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염용근 기자] 프로 스포츠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돈이다. 구단은 프랜차이즈의 합리적인 운영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선수들 역시 타 직장에 비해 짧은 고용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몸값을 보장하는 팀과의 계약을 우선시한다.
 
FA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 데뷔한 팀에서 선수 경력을 마감하는 선수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게 현실이다. 리그 차원에서 빅 마켓 구단들의 선수 독점을 견제하는 사치세 개념이 도입된 것도 특정 선수가 한 팀에 머무르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친숙한 이름들인 하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 폴 피어스 등 친정 팀에서의 은퇴가 확실시 되었던 대스타들조차 결국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초라하게 은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원 클럽 맨’이라는 개념 자체가 선수에게 어느 정도 희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 팀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선수가 해당 프랜차이즈 팬들에게 더욱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이다. 데뷔 팀에서 이적 없이 10년 이상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는 ‘원 클럽 맨’들을 2부에 걸쳐 살펴보자.
 
팀 던컨(샌안토니오 스퍼스)
데뷔 : 1997년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근속년수 : 17시즌
통산 기록 *( )안은 프랜차이즈 내에서의 순위
1,211경기 출전(1위) 야투 성공 9,383개(1위) 자유투 성공 5,431개(2위)
리바운드 13,512개(1위) 어시스트 3,706개(4위) 블록슛 2,711개(2위)
24,225득점(1위) WS 187.2(1위)
신인왕, MVP 1회, 파이널 MVP 3회, 올스타 14회 선정
 
1997년 데뷔한 던컨은 데이비드 로빈슨-던컨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세대교체를 통해 소속 팀 샌안토니오를 사반세기동안 리그 정상권으로 이끌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로빈슨이 리그에 데뷔한 1989-90시즌 이후 현재까지 샌안토니오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적은 단 한 번에 불과했으며 1996-97시즌 실패의 대가로 얻은 선수가 바로 던컨이었다.
 
던컨은 이번 시즌까지 샌안토니오에서만 ‘원 클럽 맨’으로 활약하며 선수로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렸다. 누적 연봉 역시 2억 2천만 달러에 달한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첫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을 당시 올랜도 매직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무기로 강하게 유혹했지만 구단 프런트, 선배 로빈슨의 만류와 설득으로 가까스로 샌안토니오에 잔류했다. 당시의 선택은 3개의 우승 반지 추가로 보상받았다.
 
지난 2012년에는 구단 친화적인 3년 3,000만 달러 장기 계약을 맺어 충성심을 과시했다. 1976년생으로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던컨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사실상 커리어 마지막 장기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근 세월의 잊은 듯한 활약을 감안한다면 통산 20시즌을 채우고 은퇴할지도 모르겠다. 관건은 역시 샌안토니오 ‘원 클럽 맨’들인 동료 토니 파커(13시즌), 마누 지노블리(12시즌)의 팀 잔류 여부다.
 
140-1.jpg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
데뷔 : 1998년 드래프트 전체 9순위(밀워키 벅스)/근속년수 : 16시즌
통산 기록
1,141경기 출전(1위) 야투 성공 9,028개(1위) 3점슛 성공 1,390개(1위)
자유투 성공 6,295개(1위) 리바운드 9,291개(1위) 어시스트 3,021개(4위)
스틸 999개(2위) 블록슛 1,074개(2위) 25,741득점(1위) WS 178.2(1위)
MVP 1회, 파이널 MVP 1회, 올스타 11회 선정
 
노비츠키는 드래프트에서 밀워키에 의해 지명되었지만 곧바로 댈러스로 트레이드되었다. 각각 밀워키에게는 역대 최고의 실수, 댈러스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당시 밀워키가 받은 선수는 로버트 테일러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2년 후 다시 팀을 떠났다. 반면 댈러스는 노비츠키와 함께 한 번의 우승(2011년),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댈러스 프랜차이즈의 35년 역사 속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은 총 18회, 노비츠키가 없었다면 아직까지 10회 미만에 그쳤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댈러스와 함께하며 받은 총 누적 연봉은 2억 달러에 달한다. 선수 생활 중간에 이적과 관련한 큰 잡음도 없었다. 원동력은 ‘좋은 구단주’ 마크 큐반 덕분이었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지옥 불에라도 뛰어들 준비가 된 큐반은 노비츠키를 가족 이상으로 사랑한다. 종신 계약까지 제시했을 정도다.
 
지난 2010년 맺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종료된다. 전성기에 비해 활약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이름값에 부합하는 경기 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종신계약까지는 아니더라도 팀과 선수 모두 만족하는 추가 계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노비츠키가 다른 팀 유니폼을 입는 것은 큐반이 구단을 매각한다는 뜻이다.
 
ORL_Nelson_Jameer1.jpg

자미어 넬슨(올랜도 매직)
데뷔 : 2004년 드래프트 전체 20순위/ 근속년수 10시즌
통산 기록
613경기 출전(3위) 야투 성공 2,954개(5위) 3점슛 성공 810개(3위)
어시스트 3,212개(1위) 스틸 593개(5위) 7,756득점(5위) WS 42.0(7위)
올스타 선정 1회
 
2004년 드래프트에서 덴버 너게츠에 지명되었지만 당일 트레이드를 통해 올랜도에 합류했다. 당시 덴버가 받은 것은 2005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으로, 줄리어스 허지(2005년 20순위)는 NBA에서 단 2년만 활약한 후 사라졌다. 넬슨은 하워드와 함께 비교적 짧은 팀 역사를 가진 올랜도를 ‘제 2의 전성기’로 이끌었다. 드와이트 하워드와의 센터/포인트 가드 콤비 플레이는 과거 1990년대 초반 샤킬 오닐-앤퍼니 하더웨이의 마이너 버전(조금 많이)이었다.
 
오닐의 행보처럼 하워드가 먼저 팀을 떠난 것도 동일하다. 두 선수 모두 L.A. 레이커스로 이적한 것조차 똑같다. 넬슨의 커리어에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한창 전성기를 보내고 았던 2008-09시즌 부상으로 인해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당시 그는 공격형 포인트가드로서 올랜도의 고공행진을 이끈 핵심멤버 중 하나였다. 넬슨은 정작 올랜도가 가장 우승에 가까웠던 시점이었던 2009년 파이널 무대에서 부상으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시즌 종료 후 ‘원 클럽 맨’ 커리어가 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2년에 체결한 3년 계약 중 1년이 남아 있지만 팀 옵션이라 바이 아웃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는 팀 입장에서 넬슨의 고액 계약은 걸림돌이다. 만약 팀에 잔류한다면 800만 달러의 잔여 계약을 무효로 만든 후 훨씬 저렴하게 장기 계약을 맺는 방향이 될 것이다. 물론 넬슨의 많은 나이(1982년생), 신예 빅터 올라디포의 성장, 2014년 드래프트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할 경우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
일러스트 제공 =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shemagic2@naver.com
저작권자 ⓒ 루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ROOKI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