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지난 2008-09시즌을 마지막으로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00년대 중반까지 동부 컨퍼런스를 지배한 화려했던 과거를 감안한다면 분명 아쉬운 성적이다.
 
이번 시즌의 경우 38경기를 소화한 현재(1월 12일 기준) 16승 22패 승률 42.1%를 기록, 컨퍼런스 7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려볼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동부 컨퍼런스 소속이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으로 9위 샬럿 밥캐츠와의 승차는 단 1경기에 불과하다. 실제로 서부 컨퍼런스와 비교할 경우 승률 42.1%는 11위 멤피스 그리즐리스(승률 45.7%)보다 못한 성적이다.
 
오프 시즌 디트로이트는 FA 조쉬 스미스 영입, RFA(제한적 자유 계약 선수) 신분이었던 브랜든 제닝스 등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내심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 2007-08시즌 이후 최초로 5할 승률 이상의 위닝 팀 구축이 목표였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하위권 팀들이 2014년 드래프트를 대비한 탱킹(tanking) 시즌을 구상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행보였다.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위닝 팀 구축은 고사하고, 이도저도 아닌 전력으로 또 다시 몇 년을 허송세월한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마치 조 듀마스 단장이 실패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던 과거 2009년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듀마스의 실패
듀마스는 현역 시절 디트로이트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선수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렸다. ‘배드 보이스 1기’의 핵심 구성원으로 2번의 우승과 1번의 파이널 MVP를 차지했으며 6번의 올스타 선정과 4번이나 ‘올해의 수비 팀’에 포함되었다. ‘배드 보이스 1기’가 해체된 후에는 최후까지 팀에 남아 그랜트 힐의 시대가 시작되는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팀 역시 그의 오랜 기간 충성과 노고를 인정해 은퇴 후 등 번호 4번을 즉각 영구 결번 처리했고, 2000년 단장 역할까지 맡겼다.
 
단장 듀마스도 초창기에는 승승장구했다. ‘배드 보이스 2기’를 창조해 2004년 프랜차이즈 역사상 3번째 우승을 만들어 냈으며 2003년에는 ‘올해의 단장’상까지 수상했다. 당시의 디트로이트는 적재적소의 선수 영입과 조직력 중심의 끈끈한 농구를 통해 동부 컨퍼런스를 지배했던 최강 팀 중 하나로 군림했다. 특히 7시즌 연속 6할 승률 이상(2005-06시즌 승률 78% 포함)은 서부의 강호였던 샌안토니오 스퍼스, 댈러스 매버릭스, 피닉스 선즈 등과 비교해도 전혀 밀릴게 없는 성과였다.
 
하지만 고인 물은 썩는다고 했던가. 듀마스 단장의 날카로운 감각도 세월이 흐를수록 무디어져 갔다. 시작은 팀 체질 개선을 위해 시도한 ‘캡틴’ 쳔시 빌럽스와 앨런 아이버슨의 트레이드였다. 덴버 너게츠로 이적한 빌럽스가 팀을 24년 만에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이끈 반면 아이버슨은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낸 후 1년 만에 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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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타는 2009년 여름 벤 고든, 찰리 빌라노에바와 체결한 5년 장기계약이었다. 다수의 팀들이 르브론 제임스 등이 시장에 나오는 2010년 여름을 대비해 실탄을 비축했던 것과는 달리 디트로이트는 한 박자 빠르게 고든 등을 영입한다. 문제는 고든 등이 결코 5년 계약을 줄 선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배드 보이스 2기’ 멤버들처럼 조직적인 농구에 익숙하거나 리더 역할을 기대하기도 힘든 자원들이었다. 덴버에서 꽃을 피운 애런 아프랄로를 너무 쉽게 포기했던 결정과 로드니 스터키에 대한 이해하기 힘든 편애는 애교 수준이다. 결국 디트로이트는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동부 최약체로 전락하게 된다.
 
2013년 여름 듀마스의 행보를 떠올려보자. 2009년의 상황과 대단히 유사하다. 탱킹을 시도한 약팀들과는 달리 경쟁을 선택했지만 스미스와 제닝스는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로 가시적인 전력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자원들이다. 스미스의 경우 기존의 그렉 먼로, 안드레 드루먼드와 역할과 행동반경이 겹친다는 우려를 샀고, 제닝스는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잡아줄 수 있는 전통적인 포인트 가드 스타일이 아니었다. 만약 이번 시즌까지 듀마스의 선택이 실패로 귀결될 경우 더 이상 단장 직함을 유지하기 힘들 전망이다.
 
팀을 몰락으로 이끈 듀마스의 선택들
2008년 11월 쳔시 빌럽스,안토니오 맥다이스 <-> 앨런 아이버슨 트레이드
2009년 7월 벤 고든 5년 5,500만 달러 FA 영입
2009년 7월 찰리 빌라누에바 5년 3,500만 달러 FA 영입
2009년 7월 존 쿠스터 감독 영입
2009년 7월 2001년 2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 <-> 애런 아프랄로 트레이드
2011년 12월 로드니 스터키 3년 2,500만 달러 연장 계약
2013년 7월 조시 스미스 4년 5,400만 달러 FA 영입
2013년 7월 브랜든 나이트, 크리스 미들턴 <-> 브랜든 제닝스 트레이드
2013년 7월 브랜든 제닝스 3년 2,400만 달러 연장 계약
 
수비가 실종되었다
스미스를 영입했을 때 부정적인 시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수비력, 기동력, 그리고 애틀랜타 호크스에서 많은 플레이오프 경기를 뛰며 누적된 경험은 드루먼드, 먼로 등 어린 빅맨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디트로이트는 팀 리바운드에서 경기당 평균 45.4개로 리그 전체 6위, 리바운드 마진에서 +2.8개로 8위, 블록슛 14.6개로 7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적어도 눈에 보이는 수치상으로는 스미스 영입 효과를 보고 있다. 문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리바운드와 블록슛 등이 실제 수비력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2013-14시즌 디트로이트의 수비력 *( ) 안은 리그 순위
평균 102.6점(25위)  상대 야투 성공률 46.2%(25위) 수비 효율 1.039(23위)
디펜시브 레이팅 107.4(20위) 상대 eFG% 51.2%(23위)
공격 리바운드 허용 25.9%(17위)
 
상대 슛 거리별 야투 성공률
림 1.5M 이내  58.8%(17위)
1.5M~2.7M  36.4%(9위)
3M~4.5M  44.1%(30위)

3점슛  40.1%(25위)
 
눈에 보이는 리바운드 숫자와 블록슛 등에 비해 실제 수비력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특히 상대에게 너무 많은 오픈 찬스를 허용하고 있다. eFG%와 디펜시브 레이팅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강력한 리바운더를 3명이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격 리바운드 허용 빈도가 꽤 높은 편이다.
 
현대 농구의 주류로 자리 잡은 스크린에 이은 다양한 (pick) 플레이에 취약한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중거리 점프슛과 3점슛 허용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 상대의 스크린에 대처한 수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외곽에서 무수히 많은 오픈 찬스를 헌납 중이다.
 
제닝스와 스터키, 바이넘 등 주력 백코트 자원들은 모두 공격에 특화된 선수들로 대인 수비력을 평균으로 쳐 주더라도(물론 후한 점수를 준 것이다) 조직적인 수비와 스크린 대처는 정말 엉망이다. 일선 수비가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다 보니 디트로이트가 자랑하는 드루먼드-먼로-스미스의 이선 수비 역시 좀처럼 효율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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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인사이드 교통정리의 기본 골자는 드루먼드가 센터, 먼로가 파워 포워드, 스미스가 스몰 포워드를 맡는 것이다. 우선 드루먼드는 기량 발전상 수상이 기대될 정도로 지난 시즌에 비해 한층 발전된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리그에서 단 8명밖에 없는 더블-더블(평균 12.7득점 12.7리바운드) 빅맨이기도 하다. 그러나 약점 역시 명확한 선수로 미숙한 파울 관리와 단조로운 공격 루트로 인해 평균 32.6분 출전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37.8%의 암울한 자유투 성공률은 4쿼터 승부처에서 그에게 공을 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드루먼드의 좁은 활동 반경은 여러 가지 부정적인 상황을 야기했다. 후배에게 센터 자리를 내주고 파워 포워드로 전향한 먼로는 패싱 센스가 돋보이지만 부정확한 점프슛 능력과 볼 핸들링 미숙으로 인해 성장이 정체되었다. 여전히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포지션은 센터다.
 
스미스의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스몰 포워드와 파워 포워드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지만 굳이 따지자면 페인트 존 내에서 공격을 시도할 때 효율성이 훨씬 높다. 문제는 드루먼드 혼자서도 비좁은 페인트존 상황으로 인해 먼로가 밀려난 마당에 스미스는 아예 외곽 점프슛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야투 성공률이 40.7%로 206cm의 포워드 성적으로 믿기 힘들 정도다. 경기당 3.8개를 시도하고 있는 3점슛 성공률이 25.3%, 오직 본인만 성공률이 높다고 믿고 있는 중거리 점프슛(일명 ‘롱 2’)의 경우 왼쪽 사이드(41.8%)를 제외할 경우 모두 40% 이하의 성공률이다. 슈팅과 관련한 2차 기록 역시 경기당 30분 이상 출전하고 있는 선수 기준으로 TS% 46.2%로 꼴찌, eFG% 35.3%로 뒤에서 5위다. 쉽게 말해 스미스가 외곽에서 슛을 시도하는 횟수와 팀의 승리 확률은 반비례한다.
 
만약 이번 시즌 종료 후 구단이 먼로를 포기할 경우 드루먼드-스미스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지만 애초에 스미스를 영입하지 않았더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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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코트 효율성은?
브랜든 나이트를 포기하고 영입한 제닝스의 상황은 어떨까? 눈에 보이는 수치만 보면 지난 시즌에 비해 경기당 평균 어시스트가 2개 가까이 증가했다.(8.5개) 어시스트/실책 비율 역시 2.61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난 시즌 더 떨어질 수가 없다고 판단되었던 야투 성공률이 37.7%로 더욱 하락했다. 48.6%의 TS%(리그 뒤에서 5위)와 43.6%의 eFG%(뒤에서 3위)는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자주 슛을 시도하면 곤란한 수준이다.
 
이번 시즌 디트로이트는 상대 수비가 타이트해지는 4쿼터에 평균 22.5득점으로 리그 전체 28위, 4쿼터 득실점 마진은 ?3.2점으로 아예 꼴찌다. 팀에서 가장 많은 슛을 시도하는 선수가 제닝스(경기당 평균 15.3개), 2위가 스미스(15.2개)다. 이 팀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기록이 되겠다.
 
벤치에서 출전하는 스터키와 바이넘 콤비는 모두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사실 정상 컨디션이라 하더라도 오직 림만 보고 달리는 그들에게 큰 기대를 하기는 무리다. 결국 제닝스+스터키+바이넘의 ‘림바라기’ 조합은 시즌 전 예상대로 최악의 효율성에 그치고 있다.
 
이번 시즌 디트로이트는 주축 선수들의 시즌 아웃급 부상이라는 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부 컨퍼런스의 상황이 워낙 하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들은 향후 드래프트와 전력 보강을 통해 밝은 미래 청사진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디트로이트는 고든과 빌라누에바를 영입했던 5년 전과 마찬가지로 어중간한 팀 전력으로 인해 계속 고통 받을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만약 디트로이트가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 00년대 초중반의 탄탄한 팀으로 회귀하고 싶다면 듀마스 단장부터 정리하는 것이 첫 번째 희소식이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 gettyimages/멀티비츠, NBA 미디어 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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