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김은혜 칼럼니스트] 여자농구는 올스타전 휴식기를 마치고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어느새 반환점을 돈 이번 시즌을 돌아보면 내부적으로는 다사다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년과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과 KB의 선두 다툼과 다른 팀들의 3위 싸움이라는 큰 주제가 유지되고 있다. 

주요 선수들의 활약도 마찬가지. 각 팀 마다 기존에 팀을 이끌었던, 혹은 당연히 팀의 리더가 되리라 믿었던 선수들이 꾸준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더욱 치열해질 순위싸움이 기다리는 후반기. 모든 팀들이 다 잘 했으면 좋겠지만, 그 안에서의 명암은 나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승부수를 던질 6개 팀이 후반기에서 보여줬으면 하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봤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우리은행 
사실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매 시즌 전력 구성면에서 어려움이 커진다고 하는데, 성적은 요지부동이다. 조금 더 어렵게 경기할 뿐, 1위 자리는 꾸준히 유지한다. 이번 시즌은 정말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5%도 안 되는 확률까지 극복하며 초대형 루키 박지현까지 품게 됐다.

박혜진과 박지현의 앞선은 상당히 기대가 되는 부분도 많지만, 상대팀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막막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국내 선수의 높이가 낮다는 고민을 안고 있으면서, 앞선의 평균키는 180cm가 넘는 모양이 됐다.

어느 팀을 가도 ‘즉시 전력감’이라고 평가받았던 박지현이 우리은행에서 얼마나 빨리 경기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팀 디펜스에 대한 적응이 가장 관건일 것 같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연습 때도 선수가 허둥대는 모습을 정말 싫어한다. 신인 선수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팀 훈련보다는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드는 걸 우선으로 하는 지도자다. 그래서 우리은행에서는 아무리 좋은 재능이 있어도 ①몸이 되어 있어야 하고, ②어느 정도 농구를 알고 할 수 있어야 하고, ③팀 디팬스에 적응이 되어 있어야 경기에 뛸 수 있다.

박지현의 몸 상태는 충분히 프로에서 뛸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뛸 수 있는 상태'에 대해 일반적인 기준과 위성우 감독의 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따라서 박지수(KB)와 달리 박지현은 퓨처스리그를 거쳐서 1군 경기에 데뷔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박지현을 빼고 생각하면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토마스 활용’이다. 우리은행은 어느 시점부터 팀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2대2 플레이의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 크리스탈 토마스가 스크린을 걸고 들어가는 움직임을 끝내 해주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결국 토마스의 활용법이 후반기 우리은행 농구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다.

 

전력 상승이 기대되는 KB스타즈
전력 면에서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KB는 우리은행과 2경기 차를 보이며 2위에 올라있다. 그래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걱정하는 것보다 내부의 분위기는 차분해 보인다. 정상적인 전력을 갖춰서 승부를 걸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갖고 있는 것 같다.

KB는 누가 뭐라 해도 박지수가 중심이다. 

골밑으로 조금 더 치중해야 하고 몸싸움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분명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현재 박지수는 외국인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치며 리그 최고를 다투는 선수다. 일부에서는 박지수가 판정에서 수혜를 받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한다는 데, 솔직히 모르겠다. 올 시즌 내내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박지수가 판정에서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은 몸싸움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판정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힘과 체격조건에서 앞서다보니 비슷한 상황이라도 그들이 충분히 견디고 정상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휘슬이 인색한 것 같다. 지금은 박지수도 외국인 선수들과 같은 시선으로 보여지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지만 KB 또한 비시즌 훈련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술 및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국가대표를 오갔던 선수들, 그리고 WNBA진출로 비시즌 훈련을 함께하지 못한 박지수 등, 비시즌 전력 다지기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힘들었다. 주전으로 구상한 선수들이 처음으로 훈련을 함께한 것은 개막 2주 전이었다. 따라서 그 어느 팀보다 시즌을 통해 맞춰간다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팀이 맞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강아정의 부상 결장은 아쉬웠다. 

강아정은 3점슛으로 직접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 존재만으로 외곽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아직까지 강아정 외의 다른 선수들은 상대 수비수들이 부담을 가질만한 존재감을 3점슛 라인 밖에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강아정이 있으면 안쪽의 공간은 물론, 오픈 찬스를 만들어 내는 것도 효과적이고, 수비에서도 더 안정감을 가져갈 수 있다.

강아정이 부상을 완벽히 털고 합류하고, 박지수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한다면, 주득점원 카일라 쏜튼이 종종 기복을 보인다 해도 염윤아의 2대2 플레이와 커트인 등을 조합하며 정체를 겪었던 공격 면에서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삼성생명의 숙제, 꾸준함과 플랜B
꾸준함. 삼성생명의 전반기 모습을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자, 후반기에 달라졌으면 하고 기대하는 부분은 역시 꾸준함인 것 같다. 

엘리사 토마스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에게 너무 많은 부분이 집중되면서 국내 선수들이 ‘토마스와 아이들’로 한없이 작아졌던 지난 시즌과 달리, 삼성생명의 국내 선수들은 1년 만에 드라마틱한 반전을 만들어냈다.

국내 선수들의 자신감과 적극성이 높아졌고, 이는 2쿼터에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는 팀컬러로 나타났다. 유망주들이 알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보여줬고, 벤치 멤버들도 선발로 나서기에 부족하지 않은 자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모습의 상승세를 꾸준하게 유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전력 면에서 어려움에 봉착한 팀을 만났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실 이런 부분은 모든 팀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 삼성생명은 조금 더 두드러졌고, 이런 경기력이 승패로 직결됐던 것 같다.

그리고 김한별이 없을 때의 '플랜B'가 조금 더 확실해야 할 것 같다. 

전반기의 삼성생명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 김한별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특히 국내 선수들만 나서는 2쿼터에 나타난 김한별의 위력은 삼성생명에게 천군만마와 같았다. 승부욕이 너무 앞서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외국인 선수까지 종종 상대하는 김한별의 역할은 팀에게 분명 큰 힘이다.

하지만 김한별은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다. 올 시즌에는 예년보다 확실히 많은 시간을 뛰고 있다. 분명 안배가 필요한 시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삼성생명도 김한별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떤 플레이를 가져가겠다는 계획과 작전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무게감의 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은행의 중심이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이라면, 삼성생명은 ‘김한별-박하나-배혜윤’이다. 김한별의 공백이 있을 때 그 자리를 대신하는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중심인 박하나와 배혜윤이 김한별의 역할을 조금 더 나눠가져가는 부분이 필요할 것 같다.

 

'흐름을 타는 법'을 알아야 하는 KEB하나은행
솔직히 하나은행은 시즌 초반, 가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라운드를 거치면서 상승세를 타고 조금씩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3위 삼성생명과도 1경기차다. 

부침이 심했던 1라운드 초반을 생각하면 분위기를 잘 수습해서 전반기를 마쳤고, 후반기에 본격적인 반등을 이어갈 준비를 했을 것 같다.

강이슬이 공격에서의 위력을 찾았고, 김이슬이 부상으로 몇 경기를 못 나섰지만 신지현이 초반보다 안정감을 더 가져가주는 부분도 고무적이다. 고아라도 자기가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해 주는 것 같다. 공격보다 수비나 궂은일에 힘쓰고, 자신의 장점인 ‘달리는 농구’를 해주고 있다.

우선은 이런 분위기를 잘 이어가야 한다. 하나은행은 전체적으로 젊은 팀이라 항상 활기차다. 반면 꼭 이겨야 할 경기,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에서 분위기를 이어가는 집중력과 노련미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충분히 좋은 흐름으로 진행할 수 있는 후반기의 스타트를 잘 끊어야 한다.

조금 더 분발을 요구하고 싶은 선수는 샤이엔 파커다. 파커는 전반기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예년만 못한 상황에서 파커는 분명 가장 빛난 선수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 1순위에 어울리는 압도적인 위력을 보였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확실치 않은 것 같다. 몸싸움과 관련해 정상 플레이와 파울의 기준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단순하게 ‘WKBL에 대한 적응’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아마 이 고민은 시즌 끝날 때까지 본인이 안고가야 할 것 같다. 

순간의 상황에 예민하기보다 꾸준하게 골밑에서 확실한 찬스를 마무리 해주는 집중력이 조금 더 요구된다. 쉬운 슛을 놓치는 빈도를 줄여줘야 한다. 절대적인 믿음을 주는 선수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하나은행의 국내 선수들이 높이가 낮기에 파커의 이런 모습은 더욱 필요하다.

‘골밑에서의 확실한 해결사’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하나은행도 파커를 선택했을 것이다. 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기대에 부합하는 만큼은 아닌 것 같다.

 

OK저축은행. 3점슛, 오픈찬스... 단타스를 도와줘...
사실 외곽이 제일 절실한 팀이 OK저축은행 아닐까? 

팀의 중심을 다미리스 단타스가 잘 잡아주고 있지만, 단타스에게 쏠리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수술과 재활을 거쳐 개막 직전이 돼서야 팀에 합류했던 단타스는 KB시절, 박지수와 분담했던 골밑의 역할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다. 상대는 적극적으로 단타스를 집중수비하고, 단타스는 거친 몸싸움에 체력 소진이 심하다.

안에서 버티던 단타스가 체력적으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쉬운 슛도 놓치고, 그러다가 밖으로 밀려 나와서 3점슛을 많이 던지게 되는 패턴은 OK저축은행의 경기가 제대로 안 풀렸던 날마다 반복됐던 모습이다. 

단타스를 돕기 위해서는 골밑 싸움을 같이 해주는 선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외곽에서 터지는 한 방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대 수비가 단타스에게 가끔은 3명까지도 집요하게 몰리는 데, 여기서 빠져나온 공을 외곽에서 성공시키지 못하면 경기를 풀어갈 수가 없다.

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외곽슛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데, 성공률이 많이 떨어진다는 게 아쉽다. 그런 면에서 구슬의 역할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OK저축은행의 전력과 상황을 보면, 구슬이 잘 한 날은 이기고, 그렇지 않은 날은 어려운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혜지와 한채진의 3점슛 성공률도 아쉬움이 있지만, 경기를 리딩하고 있는 안혜지에게 당장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한채진은 어쨌든 36살이라는 나이에 공격과 수비에서 역할이 많고, 안혜지가 리딩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1번 역할을 보조하기도 한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이소희가 얼마나 빨리 1군 무대에 연착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안혜지와 한채진은 OK의 포인트가드 문제를 해결하는 주축이다.

따라서 외곽득점은 구슬이 조금 더 신경써줘야 한다. 구슬을 보면 현역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첫 슛이 들어가면 자신 있게 던지는데, 그 슛이 안 들어가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수비 때도 놓쳤던 공격 기회를 머리에서 지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 슛은 더 안 들어간다. 안 좋았던 상황을 빨리 잊고 이어지는 상황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이다.

사실, 이 부분의 해결책은 연습밖에 없다. 더 많은 연습으로 슛 자체에 자신감을 갖고, 타고난 소심함을 극복하는 것이다. 들어가지 않더라도 상황이 맞으면 직전의 실수를 생각할 틈도 없이 자연스럽게 슛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높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인 만큼 구슬이 한 단계 더 발전하면서 단타스의 부담도 덜고 OK저축은행이 내외곽의 밸런스를 더 맞춰갈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신한은행, 힘든 상황에 익숙해지지 않는 극복의 의지
신한은행을 응원하는 팬들의 마음은 다 같지 않을까? 내용이 어찌됐건, 일단 1승이라도 더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클 것 같다. 안타깝지만 지금 신한은행을 보고 있으면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당장의 해결책으로 꺼내들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참 불운한 시즌이다. 신한은행의 중심은 결국 ‘김단비-이경은-곽주영’이 잡아줘야 한다. 공교롭게도 이 세 명 모두 비시즌에 몸이 좋지 않았다. 정상적인 기량을 보여주려면 시즌 시작 후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그때까지는 외국인 선수가 소위 '하드캐리'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그런데 하필 그 부분이 어긋났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라 할 수 있는 나탈리 어천와가 개인 사정으로 입국 시기를 미루다가 끝내 합류가 불발됐고, 대체한 쉐키나 스트릭렌은 프로답지 않은 몸 관리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가 반짝이라도 했던 경기가 사실상 전혀 없었던 것이 신한은행의 올 시즌 상반기였다. 외국인 선수가 조금만 버텨줬어도 신한은행의 지금 모습은 분명 달랐을 것이다. 선발과 벤치를 오가며 활력소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유승희가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도 이런 상황이 되자 더 크게 와 닿았다. 

신한은행은 주축 선수들이 충분히 자기 몸을 만들어서 완벽한 상태까지 기다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닐 것이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보는 팬들도 속상하겠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더 힘들고 답답한 상황일 것이다.

일단 신한은행은 선수들이 지금의 분위기를 벗어나려는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팀 성적이 주저앉으면 처음에는 화도 나고 조바심도 느낀다. 하지만 패배가 반복되면서 거기에 익숙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모르게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팽팽한 승부의 고비에서 치고 나가는 힘이 사라지는 것으로 이어진다. 지는 것에 익숙해지면 안된다.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사진 = 이현수 기자 stephen_h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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