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L.A. 클리퍼스의 센터 안드레 조던이 놀라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조던은 시즌 46경기를 소화한 현재 평균 13.8개의 리바운드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공격 리바운드 부분에서도 안드레 드루먼드(디트로이트 피스톤스/5.1개)에 이어 2위(4.2개)다. 또한 평균 2.41개의 블록슛은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조던의 기량 발전은 출전 시간 증가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데뷔 이래 평균 25분 내외의 출전 시간에 그쳤고, 승부처에서는 미숙한 플레이로 인해 코트에서 제외되었다. 여기에 수비 센스가 부족하다보니 파울 트러블로 스스로 출전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반면 이번 시즌의 경우 평균 출전 시간이 35.5분으로 지난 시즌에 비해 무려 10분 가까이 증가했다. 닥 리버스가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내건 공약인 ‘조던의 레귤러 선수 진입’이 실현된 셈이다.
 
출전 시간 대비 파울 횟수에서도 드마커스 커즌스(새크라멘토 킹스), 안드레 드루먼드, 드와이트 하워드(휴스턴 로케츠), 로이 히버트(인디애나 페이서스) 등 팀 수비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다른 센터들에 비해 적은 편이다. 이는 조던이 좀 더 많은 시간동안 코트에서 머무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조던의 시즌 기록 변화
2012-13시즌 평균 24.5분 출전 8.8득점 7.2리바운드 1.4블록슛 1.2실책
2013-14시즌 평균 35.5분 출전 9.5득점 13.8리바운드 2.4블록슛 1.5실책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탁월한 하드웨어(212cm, 116kg, 윙스펜 229cm, 수직 점프력 89cm)에 비해 부족한 소프트웨어로 인해 크리스 폴이라는 외장 하드가 필요하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그다. 팬들이 기억하는 이미지 역시 폴이 모든 것을 설계한 앨리웁 상황에서의 화려한 덩크 퍼포먼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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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이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리버스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들 수 있다. 전임 비니 델 니그로 감독과 다르게 리버스는 정교한 수비 전술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선수 각자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서 코트 안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지난 시즌까지 주전보다는 룰 플레이어(role player)역할에 그쳤던 조던은 리버스의 부임과 함께 확고부동한 주전 자리를 보장받았고, 이는 자신감 상승으로 연결되었다.
 
동료 블레이크 그리핀의 행동반경이 확장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이번 시즌 그리핀은 페이스업에 이은 돌파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중거리 점프슛과 포스트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조던은 동료의 공격 루트 확보를 위해 페인트존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인사이드를 지키며 상대와 리바운드를 경합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이는 공격 리바운드 증가로 연결되었다.
 
조던의 수비 기록
커리어 평균 DRtg 103  DWS 2.2  DRB% 22.4
2013-14시즌 DRtg 98  DWS 3.2  DRB% 29.1
 
누적된 수비 경험 역시 개인 기량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커리어 최초로 100 이하의 DRtg(디펜시브 레이팅/100번의 포제션에서 실점 확률)를 기록하고 있으며 DWS(디펜시브 윈 쉐어)도 3.2로 데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을 나타내는 DRB%는 29.1로 케빈 러브(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커즌스에 이어 리그 3위다. 그를 신뢰하는 코칭 스태프와 동료들이 전적으로 리바운드를 맡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통 수비는 경험치에 비례한다고 한다. 물론 앤써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호네츠)처럼 타고난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험이 쌓이면서 수비 센스와 박스 아웃 포지션, 블록슛 타이밍, 상대 스크린 대처법 등이 발전한다. 리그 6년차인 조던 역시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수비 실력이 상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기에 기존의 축복 받은 신체가 더해지면서 리그에서 손꼽히는 빅맨(수비 부분 한정)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다. 형편없는 자유투 실력은 종종 상대 팀의 ‘핵 어 조던(Hack a Jordan) 표적이 되고 있으며 풋백 득점과 앨리업 외에는 득점 루트가 거의 없다. 현대 농구를 뛰는 빅맨의 필수 능력 중 하나인 동료에게 스크린을 걸어주는 움직임 역시 다소 부족하다. 이는 수비에서 상대 스크린을 대처할 때도 마찬가지다.(상대 스크린 대처는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이번 시즌의 대인 수비와 리바운드, 블록슛 등에서 보여주는 기량만 하더라도 1,100만 달러의 연봉이 크게 아깝지 않다. 조던은 지난 2011년 팀과 4년 총 4,300만 달러에 연장 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만 하더라도 신체조건 말고는 큰 매력이 없는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지급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2시즌동안 연봉 값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만 계속 활약해준다면 다음 시즌 후 팀과의 재계약까지 노려볼만 하다.
 
현재 소속 팀 클리퍼스는 시즌 31승 15패로 서부 컨퍼런스 4위를 달리고 있다. 리더 폴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악조건에서도 1월 13경기 10승 3패를 거두는 등 기세가 나쁘지 않다. 폴이 2월에 복귀하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팀의 인사이드를 수호하는 선수는 내장형 하드를 장착한 조던이 될 것이다.
 
일러스트 제공 = 루키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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