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의 상승세가 시즌 중반을 넘어선 시점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시즌 44경기를 소화한 현재 33승 11패로 서부 컨퍼런스 3위를 위치해 있으며 리그 전체 승률에서도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이어 4위(.750)다.
 
2013-14시즌 개막전까지만 하더라도 기껏해야 서부에서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 선보인 전력 자체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에 주축 선수들의 부상 변수만 없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진지하게 대권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틀랜드가 대부분의 예상을 뒤엎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원동력을 조목조목 살펴보자.
 
위닝 팀의 전형
승률 7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포틀랜드는 위닝 팀의 전형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성적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홈 /18승 4패  원정/15승 7패 
vs 5할 승률 이상 팀/14승 7패  vs 5할 승률 미만 팀/19승 4패
3점차 이내 승부/5승 4패  10점차 이상 승부/16승 5패  연장전/3승 무패
 
강팀의 기본 조건 중 하나인 홈 승률이 무척 우수하다. 인디애나 페이서스(홈 21승 1패)만큼은 아니지만 경쟁자들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19승 3패), 마이애미 히트(18승 3패)와 비슷한 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홈에서 단 한 번도 연패를 당한 적이 없다. 이는 포틀랜트가 전통적으로 홈 코트인 로즈 가든에서 워낙 강한 면모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놀라운 부분은 68%의 원정 승률이다. 포틀랜드는 지난 몇 시즌동안 막강한 홈 성적으로 원정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팀이었다. 최근 3시즌 원정 성적을 살펴보면 각각 18승 23패, 8승 25패, 11승 30패로 형편없다. 심지어 브랜드 로이를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지난 2008~2010시즌 역시 원정에서 큰 재미를 봤던 팀은 아니었다. 이번 시즌 테리 스토츠 감독을 중심으로 원정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치밀하게 구성된 전술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라마커스 알드리지, 니콜라스 바툼, 웨슬리 메튜스 등 주축 선수들이 베테랑 선수 반열에 진입하면서 축적된 경험도 한 몫 하고 있다.
 
'연승은 길게, 연패는 짧게'라는 위닝 팀의 중요한 덕목도 충족시키고 있다.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2연패 이상 당한 적이 없고, 연패 후에는 반드시 연승을 기록했다. 피닉스 선즈와의 개막전에서 패한 이후 현재까지의 성적을 살펴보면 2연승-패-11연승-패-4연승-패-5연승-패-2연승-2연패-2연승-2연패-5연승-2연패-2연승으로 좋은 분위기를 길게 가져가는 반면 나쁜 분위기는 조기에 극복했다.
 
5할 승률 이상 팀과의 전적을 살펴보면 강팀들을 상대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약체들에게 자비가 없는 부분도 강팀다운 면모다. 또한 연장전에서 전승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체력과 접전 승부에서의 집중력 역시 전혀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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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공격력으로 수비 약점을 극복하다

포틀랜드는 이번 시즌 가장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는 팀 중 하나다. 우선 각종 공격 지표들을 살펴보자.
 
2013-14시즌 포틀랜드의 막강 공격력 *( )안은 리그 순위
경기당 평균 득점 109.5점(1위)  득실점 마진 +6.0점(4위)  야투 성공 40.6개(2위)
FG 45.8%(9위)  3P 39.0%(2위)  TS% 55.6%(6위)  eFG% 51.3%(8위)
어시스트 24.6개(3위)  어시스트/실책 비율 1.87(1위)  ORtg 110.6(1위)
 
평균 득점 부분에서 1위, 경기당 평균 야투 성공 부분에서는 2위다. 또한 페인트존 평균 득점 43.9점(4위), 페인트존 외곽 득점 65.6점(4위)으로 내/외곽 공격 밸런스가 완벽에 가깝다. 이는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리그 최고 인사이드 득점원 중 하나로 성정한 알드리지가 중심이 된 하프코트 공격, 메튜스-바툼-데미언 릴라드-모 윌리엄스가 맹활약하고 있는 백코트 자원들의 현란한 3점슛&돌파 시도가 절묘하게 혼합된 결과물이다.
 
또한 어시스트 관련 부분을 살펴보면 포틀랜드의 공격 플랜이 개인이 아닌 팀을 중심으로 코트 위의 모든 선수가 볼을 공유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유기적인 볼 전개를 바탕으로 가장 확률 높은 오픈 스팟을 점유한 선수가 슛을 시도하고 있으며 돌파 또는 더블팀 유도 후 동료에게 빼주는 킥아웃 패스가 예술이다. 특히 주축 선수들의 BQ가 모두 평균 이상이기 때문에 단조로운 공격 루트로 인해 어이없게 볼 소유권을 헌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포틀랜드의 이타적인 공격 방식은 높은 슈팅 성공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야투 성공률과 3점슛 성공률이 모두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특히 3점슛은 시도와 성공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각각 자유투와 3점슛에 보정을 가한 슈팅 효율 측정 지표인 TS%와 eFG% 역시 포틀랜드의 공격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증명해준다.
 
포틀랜드의 평균 실점은 103.5점(27위), 디펜시브 레이팅(DRtg)은 105.5(24위)로 모두 리그 하위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막강한 공격력이 수비에서의 약점을 완벽하게 상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 최고 수준의 '스타팅 파이브'
포틀랜드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역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스타팅 파이브’다. 개별 선수의 승리 기여도를 나타내는 WS(윈 세어)를 살펴보면 5명의 선수가 모두 4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포틀랜드와 인디애나가 유이하다. 마이애미나 오클랜드가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케빈 듀란트 등의 ‘특별한’ 재능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면 포틀랜드와 인디애나는 좀 더 ‘팀 농구’가 중심이 된 전력을 보유한 것이다.
 
인디애나 스타팅 파이브 윈 쉐어
데이비드 웨스트(4.0) 로이 히버트(4.4) 조지 힐(4.5)
랜스 스티븐슨(5.0) 폴 조지(7.6)
포틀랜드 스타팅 파이브 원 쉐어
로빈 로페즈(4.4) 니콜라스 바툼(4.4) 웨슬리 메튜스(5.3)
데미언 릴라드(5.6) 라마커스 알드리지(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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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커스 알드리지(파워 포워드/8년차)
시즌 평균 24.6득점 11.5리바운드 2.9어시스트 1.0블록슛
FG 47.6% FT 81.9% TS 52.1% eFG 47.7%

로이의 비극적인 은퇴 후 포틀랜드의 새로운 리더로 거듭났다. 데뷔 당시만 하더라도 다소 소프트한 플레이 스타일로 인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터프함까지 갖추며 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파워 포워드로 우뚝 섰다. 마치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의 전성기를 보는듯한 타점 높은 페이드 어웨이 점프슛과 인사이드 마무리는 상대 수비가 알고도 대처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을 정도다. 또한 리바운드 장악력이 향상되면서 케빈 러브(미네소타 팀버울브스), 블레이크 그리핀(L.A. 클리퍼스)과의 인사이드 경쟁에서 더 이상 뒤쳐질 이유가 없다. 데뷔 시절을 제외하면 내구성과 체력에서 문제를 노출한 적이 없는 부분도 매력적이다.
 
니콜라스 바툼(스몰 포워드/6년차)
시즌 평균 12.8득점 6.7리바운드 5.7어시스트 1.0스틸
FG 45.5% 3P 35.4% FT 81.3% TS 58.5% eFG 54.6%

프랑스 출신인 바툼은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포워드 중 하나다. 공격에서 내/외곽 득점이 모두 가능하며 종종 두 자리 수 어시스트를 기록할 정도로 시야와 패싱 센스가 수준급이다. 스몰 포워드 부분 어시스트 순위를 살펴보면 르브론(6.5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포워드 중 경기당 평균 10득점/6리바운드/5어시스트/FG 45%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르브론과 듀란트, 그리고 바툼 뿐이다. 수비력이 다소 부족한 릴라드를 대신해 상대 에이스 가드를 봉쇄할 수 있는 것도 그의 큰 장점이다. 이는 종종 르브론이 데릭 로즈(시카고 불스) 등을 상대로 활용하고 있는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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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언 릴라드(포인트 가드/2년차)
시즌 평균 20.8득점 3.6리바운드 5.7어시스트 0.8스틸
FG 41.9% 3P 42.2% FT 89.3% TS 57.6% eFG 51.4%

알드리지와 함께 막강 원투 펀치를 구성했다. 두 선수는 리그에서 경기당 가장 많은 득점(평균 45.4득점)을 합작하고 있는 콤비다. 바툼과 메튜스, 로페즈 등은 두 선수에게서 파생되는 득점 찬스를 많이 잡고 있다. 릴라드는 현대 농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3점슛&돌파 이지선다형 공격 루트를 주로 활용한다. 야투 성공률보다 3점슛 성공률이 더욱 높으며 3점슛 성공 부분에서 132개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플래쉬 듀오’ 클레이 톰슨, 스테판 커리(이상 134개)에 이어 리그 전체 3위다. 그리고 포인트 가드 기준으로 경기당 자유투 획득 9위(5.1개), 성공률 1위(89.3%)로 돌파를 통한 득점&어시스트 역시 쏠쏠하다.
 
웨슬리 메튜스(슈팅 가드/5년차)
평균 16.9득점 4.1리바운드 2.4어시스트 1.0스틸
FG 48.1% 3P 41.9% FT 82.7% TS 62.6% eFG 59.0%
과거 케빈 프리차드 전 단장이 유타 재즈로부터 메튜스를 영입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영입 당시만 하더라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언 드래프트 출신 선수에게 과도한 연봉을 계약을 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샀지만 포틀랜드에서의 4시즌동안 모두 몸값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의 경우 슈팅 부분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 중 하나로 각각 FG 48%/3P 40%/TS 60%/eFG 58%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그와 안드레 이궈달라(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유이하다.(경기당 평균 30분 이상 출전 선수 기준) 전술 수행 능력이 탁월한 부분도 그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로빈 로페즈(센터/6년차)
평균 10.5득점 8.2리바운드 0.8어시스트 1.5블록슛
FG 54.3% FT 79.5% TS 59.0% eFG 54.3%
이번 시즌 FA로 영입된 로페즈는 포틀랜드에게 부족했던 인사이드 수비와 박스 아웃 등을 제공해줬다. 지난 시즌 주전 빅맨이었던 J.J. 힉슨(덴버 너게츠)의 경우 공격에서의 재능에 비해 리바운드와 블록슛 등 림 프로텍터(Rim Protector) 역할이 너무 부족했다. 알드리지와 메튜스, 릴라드 등 공격자원이 차고 넘치는 팀 입장에서 힉슨에 비해 로페즈의 수비력이 더욱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높은 야투&자유투 성공률과 함께 실책이 적은 부분도 알드리지의 인사이드 파트너로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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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을 회복한 벤치 전력

지난 시즌 포틀랜드의 가장 큰 약점은 안정적인 ‘스타팅 파이브’에 비해 형편없는 벤치 전력이었다. 2012-13시즌 벤치 평균 18.5득점, 효율성 21.1은 모두 압도적인 리그 꼴찌다. 반면 주전 선수들의 평균 출전 시간은 35.1분으로 리그 1위였다. 주전들이 벌어놓은 점수를 벤치가 모두 잃고, 결국 체력 부담이 누적된 주전들이 4쿼터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경기의 연속이었다.
 
모 윌리엄스(FA)와 C.J. 맥컬럼(드래프트)의 영입, 조엘 프리랜드 등의 성장을 통해 새롭게 구성된 벤치는 이번 시즌 확실히 달라졌다. 여전히 주전 선수들의 평균 출전 시간은 34.8분으로 리그 1위지만 대신 벤치 전력의 효율성은 28.4(리그 26위)로 일정 부분 개선되었다. 최소한 주전 라인업이 벌어놓은 점수를 고스란히 뱉어내는 수준은 아닌 것이다.
 
벤치 타임에서 전권을 부여받은 윌리엄스가 자신의 장점 위주로 플레이하고 있으며 애초에 식스맨 전력 강화를 위해 선발한 맥컬럼 역시 쏠쏠한 활약 중이다. 인사이드 백업이 다소 아쉽지만 프리랜드가 분전 중이고,  로또 카드인 토마스 로빈슨의 성장을 기대해 볼만 하다.
 
5월에도 농구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의 전력만 놓고 본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워낙 주축 라인업이 탄탄하고, 지난 시즌 약점이었던 센터와 벤치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 기복을 타는 점프슛 위주의 팀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지만 경기당 자유투 획득 22.5개(18위), 성공률 82.3%(1위)로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득점을 짜낼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무엇보다 스토츠 감독을 중심으로 젊은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미래가 매우 밝은 팀이다. 주축 선수들의 계약이 모두 내년 시즌까지 묶여 있으며 선수단 전체 연봉 상황 역시 나쁘지 않다.(총 6,100만 달러/리그 22위) 로이를 사면하면서 악성 계약이 사라진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여기에 딱히 노장 선수와 부상 전력 선수가 없는 만큼 체력과 내구성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포틀랜드는 지난 2010-11시즌을 끝으로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은 1999-00시즌, 파이널 진출의 경우 1991-92시즌이 마지막이었다. 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팀 중 하나로 성장한 그들이 플레이오프 재입성을 넘어 얼마나 대권에 근접할 수 있을지 여부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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