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든 헤이워드를 향한 시선이 점점 냉담해지고 있다. (로이터=뉴스1)

[루키=이동환 기자] 지난 2017년 10월 18일이었다.

보스턴 셀틱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2017-2018 정규시즌 개막전. 1쿼터 중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끔찍한 부상이 발생했다. 보스턴의 고든 헤이워드가 앨리웁 플레이를 시도한 뒤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발목이 골절된 것이다.

이후 헤이워드는 1년 동안 회복과 재활에 집중했다. 보스턴과 헤이워드 모두 조급하게 복귀를 추진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헤이워드는 새 시즌 개막에 맞춰 코트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시즌 초반 보스턴 팬들은 돌아온 헤이워드에 대한 기대감과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헤이워드가 코트에서 슛을 던질 때마다 탄성을 지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3개월여가 흐른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져 있다. 헤이워드를 향한 팬들의 시선은 날이 갈수록 차가워지는 중이다.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헤이워드가 결국 트레이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고든 헤이워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 헤이워드는 끔찍한 부상으로 계약 첫 시즌을 날렸다. (로이터=뉴스1)

▶ 1억 2,800만 달러의 사나이

2017년 여름 고든 헤이워드는 플레이어 옵션을 거부하고 FA 자격을 얻었다. 유타를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로 이끌며 주가가 올라갈 만큼 올라가 있던 시점. 심지어 2월에는 생애 첫 올스타에도 선정되며 리그를 대표하는 스몰포워드로 완전히 입지를 굳힌 상황이었다. FA 선언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시장에 나온 헤이워드에 관심을 보인 팀은 세 팀이었다. 원소속 팀 유타, 올스타 플레이어 영입을 노리던 마이애미, 그리고 헤이워드의 대학 시절 은사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이 있던 보스턴이었다. 헤이워드를 리쿠르팅하는 과정에서 유타의 루디 고베어, 마이애미의 하산 화이트사이드, 보스턴의 아이재아 토마스는 SNS상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여 큰 화제를 모이기도 했다.(이때만 해도 토마스는 본인이 트레이드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헤이워드의 시장 가치는 크게 치솟아 있었다.

헤이워드의 선택은 결국 보스턴행이었다. 헤이워드는 버틀러 대학 시절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과 함께 팀을 NCAA 토너먼트 준우승으로 이끈 경험이 있었다. 헤이워드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게재한 편지를 통해 ‘감독님과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라고 보스턴행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가 말한 ‘아직 해야 할 일’이란 바로 우승을 의미했다.

올스타 포워드인 헤이워드는 맥시멈 계약을 받으며 보스턴에 입단했다. 4년 간 총액 1억 2,78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 헤이워드를 데려올 샐러리캡 여유분을 확보하기 위해 보스턴은 기존의 선수들을 처분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당시 보스턴 최고의 수비수이자 직전 시즌에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에이브리 브래들리조차도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됐다. 보스턴이 헤이워드 영입을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든 헤이워드와 보스턴의 4년 계약 내용*
2017-18시즌: 약 2,972만 달러
2018-19시즌: 약 3,121만 달러
2019-20시즌: 약 3,270만 달러
2020-21시즌: 약 3,418만 달러 (플레이어 옵션)

그러나 1년 반이 흐른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승을 위해 당연히 감수해야 할 지출로 여겨졌던 헤이워드의 고액 연봉은 이제 보스턴의 샐러리캡 유동성을 해치는 악성 계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일단 계약 첫 시즌이었던 2017-2018시즌부터 보스턴은 큰 손해를 봤다. 헤이워드가 개막전에서 큰 부상을 당하고 사실상 시즌-아웃되면서 2,972만 달러를 허무하게 날렸다.

NBA는 노사협약 규정상 선수가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기존의 연봉을 그대로 보장받는다. 보스턴 역시 헤이워드에게 연봉을 그대로 줄 수밖에 없었다. 보험을 통해 헤이워드의 연봉 중 일부를 보상받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스포츠 비즈니스 전문 기자인 대런 로벨의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은 헤이워드의 첫 시즌 연봉 2,972만 달러 중 38.3%인 약 1,140만 달러를 보상받았다.)

그렇다면 올시즌은 어떨까? 올시즌 헤이워드는 지난 시즌보다 4.5%가 오른 3,121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는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헤이워드의 위에는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러셀 웨스트브룩(오클라호마시티)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올시즌 헤이워드는 폴 조지(오클라호마시티), 제임스 하든(휴스턴),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보다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2018-2019시즌 NBA 연봉 TOP 11*
- 1위 스테픈 커리 3,745만 달러
- 2위(공동) 크리스 폴 3,565만 달러
- 2위(공동) 르브론 제임스 3,565만 달러
- 2위(공동) 러셀 웨스트브룩 3,565만 달러
- 5위 블레이크 그리핀 3,208만 달러
- 6위 고든 헤이워드 3,121만 달러
- 7위 카일 라우리 3,120만 달러
- 8위 폴 조지 3,056만 달러
- 9위 마이크 콘리 3,052만 달러
- 10위 제임스 하든 3,042만 달러
- 11위 케빈 듀란트 3,000만 달러

하지만 올시즌 헤이워드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시즌 헤이워드는 경기당 평균 10.9점 4.8리바운드 야투율 41.8% 3점슛 성공률 32.5%를 기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리그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고액 연봉자의 활약이라기엔 너무 형편없다. 헤이워드를 ‘먹튀’라고 평가하는 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 올시즌 헤이워드의 경기력은 무척 실망스럽다. (로이터=뉴스1)

▶ 부상에서 돌아온 헤이워드, 예전 같지 않다

물론 감안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올시즌이 헤이워드가 끔찍한 발목 부상에서 돌아온 첫 시즌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시즌 초반에는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도 거쳐야 했다. 부상 이전의 모습을 완벽히 되찾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헤이워드가 개막 후 40경기 가까이 치른 지금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장점이었던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정상적으로 발휘되지 않고 있고 야투 감각은 너무 들쑥날쑥하다.

올시즌 출전한 39경기 중 헤이워드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20경기. 딱 절반 정도다.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하다. 기준을 15득점 이상으로 바꾸어도 8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득점력만 보면 헤이워드는 더 이상 코트에서 위협적인 선수가 아니다.

아직 신체 밸런스를 완전히 되찾지 못한 탓일까? 일단 점프슛의 적중률이 너무 떨어진다. NBA.com에 따르면 올시즌 헤이워드의 점프슛 성공률은 36.7%(98/267)로 지난 5년 중 가장 낮다. 3피트 이내 거리에서 던진 야투 성공률은 더 심각하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올시즌 헤이워드는 58.7%의 3피트 이내 야투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데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불안한 올시즌 헤이워드의 슈팅 효율 기록*
- 점프슛 성공률: 36.7%
- 풀업 점프슛 성공률: 33.3%
- 턴어라운드 점프슛 성공률: 20.0%
- 3피트 이내 야투 성공률: 58.7%
- 돌파 후 레이업슛 성공률: 42.3%

그 결과 헤이워드의 플레이 스타일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중이다. 부상 여파와 눈에 띄게 떨어진 야투 효율의 문제로 인해 헤이워드는 직접 공격을 풀어가는 볼 핸들러 타입의 포워드에서 동료의 패스를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3&D 타입의 포워드로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

그 예로 올시즌 헤이워드는 공격 점유율이 19.0%로 유타에서의 마지막 다섯 시즌(25.0%)에 비해 눈에 띄게 내려간 상태다. 또한 전체 슈팅 시도 중 캐치앤슛(동료의 패스를 받아 바로 던지는 슛)으로 던지는 슈팅의 비율이 약 37.8%로 유타에서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6-17시즌(28.0%)에 비해 10% 가까이 늘어났다.

물론 헤이워드를 둘러싼 팀 상황과 그의 역할이 달라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 유타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던 헤이워드는 보스턴에서는 카이리 어빙의 보조 핸들러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심지어 올시즌 보스턴은 리그에서 선수층이 가장 두터운 팀이기도 하다. 헤이워드가 유타 시절처럼 팀 전체를 끌고 갈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럼에도 헤이워드의 본질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점은 우려를 사기에 충분하다. 지금 헤이워드는 보스턴의 공격을 이끄는 선수가 아니다. 볼을 받더라도 소극적인 모습으로 다른 선수에게 패스를 건네기 바쁘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 헤이워드는 마커스 모리스와 비교해도 열세에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3,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으니 비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지금 헤이워드는 보스턴에게 '계륵' 같은 존재다.

 

▲ 올시즌 보스턴 팬들은 테이텀과 헤이워드를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 (로이터=뉴스1)

▶ 헤이워드의 미래, 과연 안전할까?

필자도 알고 있다. 헤이워드는 끔찍한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다. 그런 헤이워드에 대해 너무 냉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헤이워드에겐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NBA는 비즈니스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다. 2017년 여름에 헤이워드가 연평균 1억 2,780만 달러에 육박하는 초대형 계약을 따낸 것도 비즈니스의 논리에 따라 이뤄진 일이었다. 다르게 보면 활약이 부진하고 선수로서 가치가 떨어지면 헤이워드도 얼마든지 비즈니스의 논리에 의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NBA가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냉정한 리그로 비춰지는 이유다.

심지어 보스턴의 대니 에인지 단장은 이 같은 NBA의 생리에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다. 그는 철저히 비즈니스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프랜차이즈 스타인 폴 피어스를 트레이드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여동생이 사고로 죽고 부상이 있었음에도 팀을 위해 플레이오프 경기에 출전했던 아이재아 토마스조차도 에인지에 의해 불과 몇개월 뒤에 트레이드됐다. 때문에 고든 헤이워드가 브래드 스티븐스와 끈끈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보스턴의 향후 행보와 헤이워드의 미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헤이워드조차도 언제든지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헤이워드와 보스턴의 동행은 계속될 수 있을까? (로이터=뉴스1)

지난 12월 ESPN의 애드라인 워나로우스키 기자는 보스턴의 행보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놓았다. 그는 ‘보스턴이 지난 수년 동안 뉴올리언스의 앤써니 데이비스 영입을 노려왔다. 보스턴은 상황만 되면 언제든지 선수와 지명권을 이용해 데이비스 영입전에 뛰어들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우승을 꿈꾸며 전력 보강을 노리는 보스턴의 움직임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는 보도였다.

심지어 올시즌 보스턴은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력한 동부지구 우승 후보로 꼽혔던 보스턴은 현재 동부지구 5위에 머무는 중이다. 올시즌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보스턴 프런트가 향후에 큰 움직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그 과정에서 헤이워드의 입지가 흔들리고 그에게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올시즌 고든 헤이워드의 모습은 과거 우리가 알던 그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NBA는 선수를 오랫동안 기다려주는 자비로운 리그가 아니다. 큰 부상 후에 빨리 기량을 되찾지 못하면 오히려 ‘부상 이후 기량이 떨어진 선수’로 낙인이 찍히는 곳이다. 때문에 헤이워드는 적어도 남은 시즌 동안에는 어느 정도는 경기력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더 위력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더 많이 득점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헤이워드의 미래는 갈수록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사진 제공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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