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바야흐로 NBA 2013-14시즌은 ‘ 케빈 듀란트 천하’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리더 듀란트는 23일(이하 한국시간),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6득점을 기록하며 본인의 단일 시즌 커리어 하이인 9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달성했다. 같은 기간 동안 팀 역시 9경기 7승 2패의 호성적을 거둬 서부 컨퍼런스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1월 8일 유타 재즈전 48득점을 시작으로 18일 골든스테이트전에서 54득점을 폭발시켜 단일 경기 커리어 하이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마침내 23일 경기에서 대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듀란트의 ‘위대한 15일’이었던 셈이다.
 
듀란트의 ‘위대한 15일’
38.9득점 5.7리바운드 5.7어시스트 3P 2.9개 FT 11.8개
FG 52.6% 3P 39.3% FT 87.6% TS 66.7% *FG+3P+FT=179.5
*시즌 FG+3P+FT 합산 기록은 179.9
 
가장 주목할 부분은 슛의 정확도다. 현재 오클라호마시티는 ‘특별한’ 2옵션 러셀 웨스트브룩의 장기 결장으로 인해 듀란트의 득점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이런 경우에 처한 에이스는 과도한 득점 부담으로 인해 야투 시도가 많아지고, 이는 성공률 저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듀란트는 해당 기간 동안 정규 시즌 평균인 FG 50.4% 3P 41.3% FT 88.2%와 큰 차이가 없는 성공률을 기록했다. NBA 역사상 평균 30득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180클럽’(FG%+3P%+FT%)을 달성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또한 정규 시즌 평균(10.2개)보다 더욱 많은 자유투를 얻어내 효과적인 공격을 선보였다. 자유투 획득은 많은 득점을 기록하기 위한 최종 관문으로 가장 효율적인 공격 수단 중 하나다. 자유투에 보정을 가해 슈팅 효율성을 측정하는 TS%를 살펴봐도 시즌 기록인 64.0%보다 더 높다.
 
상대 수비 집중도가 떨어지는 3점슛 시도 비중을 늘려 영리한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백투백 경기를 치른 지난 22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져스전, 23일 샌안토니오전에서 4쿼터 막판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3점슛을 통해 상대를 침몰시켰다. 특정 상황에서 거리와 상관없이 정교한 슛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보유한 최고 장점이다.
 
체력 안배에 신경 쓰는 모습도 칭찬 받아야 한다. 비교적 상대 수비가 느슨한 1쿼터에 득점을 집중시킨 후 2쿼터와 3쿼터에는 본인 슛 시도보다는 동료들을 돕는 어시스트 패스를 통해 팀 공격을 원활하게 이끌고 있다. 아예 듀란트에게 더블 팀을 지시하는 상대 수비를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에이스의 힘이 필요한 2쿼터 막판과 4쿼터 승부처에서는 어김없이 ‘BIG SHOT’을 통해 팀을 승리로 견인하고 있음을 물론이다.
 
웨스트브룩 부상 전 
평균 28.1득점 야투 시도 18.3개 FG 49.0% 어시스트 4.8개
웨스트브룩 부상 후
평균 36.5득점 야투 시도 22.5개 FG 52.4% 어시스트 5.6개
 
듀란트의 책임감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웨스트브룩은 이번 시즌 부상 전까지 평균 21.3득점 6.9어시스트를 기록해 듀란트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었다. 괜히 전문가들이 그가 부상당한 후 오클라호마시티의 위기를 거론했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듀란트는 동료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보다 오히려 더욱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거의 매일 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NBA 기자단의 시즌 MVP 투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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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단(1986-87시즌/11경기 연속 30득점+)
평균 40.6득점 FG 51.0% 3P 0% FT 87.6% TS 61.0%
FG+3P+FT=138.6
앨런 아이버슨(1999-00시즌/8경기 연속 30득점+)
평균 35.2득점 FG 42.1% 3P 44.1% FT 76.5% TS 52.0%
FG+3P+FT=162.7
코비 브라이언트(2002-03시즌/16경기 연속 30득점+)
평균 40.4득점 FG 48.6% 3P 42.9% FT 85.1% TS 59.4%
FG+3P+FT=176.6
르브론 제임스(2005-06시즌/10경기 연속 30+)
평균 37.9득점 FG 52.6% 3P 36.2% FT 74.4% TS 62.0%
FG+3P+FT=163.2
 
이번에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시대부터 시작해 리그를 지배했던 에이스 득점원들의 연속 경기 30득점 이상 기록들을 살펴보자. 우선 조던은 놀랍게도 전혀 3점슛의 도움 없이 11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80년 중후반의 거친 수비를 감안한다면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아이버슨은 확실히 슛의 효율성은 떨어졌다. 그러나 180cm에 못 미치는 작은 신장으로 리그의 장신 숲을 헤치고 기록을 달성했다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필 해당 시즌에 데뷔 시절을 제외하면 가장 저조한 자유투 성공률(71.3%)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만약 80% 이상의 자유투 적중률만 가져갔다면 기록이 더욱 상승했을 것이다.
 
브라이언트의 16경기 연속 30득점 이상 기록에는 무려 9경기 연속 40득점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15+경기/30+득점은 오직 월트 챔벌레인과 카림 압둘자바, 그리고 브라이언트만의 영역이다. 레이커스의 팀 내 공격 주도권이 점차 샤킬 오닐에서 그에게로 넘어 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르브론은 아이버슨과 마찬가지로 자유투 성공률이 떨어졌지만 대신 야투 성공률이 대단히 우수했다. 시즌 야투 성공률(48.0%)와 3점슛 성공률(33.5%)와 비교해보면 해당 기간 동안 얼마나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2005-06시즌 당시 그는 21세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듀란트는 조던, 아이버슨과 같이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오른 선수는 물론 리그를 지배했던 선배들인 브라이언트, 르브론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리그 7년차로 이제 25세에 불과하며 아직 연속 경기 기록에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다음 주 30일 마이애미 히트를 만나기 전까지 딱히 강팀들과의 경기가 없다. 보스턴 셀틱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애틀랜타 호크스 모두 듀란트의 연속 경기 30득점 이상 기록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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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시즌 동안 4회의 득점왕 등극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현재 경기당 31.0득점으로 2위 르브론(26.2득점)과는 꽤 차이가 난다. 두 선수의 팀 내 공격 비중을 감안할 경우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NBA.com에서 제공하는 듀란트의 이번 시즌 슛 차트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코트 대부분의 위치에서 높은 확률로 득점을 성공시키고 있다. 코너에서의 슛 빈도가 거의 없지만 이는 그가 돌파 후 킥아웃 패스를 연결했을 때 스팟업 슈터들이 3점슛을 던지는 위치다. 굳이 듀란트가 슛을 시도할 이유가 없는 위치인 셈이다. 여기에 역시 시즌 1위인 자유투 획득 능력(경기당 평균 10.2개)까지 더해져 ‘무결점의 에이스’가 완성된다.
 
현재 듀란트는 1월의 놀라운 활약을 바탕으로 르브론의 3시즌 연속 및 통산 5회 MVP 수상을 저지할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MVP 수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개인 타이틀과 팀 성적은 오히려 앞선다. 또한 개별 선수의 팀 승리 기여도를 측정한 WS(윈 세어)에서도 듀란트(10.9), 르브론(8.6)에 비해 더 높다. 르브론은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WS 1위를 달성한 괴물이었다. 웨스트브룩의 부재라는 스토리까지 더해진 만큼 남은 시즌동안 두 선수의 MVP 레이스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제공 = ⓒ 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 캡쳐 = NBA.com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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