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클리브랜드 캐벌리어스를 둘러싼 공기가 심상찮다. 시즌 중반이 넘어간 시점에서 16승 31패로 동부 컨퍼런스 11위에 머물러 있으며 리그 전체로 따져도 25위(승률 .340)에 불과하다. 최근 10경기 성적 역시 현재 진행형인 4연패를 포함해 3승 7패에 그치고 있다.
 
더욱 우울한 사실은 최근 팀 내/외에서 들리는 소식들이 모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차기 시즌을 끝으로 신인 계약이 종료되는 에이스 카이리 어빙이 벌써부터 팀을 떠날 것이라는 루머가 도는가 하면 디온 웨이터스 등 몇몇 선수들은 팀 화합을 깨뜨리고 있다. 선수들 입에서 매일 밤 패배하는 것은 똑같지만 최소한 지난 시즌의 경우 즐겁게 플레이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시즌 클리브랜드의 팀 분위기가 얼마나 나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지난 1월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베테랑 루올 뎅은 현재 팀 분위기에 대해 “시카고 불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언급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골칫거리였던 앤드류 바이넘을 트레이드로 처분하며 재도약을 준비했지만 성적 반등은커녕 시즌 포기 선언이 임박한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결국 단장 크리스 그랜트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팀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클리브랜드는 시즌 개막 전, 적극적인 베테랑 선수 영입과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통해 리빌딩과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모습은 르브론 제임스가 자신의 재능을 사우스 비치(마이애미 히트)로 옮겨간 직후인 지난 2010-11시즌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클리브랜드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원인과 현재 상황, 미래 대처 방안 등을 살펴보자.
 
패기만 넘치는 구단주
구단주 댄 길버트는 온라인 모지기(online mortgage) 회사인 ‘Quicken Loans’의 설립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클리브랜드 구단을 인수한 시점은 지난 2005년이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길버트 덕분에 팀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5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에 개근했고, 특히 2008-09시즌에는 66승 16패(승률 .805)이라는 환상적인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동안 구단주가 선수 영입을 위해 사치세 지불을 불사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길버트의 과도한 열정은 구단의 급격한 몰락을 야기했다. 시작은 르브론이 고향 팀을 떠난 마이애미로 떠난 직후였다. 르브론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는 떠난 선수에게 저주를 퍼부었음은 물론 각종 해괴망측한 행동으로 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고액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한다.
 
또한 자신은 탱킹(tanking)과 리빌딩에는 큰 관심이 없으며 오직 바라는 것은 승리라고 떠들고 다녔다. 적극적인 투자 의지와 패기만큼은 댈러스 매버릭스의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그의 과격한 노선(?)과 패기가 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큐반 역시 갖은 기행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많은 구설수에 올랐지만 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획과 단계를 밞는 침착함에서는 길버트와 비교 불가였다. 댈러스는 2011년 우승 후 곧바로 리빌딩을 시작했지만 이번 시즌 27승 21패로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하고 있다. 반면 클리브랜드는 2010년 후 4시즌 연속으로 밑바닥 인생을 경험 중이다.
 
매 시즌 팀이 좋은 성적을 기록할 수는 없다. L.A. 레이커스, 뉴욕 양키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바르셀로나 등 세계 유수의 프로 스포츠 구단들도 흥망성쇠를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낸 경험이 있다. 한 시대가 지나가면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준비 작업이 필요한 법이다. 승리가 지상 목적인 프로 구단들이 괜히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며 리빌딩 또는 탱킹이라는 단어 하에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브루클린 네츠의 구단주 미하일 프로호로프가 선보인 ‘러시아식 리빌딩’ 같은 경우도 있지만 엄격한 ‘샐러리캡’(salary cab) 하에 운영되고 있는 NBA 리그에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수단은 결코 아니다. 클리브랜드의 구단주 길버트는 다시 빛을 보기 위한 힘든 과정을 무시한 채 오직 팀 성적 상승만을 원했던 것이다. 이래서는 리빌딩(미래)과 팀 성적(현재) 모두를 놓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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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귀환

클리브랜드 구단은 작년 4월, 2012-13시즌이 끝난 직후 전임자였던 바이런 스캇을 대신해 마이크 브라운 감독을 복귀시켰다. 브라운이 누구인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팀을 이끌었던 그는 르브론과 함께 클리브랜드의 이천년대 중후반 전성기를 함께 했던 인물이다. 통산 288승은 구단 역사상 3위(1위 레니 윌킨스 316승)에 해당하며 63%의 승률의 경우 단연 1위다.(윌킨스 316승 258패 승률 55.1%)
 
그러나 2011년 여름 클리브랜드를 떠난 후의 행보는 썩 좋지 못했다. 새롭게 부임한 구단은 3년 계약 기간을 보장한 리그 최고 명문 L.A. 레이커스. 명장 필 잭슨의 후임이라는 사실과 ‘당연히’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의 감독이라는 측면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발생했었다.
 
첫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까지 진출하며 나름 성적을 냈다. 하지만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모습은 클리브랜드 시절 르브론에게 모든 것을 맡겼던 과거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전공이라고 주장(?)하는 수비 부분 역시 딱히 개선되지 못했다. 2년차 시즌에는 슈퍼스타들인 스티브 내쉬와 드와이트 하워드를 로스터에 추가해 ‘프리스턴 모션 오펜스’를 활용하겠다고 선포했지만 결과는 시즌 개막 후 5경기만의 해고 통지였다.(1승 4패) 결국 무난한 전술 운영은 고사하고 다수의 슈퍼스타들을 통제조차 수 없는 무능력한 감독으로 밑천이 드러난 것이다.
 
실업자가 된 브라운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람은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클리블랜드 구단주 길버트였다. 표면적으로는 그와 함께 했던 시간동안 구단 역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으니 이해가 갈 법한 재영입이었다. 브라운은 무려 7명의 코치진을 대동하고 금의환향(?)했다.
 
그렇다면 이천년대 중반 클리브랜드의 성공은 브라운의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을까? 다른 측면에서 보면 ‘특별한’ 선수인 르브론과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구단주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르브론의 2007~2010시즌 2차 기록들
2007-08시즌  PER 29.1  WS 15.2
2008-09시즌  PER 31.7  WS 20.3
2009-10시즌  PER 31.1  WS 18.5
*PER ? 개별 선수의 분당 생산력을 나타내는 지표
*WS ? 개별 선수의 팀 승리 기여도를 나타내는 지표
 
같은 기간 동안 르브론은 역대 4위에 해당하는 31.7의 PER를 포함해 역대 10위에 해당하는 31이상의 PER를 두 차례나 기록했다. 이는 ‘기록의 제왕’ 월트 챔벌레인과 ‘북 치고 장구 쳤던’ 80년대 마이클 조던만의 영역이다. 66승 16패를 기록했던 2008-09시즌의 WS 20.3은 역대 13위 기록으로 이천년대에 18이상의 WS를 기록한 선수는 샤킬 오닐(1999-00시즌)과 크리스 폴(2008-09시즌)밖에 없다.
 
당시 승부처인 4쿼터 또는 중요한 플레이오프 경기들에서 브라운이 내렸던 지시는 오직 ‘르브론 GO’였다. 그가 레이커스와 현재의 클리브랜드에서 겪고 있는 실패를 감안하면 이천년대 중반의 성공은 르브론의 존재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비, 하워드, 내쉬, 파우 가솔 등을 데리고 실패했던 2012-13시즌 초반을 떠올려보자. 이미 1년 이상 팀을 맡아왔던 시점이라 선수 활용 방안을 찾지 못했다는 변명 따위는 할 수 없다. 이천년대 중반 클리브랜드 시절 구단주 길버트의 승인 하에 단장 대니 페리가 끈임 없이 전력 보강을 해줬던 사실도 잊으면 곤란하다. 애초에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패배에서 배우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리빌딩 팀에 적합하지 않은 감독이다. 오합지졸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이번 시즌 브라운의 실패는 이미 예고된 참사였다. 브라운에게 추가된 것은 ‘르브론 GO’, ‘코비 GO’에 이은 ‘어빙 GO’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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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복통 드래프트&선수 영입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클리브랜드 단장을 역임했던 페리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팀에는 르브론이라는 역대급 괴수가 있었고, 구단주는 페리가 올린 선수 영입 결제 서류에 기분 좋게 도장을 찍어줬다. 시장 가치 또는 능력에 비해 과도한 지출을 했던 래리 휴즈와 모 윌리엄스, 노쇠화에 접어든 오닐을 영입했을 때도 워낙 팀 성적이 좋았던 관계로 큰 비난을 받지 않았다.
 
페리의 시대는 르브론의 이적과 함께 마감되었다. 후임은 크리스 그랜트. 팀 리빌딩은 물론 당장 성적을 내라는 구단주의 성화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입장이었다. 전임 페리가 남긴 악성 계약 처리 문제는 그나마 수월한 작업이었다. 다음은 그랜트가 클리브랜드에 부임한 후 현재까지 처리한 굵직한 드래프트&선수 영입이다.
 
2011년
IN - 배런 데이비스,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OUT - 자마리오 문, 모 윌리엄스
드래프트 1라운드 어빙, 트리스탄 톰슨 지명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드 디온 웨이터스 지명
C.J. 마일스, 션 리빙스턴 FA 영입
2013년
드래프트 1라운드 앤써니 배넷 지명
재럿 잭, 얼 클락, 앤드류 바이넘 FA 영입
 
부임 첫 해에는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부상으로 뛰기 힘든 데이비스의 악성 계약을 처리해주는 조건으로 받은 1라운드 지명권이 2011년 드래프트 전체 1픽으로 바뀐 것이다. 당시 지명한 어빙(1픽)과 톰슨(4픽)은 모두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2012년부터는 본격적인 실패가 시작되었다. 어빙의 백코트로 낙점한 웨이터스는 난사 기질과 평균 이하의 수비, 팀 화합을 깨뜨리는 행동으로 트레이드 블록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웨이터스 뒤에 지명된 선수들을 살펴보면 데이언 릴라드(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 안드레 드루먼드(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터렌스 로스(토론토 랩터스) 등이 있다. 특히 로스는 어빙의 백코트 파트너로 적격인 선수였다. 지명 당시에도 우려가 많았고, 결과 역시 최악이다. FA로 영입한 마일스와 리빙스턴 역시 딱히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2013년은 더욱 가관이다. 역대 최악의 1번 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베넷은 팀 사정상 지명했다는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 어차피 딱히 뽑을 선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랜트가 좀 더 영리한 ‘리빌딩’ 팀의 단장이었다면 잉여 자원을 지명하기보다는 픽을 활용한 다양한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필요한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었다. ‘드래프트 데이의 풍운아’ 데이비드 칸(前 미네소타 단장)이 해고된 현재 가장 멍청한 지명권을 행사하는 단장으로 전락할 위기다.
 
더 큰 문제는 FA로 영입한 잭과 클락, 바이넘이 모두 실패했다는 부분이다. 바이넘은 내분을 일으켰고, 잭과 클락은 장기 계약자들로 모두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르브론이 떠난 후 지속된 골칫거리인 3번 자리의 경우 뎅 영입으로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이미 팀이 수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후였다. 전임자였던 페리도 이런 부류의 실수를 자주 했지만 팀 성적이라는 훌륭한 방패가 있었다. 그랜트에게는 오직 눈 먼 구단주의 맹목적인 신뢰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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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있을까?

현재 클리브랜드는 패기만 넘치는 구단주, 과대평가 된 무능력한 감독, 갈팡질팡하는 단장의 삼위일체가 집합한 결과, NBA 최악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추락 중이다.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니다. 에이스 어빙은 리더 역할에 적합하지 않으며 동료들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선수가 아니다. 리빌딩의 코어로 삼기 부족하다는 의미다. 팀과 장기 계약을 맺을지 여부조차 불분명하다. 야심차게 영입한 뎅은 새로운 팀에 크게 실망한 상황이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획득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가치 있는 자원인 안드레손 바레장은 인저리 프론(injury-prone)이라는 한계가 있다. 드래프트로 수집한 선수들인 베넷, 톰슨, 웨이터스가 큰 가치가 없는 가운데 2015-16시즌까지 보장된 베테랑 잭과의 고액 계약은 재앙이 될 위험이 크다.
 
팀 페이롤(payroll)에는 여유가 있다. 내년 시즌 바레장, 클락, 알론조 지 등에 대한 팀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연봉 총액이 3,200만 달러 정도로 특급 FA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구조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길버트가 FA가 될 수 있는 르브론을 재영입 하겠다는 헛된 망상을 품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클리브랜드 같은 희망 없는 구단에 특급 선수들이 돈에 환장하지 않는 이상 올 리가 없다는 점이다. 리그에는 클리브랜드 말고도 FA 영입을 위해 실탄을 준비하고 있는 팀들이 얼마든지 있다. 피닉스 선즈, 올랜도 매직,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애틀랜타 호크스 같은 구단들이 훨씬 매력적이다.
 
결국 유일한 희망은 미래 드래프트다. 다행히 2015년 1라운드 픽을 제외하면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을 모두 지키고 있으며 마이애미, 멤피스 그리즐리스로부터 받은 2장의 2015년 1라운드 픽도 있다. 여기에 다가오는 2014~2015년 드래프트에는 프랜차이즈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특급 선수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지난 4년간의 드래프트 로터리 추첨에서 2번이나 전체 1번 지명권을 팀에 선물한 닉 길버트(댄 길버트 구단주의 아들)에게 행운이 계속 함께 한다면 또 다시 최상위 지명권을 차지할 수도 있다. 과거 클리브랜드는 2003년 드래프트에서 르브론을 지명해 구단 역사가 바뀐 경험이 있다.
 
클리브랜드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빌딩 진행 역시 더 이상 후진만 하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다. 이는 대대적인 구단 내부 개혁이 없는 한 내년 시즌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해결책은 구단주가 이번 시즌 포함, 4년 동안의 좌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감독과 단장의 거취 문제는 그 후의 문제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꽃이 피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수명이 다한 땅에 거름을 주고 씨앗을 뿌린 후 차분히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다. 시작은 더 이상 실패를 용납할 수 없는 2014 드래프트 데이가 될 전망이다.
 
사진 제공 = ⓒ gettyimages/멀티비츠,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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