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이학철 기자]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같은 완벽한 복수극이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AT&T 센터에서 열린 2018-2019 NBA 정규리그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에서 125-107의 대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샌안토니오를 떠난 카와이 레너드의 첫 친정 방문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경기였다. 데뷔 후 줄곧 샌안토니오에서만 활약하던 레너드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9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는데 그 과정에서 팀과 매끄럽지 못한 의사소통 문제를 보이며 결국 시즌 후 토론토로 트레이드됐다. 깔끔하지 못했던 결별 과정으로 인해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팬들에게 제대로 미운 탈이 박혔고 그의 첫 친정 방문이던 이날 경기는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AT&T 센터에 운집한 관중들은 레너드가 등장할 때부터 그가 공을 잡는 순간마다 엄청난 데시벨의 야유를 쏟아냈다. 이러한 관중들과 한마음 한뜻이 된 샌안토니오의 선수들은 파이널 7차전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전투의지를 선보이며 사정없이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복수심에 불탄 채 자신이 가진 것의 전부를 이 경기에 쏟아 부은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레너드의 트레이드 파트너로 낙점되어 토론토를 떠나야 했던 더마 드로잔이다. 

2009-10시즌 토론토에서 데뷔한 후 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아있던 드로잔은 시즌을 앞두고 자신을 트레이드시킨 토론토 구단의 결정에 크게 실망했다. 이에 그는 “달력에 토론토와의 경기 날짜를 두 번이나 체크했다”며 칼을 갈았다. 친정 팀을 처음으로 방문한 레너드의 스토리와는 별개로 드로잔에게도 이날 경기는 그 어느 경기보다 중요했던 셈. 

와신상담의 자세로 이날 경기만을 기다리던 드로잔은 1쿼터부터 9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쓸어 담으며 대활약을 예고했다. 1쿼터 종료 7분 51초 전 꽂아 넣은 강력한 원핸드 덩크는 그가 이번 경기에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임하는지를 대변해주었다. 이러한 드로잔의 활약에 힘입은 샌안토니오는 1쿼터를 38-19로 압도하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이후에도 드로잔의 활약은 거칠 것이 없었다. 전반에 이미 19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달성한 드로잔은 후반에도 활약을 이어가며 최종 21점 14리바운드 11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덕분에 샌안토니오 역시 18점차 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드로잔이 정규리그에서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것은 커리어 714경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자신의 커리어 첫 트리플-더블을 지난 여름 자신을 울렸던 친정 팀을 상대로 달성한 셈이다. 드로잔이 연출해낸 완벽한 복수극에 샌안토니오의 팬들은 ‘MVP’ 구호를 외치며 화답했다. 

경기 후 드로잔은 “나가서 재밌게 경기하고 싶었다. 좋은 경기였다”며 친정 팀을 잡아낸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새로운 라이벌리가 형성된 샌안토니오와 토론토의 시즌 첫 맞대결은 드로잔과 샌안토니오의 완승으로 끝났다. 과연 이들의 다음 맞대결에서는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까.

한편 이들의 시즌 2번째 맞대결은 오는 2월 23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에는 드로잔이 이적 후 처음으로 자신의 친정을 방문한다. 

사진 = 펜타프레스, NBA 미디어센트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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