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키 = 이승기] "♬ 네가 가져간 나의 반쪽 때문인가 ♪"
1990년대 중반, 한국의 대중가수 '투투'는 '1과 2분의 1'이라는 노래에서 '반쪽'이라는 가사에 맞춰 재미있는 안무를 선보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다음은 그냥 2분의 1, '반쪽짜리' 기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세 명의 가드들이다.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24.1점(6위), 4.6리바운드, 9.3어시스트(2위), 1.9스틸(7위), 3점슛 3.3개(1위)
브랜든 제닝스에게 속아 넘어지는 커리 (http://youtu.be/oOXtDQBwvyU)
2009-10시즌 초반, 당시 밀워키 벅스에서 뛰고 있던 신인 브랜든 제닝스는 한 경기에서 55점을 폭발시키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매치업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드래프트 동기였던 골든스테이트의 스테픈 커리였다. 커리는 경기 내내 제닝스를 끈질기게 쫓아다녔으나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대학 시절 커리는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NCAA를 호령했다. 반면 수비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학 3년간 평균 2.1스틸을 기록할 만큼 가로채기에는 능했으나 그것이 전부였던 시절이다. NBA 입성 이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높은 스틸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수비에서 의문부호가 붙었다.
커리의 수비에는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스틸을 의식하다 매치업 상대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 'NBA 기준'으로 봤을 때 운동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크고 날랜 공격수들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 상대의 속임 동작에도 쉽게 속아 넘어간다. 수비할 때의 동작이 큰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포인트가드가 장수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비 이해도가 필수다. 운동능력이 감퇴하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 공격에서 애를 먹게 된다. 이러한 때가 오면 수비에서라도 공헌해야 한다. 2010-11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의 챔피언 등극에 큰 공을 세웠던 제이슨 키드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케츠)
23.7점(7위), 4.9리바운드, 5.5어시스트, 1.3스틸
LA 클리퍼스전 제임스 하든 수비 하이라이트 (http://youtu.be/NIyiEc1741s)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시절의 제임스 하든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이 명단에 하든의 이름이 오른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휴스턴 로케츠 이적 이후의 하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든은 명실공히 NBA 최악의 수비수로 변모하며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최근 하든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1990년대 말 은퇴 직전의 찰스 바클리, 2000년대 후반 이후의 서장훈, 2012-13시즌의 코비 브라이언트가 생각이 난다. 수비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체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위해 수비할 때 체력을 충전(?)하는 것이다.
서장훈은 실제로 "당시에는 수비까지 할 체력이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2000년대 중반 트레이시 맥그레디 또한 "코비나 마이클 조던처럼 공격과 수비를 모두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선수가 부럽다. 나에게는 그럴 체력이 없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2011-12시즌 파이널에서의 하든을 기억해보자. 르브론 제임스의 포스트업에 비오는 날 먼지가 날리도록 얻어 맞으면서도 끝까지 수비를 포기하지 않았다. 수비에서 에너지를 쏟은 하든은 공격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죽을 쑤며 시리즈 패배의 원흉이 됐다.
물론 하든이 뛰어난 공격력으로 휴스턴을 지탱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의 하든에게 아쉬운 것은 되든 안 되든 끝까지 수비에 소흘하지 않았던 집념이다. 무릎에 물이 차서 고생 중인 드웨인 웨이드의 수비력이 한창 팔팔한 하든의 수비력을 압도한다는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카이리 어빙(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21.5점, 3.0리바운드, 6.2어시스트
넋 놓고 있는 카이리 어빙 (http://youtu.be/e4D2mkoOgN8)
폭발적인 득점력에 가려져 있지만 카이리 어빙은 사실 약점이 명확한 선수다. NBA 평균 이하를 맴도는 수비력이 문제다. 스틸과 블록에 재능을 보이며 숱한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내지만 대인방어와 지역방어 능력이 모두 형편없는 수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4쿼터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며 본인의 모든 단점을 덮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애로사항이 많다. NBA 팀들이 어빙의 모든 공격루트를 파악하고 어느 정도 대책을 세워놨기 때문. 4쿼터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어빙의 활약이 작년만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공격력이 떨어지자 약점인 수비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어빙은 공이 없는 공격수를 막을 때 상당히 넋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마이크 브라운 감독이 확실히 잡아줘야 할 것이다. 또, 스크린 수비에 대한 대처가 상당히 늦으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대목.
최근 『NBA TV』 채널에서는 팬들을 상대로 "데릭 로즈와 카이리 어빙이 1대1 대결을 한다면 누가 이길까?"를 주제로 가상 설문을 던진 바 있다. 68%의 팬들이 로즈의 우세를 점쳤는데 "공격력은 비슷하지만 어빙은 로즈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꼽은 팬들이 많았다.
수비는 경험에 의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 NBA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르브론 제임스 역시 데뷔 초기에는 수비에서 하자가 많았다. 아직 만 21살 밖에 되지 않은 어빙의 수비력이 언젠가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일러스트 제공 = 루키 홍기훈 일러스트(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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