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레이커스의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일러스트. 왼쪽부터 차례대로 스티브 내쉬, 조던 파머, 스티브 블레이크, 켄달 마샬을 형상화 했다.
[루키 = 이승기] "풍요 속의 빈곤"
LA 레이커스는 네 명의 포인트가드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의 스티브 내쉬, 스티브 블레이크에 이번 시즌 조던 파머가 유럽에서 돌아왔다. 또, 시즌 도중 켄달 마샬을 영입하며 로스터에 포인트가드만 네 명이 되었다.
흔히 "포인트가드는 코트 위의 사령탑"이라고 한다. 현대농구에서는 가드의 비중이 커지면서 포인트가드가 강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레이커스는 네 명의 포인트가드를 소유하고도 서부 컨퍼런스 13위로 처져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레이커스의 포인트가드들은 모두 하자가 있다. 네 명이나 되지만 누구 하나 믿고 맡기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레이커스의 포인트가드진이 리그에서 최하위권으로 저평가 받는 이유다.
5일(한국시간) 열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그간 부상으로 병원신세를 졌던 내쉬와 블레이크가 동시에 복귀했다. 레이커스에서는 구단 공식 페이스북에 포인트가드 네 명의 실루엣 일러스트를 올리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했다. 오랜만에 코트를 밟은 내쉬와 블레이크는 좀처럼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했다.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판단 또한 실수였다. 내쉬와 블레이크를 동시에 선발로 기용했는데 이것은 앞선 수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이는 레이커스가 미네소타에 완패한 원흉이 됐다.
미네소타의 두 포인트가드, 리키 루비오와 JJ 바레아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했다. 레이커스의 늙은 가드진은 루비오의 젊음과 바레아의 스피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는 레이커스의 가드진이 지닌 문제를 고스란히 노출하는 장면이었다.
1974년 생으로 NBA 최고령 선수인 내쉬는 한때 2년 연속 MVP를 수상하는 등 NBA를 호령했던 전설적인 가드다. 하지만 지금은 잦은 부상과 노쇠화로 인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전성기 시절부터 지적 받았던 수비력은 이제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준이 됐다.
블레이크는 1980년 생으로 내쉬보다는 젊지만 이미 노장 축에 속한다. 또, 운동능력이 형편없다. 애초에 수비에서 무언가를 기대할 수 없는 선수다. 스스로 득점을 만드는 능력 또한 아쉽다. 전체적으로 보면 내쉬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에 가깝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에너지가 돋보이는 파머는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파머 역시 한 팀의 선발 포인트가드 직책을 맡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 선수다. 안정감이 떨어지고 슛 기복이 심한 것이 단점이다. 경기 운영능력 또한 부족한 편이다.
그렇다면 켄달 마샬은 어떨까. 마샬은 다른 포인트가드들의 부상을 틈타 선발로 출전한 15경기에서 평균 11.9점, 11.5어시스트, 3점슛 2.0개(44.1%)를 기록하며 큰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마샬 또한 리그 최하 수준의 운동능력으로 인해 수비 문제를 지닌 선수다.
마샬이 선발로 출전하기에는 내쉬의 이름이 너무 커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블레이크, 파머 등과 출전시간을 나누어야 한다. 현재 33분 이상을 보장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출전시간이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레이커스는 언젠가부터 상대 포인트가드의 놀이터가 됐다. 앞선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탓에 뒷선의 수비까지 쉽게 붕괴된다. 이는 고스란히 성적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부상에서 돌아온다고 해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브라이언트 역시 느려진 발로 인해 수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댄토니 감독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사진 캡처 = LA 레이커스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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