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최기창 기자] 지난 9월 신한은행의 훈련 체험을 끝으로 코너가 막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KBL과 WKBL 모두 새 시즌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농구계에는 시즌 중에도 체험할 것들이 많다. 이번에는 스킬트레이닝이다. 하지만 혼자는 억울했다. 누군가 함께해주길 바랐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역시 고인 물은 변화의 걸림돌이다. 적폐가 이렇게 무섭다. 그래서 새롭게 <루키 더 바스켓>에 합류한 명예기자들과 함께 도전해보기로 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지난 3번의 훈련 체험은 다양한 효과를 선물했다. 장점과 순효과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근처 피트니스센터를 갔어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역효과는 엄청났다. 우선 ‘운동치’임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그동안 나름 이미지 관리가 잘 됐다고 자평해왔지만, 뼛속부터 타고난 심각한 ‘몸 개그 캐릭터’임이 드러났다. 일부러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물려받았을 뿐이다. 유연하지 못한 뻣뻣한 몸인 것도 함께 밝혀졌다. 

덕분에 비시즌 동안 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애처로운 눈빛을 받았다. “몸은 괜찮냐”고 묻는 구단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지방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도 잘 묻지 않는 질문이다. 이제는 ‘선수 출신’이라고 농담을 건네는 관계자도 생겼다. 심지어 한 구단은 매표소 앞 비시즌 팀 훈련 소개 동영상에 전지훈련 체험을 삽입하기도 했다. 물론 핵심은 선수들이었지만, 단독으로 등장하는 모습도 여러 차례였다. 편집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구단은 이제 기자가 아닌 선수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건강’이다. 자연스레 다이어트도 됐다. 그동안 조금 힘들어했던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등을 가볍게 올라갈 수 있었다. 일부 지도자들이 “한 번 힘들게 운동해야 숨이 트인다”고 했던 발언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약 석 달의 시간이 흘렀다. 다시 뱃살과 체중계 숫자가 늘어날 무렵이었다. 훈련체험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시즌 중 ‘훈련 체험’은 불가능에 가깝다. 각 팀들은 시즌에 돌입하면 예민해지기 때문. 또한 대부분 전술이나 패턴 등 ‘농구치’는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작전들을 연습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비시즌 동안 전술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는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를 외치는 나폴레옹 같은 남자가 있다. 편집장이다. 그는 회의 때 ‘스킬 트레이닝’을 제의했다. ‘기획 회의’라는 민주적인 절차는 분명히 거쳤다. 

사실 이미 3개 구단 체험을 했던 터라 ‘스킬 트레이닝’에 대해 별다른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얼마나 힘들겠어’라는 생각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동영상들도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킬트레이닝을 하기로 결정됐다”고 밝히자, 몇몇 선수들이 우려를 표했다. “기자님 몸 상태면, 첫 드리블부터 굉장히 곤란해진다”고 하거나 “땀 많이 흘리니까 옷을 두 벌 챙겨가라”는 친절한 조언도 있었다. 이후 스킬 트레이닝으로 유명한 스킬팩토리 박대남 트레이너가 흔쾌히 초청했다. 이 좋은 것을 혼자 할 수는 없는 노릇. 대학교에서 농구 동아리를 한다는 명예기자 두 명이 훈련 크루로 합류했다. 유희정 명예기자와 이유리 명예기자다.

역시나 순조롭지 않았던 출발
원래 훈련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 반이었다. 스킬팩토리가 서울 근교에 있는 관계로 다 같이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다. 9시쯤 회사에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9시가 되자 메신저 알람이 울렸다.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 내렸지만, 화장실에 다녀와야 해서 늦을 것 같다”는 메시지였다. ‘오죽 급했으면 화장실 간다고 말했을까’라고 너그럽게 이해할 무렵이었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방금 일어났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불안한 느낌이 든 탓이다. 지난 3번의 훈련 체험 결과 진행이 순조롭지 않으면, 훈련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세 번 모두 섭외와 진행 과정이 순조로운 경우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훈련 일정을 미뤄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끊자마자 박대남 트레이너에게도 전화가 왔다. CCTV에 문제가 생겨 오전에 트레이닝을 진행할 수 없다는 연락이었다. 오히려 잘 된 걸까? 결국 점심시간 즈음으로 약속 시간을 미뤘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길이 막히지는 않았다. 후배 기자 둘은 뒷자석에서 편안하게 ‘꿀잠’을 잤다. 하지만 선배는 그럴 수 없다. 훈련에 대한 압박감과 긴장감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 이동 후 <스킬팩토리>에 도착했다. 건물 외관은 말 그대로 팩토리... 공장이었다. 농구 훈련이 이뤄질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이미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코트 위에서 “쿵쾅쿵쾅” 울리는 드리블 소리와 함께 빠른 템포의 음악이 귀를 찔렀다. 드럼 소리도 심장 박동을 움직였다. 음악만으로도 사람을 흥겹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이후 사무실로 이동해 박대남 트레이너와 인사를 나눴다. 박 트레이너는 그동안 진행했던 ‘훈련 체험’ 동영상을 보며 현재 몸 상태를 진단했다. 뻣뻣한 몸을 보고는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 박 트레이너와 함께 다시 코트로 이동했다.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앞서 스트레칭부터 시작됐다. 2018년 들어 네 번째 스트레칭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과정은 익숙하지 않았다. “세 번이나 했으니까 알아서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결국 지켜보던 박 트레이너가 직접 스트레칭도 지도했다. 이후에도 그의 한숨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르쳐준 대로 따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박트레이너가 직접 몸에 손을 대며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당연히 “악”소리가 났다. 순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마치 ‘이렇게 뻣뻣한 사람이 세상에 있었다니“하며 놀란 눈치였다.  

농구의 기본 드리블, 롤모델은 로건
본격적인 첫 훈련은 드리블이었다. 농구에서 드리블은 가장 기초적인 동작이다. 슬램덩크에서 주인공 강백호도 구석에서 드리블을 항상 한다. 박 트레이너는 일단 강하게 드리블 칠 것을 요구했다. 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당연히 익숙하지 않았다. 강하게 치려고 할수록 공이 손에서 벗어나곤 했다. 

이후 코트 반쪽을 활용해 드리블을 이용한 하체 훈련도 했다. 첫 단계부터 삐걱댔다. 하체를 최대한 낮춰야 했기 때문. 아무리 낮춰도 자세가 더는 낮아지지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땀도 비 오듯 쏟아졌다. 지난 3차례의 훈련 체험을 통해 체력훈련과 밸런스 운동을 잘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분명 자신감이 아닌 자만이었다. 선수들이 시작 전부터 걱정했던 이유를 뒤늦게 깨달았다. 

드리블도 말썽이었다. 오른손은 나름 괜찮았다. 잘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어색하지는 않았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왼손이었다. 드리블이 아니라 ‘패대기’ 수준이었다. 공이 자꾸 제멋대로 흘렀다. 박 트레이너는 “초등학생보다 못한다”는 핀잔을 줬다. 답답했지만, 부인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씩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땀은 더욱 쏟아졌다. 특히 왼손을 활용하면 할수록 공이 자꾸 멀리 벗어났다. 크로스 드리블을 할 때는 다리를 맞고 튕겨가기도 했고, 왼손 드리블 도중에도 여러 차례 험블을 했다. 특히 골대 왼쪽으로 들어가는 왼손 레이업은 정말 최악이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했다는 점이다. 동행한 두 명예기자는 너무도 수월하게 했다. 세 번의 프로팀 훈련 체험을 했다고 우쭐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역시 어려서부터 배운게 좋긴 좋구나...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휴식을 취했다. 

훈련을 마친 바로 그날. 우연히 부산 케이티 소닉붐의 경기를 보게 됐다. 시선을 사로잡았던 선수는 바로 데이빗 로건이었다. 로건은 왼쪽으로 돌파를 할 때도 오른손 레이업을 사용하고는 했다. 순간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앞으로 롤모델은 로건이 될 것 같다. 

물론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그날 이후로 양치질을 왼손으로 하고 있다. 왼손 양치질이 익숙해질 때쯤에는 다른 상황에서도 왼손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드리블과 레이업, 누가 쉽다고 했나
잠시 휴식 이후 또 다른 훈련에 돌입했다. 의자를 활용한 수업이었다. 앞서 체험한 드리블을 이용해 스텝, 레이업 등의 연결 동작으로 이어 가는 연습이었다.

박 트레이너가 시범을 보였다. 역시 깔끔했다. 차례가 가장 먼저 돌아왔다. 이때 처음으로 선배 찬스(?)를 이용해 봤다. 세 명 중 동작이 가장 깔끔했던 이유리 기자를 선두에 강제로 세웠다. ‘보는 것’도 훌륭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기자는 이날 우리들의 교보재였다. 

그는 역시 에이스였다.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활용하는 복잡한 드리블이었지만, 이유리 기자는 깔끔하게 동작을 마무리했다. 스텝과 레이업까지도 나무랄 곳이 없었다. 동아리 농구대회 MVP 출신다운 플레이였다.

유희정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다소 어려워했지만, 이윽고 자세를 잡고 복잡한 동작을 결국 해냈다. 전체적으로 자세가 말끔했다.

드디어 피하고 싶던 차례가 왔다. 첫 드리블 시도에서부터 삐걱댔다. 드리블을 두 번을 치라는 주문에 세 번을 치기도 했고, 스텝이 꼬여 공이 튕겨 나가기도 했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스텝과 드리블을 완수하자 이번에는 레이업이 말썽이었다.

드리블 하면서 너무 지쳤던 나머지 레이업을 하러 달려나가는 힘도 떨어졌다. 체력이 벌써 방전됐기 때문이다. 결국 스텝을 계산하지 못해 골대 바로 밑에서 레이업을 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날카로운 박대남 트레이너는 놓치지 않았다. 골대 바로 밑에서 레이업을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을 했다. 물론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코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여러 번 반복적인 동작 연습을 했고, 박 트레이너의 한숨과 함께 다른 훈련에 돌입할 수 있었다.

3X3 패턴 만들기
이날 스킬 트레이닝에 세 명이 참여한 이유가 있다. 사실 이번 스킬 트레이닝은 3X3 농구에 도전하는 과정 위에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박 트레이너는 “패턴을 만들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일단 우리 팀의 에이스인 이유리 기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남은 둘은 스크린과 속임 동작 등 궂은일(?)을 담당한다. 일단 첫 번째 역할은 ‘손뼉치기’다. 스크린과 박수로 시선을 끈 뒤 이 기자의 돌파 공간을 만들어 주는 패턴이다. 두 번째 역할 역시 에이스 이유리 기자에게 슛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다른 선수들이 외곽에서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세 번째 패턴도 있다. 박 트레이너는 “나름 정확한 슛을 장착한 최기창 기자를 위한 패턴”이라고 소개했다. 로우 포스트에서 나와 스크린을 받고 자유투 라인으로 이동해 미들슛으로 득점하는 패턴이다. 박대남 트레이너는 “패턴이 세 가지밖에 되지 않는다. 무조건 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박 트레이너에게 ‘Team 루키 더 바스켓 3X3‘의 사령탑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 웃음을 잃지 않는 친절한 눈높이 지도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사령탑 초빙을 수락했다. 이제 제법 팀으로서의 구성을 갖췄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도 사고 없이 훈련 체험이 종료됐다. 사실 스킬트레이닝 역시 앞선 세 차례의 체험만큼이나 값진 경험이다.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 스킬트레이닝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비시즌에 직접 사비로 스킬을 배우는 선수가 늘어간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훈련을 마친 뒤 두 명예기자에게도 처음으로 훈련 체험에 참여한 소감을 물어봤다. 

이날 내내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유리 기자는 “평소 SNS나 지인들에게 스킬트레이닝에 대해 많이 들어서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이번 기회에 체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재밌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단 트레이닝을 받아보니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었다. 아직은 내 실력이 프로 선수나 엘리트 선수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희정 기자도 “처음에는 공포심과 기대감이 반반이었다. 농구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박대남 트레이너가 우리의 수준에 맞게 진도를 조절해 주셔서 잘 따라 할 수 있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웃으면서 끝까지 기다려 주셔서 감사했다. 농구 실력도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꾸준히 연습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둘은 저주받은 신체를 가지고 태어난 선배와 같이 스킬 트레이닝 체험을 하면서 느낀 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유 기자는 “이전에 촬영했던 동영상을 봤을 때는 트레이닝 자체가 많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보니 조금만 진도를 나가도 땀을 많이 흘리시더라. 조금만 해도 풀려버리는 눈이 재밌었다. 체력 운동이 더 필요할 듯하다”고 돌아봤다.

이 기자도 처음에는 “물론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그런데 지켜보면서 조금 안타까웠다. 그래도 트레이닝 내내 웃음과 재미를 선사해줘서 즐거웠다”고 했다.

하지만 “뒤끝이 정말 없는지” 재차 확인한 뒤 “솔직히 역시 사람은 저마다 각자 잘하는 게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직접 스포츠를 하시는 것보다는 글만 쓰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덧붙일 말이 있다. 물론 3X3에는 출전 선수가 4명이다. 사실 우리 팀에는 스킬 트레이닝에 참가한 세 명 말고도 비밀 병기가 한 명 더 있다. 지금도 NBA 동영상을 보며 스킬 트레이닝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전략 분석에 능하며, 농구에 정통한 인물이다. 또한 TV에 출연하는 유명인이기도 하다. 4번째 멤버는 다음 달에 공개할 예정이다. 어쨌든 이번 훈련은 스킬트레이닝이 얼마나 전문적으로 정확하게 이루어지는지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힘들게 스킬트레이닝을 받는 선수들이 리그에서 더 많이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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