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당 3점슛 성공 공동 1위(3.3개)를 달리고 있는 포틀랜드의 데미안 릴라드.
경기당 3점슛 성공 공동 1위(3.3개)를 달리고 있는 포틀랜드의 데미안 릴라드.
 
[루키 = 이승기] 3점슛은 어떻게 NBA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창세기
 
태초에 농구가 있었다. 그러나 3점슛은 없었다. 3점슛은 초기의 몇몇 리그에서 몇차례 테스트 되기는 했으나 결국 채택되지는 않았다. 3점슛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7-68시즌, NBA가 아니라 라이벌 단체였던 ABA가 3점슛을 도입하면서부터였다.
 
NBA에 이은 2인자였던 ABA는 흥행에 목마른 리그였다. 관중을 끌기 위해 NBA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빠른 농구를 했다. 볼거리도 훨씬 많았다. 덩크 컨테스트와 3점슛 제도를 도입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ABA는 1976년, NBA에게 흡수, 합병되며 사라졌다. NBA는 1979-80시즌을 기점으로 3점슛 제도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팀별 3점슛 시도가 많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당 한 개의 3점슛도 시도하지 않는 팀(1979-80시즌 애틀랜타 호크스, 0.9개)도 있었다.
 
1980년대를 거치며 3점슛 제도가 점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3점슛 비중이 높지 않았다. 심지어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시카고 불스 등 강력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팀들이 우승을 차지하며 리그에 수비농구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번영기
 
리그 평균 득점이 줄자 NBA 사무국은 이에 대한 타개책을 내놓는다. 1994-95시즌부터 1996-97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3점슛 라인을 기존 7.24m에서 6.7m로 개정한 것. 이에 따라 리그 전반적인 3점슛 시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3-94시즌 NBA 팀들은 한 경기당 평균 9.9개의 3점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라인을 앞당긴 1994-95시즌에는 15.3개, 1995-96시즌에는 16.0개, 1996-97시즌에는 16.8개로 수직상승했다.
 
빅맨들의 3점슛 시도가 늘어나고 각 팀의 3점슛 의존도가 높아지자 NBA 사무국은 경기의 질이 떨어졌다고 판단, 1997-98시즌부터 다시 3점슛 라인을 7.24m로 원상복구했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1998-99시즌에는 팀별 한 경기당 3점슛 시도가 13.2개, 2000-01시즌에는 13.7개로 감소했다.
 

부흥기
 
NBA는 1990년대부터 점차 진행된 리그 저득점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2001-02시즌 특단의 조취를 취했다. 부정수비의 폐지, 즉, 지역방어의 부분 허용이었다. 지역방어가 등장하면서 다시 3점슛 시도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이끌던 피닉스 선즈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리그에 3점슛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7-08시즌에는 팀별 경기당 3점슛 시도가 18.1개를 기록, NBA 역사상 최초로 18개 벽을 돌파했다.
 
점점 발달하는 수비벽을 깨기 위해 3점슛의 비중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2012-13시즌에는 팀별 한 경기 평균 3점슛 시도가 19.9개에 육박했다. 그리고 대망의 2013-14시즌 현재까지 무려 21.6개를 기록, 드디어 평균 20개를 넘어서고 있다.
 

현재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이러한 흐름을 이끄는 대표적인 팀이다. 포틀랜드는 4일(한국시간) 샬럿 밥캐츠와의 경기에서 2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한 시즌에 두 차례나 한 경기에 20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시킨 NBA 역대 최초의 팀으로 등극했다.
 
휴스턴 로케츠는 대놓고 3점슛만 노리는 팀이다. 이번 시즌 35경기에서 926개의 3점슛을 던졌는데, 이는 리그 최하위 멤피스 그리즐리스(449개)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 외에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LA 레이커스, LA 클리퍼스 등이 3점슛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3점슛은 현 NBA의 핵심전술로 자리잡았다. 과거에는 이것저것 시도하다 안 되면 던지는 옵션이었다면 이제는 지역방어를 무너뜨리기 위한 필수요소다. 따라서 룰이 개정되지 않는 한, 3점슛의 비중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onus Tip]
 
그렇다면 NBA 역사상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킨 팀은 어디일까. 공교롭게도 1, 2위가 모두 2012-13시즌에 나왔다. 1위는 뉴욕 닉스의 891개(37.6%)다. 휴스턴은 867개를 넣어 역대 2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포틀랜드의 3점슛 페이스는 경이롭다. 경기당 10.6개(1위)의 3점슛을 40.5%(1위)의 확률로 꽂아넣는다. 산술적으로는 정규리그가 끝났을 경우 역대 한 시즌 3점슛 최다성공 2위가 가능하다. 포틀랜드가 닉스의 기록을 깰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일러스트 제공 = 루키 홍기훈 일러스트레이터(inc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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