던 KB는 신한은행 전 패배로 3.5게임 차 2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후 KB는 크리스마스를 거치며 기적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신한은행 전 충격패배 이후 이틀 만의 경기였던 OK저축은행 전에서 이긴 KB는 올스타전 휴식기 전까지의 4경기를 모두 이겼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도 9연승을 더한 KB는 자신들의 최다 연승이었던 11연승을 넘어 매 경기 새로운 기록을 작성 중이다.

매 경기 상대를 압도하며, 강한 전력을 일방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다. 전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도, 그 만큼의 차이를 경기에서 그대로 보여준다고 보기도 힘들다. 아직까지 더 키워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가 계속 이기는 이유는 승부처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힘이 예년은 물론 시즌 초반보다 확실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 KB는 좋은 경기를 하다가도 상대에게 흐름을 내주면 어려운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초반에도 쫓기는 모습이 있었다.

그러나 연승을 이어가면서는 우리은행, 삼성생명 등 상위권 팀과의 경기에서도 추격을 당하거나, 크게 앞서던 경기를 역전 당해도 빠르게 다시 흐름을 가져온다. 흔들려도 동요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 

‘전력 면에서 리그 최강’이라는 외부적인 평가에 대해 이제는 선수들 스스로가 직접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특히 우리은행과의 맞대결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자신감이 더욱 고취된 것 같다.

12월 말, 3연패 뒤 2연승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KB의 경기력 자체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하락세에서 터닝 포인트를 만들던 KB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경기는 12월 29일 아산에서 열린 우리은행 전이었던 것 같다. KB는 이날 48-46으로 이겼다. 

경기 내내 이어지는 팽팽한 접전. 긴장감 높은 흐름과 4쿼터 마지막의 승부처. 공격보다 수비에 중심이 쏠린 저득점 경기. 

최근 몇 년 간 이런 승부에서 우리은행이 승리를 내준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수비와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고,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가 3명이나 있는 우리은행은 이런 경기에서 특히 강점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확히 이런 흐름으로 이어졌던 4라운드 맞대결에서 KB는 우리은행을 이겼다. 심성영이 쿼터를 마칠 때마다 3점슛을 성공하며 우리은행의 일방적인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고, 클러치 타임에는 염윤아가 두 번이나 승부를 결정짓는 득점을 올렸다. 심지어 주장 강아정이 뛰지 못했던 경기였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부담스러운 상대와의 경기. 그것도 상대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형태의 경기였음에도 주축 선수 1명이 결장한 상태에서 이겼다는 것이 KB에게는 큰 자신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난 시즌 6-7라운드에 이어 또 다시 우리은행을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는 부분도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에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여세를 몰아 KB는 1월 21일 우리은행과의 5라운드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완승이었다. 1쿼터 중반부터 리드를 잡은 KB는 한때 14점차의 리드를 잡는 등 우리은행을 압도했다. 우리은행이 한때 4점차까지 좁혔지만, KB는 다시 점수차를 벌렸다. 이전까지 우리은행만 만나면 계속 치열한 승부를 펼쳤던 것과 달리, 이 경기에서는 KB가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안정감을 높인 효율적인 수비
특히 우리은행과의 5라운드 경기는 KB가 스위치 디펜스를 통해 우리은행을 효과적으로 묶으면서 기본적인 수비 형태에 대한 변화와 자신감을 높인 계기가 됐다.

사실, KB의 이번 13연승은 수비에서 시작됐다.

KB가 처음 우리은행과 공동 1위로 올라섰던 12월 9일만 해도 우리은행이 54.5실점으로 강력한 수비를 자랑했다면, KB는 71.1점으로 삼성생명(71.8점)과 더불어 가장 득점력이 좋은 팀이었다.

그러나 3연패를 당하는 동안 자신들의 평균 득점에 한 번도 이르지 못하고 3경기 평균 59.0득점에 그쳤던 KB는 이후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면서 연패를 탈출했다.

3연패 후 3연승을 달리는 동안 KB의 평균 득점은 53.0점으로 더 떨어졌지만, 반대로 이 3경기의 평균 실점은 42.6점이었다. 신한은행과의 리턴매치에서는 34점만 내주며, WKBL 역대 최소 득점의 수모를 안겼다. 

앞서 언급한 우리은행과의 4라운드 맞대결도 46점 만을 실점했다. 참고로 이날 KB는 단 48점을 넣고 승리했는데, 50점 이하 득점으로도 승리를 거둔 경우는 WKBL 역사상 단 8번 밖에 없었다.

2015년 2월 13일 삼성생명이 신한은행을 48-46으로 이긴 후 약 4년간 없었던 기록인데 KB는 올 시즌에 50점 이하 득점으로도 두 번이나 승리를 챙겼다. (2018년 12월 27일 신한은행 전 50-34, 29일 우리은행 전 48-46 승)

하지만 이때보다도 우리은행과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펼쳤던 스위치 디팬스의 성공이 KB의 수비에 미친 영향은 더 큰 것 같다. 이후 KB는 꾸준히 스위치 디팬스를 활용하며 경기를 펼치고 있고, 높이의 장점은 물론 커버 범위까지 넓은 박지수로 인해 상대는 더욱 KB의 수비를 깨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이 수비는 지난 시즌 삼성생명이 우리은행을 잡을 때 몇 번 선보인 적이 있다. 또 우리은행이 이번 시즌 5라운드에 3연패를 당하는 동안, OK저축은행과 KB, 삼성생명이 모두 이 수비를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중 KB가 가장 쏠쏠하게 스위치 디팬스를 쓰는 것 같다.

KB-우리은행-삼성생명이 그리는 마지막 승부
상승세의 KB는 지난 9일에는 쏜튼이 퇴장을 당한 상황에서도 11점차를 뒤집고 우리은행을 잡았다. 우리은행과의 상대전적 4연승을 기록했고, 두 시즌 연속으로 우리은행에게 우위를 점했다.

선수들의 자신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본인들이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을 더 발현하고, 시너지 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승에 가장 근접했지만 반대로 신경 쓸 부분도 많다.

연승으로 인해 자신감은 분명 높아지겠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한 순간에 팀 분위기가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정규리그 우승이 확실시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고 느슨해질 수 있다. 게다가 KB가 최근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스위치 디팬스는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느슨해지면 뜻하지 않은 부상의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는 만큼, KB는 마지막까지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로는 쉽지만 참 쉽지 않은 부분이다.

우승이라는 목표만 놓고 보자면,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맞이한 가장 큰 위기가 지금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KB에게 또 다시 패하며 7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은 멀어졌지만, 새로 합류한 모니크 빌링스가 이전의 크리스탈 토마스보다는 분명 나은 선수라는 점에서 더 나아질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빌링스는 우선 WKBL에 빨리 적응할 필요가 있다. 어린 선수이기에 이런 적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WKBL의 판정 기준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이는 빌링스에게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모두가 똑같은 상황이다.

국내 선수들은 심리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인터뷰를 통해 ‘챔피언이 아닌 도전자의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했지만, 막상 실제로 이런 상황을 마주한 것이 처음, 혹은 너무 오랜만이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과 압박이 상당할 것이다.

누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결국은 본인들이 극복해야 한다.

플레이오프의 한 축을 담당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삼성생명 또한 전력 상승 요소를 안고 있다. 새로 가세한 티아나 하킨스는 분명 이전 선수들보다 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다.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성장을 보인 삼성생명의 국내 선수들과 좋은 조합을 맞춘다면 플레이오프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여전히 정규리그 우승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은행과 달리 삼성생명은 훨씬 편한 마음으로 플레이오프를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오프 파트너가 누가 되든지, 상대적인 준비 면에서는 삼성생명이 앞설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2강 체제로 굳어져가던 흐름에 삼성생명이 조금씩 균열을 주고 있는 것도 시즌 막판의 재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13일 우리은행과, 15일에는 KB와 경기를 갖는다. 이 두 경기의 결과는 정규리그 우승 경쟁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삼성생명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플레이오프 이후의 상황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를 바꾼 후 처음으로 치르는 맞대결이다. 

순위 경쟁의 결과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리그 막바지를 치르는 선수들 모두, 부상 없이 좋은 경기력으로 마무리를 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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