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동환 기자] 농구에는 다양한 스크린이 있다. 그 중 ‘핀다운 스크린’은 슈터를 활용하기 위해 걸어주는 대표적인 스크린이다.

핀다운 스크린이 특징과 이 스크린을 활용하는 공격수가 가져갈 수 있는 선택지에 대해서는 아래 칼럼을 통해 먼저 소개한 바 있다.

[이동환의 앤드원] 슈터를 살리는 법: 핀다운 스크린(1)
https://sports.news.naver.com/basketball/news/read.nhn?oid=398&aid=0000021254

이번 칼럼은 그 속편이다.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공격수가 움직이는 방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여러분께 소개할 예정이다. 그 세 가지 방법이란 팝(pop,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 ②컬(curl, 안으로 말아 들어가는 것), ③플레어(flare, 패서로부터 멀어지는 것)다.

 

본격적으로 설명을 시작하기에 앞서 최근 다녀온 취재 이야기를 짧게 풀어보려고 한다.

지난 1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안양 KGC인삼공사의 경기였다. 당시 필자는 경기가 끝난 후 KGC인삼공사의 손규완 코치를 라커룸 앞에서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손규완 코치는 KGC에서 김승기 감독과 함께 전성현, 배병준 같은 슈터들을 발굴해낸 인물이다. 그는 현역 시절 리그에서 손꼽히는 3점 슈터이기도 했다. 지난 시즌 LG에서 출전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하다가 올 시즌 KGC로 이적한 슈터 배병준은 올 시즌 손규완 코치의 도움 속에 기량발전상 후보로 거듭났다.

“손규완 코치님이 팔로스로우 동작을 비롯한 슈팅 자세는 물론이고 스크린을 타고 움직일 때 주의할 점과 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짚어주십니다” 배병준이 시즌 초에 남겼던 코멘트다.

배병준이 구체적으로 어떤 코칭을 받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2일 경기가 끝난 후 라커룸 앞에서 손규완 코치를 만나 직접 물었다. 배병준을 비롯한 KGC인삼공사 슈터들에게 어떤 부분을 주문하고 가르치고 있는지 말이다.

라커룸 앞 좁은 공간에서 직접 자세까지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가던 손규완 코치는 자신이 슈터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고 했다. 바로 ‘시야 확보’였다.

“슈터는 스크린을 탈 때 나를 마크하는 수비수가 어떻게 따라오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손규완 코치의 말이다.

설명은 계속됐다.

“스크린을 탈 때는 수비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수비수가 스크리너의 위로 돌아서 쫓아오는지, 혹은 아래로 돌아서 쫓아오는지 등을 알고 거기에 맞게 스텝을 밟고 다음 동작을 가져가야 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시야를 잘 확보해두라고 늘 말합니다. 혹여나 수비수가 스크린에 걸리지 않고 바짝 쫓아와서 슈팅을 던질 기회가 없다면 수비수의 역동작을 이용해 바로 돌파를 하든지 혹은 빨리 다른 동료에게 볼을 다시 패스해야 하거든요. 시야를 확보면서 움직임을 가져가고, 이를 통해 수비수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고, 이후에는 그에 맞는 공격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규완 코치가 알려준 것은 ‘리드 앤 리액트(read and react)’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시야를 확보한 뒤 수비수의 움직임을 읽고(read) 그에 맞게 대응하는(react)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 여러분께 알려드릴 팝(pop,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 컬(curl, 안으로 말아 들어가는 것), 플레어(flare, 패서로부터 멀어지는 것)는 모두 ‘리드 앤 리액트’와 관련이 있다. 특히 컬과 플레어는 수비수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읽고 실행할 경우 훨씬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럼 지금부터 핀다운 스크린을 활용하는 세 가지 움직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① 팝(Pop): 밖으로 빠져나가기

‘팝(Pop)’이란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슈터가 바깥쪽으로 튀어나오며 볼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핀다운 스크린을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라고 볼 수 있다.

코너 혹은 베이스라인 부근에 서 있다가 갑작스러운 가속을 통해 마크맨을 떨궈내고, 볼을 가지고 있는 패서(passer)에게 다가가면서 순간적인 캐치앤슛(catch and shoot) 기회를 파생하는 것이 이 동작의 포인트다.

이때 만약 핀다운 스크린을 받으러 가는 동선에 수비수가 미리 서서 길목을 처음부터 차단하려고 하거나,(이 같은 수비수의 움직임을 현지 지도자들이나 전문가들은 ‘탑 락(top lock)’이라고 부르고 있다. 말 그대로 높은 지점에 미리 서서 슈터의 동선을 막는다는 의미다. ‘탑 락’을 공략하는 방법은 역으로 백도어 컷을 해버리는 것 등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칼럼을 통해 이야기해보자)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주는 스크리너의 수비수가 팔을 뻗어 패스의 동선을 견제하며 가로채기를 시도하는 경우에는 ‘팝’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슈터는 핀다운 스크린을 받으면서 무작정 ‘팝’을 해서는 안 된다. 마크맨이 어느 각도에서 자신을 따라오는지, 스크리너의 마크맨은 어떤 동작을 취하는지를 순간적으로 잘 확인하며 움직일 필요가 있다. ‘리드 앤 리액트(read and react)’의 중요성을 되새길 수 있는 대목이다.

 

현역 NBA 선수 중 핀다운 스크린을 받아 ‘팝’ 동작을 잘 활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유타 재즈의 카일 코버다.

사실 코버는 최근 유타로 이적한 뒤에는 체력 문제 때문인지 ‘팝’ 동작을 많이 가져가는 편은 아니다. 38살 백전노장인 코버의 체력 안배를 위해 유타 코칭 스태프가 의도적으로 이런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 시절까지만 해도 코버는 핀다운 스크린을 통환 ‘팝’ 동작을 무척 자주 활용하는 선수였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실상 시그네처 무브인 선수였다. 지금부터 그림을 통해 코버의 ‘팝’ 동작을 간략하게 확인해보자.

 

위 그림은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경기에서 있었던 실제 장면을 다이어그램으로 옮긴 것이다.

클리블랜드가 제프 그린이 센터로 뛰는 스몰라인업을 활용 중인 가운데, 르브론이 탑에서 볼을 가지고 있다.

패턴 플레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엘보우에 위치해 있던 제프 그린이 코너에 서 있던 카일 코버에게 스크린을 건다. 핀다운 스크린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코버의 순간적인 가속이다. 코버는 제프 그린이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줄 때까지 큰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다가, 갑자기 가속을 붙여 3점슛 라인 밖으로 튀어 나간다.(pop) 그 결과 코버가 자신의 마크맨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고 르브론이 정확한 타이밍에 코버에게 패스를 뿌려주면서 코버가 3점슛을 터트릴 수 있었다. 핀다운 스크린에 이은 ‘팝’ 동작을 가져감으로써 슈팅 기회를 만드는 가장 전형적인 장면이다.

 

② 컬(Curl): 안으로 말아 들어가기

‘컬(curl)’은 ‘둥글게 감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다.

사실 농구 전술에서 ‘컬’은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넓게 통용되는 용어다. 하지만 핀다운 스크린에서 ‘컬’은 좀 더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핀다운 스크린에서 '컬'이란 스크린을 받은 슈터가 미드레인지 구역 혹은 페인트존 근처로 말아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지난 12월 19일 WKBL에서 있었던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경기 장면을 통해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이후의 ‘컬’ 동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우리은행은 WKBL에서 핀다운 스크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박혜진이 탑에서 볼을 가지고 있고 임영희, 김정은이 핀다운 스크린을 받아 공격 기회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때 윙 자원들의 ‘컬’ 동작을 통해 득점을 생산하는 장면도 당연히 자주 나온다.

 

박혜진이 탑에서 볼을 가지고 있고, 로우포스트 부근에서 토마스(34번)은 핀다운 스크린을 걸 준비를 하고 있다. 강이슬(11번)이 막고 있는 임영희가 베이스라인을 오가며 핀다운 스크린을 받을 준비를 하는 중이다.

 

토마스가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서 핀다운 스크린을 걸었고, 임영희는 이를 이용해 위로 올라가려는 모습이다.

 

여기서 임영희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보우 가까운 지점으로 말아 들어가면서(curl) 미드레인지 구역에서 슛 기회를 노린다. ‘컬’ 동작이다. 박혜진이 정확한 타이밍에 임영희에게 패스를 주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때 임영희가 ‘컬’ 동작을 가져가는 모습은 사실 ‘리드 앤 리액트’보다는 팀 내부적으로 짜여진 약속의 결과물에 가갑다.

이유가 있다. 위 장면에서 임영희의 마크맨인 강이슬은 토마스의 스크린에 완전히 걸려서 사실상 1미터 뒤에서 그를 쫓아오는 중이고, 3점슛 라인 부근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임영희로서는 ‘팝’을 선택해 3점슛 라인 부근으로 빠져 나갔을 경우 보다 나은 슈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영희의 선택은 ‘팝’이 아닌 ‘컬이었다. 미리 약속된 것이 있기에 이런 모습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임영희가 자신의 마크맨인 강이슬이나 혹은 카일 코버(갑자기 비교 대상이 NBA로 넘어간다고 당황하지 말자.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것뿐이다)처럼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이후 캐치앤슛을 통해 던지는 3점에 더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컬’ 대신 ‘팝’을 선택하기로 팀 내부적으로 약속이 짜여지거나 임영희가 둘 중 더 나은 옵션을 경기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도록 그린 라이트를 받았을 수도 있다.

어쨌든 임영희의 선택은 ‘컬’이었다. 물론 이것도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마크맨인 강이슬이 이미 한참 뒤에서 그를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좋은 결과물을 기대해봄직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강이슬이 완전히 임영희를 놓쳐버린 탓에 토마스의 마크맨인 샤이엔 파커가 임영희를 견제하기 위해 밖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이다. 강이슬은 여전히 임영희를 쫓고 있다.

이때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준 토마스가 순간적으로 노마크 상황이 된 모습이 보인다. KEB하나은행의 수비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임영희가 토마스의 노마크 상황을 캐치하고 가볍게 점프 패스를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의 선택은 캐치앤슛이었다.

컬(curl)은 마크맨이 슈터를 바로 뒤에서 따라올 때 활용하면 좋다. 마크맨이 뒤에서 쫓아온다는 것은 앞 공간이 열려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슈터가 앞쪽의 열린 공간을 말아 들어감으로써 상대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팀 전체 공격에 도움을 주는 것이 ‘컬’ 동작의 가장 큰 장점이다.

 

③ 플레어(Flare): 패서로부터 멀어지기

앞서 설명한 ‘팝’과 ‘컬’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슈터가 볼을 가지고 있는 패서(passer)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형태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플레어(flare)’ 동작은 완전히 반대다. 핀다운 스크린을 받은 슈터가 오히려 자신에게 볼을 줄 패서와의 거리를 벌리면서 슈팅 기회를 노린다. ‘플레어’가 ‘팝’과 ‘컬’에 비해 고난이도 동작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플레어’는 패서와의 거리를 벌리며 뒷걸음질치며 움직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볼을 캐치해야 한다. 때문에 볼을 받을 때 스텝의 리듬과 폭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 않다.

‘플레어’의 가장 큰 장점은 핀다운 스크린을 미리 예측하고 스크린 밑으로 움직이는 마크맨에게 카운터 펀치를 먹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 데이만 릴라드 같은 NBA 최고의 3점 슈터들은 모두 이 동작에 능하다. 특히 커리는 ‘플레어’ 동작을 통해 수비수를 바보로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다이어그램을 통해 ‘플레어’ 동작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탑에서 드레이먼드 그린이 볼을 가지고 있고 스테픈 커리는 림 밑에 서 있다. 케본 루니는 엘보우 부근에서 커리를 위해 핀다운 스크린을 걸어준다. 커리의 볼 없는 움직임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공격 패턴이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커리를 막고 있던 ‘PG’의 선택이다. 루니의 핀다운 스크린을 미리 예측한 ‘PG’는 커리의 뒤를 바짝 쫓아가는 대신 스크린 뒤로 돌아서 45도로 올라가려고 한다. 보다 효율적인 동선으로 핀다운 스크린에 대응하는 것이다.

핀다운 스크린에 이런 식으로 대응할 경우 슈터의 수비수는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스크린의 뒤로 돌아가서 엘보우 부근 공간을 미리 점령함으로써 ‘컬’ 동작을 봉쇄할 수 있다.

둘째, 패스의 동선을 미리 침범함으로써 가로채기를 노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때 커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플레어’ 동작이다.

‘PG’가 스크린 뒤로 돌아가는 것을 발견했다면 커리는 굳이 45도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오히려 코너 부근으로 내려가 버리는 선택을 해버리면 수비수 ‘PG’를 완벽히 떼어놓을 수 있다. ‘PG’의 예측 수비에 대해 완벽한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것이다.

이렇게 움직일 경우 볼을 가지고 있는 드레이먼드 그린과 커리의 동선은 더 멀어진다. 이것이 바로 '플레어' 동작의 가장 큰 특징이다.

 

플레어 동작을 가져간 후의 모습이다. 커리의 수비수인 ‘PG’는 커리를 완벽히 놓쳐버렸고, 커리는 코너 부근에서 완벽한 오픈 기회를 얻었다. 그린이 커리의 움직임에 맞춰 정확히 타이밍에만 패스를 뿌려 준다면 커리는 손쉬운 오픈 3점슛을 던질 수 있게 된다.

‘플레어’는 ‘팝’과 ‘컬’에 비해 ‘리드 앤 리액트’와 훨씬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수비수가 스크린 뒤로 돌아가지 않고 뒤를 쫓아오는 상황에서 ‘플레어’ 동작을 가져가는 것은 무의미한 에너지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기 중에 보는 핀다운 스크린 이후의 ‘플레어’ 동작은 대부분 ‘리드 앤 리액트’의 결과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까지 핀다운 스크린을 활용하는 세 가지 움직임에 대해 알아보았다. 핀다운 스크린은 잘 활용할 경우 슈터와 윙 자원의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격 방법이다. 현대 농구에서 이미 수없이 쓰이는 스크린이기도 하다. 때문에 핀다운 스크린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현대 농구의 공격 전술에 대한 이해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KBL 제공, WKBL 경기 캡쳐
이미지 = 이동환 기자 제작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