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단어의 정의는 무엇일까? 아마 한 팀에서 오랫동안 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한 선수를 지칭할 것이다. 여기에 우수한 팀 성적과 충성심까지 결부될 경우 우리는 그들을 ‘프랜차이즈 스타’를 넘어 리그 역사 속의 ‘레전드 스타’라고 존경심을 표하게 된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no.41’ 덕 노비츠키는 위와 같은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선수 중 하나일 것이다.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 등과 마찬가지로 데뷔 이래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개인 성적 역시 언제나 정상급이었다.
 
소속 팀 댈러스의 본격적인 질주도 노비츠키가 전성기에 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2000-01시즌 11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한 댈러스는 이후 12시즌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개근했다. 같은 기간 동안 기록한 평균 67.5%의 승률은 리그의 지배자였던 샌안토니오의 12년간 승률 70.8%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언제나 꾸준하게 활약해줬던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다.
 
댈러스와 노비츠키의 화려했던 12년(2000~12시즌)
댈러스 매버릭스
우승 1회, 준우승 1회,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덕 노비츠키 
시즌 평균 79경기 출전 24.1득점 8.6리바운드 FG 47.8% 3P 38.5% FT 88.3%
시즌 MVP 1회, 파이널 MVP 1회, 올스타 11회, ALL-NBA 팀 12회 선정
 
아쉽게도 댈러스와 노비츠키의 질주는 지난 2012-13시즌 멈췄다. 13시즌 연속 5할 승률만 간신히 지켰을 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노비츠키 역시 무릎 부상 등으로 인해 데뷔 시즌 이후 최저인 53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 복귀 후 역대 17번째, 유럽 출신 선수로는 첫 통산 25,000득점 고지를 넘는 등 투지를 불살랐지만 끝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지 못했다. 12시즌 연속 평균 20득점 이상 행진도 마침표를 찍었다. 사람들은 1978년생으로 30대 후반에 접어든 그가 다시 반등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역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오프 시즌 몬타 엘리스, 호세 칼데론 등의 영입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노비츠키의 전성기 기량 회복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댈러스의 주축 3인방인 마크 큐반 구단주, 릭 칼라일 감독, 노비츠키의 생각은 달랐다.
 
댈러스는 시즌 50경기를 소화한 현재(2월 7일 이하 한국 시간 기준) 29승 21패로 서부 컨퍼런스 8위를 달리고 있으며 6위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승차가 불과 0.5게임인 반면 9위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승차는 2경기다. 사실 승률 58%로 8위에 머무르고 있는 부분은 워낙 서부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성적을 동부 컨퍼런스에 대입할 경우 플레이오프 홈 시드를 확보할 수 있는 3위가 된다.(동부 3위 토론토 랩터스 26승 23패 승률 53.1%)
 
자신의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구단주, 가용 자원들을 활용해 100% 이상의 전력을 구현하고 있는 감독, 그리고 완벽 부활을 선언한 노비츠키가 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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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츠키의 2013-14시즌 개인 성적 *( )안은 리그 파워포워드 순위
48경기(2경기 결장) 평균 22득점(4위) 6.2리바운드 2.9어시스트(4위)
FG 49.1%(7위) 3P 40.5%(2위) FT 91.0%(1위)
TS% 59.8%(1위) eFG% 54.0%(2위) PER 24.5(3위)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 선수 기준
*노비츠키는 동 포지션에서 유일하게 ‘180클럽’(FG+3P+FT)에 포함 된다
*TS%(True Shooting Percentage)는 자유투에 보정을 가한 슈팅 효율 수치
*eFG%(Effective FG Percentage)는 3점슛에 보정을 가한 슈팅 효율 수치
*PER(Player Effciency Rating)는 15가 리그 평균인 개별 선수의 분당 생산성
 
평균 20득점 고지를 다시 정복했으며 야투/3점슛/자유투 성공률 모두 커리어 평균을 상회한다. 노비츠키 하면 떠오르는 슈팅 효율성을 측정한 각종 지표에서도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정확한 자유투와 3점슛을 포함한 외곽 슈팅 능력은 4쿼터 승부처에서 그를 ‘사기츠키’로 변신시키는 최고의 무기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 창출 능력이다. 최근 리그 트렌드는 스몰 라인업을 바탕으로 강한 압박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방의 공간 활용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는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팀이다.
 
그런 마이애미에게 2010-11 시즌 파이널에서 패배의 쓴 맛을 안겨준 팀이 바로 노비츠키의 댈러스였다. 이번 시즌을 기준으로 그의 공간 창출 능력을 살펴보자. 댈러스의 기본 공격 세팅 중 하나인 엘리스&노비츠키의 2:2 공격이 시작되면 상대방은 매우 어려운 숙제인 사지선다(四肢選多)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옵션 1 : 노비츠키의 스크린을 피해 볼을 소유한 선수를 쫓을 경우
-> 기본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노비츠키의 스크린을 피하기 어렵다. 빠른 스피드를 소유한 엘리스는 이미 페인트존을 향해 쇄도하고 있을 것이다.
옵션 2 : 아무 생각 없이 스위치를 할 경우
-> 노비츠키는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장거리 점프슛 능력을 보유한 선수다. 미스매치가 발생한 후 점프슛이나 포스트업을 통해 실점을 하게 된다. 선 굵은 동선을 활용한 돌파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옵션 3 : 노비츠키에게 더블팀을 가할 경우
-> 댈러스는 경기당 8.4개(리그 8위)의 3점슛을 37.4%(5위)의 확률로 적중시키고 있다. 타점이 높고 시야가 좋은 노비츠키의 눈에 오픈 상태가 된 동료가 눈에 띈다.
옵션 4 : 노비츠키를 버리고 패싱 레인을 차단하며 나머지 4명을 수비할 경우
->2점 또는 3점 헌납
 
위와 같이 노비츠키가 하이 포스트 또는 림 45도 각도에서 2:2 플레이를 시도할 경우 상대 수비는 필연적으로 공간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 말로 설명하면 쉽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인 NBA에서 높은 레벨의 수비 압박을 이겨 내고 자신은 물론 동료들에게까지 득점에 필요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는 선수는 흔치 않다.
 
KBL을 예로 들면 함지훈(울산 모비스)보다 16cm가 더 크고, 훨씬 정교한 점프슛 능력을 보유한 선수가 하이 포스트에서 경기를 주도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가까운 과거에 샤킬 오닐(L.A. 레이커스 시절)이 페인트존에서 더블팀으로 막을 수 없는 괴물이었다면 노비츠키는 또 다른 의미로 ‘사기 유닛’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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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4시즌 노비츠키의 상황별 득점 비중 *( )안은 리그 파워포워드 순위
중거리 점프슛 활용 42.1%(2위) - 1위 라마커스 알드리지 46.7%
3점슛 활용 21.9%(2위) - 1위 라이언 앤더슨 46.1%
어시스트가 동반되지 않은 개인 득점 37.4% -1위 자크 랜돌프 56.7%
어시스트가 동반된 개인 득점 62.6% - 1위 폴 밀샙 68.5%
 
그는 코트에 존재하는 공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포워드 중 하나다. 이번 시즌 가장 탁월한 중거리 활용 능력을 자랑하고 있는 알드리지의 최종 진화 목표가 노비츠키인 점을 감안하면 말 다했다. 여기에 림 바로 아래에서부터 3점슛 라인 밖까지 어디에서든 득점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개인 공격과 패스에 이은 팀 공격 어떠한 상황에서도 득점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이 더해진다.
 
2013-14시즌 노비츠키의 슈팅 거리별 슛 정확도 *포워드 기준
림 기준 1.5m~2.7m  26/38 68.4% - 30개 이상 시도 선수 중 1위
림 기준 2.8m~4.3m  92/198 46.5% - 100개 이상 시도 선수 중 2위
림 기준 4.4m~5.8m  126/247 51.0% - 100개 이상 시도 선수 중 1위
림 기준 5.9m~7.3m  55/140 39.3% - 100개 이상 시도 선수 중 13위
림 기준 7.4m~8.8m  40/93 43.0% - 80개 이상 시도 선수 중 1위
*1.5m~2.7m 구간의 경우 표본이 적은 관계로 큰 의미는 없다.
 
한국 나이로 37세, 신장 214cm의 포워드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점프슛 적중도다. 스팟업 슈팅부터 시작해 포스트업에 이은 시그내쳐 무브인 페이드 어웨이 점프슛, 3점슛, 상대 수비 위로 던지는 막무가내 점프슛까지 모두 적중률이 어마어마하다. NBA 역사상 노비츠키와 같은 빅맨이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점프슛을 시도해 높은 적중률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케빈 듀란트라는 또 다른 괴물이 등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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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 차트를 살펴보자. 그저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노비츠키의 타점 높은 슛은 비슷한 신장을 보유한 빅맨이 아니라면 수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또한 엘리트 빅맨 수비수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주 영역인 페인트존을 벗어나 3점 라인 부근에서 노비츠키를 제어하기는 대단히 힘들다. 이번 시즌 들어 과감한 돌파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대 수비수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이러한 놀라운 슈팅 실력은 위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공격 전술을 짜는 감독과 같이 뛰는 동료들 입장에서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되고 있다.
 
노비츠키는 플레이 스타일 상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향후 2~3년 동안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급격한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는 라이벌 케빈 가넷(브루클린 네츠)과 대조되는 모습이다.(물론 가넷의 경우 고교 졸업 후 프로 무대에 직행해 여태껏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또한 이번 시즌에 소속 팀을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로 복귀시킨다면 그의 커리어 평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노비츠키가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에 더해 팬들에게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원동력은 바로 늘 소속 팀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는 오프 시즌 때마다 휴식 대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독일 국가 대표 팀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해왔다. 단 한 마디 불평조차 없었다.
 
지난 시즌에는 O.J. 메이요(現 밀워키 벅스) 등 동료들과 함께 5할 승률을 달성할 때까지 면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13시즌 연속 5할 승률 이상은 그에게 남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자신보다 팀을 더 중시하는 단면을 잘 드러낸다.(노비츠키는 12월 12승 19패부터 시작해 4월 15일 40승 40패로 마침내 5할 승률을 달성한 날 수염을 정리할 수 있었다)
 
노비츠키는 댈러스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종신계약 발언을 입에 달고 사는 큐반 구단주는 누구보다 그를 아끼고 신뢰하고 있다. 칼라일 감독 역시 팀 전술 운영에 있어 그를 가장 중심에 두고 있으며 이는 위대한 ‘no.41’이 은퇴하는 순간까지 지속될 것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사진 캡쳐 = NBA.com, 마크 큐반 페이스북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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